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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없는 EU 이탈 불안감 영 ‘출구전략’ 반발 잇따라
[Issue]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마리옹 루 economyinsight@hani.co.kr
마리옹 루 Marion L’hou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8년 10월3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의 기조연설에서 자신의 브렉시트 구상인 ‘체커스 계획’ 지지를 호소했다. REUTERS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결렬된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2018년 8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협상 결렬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의식한 듯 “어설픈 합의를 하느니 차라리 협상 결렬이 낫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 발언은 경제 침체 가능성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재무성 연구를 인용해 영국이 유럽연합과 어떤 협정도 체결하지 못하고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앞으로 15년 동안 현재 대비 7.7%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영국과 유럽연합의 무역 관계는 2019년 3월29일부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의해서만 조정된다. 영국은 유럽연합 무역에서 관세율, 수입통제, 수출입 쿼터 규정만을 적용받아 자본·상품·서비스·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혜택을 더는 누릴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소시에테제네랄 영국 지사의 수석경제학자 브라이언 힐리아드는 “브렉시트 협상 결렬은 거의 재앙이나 다름없다”며 “영국 경제 전체가 불확실성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도 이른바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 때 앞으로 3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35% 떨어지고 파운드화가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년 8월 노딜 브렉시트 때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이 장기적으로 1.5% 하락하고, 고용률은 2.7%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영국 정부는 협상 결렬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7월7일 ‘체커스 계획’(상품 교역은 자유롭게 하되 사람과 서비스의 이동은 단속 -편집자)을 최종안으로 제시했으나 유럽연합 회원국은 9월20일 유럽이사회에서 단호히 거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상품·서비스·자본·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단일시장의 통합성을 준수하지 않는 영국의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양쪽은 2018년 11월까지 잠재적 합의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렇게 마련된 합의안은 탈퇴 시한 전까지 영국 의회, 유럽연합 이사회, 유럽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브렉시트 협상에서 양쪽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쟁점은 무엇일까?
 
1. 아일랜드 국경 문제
“맞은쪽 언덕 보이시죠? 저기가 바로 아일랜드 도니걸이에요.” 북아일랜드 데리에 있는 공장 창고를 둘러보던 플레밍 농업사 사장 조지 플레밍이 손가락으로 멀리 보이는 언덕을 가리켰다. 그에 따르면 플레밍 농업사는 도니걸 의존도가 크다. 공장 직원 대부분이 도니걸 주민이며, 기초 설비의 일부 자금도 도니걸에서 대고 있다. 브렉시트의 가장 복잡한 매듭은 바로 이곳,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독립 주권국가인 아일랜드공화국 국경 지대에 있다. 
 
