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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구력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경제와 책]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서유라 merry_seo@naver.com

서유라 역자

<인듀어>
알렉스 허친슨 지음 | 서유라 옮김 | 다산초당 펴냄 | 1만9800원
 
우리는 살면서 종종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 소식을 듣는다. 그들은 두 다리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을 오르고, 산소통도 없이 심해로 잠수하며, 트랙과 매트와 필드 위에서 인간으로서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을 낸다. 이렇게 빛나는 성공과 그 뒤에 따라붙은 눈물겨운 노력의 이야기는 듣는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영감을 선사한다. 
 
   
 
우리는 옹이 진 나무뿌리처럼 울퉁불퉁하게 변형된 박지성 선수의 발 사진에 벅찬 감동을 느끼고, 오랜 세월 한쪽 다리로만 몸을 회전(스핀)하느라 척추가 뒤틀렸다는 김연아 선수의 고백에 먹먹한 감탄사를 내뱉는다. 타고난 재능과 남다른 신체 조건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세운 놀라운 기록에 지구력이 큰 몫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발휘하는 지구력은 얼핏 봐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과 차원이 다르다. 초록불의 깜빡임이 꺼지기 전에 6차선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는 것만으로도 점심에 먹은 김치찌개가 역류하는 우리가 아닌가. 이런 우리의 비루한 지구력을 아시아인으로서 프리미어리그 최다 골을 기록하고, 피겨스케이트 역사상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며 세계 신기록을 세운 초인과 비교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민망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일종의 불온 행위로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인듀어> 저자 알렉스 허친슨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그가 제시하는,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과 평범한 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바로 ‘육체적 지구력’과 ‘정신적 지구력’의 밀접한 관계성이다. “지구력은 인간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인 동시에 악을 써대는 아이들과 함께 국제선 항공기의 이코노미 좌석에 끼어 있을 때 정신을 잃지 않게 해주는 힘이기도 하다”는 도입부 문장은, 지구력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생리학자와 심리학자의 관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맨 처음 이 부분을 번역할 때, 나는 무릎을 탁 치는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싶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마라톤과 이코노미석 비행에 공통적으로 참을성이 필요하다는 사실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근육이 불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끝없이 다리를 내딛는 노력과 좁다란 좌석에 끼어 이성의 끈을 붙잡으려 애쓰는 노력이 질적으로 같다는 주장이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책이 한 챕터씩 진행되는 동안 저자가 보여주는 육체적 지구력 사례는 점점 더 극단을 향해 치닫는다. 맨몸으로 1600㎞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이나 자전거로 4천㎞를 질주하는 울트라트레일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마라톤과 사이클과 수영을 번갈아 해가며 4500㎞ 이상을 주파하는 더블데커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지구력을 떠나서 과연 그들과 내가 같은 인간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쭉 따라가면서, 나는 육체적 지구력과 정신적 지구력이 같은 동전의 앞뒷면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열렬히 지지하게 되었다. 42.195㎞는 고사하고 4.2195㎞도 달리지 못하는 나지만, 적어도 ‘참을 인’ 자를 새기며 이코노미석에 구겨져 있는 동안 내가 발휘하는 지구력은 여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아니, 굳이 비행기를 타러 갈 것도 없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흰 조각구름이 살포시 떠다니는 이 청명한 가을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먹고살기 위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마라톤 완주에 버금가는 지구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나만의 감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이 책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산을 오를 때 필요했던 지구력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구력과 다르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일이며 공부며 육아며 사회생활을 묵묵히 견디고 있는 당신 또한 마찬가지다. 당신은 날마다 자신만의 히말라야를 정복해가고 있으며, 이는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이다. 
 
혹시라도 그 자부심의 과학적 근거를 확인하고 싶다면, 한 걸음 나아가 타고난 지구력을 강화하는 다양한 훈련 방법을 접하고 싶다면, 알렉스 허친슨의 <인듀어>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사이트 책꽂이
 
   
 
경제학의 모험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 김진원 옮김 | 부키 펴냄 | 2만원
이 책은 경제학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얘기하지만, 경제학을 공부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거 경제학자들의 통찰은 여전히 살펴볼 가치가 있지만, 경제학 역사를 애덤 스미스에서 주류 경제학까지 좁고 단조롭게 가르치던 관행은 이제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문제도 경제학도 그보다 깊고 넓기 때문이다.
 
 
 
 
   
 
빚의 만리장성
디니 맥마흔 지음 |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펴냄 | 1만6800원
중국에서 경제 전문 언론인으로 10여 년 활동한 저자는 번영이라는 환상 이면에 숨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떠받치는 어마어마하게 쌓인 부채와 실상을 보여준다. 새로 지은 텅 빈 도시들, 무용지물로 전락한 국가개발 사업, 복잡하게 뒤얽힌 그림자금융 시스템 등을 예로 들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정부가 왜 이런 낭비를 멈추지 못하고 쩔쩔매는지도 보여준다.
 
 
 
 
   
 
파괴적 혁신 4.0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지음 | 김태훈 옮김 | 세종서적 펴냄 | 1만6천원
저자가 1995년부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은 글을 책으로 펴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이 처음 소개된 글에서 이 이론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주요 전환점을 되짚어보고, 미래 전망까지 살펴보는 글 11편이 실렸다. IBM·제록스·애플 등을 통해 파괴적 혁신 이론을 소개한 초기 글과 우버택시 예를 들며 파괴적 혁신의 적용을 얘기한 최근 글까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경제 읽어주는 남자
김광석 지음 | 더퀘스트 펴냄 | 1만7천원
‘미-중 무역전쟁에 한국 경제 비상’ ‘개성공단 다시 열릴까?’ ‘경제는 회복세인데 청년 실업자가 다시 늘어나는 진짜 이유는?’ 경제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보니 외면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해하긴 더 어려운 기사들이다. ‘오마이스쿨’과 유튜브 등에서 ‘경제 읽어주는 남자’로 활동하는 김광석 이코노미스트가 경제 뉴스를 쉽게 해설해주고, 보통 사람의 가계경제는 어떤 전략을 짜는 게 현명한지 알려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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