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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소득이 초래한 ‘사유화의 비극’
[Special Report]주택 소유자 사회
[8호] 2010년 12월 01일 (수) 김윤상 economyinsight@hani.co.kr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1980년대부터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정부 축소+시장 확대’가 대세로 자리잡아왔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이런 일방적인 흐름에 다소 제동이 걸리는 듯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시장 중시의 배경에는 개인의 사익 추구가 공익에 기여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믿음이 있다. 오늘날 ‘보이지 않는 손’의 은유는 신자유주의 진영의 슬로건으로서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스미스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그는 자신만의 이익을 의도하지만 이때도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한 목적에 기여한다.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도모할 때보다 공익을 더 효과적으로 증진시키는 경우가 많다.”(<국부론>)
최근 유행하는 법경제학도 스미스의 비유를 강화한다. 법경제학의 거목인 로널드 코스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없다면 외부 효과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재산권을 설정함으로써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연구는 이후 ‘코스 정리’(Coasian Theorem)로 불리면서 사유화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근거로 떠올랐다. 코스 정리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종래 정부가 개입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온 외부 효과 문제도 재산권을 설정해 시장에 맡길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됐다. 사유화를 선호하는 쪽에서는 코스 정리의 이런 측면을 부각시킨다.
   
2007년 4월 주택매매가격 하락 속에서 서울 가락동 시영아프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와 월세 매물이 잔뜩 붙어 있다.

신자유주의 쪽에서는 애써 외면하려고 하지만, 사유화는 나름의 문제가 있다. ‘사유화의 비극’이라고 부를 만한 심각한 문제다.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하나는 투기적 불로소득이 발생해 경제 파탄이 초래될 수 있다는 문제고, 다른 하나는 사적 재산권 보호가 너무 강하거나 세분될 때에는 전체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다. 이 중에서 최근에 불거진 ‘전세 대란’과 관련해서는 토지 사유화로 발생하는 불로소득 문제만 언급해도 충분하다.

사유화에 대한 지독한 믿음
원래 공유지였던 토지를 사유화하면 불로소득이 두 경우에 발생한다. 하나는, 공유지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받지 않고 사적 권리를 설정해줄 때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또 하나는, 설정한 권리를 거래하는 시장이 불완전할 때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시장이 완전하다면 모든 미래의 사정이 매매가격에 반영되지만 현실의 시장은 불완전하고, 특히 장기적 미래에 대한 정보는 불완전하기 그지없다. 그 결과 매매가격에 미래의 사회 변화가 모두 반영되지 못해 불로소득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토지소유권’이라는 특권을 얻기 위한 경쟁, 즉 ‘지대 추구 행위’(Rent-seeking Behavior)가 발생한다. 지대 추구 행위는 형평성뿐만 아니라 효율성 문제도 일으킨다.
또한 토지를 소유할 때 상당한 불로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불로소득을 얻기 위한 수요가 발생한다.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와 구분해 이런 수요를 ‘투기적 가수요’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투기적 가수요가 경쟁적으로 발생하면 ‘경쟁’ 때문에 불로소득 규모가 더 커지고, 이는 다시 투기적 가수요를 촉발한다.
투기적 가수요가 일으키는 중요한 폐해 세 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불로소득은 생산적 노력과 기여에 대한 보상이 아니므로 분배 정의를 훼손한다. 둘째, 자원이 투기 대상이 되면 이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불로소득을 얻기 위해 거래되기 때문에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해된다. 셋째, 거품의 형성과 붕괴를 통해 경제 전반의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 1990년대의 일본, 2007년 이후의 미국처럼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비극이 좋은 예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인 사유화가 새로운 비극을 낳는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사유화가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지 않도록 하려면 토지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시장에서 사익 추구가 공익 증진으로 이어지려면, 공급자가 수요에 맞춰 공급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공급자의 사익 추구가 수요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오를 때 공급이 늘어난다면 가격이 도로 내려감에 따라 수요도 충족되고 가격도 안정된다. 즉, 보이지 않는 ‘좋은’ 손이 작용해 사익 추구가 공익에도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절할 수 없는 물자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토지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토지시장의 ‘공급’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음을 지적해둔다. 하나는 존재량 또는 이용 가능한 총량이라는 의미고, 다른 하나는 처분을 위해 시장에 나오는 양이다. 이를 각각 ‘존재량으로서의 공급’ ‘출시량으로서의 공급’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존재량으로서의 공급이 자원 배분에 아무런 작용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수요 변화에 맞는 공급의 증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출시량으로서의 공급도 토지 매매 시장에서는 자원 배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오르면 기존 소유자가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각을 기피하고, 반면에 매입 수요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가격이 내릴 때 기존 소유자는 빨리 매각하려 하고 매입 수요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매매시장에서 출시량으로서의 공급과 수요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시장을 교란한다. 토지 매매 시장에서는 스미스의 기대와는 달리 보이지 않는 ‘나쁜’ 손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나쁜’ 손
지대의 존재는 토지의 효율적인 배분에 도움이 된다. 동일한 토지에 대해 높은 지대를 지급하려는 수요자는 대체로 토지를 더 잘 사용할 사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자의 역할이 없기 때문에, 지급된 지대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무관하다. 지급 금액을 제3자에게 주거나 땅에 파묻더라도 효율적 배분을 해치지 않는다. 스미스도 “지대를 지주에게 귀속시키지 않고 정부가 징수해도 경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토지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서는 수요자가 적절한 대가, 즉 지대를 지급하게 하는 장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1995년 3월 경제민주모임 회원들이 ‘전세값 상한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토지 재산권의 내용도 인공물에 대한 재산권과는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흔히 재산권을 소유권과 동일시하는데, 코스도 재산권을 소유권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소유권은 재산권 중 가장 강력한 권리로서 사용권·수익권·처분권의 세 권리를 포함하지만, 토지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중 사용권이며 때론 처분권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토지 가치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효율적 배분과 무관하므로 토지 가치 수익권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토지 재산권에 토지 가치 수익권을 포함시키면 앞서 지적했듯이 오히려 불로소득으로 인한 새로운 비극을 야기한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최근에 벌어진 ‘전세 대란’을 풀이해보자. 우선 수요 측면을 보자. 주택 수요는 매입수요와 임차수요로 구성된다. 부동산 경기 전망이 좋으면 매입수요가 늘어나고 임차수요가 줄어든다. 그래서 매매가격은 상승하고 임대료는 하락하며, ‘전세금/매매 가격’ 비율이 낮아진다. 반대로 부동산 경기 전망이 나쁘면 매입수요는 줄어들고 임차수요가 늘어난다. 그래서 매매가격은 하락하고 임대료는 상승하며, ‘전세금/매매가격’ 비율이 높아진다. 다음으로 공급 측면을 보자. 여분의 주택을 가진 소유자는 매각과 임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경기 전망이 좋으면 당연히 매각보다는 임대를 택하므로 임대공급은 늘어나고 매각공급은 줄어든다. 반대로 경기 전망이 나쁘면 소유자가 빨리 매각하려고 해 매각공급은 늘어나고 임대공급은 줄어든다.
 
