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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독일로 되돌아온 ‘스마트 공장’
[Business] 로봇이 만든 제조혁신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알렉산더 융 economyinsight@hani.co.kr

기업들이 독일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오랫동안 생산공장이나 일자리는 임금이 싼 해외로 이전됐다. 지금은 트렌드가 바뀌었다. 독일에서 생산을 한다. 과거와 달리 사람이 아닌 로봇이 일을 한다.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피겔> 기자
 
   
▲ 자동차 등 대규모 산업에만 도입됐던 로봇이 지금은 소형 가전, 운동화, 의류 등의 제조업체까지 확대되고 있다. REUTERS
말투를 들어보면 볼프라트 베흘러(52)는 독일 남부 지방 슈바벤 출신임이 분명하다. 그는 ‘China’의 ‘ch’를 ‘k’에 가깝게 발음했다. ‘히네지엔’(Chinesien·1900년대 초반 중국을 칭하던 독일어)을 ‘키네지엔’이라고 했다. 이런 발음은 중국을 폄하하는 것처럼 들린다.
 
세계화 ‘오프쇼어링’
베흘러는 괴핑겐에 있는 모형기차 제조사인 메르클린(Märklin)의 기술 총책임자이다. 1990년부터 일했는데 중국에서 모형기차 생산 업무를 많이 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는 단호하게 “중국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했다.
 
10여 년 전 메르클린은 ‘메뚜기떼’ (2000년대 중반 프란트 뮌터페링 사회민주당 당수가 기업을 점령해 단물을 빨아먹고 달아나는 금융투자가들을 칭한 말)라는 금융투자가들 손에 넘어갔다. 그들은 “동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수많은 생산시설이 괴핑겐을 떠나 중국으로 이전됐다. 임금을 줄이기 위해서였지만, 덩달아 품질도 낮아졌다. 그 결과 베흘러는 2009년 초반 회사생활 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메르클린이 파산한 것이다.
 
4년 뒤 메르클린은 퓌르트에 본사를 둔 장난감회사 짐바디키(‘보비 카’로 유명)와 손잡고 새롭게 도약했다. 공교롭게도 중국 생산을 접은 이때부터 사업이 잘되기 시작했다.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졌다. 현재 메르클린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하는지 살펴보면 그 변화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베흘러가 작업장에서 증기기관차 모델의 증기보일러를 상자에서 꺼내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울퉁불퉁한 부분도 깎아내야겠군요.” 그가 메르클린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는 일에 12명 이상이 매달렸다. 이후 중국 노동자가 이 공정을 맡았다. 지금은 독일 본사에서 로봇이  한다.   
 
중국으로 갔던 공장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는 메르클린의 생산라인이 걸었던 길이지만, 다른 독일 회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수년 전 독일 회사들은 임금이 낮다는 이유로 생산라인을 동유럽과 아시아로 이전했다. 이윤 창출을 위해 독일에서 탈출한 것이다. 지금은 다시 독일에서 생산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을 ‘리쇼어링’(Reshoring)이라고 한다. 생산기지의 외국 이전을 지칭하던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말이다.
 
리쇼어링은 기술 발전 덕에 가능했다. 이제까지 로봇은 주로 대규모 산업에만 쓰였다. 예를 들어 자동차공장은 오래전부터 로봇을 이용해 부품을 조립했다. 이제는 중간 규모 산업에서도 로봇이 쓰인다. 괴핑겐의 메르클린에서 생산되는 증기기관차 보일러 크기는 10㎝ 남짓이다. 로봇팔이 주조된 증기보일러를 잡아 빙글빙글 도는 솔에 가져가 표면을 매끈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센서를 통해 표면에 가해지는 압력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알아낸다. 그다음 기계는 순식간에 보일러를 돌려 다음에 다듬어야 하는 부분을 찾아 작업한다. 일은 과거보다 빨라졌다. 비용도 더 적게 든다.
 
오랫동안 사람 손으로만 가능했던 일을 현재는 로봇이 한다. 해가 갈수록 로봇 가격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6개 축이 달린 로봇팔 하나가 2만유로(약 26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노동자 한 명의 한 해 임금보다 적다. 돌연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가 수익성을 가졌고, 기업은 하나둘 독일로 되돌아왔다.
 
   
▲ 아디다스는 독일 안스바흐에 있는 로봇의 고장 ‘스피드 팩토리’에서 3차원(3D) 프린터로 합성수지 신발 밑창을 만든다. 로봇이 만든 운동화를 검수하는 노동자. REUTERS
세계화에 역행 ‘리쇼어링’
10년 전 보훔 공장 문을 닫았던 노키아는 다시 독일에서 휴대전화를 생산한다. 지멘스 자회사였던 기가세트는 ‘GS185’ 모델을 보홀트 공장에서 생산한다. 펌프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빌로는 새로운 생산기지로 여러 곳을 고려했다. 결국 후보 지역이던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탈락시키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기계 제조업 중심지 도르트문트를 선택했다. 
 
