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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줄여 써라
[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
[105호] 2019년 01월 01일 (화)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이미지투데이
· 나는 그가 옳았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 아버지는 간직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을 어머니에게 주기로 한 것입니다.
 
앞에 나오는 문장에서 공통점을 찾아보자. 답은 ‘것’이다. 한 문장 안에 ‘것’이 여러 번 겹쳐 나온다. ‘것’은 사물이나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말하는 의존명사다. 글을 처음 쓸 때 ‘것’을 자주 쓰는 경우가 많다.
 
‘것’을 이렇게 많이 쓰는 이유는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강조는 이렇게 자주 하면 그 힘이 떨어진다. 가끔씩 나와야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고 하면 되는데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인 것이다’라며 굳이 ‘것이다’를 습관처럼 쓰는 일이 많다.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읽은 사람에게는 ‘것이다’가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것’을 많이 쓰는 또 다른 이유는, 어떤 단어가 딱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사투리 ‘거시기’와 비슷하다. 
 
‘것’이 많이 들어간 문장은 애매모호하다. ‘것’에는 일, 예정, 방안, 문제, 측면 같은 뜻을 포함하고 있기에 그렇다. ‘것’을 너무 자주 쓰면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기 힘들다.
 
‘것’을 대신할 만한 단어가 있으면 그 단어를 써라. “네 것은 책상 위에 있어”보다 “네 커피는 책상 위에 있어”처럼 구체적으로 쓰는 게 좋다. 더 많은 정보를 문장에 담을 수 있다.
 
‘것’을 많이 쓰면, 것을 대신해 쓸 수 있는 단어가 나오지 못한다. ‘것’을 대체하는 단어를 찾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면 단어 구사 능력이 올라간다.
 
앞에 나온 문장 3개에 나온 ‘것’을 빼보자. “나는 그가 옳았다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에선 ‘것’이 쓸데없이 두 개나 들어갔다. 멋있는 문장으로 보이려고 ‘것’을 남용했다. 이 문장은 “나는 그가 옳았다고 확신했다”로 고치자. ‘것’을 두 개나 빼버렸다. 문장은 짧아졌고, 의미는 명확해졌다. ‘것’이라는 의존명사를 빼니 ‘~에 대한’도 뺄 수 있다.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는 어떤가? 한 문장 안에 ‘것’이 세 번이나 들어갔다. ‘읽는다는 것’은 ‘읽으면’으로 바꿔주면 훨씬 부드럽다.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똑똑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으로 간단하게 처리하면 된다. “책을 제대로 읽으면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 됩니다.”
 
“아버지는 간직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어머니에게 주기로 한 것입니다”도 한 문장에 ‘것’이 3개나 나왔다. 한 문장에 이렇게 많은 ‘것’을 썼지만, ‘것’이 뜻하는 게 무엇인지 나와 있지 않다.
‘것’ 대신 구체적인 단어를 쓰는 게 낫다. 예를 들어 그 ‘것’을 사진과 그림이라고 정확하게 써보자. 이렇게 말이다. “아버지는 간직하고 있는 그림 중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한 결혼사진을 어머니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훨씬 간결하고 정확하다.
 
우리가 쓰는 글에는 ‘것’ ‘것’ ‘것’이 참 많다.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을 조금만 덜어내면 더 좋은 문장이 된다. 많이 나오는 ‘것’을 많이 없애자. 글쓰기 실력이 올라간다. 좋은 문장은 많은 것을 덜어내는 데서 시작한다.
 
수량보다 사물이 먼저다
우리말과 영어는 사물과 수량을 쓸 때 순서가 다르다. 우리말은 사물이 먼저, 영어는 수량이 먼저다. 어떤 사람이 책 10권을 갖고 있다고 해보자. 
 
영어는 이렇게 쓴다. “He has ten books(그는 10권의 책을 갖고 있다).” 우리말이라면 이렇게 쓰는 게 자연스럽다. “그는 책 10권을 갖고 있다.”
 
영어에서는 명사 앞에 오는 형용사가 여러 개 있을 때도 수량을 나타내는 표현이 가장 먼저 나온다. ‘Five old woman’ ‘A few good man’. 우리말은 다르다. 사물을 앞세우고 수량을 뒤에 쓴다. ‘아메리카노 석 잔’ ‘고양이 두 마리’. 다른 관형어가 들어가더라도 위치는 바뀌지 않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석 잔’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
 
우리말에서 숫자는 항상 뒤에 온다. 숫자가 찬밥인 셈이다. 우리말은 영어만큼 수나 양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그렇다. 한국 사람은 수와 양에 너그럽다. 사과 한두 개, 친구 서너 명처럼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는 표현이 많다.
 
글을 쓸 때 영어식 표현이 스며들어 숫자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에겐 다섯 명의 친구들이 있다.” 이건 영어식 표현이다. 우리말은 사람이나 사물을 먼저 쓰고 숫자를 다음에 쓴다고 했다. 이 문장은 숫자가 앞서 나왔다. 숫자를 앞세우다보니 다섯 명과 친구를 연결해주려고 ‘의’도 썼다. 우리말 어순으로 바꿔보자. “그에겐 친구 다섯 명이 있다.” 사람을 먼저 쓰고 다음에 숫자가 나왔다. 우리말 표현이다. 이렇게 쓰면 굳이 ‘의’를 넣지 않아도 된다. 
 
문장을 하나 더 보자. “그 회사는 이번 공개채용에서 300명의 신입사원들을 뽑는다.” 이번에도 숫자(300명)가 사람(신입사원들)보다 먼저 나왔다. 고쳐보자. “그 회사는 이번 공개채용에서 신입사원 300명을 뽑는다.” 사람을 먼저 쓰면 ‘의’를 굳이 쓸 필요가 없다. 항상 ‘숫자보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생각하자. ‘들’도 빼주는 게 낫다.  
 
* <한겨레> 사회부에서 1년 동안 같이 일한 기자이자 소설가인 김훈의 글을 보면서 글쓰기에 절망했다. 내 기사를 읽고 “일제강점기 때 많은 문인이 엄청난 비유로 당시의 시대를 말했던 그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아준 독자를 생각하며 지금도 글을 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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