‘전세 대란’과 토지 보유세 강화
이런 이치를 생각하면, 최근 전세가격이 오르는 ‘전세 대란’은 쉽게 이해된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고 다들 생각하기 때문에 임차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임대공급은 줄어들기 때문에 전세금이 폭등하는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넘치는데 전세 대란이 일어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여분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전세를 놓는 사람이 흔히 생기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빈집이 전세 공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부동산 불로소득을 없애서 보이지 않는 ‘좋은’ 손이 작용하게 해야 한다. 불로소득이 없는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소유와 임대차 간에 수익성의 차이가 사라진다. 그러므로 매입·임차 또는 매각·임대 중 한쪽으로 쏠리는 일도 없다. 소유와 임대차 간에 차이가 있다면 ‘권리의 안정성’이라는 법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임차주택은 계약 조건과 소유자의 요구에 따라 비워주어야 할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주택을 매입해 전세를 놓을 때 소유자가 얻을 수 있는 불로소득은 다음과 같다(실은 전세를 놓지 않고 자신이 살더라도 마찬가지다).

불로소득 = (매각가격-매입가격) + (전세금에 대한 이자-매입가격에 대한 이자)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로 구성되는데, 건물에서는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는다. 건물은 시간이 흐를수록 낡고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불로소득이 토지에서만 생긴다면 앞의 불로소득 공식은 다음과 같이 고쳐 쓸 수 있다.

 불로소득= (매각지가 - 매입지가) + (지대 -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
= 매매차액 + 지대이자차액

즉, 매매차액과 지대이자차액을 징수해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된다. 불로소득이 없으면 투기적 동기가 사라지므로 집이 부족하지 않은 데도 전세 대란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물론 전세 대란만이 아니라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불로소득으로 인한 사유화의 비극도 없다. 부수적인 이야기지만, 부동산 투기가 사라지면 고위 공직자 후보가 투기 의혹에 시달리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끝으로 덧붙이면, 지대이자차액을 징수하면 매매차액은 징수할 필요가 없어진다. 지대에서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를 공제하고 나머지를 징수하면 토지 소유자의 수중에는 언제나 이자라는 일정한 금액만 남는다. 항상 일정한 금액의 수익이 발생하는 물건의 매매가격은 얼마일까? 물론 그 이자에 상응하는 원금이다. 그러므로 제도 도입 시점에 각 토지의 매입지가를 정부가 확인해 등기부에 기재해두고 그 금액에 대한 이자를 공제해주면, 이후의 매매가격은 등기 금액으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즉, 지대이자차액을 징수하면 매매차액은 자동적으로 제로(0)가 되므로 징수할 필요가 없다. 흔히 투기를 막으려면 양도소득세처럼 매매차액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동결 효과’ 같은 부작용을 가진 양도소득세 대신, 모든 조세 관련 교과서가 인정하는 가장 우수한 세금인 토지보유세의 방식으로 지대이자차액을 징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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