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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김남주가 선택한 로에베 가죽백
[김미영의 브랜드 읽어주는 여자]
[104호] 2018년 12월 01일 (토) 김미영 kimmy@hani.co.kr

김미영 부편집장

   
▲ 로에베 게이트백을 착용한 고소영.

2018년 10월19일 ‘로에베’ 남성 컬렉션이 한국에 상륙했다. 서울 갤러리아백화점에 입점한 것. 스테디셀러인 ‘피셔맨 (진)팬츠’에 열광한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고급스러운 색감의 데님 밑단을 길게 말아 접은 형태로, 캐주얼이나 정장 어디에도 잘 어울려 시즌을 막론하고 로에베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동시에 브랜드를 처음 경험하게 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오죽하면 로에베는 몰라도 ‘피셔맨 팬츠’는 기억한다는 말이 있을까.

유구한 역사와 전통
로에베는 170여 년의 유구한 역사에도 루이뷔통, 구찌, 프라다 등의 브랜드에 비해 국내에서 인지도는 낮았다. 최근 배우 고소영, 김남주, 박민영 등이 드라마 <완벽한 아내>(KBS), <미스티>(JTBC), <김 비서가 왜 그럴까>(tvN)에서 로에베백을 들고 나오면서 ‘저 독특한 가방은 뭐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게이트백, 바르셀로나백, 퍼즐백, 해먹백 등 다양한 가죽 패턴을 여러 개 연결해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가 특징이다. 2018년 초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이방카가 입국 당시 해먹백을 들어 패션 마니아들 눈길을 끌했다.
 
로에베는 1846년 스페인 장인들이 마드리드 중심가인 지금의 에체가라이 거리에 연 가죽 액세서리 공방에서 시작됐다. 1905년 알폰소 13세가 왕실 공급 브랜드로 인증한 이래 스페인을 대표하는 가죽 명가다. 전세계 상위 3%의 최고급 가죽 소재, 장인 정신, 스페인 특유의 열정이 로에베만의 가치다. 오늘날 로에베는 1872년 독일 출생의 엔리케 로에베 로에스베르크가 마드리드에 정착해 가죽상점을 열고 여러 장인들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탄생했다. 지금 로고는 1970년 아티스트 빈센트 벨라가 네 개의 알파벳 ‘L’을 엮은 애너그램으로 만들었다.
 
최상급 가죽
로에베는 1892년 마드리드 거리 곳곳에 여러 매장을 열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1910년 바르셀로나에 입점했고, 꾸준히 사업을 확장했다. 1934년 엔리케 로에베 크나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939년 마드리드 중심부인 그란비아 8번가에 프란시스코 페레르 바르돌로메가 총책임자로 설계한 매장을 열었는데, 반원구형 창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로에베 매장이 되었다.
 
1950~60년대 로에베의 스페인 사무실과 매장은 하비에르 카르바할의 급진적인 건축 양식과 실내 장식으로 진보적인 국제 디자인의 표지판 구실을 했다. 1963년 영국 런던에 매장을 열고 이어 1970~80년대에는 아시아에 눈을 돌려 일본 도쿄와 홍콩에 진출했다. 국내에는 한화 갤러리아백화점,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3개의 매장이 있다. 
 
대표 제품은 송아지가죽 가방이다. 1945년 디자이너 페레스 데로자스가 처음 만들었다. 이 가방이 1950년대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 스페인 귀족 왕실과 관계 강화 수단으로 쓰인 일화는 유명하다. 1970년대에는 여성 기성복, 1972년엔 ‘L 로에베’라는 브랜드 향수를 론칭했다.
 
로에베는 오늘날까지도 모든 제품을 장인들이 직접 만드는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인 양성 교육 시스템을 갖추었다. 마드리드에 있는 메인 공방에서 장인 24명이 공예의 기본부터 현대적인 기술까지 동원해 명성을 담는 작업을 한다. 이 핵심 요소들은 핸드백, 기성복, 라이프스타일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너선 앤더슨은 강조한다. “자유로우면서 감각적인, 다양한 소재를 잘 어울리게 조합하는 것, 이것이 바로 로에베의 DNA다.” 
 
조너선 앤더슨
조너선 앤더슨은 영국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런던패션대학에서 공부를 마친 뒤, 2008년 자신의 이름을 딴 ‘JW앤더슨’으로 런던패션위크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여성복으로 영역을 확장해 정확한 커팅, 전통과 현대의 적절한 조합, ‘공유하는 옷장’ 아이디어 등으로 패션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디자이너였다. 그가 수장이 된 지 4년, 로에베 브랜드 전통과 스페인 감성 위에 참신한 개성을 더해 브랜드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비비앤 웨스트우드,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매퀸, 스텔라 매카트니 등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계보를 잇는 인물로 꼽힌다. 
 
앤더슨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로에베가 전혀 다른 브랜드로 보이길 원했다. 어설프게 몇 가지를 바꿔 젊어진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지 않았다. 기발하고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고 절제돼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유행에 뒤처져 무겁다고 평가받던 로에베를 로고와 애너그램까지 새로 단장했다. 코끼리와 판다 모양 크로스백 등을 선보이며, 재기 발랄하고 스타일리시한 브랜드로 이미지를 끌어올렸다. 특히 그가 속속 선보이는 퍼즐백, 게이트백, 해먹백 등은 독특한 디자인과 입체적인 무늬, 크로스백부터 클러치까지 활용 가능해 독창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젊은 패션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 로에베는 영국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가 선정한 넘버원 베스트 리브랜딩 브랜드로 선정됐다. 2015년에는 영국패션협회가 주최하는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남성복과 여성복 디자이너 부문을 동시에 수상했다. 2016년에는 여성 패션 잡지 <보그>가 선정한 가을/겨울(F/W) 16 베스트 컬렉션으로 선정되는 등 전세계 패션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조너선 앤더슨에게 가장 무서운 일은 ‘예측 가능한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젊음과 패기로 자기복제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앤더슨의 로에베가 더욱 기대된다.

* ‘94학번’으로 1990년대 중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추구하던 동시대의 문화를 자신만의 개성으로 추구하던 ‘X세대’ 문화를 직접 겪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처럼 신세대의 마음가짐으로 젊고, 멋스럽게 나이 들기를 바란다. 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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