현재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에는 이동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다. 그러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양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노딜 브렉시트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나라가 아일랜드다. 아일랜드의 국내총생산이 장기적으로 4%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적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 국경에 통제소가 다시 설치되는 것을 유럽연합도, 영국도 원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양쪽의 골칫거리였던 아일랜드 분쟁을 종식한 1998년 ‘성 금요일 협정’을 계기로 폐쇄된 국경통제소 부활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분쟁의 불씨를 재점화할 위험이 있다. 메이 총리가 체커스 계획에서 △유럽연합과 북아일랜드의 물리적 국경선을 긋지 않을 것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완전히 보장할 것 △상품 교역에 한해 일종의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할 것 △양쪽 교역에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각각 세금을 거두는 이중관세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제안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제3국에 관세·재정 규칙을 위임할 수 없는 유럽연합 27개 회원국들로서는 영국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 유럽연합 쪽 브렉시트 협상 대표 미셸 바르니에는 북아일랜드가 당분간 유럽연합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남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섬 사이에 일종의 국경선이 그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메이 총리가 의회 다수석 유지를 위해 연정 파트너로 선택한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통합당(DPU)의 반대가 거세다. 9월20일 유럽 이사회의 결정이 알려지자 메이 총리는 아일랜드 문제 해법과 관련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 2018년 10월17일 북아일랜드 신페인당 당원들이 벨파스트 스토몬트 외곽에서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2. 예고된 무질서
요가 물품을 판매하는 회사 수키슈푸의 설립자인 캐롤라인 화이트는 노딜 브렉시트가 원자재 가격을 올려 회사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키슈푸는 유럽에서 원자재를 수입한다. 그러나 영국과 유럽의 관세 인상이 노딜 브렉시트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영국 리즈대학 경제학과 명예교수 맬컴 소이어도 브렉시트 협상 결렬로 2018년 3월 이후 관세를 문다고 해도 관세율 자체는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재무성 분석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로 관세 당국에 내야 할 신규 신고의 비용이 연간 220억유로(약 28조5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유럽 대륙과의 교역 관문인 도버항에 어마어마한 체증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일시적으로 생필품 부족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영국은 식료품의 30%를 유럽연합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회사 그린코어 사장 패트릭 코브네이는 식료품 품귀 현상이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했다. 영국 경찰은 식료품이나 의약품 부족으로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체커스 계획에서는 농산물 가공식품과 공산품에 한해 영국과 유럽연합 사이에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제안했다. 그 반대급부로 영국은 유럽연합의 몇몇 규칙을 적용하고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을 ‘고려할’ 방침이다. 그러나 유럽연합 협상 대표 미셸 바르니에는 농산물과 공산품의 자유무역지대 창설은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정 상품군에 한정한 자유무역지대 존재가 단일시장 통합성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체커스 계획은 브렉시트 반대파뿐만 아니라 찬성파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브렉시트 찬성파인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체커스 계획이 영국을 유럽연합 규칙에 예속된 ‘봉토 국가’로 전락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브렉시트 찬성파는 노딜 브렉시트로 영국이 관세 주권을 가져올 수 있고 유럽연합을 통하지 않고도 다른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수 있다며, 오히려 노딜이 영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맬컴 소이어 교수는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가 영국보다 유럽연합과의 FTA를 더 선호할 것이라며 이런 주장에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경제학자 브라이언 힐리아드는 “진짜 문제는 서비스 부문”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서비스 부문은 영국 경제의 80%를 차지한다. 소이어 교수도 체커스 계획이 서비스 교역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금융산업이 가장 문제다. 이대로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영국 금융기관은 유럽연합 회원국 어디에서라도 자유롭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이른바 ‘유럽 패스포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영국은 대안으로 일종의 ‘동등지위 시스템’을 제안한 상황이다. 이는 유럽과 영국의 관련 법령이 유사하다면 영국 금융기관이 유럽연합 회원국에 유럽연합 법에 따른 지사를 설립하지 않고도 해당 국가의 기업·개인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허가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가 자국 은행의 영국 지사를 철수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이런 타협안이 유럽이사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노딜 브렉시트는 금융비용도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은행들이 공동지급 시스템 접근 권한을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대륙에 사는 100만 영국 국민은 은행 거래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 불편은 영국 금융기관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부분이 유럽연합의 협상 유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2018년 10월17일 유럽연합 브렉시트 협상대표 마이클 바니어 집행위원(가운데)이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주례 회의에 참석해 동료들과 얘기하고 있다. REUTERS
3. 사람 이동의 제한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에 찬성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유럽연합 회원국 간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기 원했기 때문이다.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 흐름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컸다. 체커스 계획도 “영국은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 원칙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고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 수의 통제권을 되찾는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도 유럽연합과의 모든 협정은 “영국과 유럽연합 국민이 양쪽 영토에서 자유롭게 여행하고, 공부하고, 일할 수 있도록 역외 이동에 대한 기본 합의를 포함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 합의가 거주 이동 자유에 대해 모호한 견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럽연합은 단일시장에서 4대 이동의 자유(상품·사람·자본·서비스)를 따로따로 분리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반면 이주민 통제에 대한 영국 정부의 방침은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다.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 탈퇴에 찬성투표를 한 국민 뜻을 받드는 한편, 유럽연합 노동력에 대한 접근은 유지하겠다는 견해다. 몇몇 부문에서 인력난이 심각해 유럽의 노동력이 절실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의료 부문이 대표적이다. 전국 병원에서 간호사 부족이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 4만2천 명이 부족하다.
 
4. 브렉시트 청구서
메이 총리는 협상이 결렬되면 영국이 유럽연합에 400억유로(약 52조원)에 이르는 이른바 ‘브렉시트 청구서’ 비용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렉시트 청구서란 그동안 영국이 유럽연합에 약속한 재정 기여의 청산 비용을 뜻한다. 영국은 유럽연합 예산 순기여국이기에 지급을 거부하면 유럽연합 계정은 적자로 전환될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를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프랑스의 나탈리 루아조 유럽연합 담당장관은 “영국의 재정 기여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이라며 “만약 해당 비용을 내지 않는다면 영국은 유럽기금에 손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유럽연합 예산에 기여한 대가로 유럽기금에서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면 영국의 유럽기금 사용은 2019년 3월29일 자로 중단된다. 루아조 장관에 따르면, 영국은 유럽기금의 연구·개발 분야 최대 수혜국이다. 영국 과학자들과 학계의 우려가 커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국과 유럽의 브렉시트에 대한 관점은 대칭적이다. 최상의 해법은 합의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협상 결렬과 그에 따른 결과에도 대비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영국은 잃을 것이 많다. 반면 유럽연합은 사실상 잃을 게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소이어 교수의 설명이다. 유럽연합은 역학관계에 비춰 영국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커스 계획은 또 다른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 우선 노동당은 자당 의원에게 의회 투표 때 합의안에 반대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수십 명의 보수당 의원조차 강성 브렉시트 찬성파인 보리스 존슨을 좇아 합의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메이 총리가 제시한 출구전략의 가장 큰 위협은 외부가 아니라 영국 안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 2018년 11월호 종이잡지 76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10월호(제383호)
Le Brexit, un exercice d’équilibrism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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