아디다스는 30년 만에 독일에서 다시 신발을 생산한다. 2017년 판매한 4억 켤레 중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수년 안에 독일 로봇 공장에서 100만 켤레의 스포츠화를 생산할 계획이다. 아디다스는 안스바흐에 있는 로봇 고장인 ‘스피드팩토리’에서 3차원(3D) 프린터가 합성수지로 된 신발 밑창을 만든다. 이 밑창은 주문자 발에 맞춰 생산된다. 로봇의 도움으로 각 신발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으로 제작된다.  
 
이렇게 첨단 기술이 도입된 공장에서는 임금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전체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남짓이다. 기업이 망설이지 않고 임금이 높은 지역을 선택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보슈는 신규 칩 생산 지역으로 아시아가 아닌 드레스덴을 선택했다. 드레스덴 공장에 수십억유로를 투자했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보슈 자회사인 보슈앤드지멘스(BSH) 가전도 독일 공장을 확장했다. BSH 가전은 2018년 초 깅겐에서 자동화 생산라인을 새롭게 가동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냉장고는 중국으로 운송된다. 과거 오프쇼어링의 선두 주자였던 섬유산업도 아시아에서 다시 독일로 돌아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유럽 의류회사 구매 책임자 중 3분의 1이 자동화 덕분에 리쇼어링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임금 국가들이 생산비 절감이라는 잠재력을 이미 소진해버린 것도 한 이유다.
 
세계화는 활력을 잃어버렸다. “세계화라는 이데올로기를 혐오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유엔에서 재차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재 때문이 아니다. 이 상황을 이끌어낸 것은 첨단기술로 만들어진 기계들이다. 이 기계들이 전세계 교역의 동력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리쇼어링의 진행 정도는 측정할 수 있다. 카를스루에대학에서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정기적으로 독일 기업이 어디에서 상품을 생산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15~20년 전보다 해외 생산을 하는 기업이 더 줄었다. 반대로 다시 독일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점점 늘고 있다. 디지털화에 앞선 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독일로 다시 돌아오는 배경에는 확실한 상관관계가 있다.
 
뮌헨대학 경제학자인 달리아 마린은 이 상관관계를 연구한다. 그는 명확한 명제를 내놓았다. “산업화한 국가에 더 많은 로봇이 도입될수록 해외로 나가는 생산업체가 줄어든다. 심지어 다시 자국으로 생산시설을 들여온다.”
 
독일은 로봇이 제품 생산에 많이 관여하는 나라다. 노동자 1천 명당 로봇 31대가 도입됐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로 한국(63대), 싱가포르(49대)에 이어 전세계 3위를 차지한다. 19대로 7위에 그친 미국 기업은 생산라인을 다시 미국에 들여오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에 애걸하거나 위협하는데도 말이다.
 
달리아 마린에 따르면, 독일 기업은 2011년부터 리쇼어링이 나타났다. “금융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업들이 생산공장을 자동화하거나 디지털화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임금이 싼 나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것이 이득이 되지 않았다.”
 
   
▲ 수년 전 임금이 낮은 중국 등 동유럽과 아시아로 제품 생산라인을 이전했던 독일 기업들이 다시 독일로 되돌아오고 있다.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REUTERS
로봇이 바꾼 공장
10여 년 전 독일 기업이 국외에 생산기지를 만든 것은 비용과 이득 때문만이 아니었다. 자동차산업이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전한 배경에는 당시 그 지역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재 독일 기업이 중국이나 동유럽에 이별을 고하는 이유는, 이들 국가가 여러 장애물을 과소평가한 데서 기인한다. 대화와 협상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컨테이너로 상품을 이동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만 아니라 품질도 나빴다.
 
저임금 지역들의 임금도 지속적으로 올랐다. 1990년대 낮은 인건비는 ‘왜 한 산업이 전세계에 걸쳐 있어야 하나?’라는 논의를 중점적으로 이끌어낸 바 있다. 뮌헨대학 경제학 교수인 한스 베르너 진은 이 현상을 ‘바자 경제학’(Basarökonomie)이라는 용어로 지칭했다. 그와 동료들은 독일이 이런 현상 때문에 이득이나 손해를 봤는지 논쟁했다.
 
