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랴 루트치오 Kolja Rudzio <차이트> 기자

 

전화선 너머 상대방이 잠잠하다.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기계에게 자기소개를 하기는 처음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저에 대해 좀더 설명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침묵이 계속됐다. 끊임없이 말을 했다. 앞서 이미 시시콜콜 다 얘기했지만, 로봇이 질문한 ‘나의 일요일’ 모습에 대해 말했다. “늦잠을 자고, 아침 식사를 한 뒤 일요판 조간신문을 읽는다. 그다음 야외로 소풍을 간다. 간혹 기사를 쓸 때도 있다.” 뭐가 더 필요할까? 문득 말을 끊고 생각했다. ‘로봇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 목소리에 불안감이 섞인 걸 저 기계가 알아챘을까? 다른 사람은 나와 달리 활기차게 얘기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