논쟁은 오래 지나지 않아 현실 상황에 의해 수그러들었다. 중국 노동자 임금이 해마다 평균 10%씩 상승했다. 상하이의 최저임금은 이미 루마니아의 최저임금 수준에 이르렀다. 기계를 사용하는 생산 방식은 과거의 비용 우위를 사라지게 했다. 로봇이 대거 도입되면서 싼 인건비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 과거에는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오프쇼어링’이 성행했지만 요즘에는 다시 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리쇼어링’이 확대되고 있다. 로봇 등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 공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REUTERS
‘사회 불평등’ 부작용
메르클린은 증기기관차 모델의 겉면을 다듬는 데만 로봇을 활용하지 않는다. 로봇은 프레스기에서 주조된 기차를 옮기고 표면을 간다. 모델에 색상과 무늬를 입히고, 아연으로 된 몸체에 작은 구멍을 내기도 한다. 어떤 기차 모형에는 300개 이상 작은 구멍이 필요하다. 기계는 과거 인간이 하던 대부분의 일을 해낸다. 매니저인 베흘러가 28년 전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슈투트가르트 거리의 생산라인에서 1200명이 일했다. 현재는 140명 남짓이 기계를 관리할 뿐이다.
 
독일로 공장이 되돌아오고는 있지만, 이 사실만은 명확하다. 독일에서 일어나는 리쇼어링이 일자리 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호엔하임대학 경제학자인 클라우스 프레트너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단순 작업을 하는 노동자는 이제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프레트너와 그의 동료들은 제품이 다시 독일에서 생산될 때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오직 고급 인력만 살아남고 고임금 직업이 늘어난다. 단순 작업을 하는 일자리는 극소수만 남는다.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에서 신발의 작은 구멍에 끈을 통과시켜 매듭을 묶는 작업이 그것이다. 아직 로봇은 이 일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 프레트너는 리쇼어링이 사회 불평등을 가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현상은 시작일 뿐이다. 아직 사회 불평등의 끝까지 가지 않았다.”
 
사람과 기계는 종종 조화롭게 서로를 보완한다. 흔히 코봇(Cobot)이라는 협력 로봇이 노동자와 함께 과제를 해결한다. 하일브론에 있는 헤드폰 회사 바이어다이나믹에서는 직원 3명이 얇은 막에 액체를 분사해 코팅하는 일을 한다. 과거에는 같은 동작을 하루 2천 번씩 사람이 반복해야 했다. 코팅이 어떤 때는 두껍게, 어떤 때는 얇게 됐다. 코봇이 사람을 도와 액체를 분사한 뒤에는 품질이 일정해졌다. 에드가 판 펠젠 사장은 “생산성이 50%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동종 분야 경쟁사들이 아시아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사실이 의아할 뿐이다. “생산 가격만 고려해 이전했겠지만, 아시아에서는 예기치 못한 난관에 자주 부딪친다.”
 
기업이 작업 현장을 디지털화할 때 이득을 보는 쪽은 유니버설로봇, ABB, 쿠카 등 로봇 제작업체다. 쿠카 아우스부르크 본사를 보면, 미래 공장이 어떤 모습일지 짐작할 수 있다. 운반차량이 자율적으로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로봇 4개로 이뤄진 작업대에 철판을 배달한다. 번쩍거리는 로봇팔들은 제품을 만드느라 팔을 굽히고 있다. 작은 전송기를 단 로봇팔들은 작업 부분을 식별하고, 용접 부위를 세분화해 제 위치에 놓는다. 쿠카 쪽은 스마트팩토리 안에서는 아주 작은 단위의 생산라인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모델을 바꾸는 일도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다.
 
이렇게 고도로 유연한 제조 방식은 저임금 지역이 선호되는 이유였던 비용상의 장점도 다른 관점에서 보게 한다. 중국은 저임금이라는 패를 쓸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중국은 그 패를 이용해 1990년대 급격한 산업화를 이뤘다. 다른 신흥국가들은 이제 중국처럼 할 수 없다. 너무 늦었다. 아프리카 국가에 불운이 아닐 수 없다.
 
개발도상국 국민은 저임금 노동력 제공만으로는 더 이상 이득을 볼 수 없다. 현재 로봇은 더 빨라지고, 더 저렴해지고, 더 유연해지며, 더 믿음직스러워지고 있다. 
 
로봇이 개발도상국을 세계경제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돕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자동화 기회를 활용할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 방글라데시 청바지 생산업체처럼 말이다. 과거에는 이곳에서도 노동자들이 엄청난 양의 물과 화학약품을 이용해 청바지의 스톤워시 효과를 만들었다. 낡아 보이지만 세련된 효과를 내기 위해 20분이나 그 일을 해야 했다. 이제 기계가 맡아서 한다. 레이저가 천을 살짝 태우는 것만으로 낡게 만드는 효과를 90초 안에 낼 수 있다. 더는 사람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된다.  
 
* 2018년 10월호 종이잡지 66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40호
Einmal China und zurück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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