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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리즘 포비아 불러온 유령들
[Trend] 유럽 도시 ‘관광객과의 전쟁’
[102호] 2018년 10월 01일 (월) 피오나 엘러스 economyinsight@hani.co.kr
피오나 엘러스 Fiona Ehlers <슈피겔> 기자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잡고 있다. REUTERS
한 남자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구시가지의 한 교차로에 서 있다.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처럼 생긴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가 더는 못 보겠다는 듯 눈을 감는 동작을 번갈아 반복했다. 회색 머리에 맨 윗단추를 푼 체크무늬 셔츠를 걸친 스테펀 호데스(70)다. 그곳에선 기차가 매분 여행가방을 끄는 관광객 군단을 도시 안으로 실어 나르고, 승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타거나 내릴 수 있는 관광보트가 정박한 암스테르담 중앙역이 보인다. 
 
유서 깊은 빅토리아호텔 앞, 담라크 쇼핑 거리와 홍등가 사이 도로에서 대여 자전거를 탄 관광객 무리가 빨간불에도 멈추지 않고 도로를 질주한다. 앞을 주시하는 대신, 스마트폰 구글맵을 보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암스테르담 주민들은 급히 인도로 되돌아오며,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불과 20분 만에 호데스는 세 건의 교통사고와 네 번의 크고 작은 충돌을 목격하고 그것을 기록했다. 이는 그의 실험이자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그가 본 광경은 여름 휴가철 암스테르담에서 매우 일상적인 모습이다. 관광객 인파로 생긴 혼란은 도시를 번영시켰지만, 동시에 망가뜨리고 있다.
 
   
▲ REUTERS
암스테르담, 수많은 관광객으로 몸살 
호데스는 1970년대 초반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자전거를 대여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이후 네덜란드 관광청 마케팅 디렉터가 돼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수년간 그는 자유로운 사상의 도시 암스테르담을 미국 관광객에게 알리는 일을 했다. 렘브란트와 반 고흐, 안네 프랑크의 도시, 밤 문화와 자유섹스, 합법적으로 마약을 할 수 있는 도시 암스테르담. “네덜란드는 겨울에도 뜨겁다”는 당시 그가 만든 관광 슬로건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호데스는 여전히 암스테르담을 사랑하지만, 이 도시의 현재 상황을 보면 괴롭다. 그는 암스테르담을 ‘소비의 슬럼가’이자 ‘붕괴 직전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자신도 암스테르담의 현재 상태에 조금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가 각 대학과 도시의 의뢰를 받아 암스테르담을 살릴 대책을 모색하는 싱크탱크 ‘암스테르담 인 프로그레스’(진보하는 암스테르담) 재단을 설립한 이유다. “급진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다른 방식을 쓰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암스테르담은 희귀해져야 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아무나 방문할 수 있는 도시가 돼서는 안 된다.” 
 
호데스의 콘셉트는 ‘제한화’다. “항공기 운항 횟수와 숙박 횟수를 확실하게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암스테르담 주민이 빠져나간다. 렐리스타트에 건설할 예정인 저가항공사를 위한 신공항 계획이 절대로 승인돼서는 안 된다. 공항이 들어서면 현재 연간 50만 회인 항공기 운항 횟수가 60%가량 늘어 80만 회에 이를 것이다. 크루즈 선박용 부두 증설도 안 되고, 도시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1~2%를 초과해서도 안 된다.” 
 
도시를 폐쇄하란 소리가 절대 아니다. 수요와 공급 조절이 필요할 뿐이다. 붐비는 교차로에 선 호데스가 말했다. “음악 페스티벌 표가 다 팔리면 그것으로 끝내야 한다.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표가 나오길 기다리거나 내년에 다시 방문하면 된다. 아주 단순한 얘기다.” 
 
실제 암스테르담은 관광 인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다. 2005년 1100만 명 남짓이던 연간 방문객 수가 지금은 1800만여 명까지 늘었다. 이들 다수는 당일치기 몇 시간 관광이 아니라 2~3일, 관광객 10%는 일주일 이상 체류한다. 
 
1년 동안 암스테르담에서 여행객 에어비앤비 숙박 횟수는 이미 독일 베를린이나 스페인 마드리드에 필적하는 200만 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인구가 85만 명밖에 되지 않는 암스테르담은 이들 대도시보다 훨씬 작은 도시다. 호데스는 암스테르담을 “시골 마을 같은 도시”라고 평했다.  
 
암스테르담은 진보적인 네덜란드의 수도다. 이미 오래전부터 호데스가 만든 단체의 활동과 유사한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암스테르담 시정부가 바르셀로나, 피렌체, 두브로브니크 등 다른 유명 관광 도시를 위한 선구자적 역할을 해낼 수도 있다. 이들이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 대책을 개발 중이고, 일부는 이미 시작됐다.
 
   
▲ 암스테르담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의 유명 도시들이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REUTERS
도시의 삶과 질, 다양성 되찾기
남쪽으로 몇 개 운하를 지나면 시청이 보인다. 관료 두 명이 얼마 전 새로 선출된 펨케 할세마 시장의 이름으로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정책의 목표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통해 도시 삶의 질과 다양성을 되찾고, 울타리를 치지 않으면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도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관광객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규칙을 정하는 것에 역점을 두었다. 
 
2년 전 암스테르담 시정부는 엄격한 규제책으로 구성된 ‘도시 균형 정책’을 개발했다. 암스테르담 주민이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서비스로 주택을 임대할 수 있는 기한을 최대 60일로 제한했다. 2019년부터는 허용 기한이 30일로 축소된다. 신규 호텔 건설을 금지하고, 관광버스와 크루즈 선박은 암스테르담 중심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했다. 2017년 11월부터는 달리는 맥주바인 ‘비어바이크’의 운행도 금지했다.
 
더욱 획기적인 것은 1년 전부터 기념품점, 관광매표소, 치즈판매점, 곳곳에 수없이 생기는 ‘누텔라숍’이라고도 하는 와플가게와 크레이프가게처럼 관광객만 상대하는 매장의 신규 개점을 금지한 조처다. 이는 새로 개장하는 매장에만 적용된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과감한 조처를 한 관광도시는 없었다.  
 
암스테르담시는 역설적인 마케팅 전략도 실행에 옮겼다. ‘즐기고 존중하자’(Enjoy and Respect) 캠페인은 사상 유례가 없는 불친절 마케팅이다. 이 캠페인의 대상은 암스테르담을 가장 많이 찾는 18~34살 남성 관광객이다. 주로 영국·독일·네덜란드 출신으로 클럽 파티를 좋아하고 술과 마약을 즐기는 이들이다.암스테르담의 유흥가인 레이체 광장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암스테르담은 존중받아야 하는 도시’라고 쓰인 슬로건과 함께 고성방가, 난동, 쓰레기 무단 투기, 노상 방뇨 행위가 적발될 경우 부과되는 벌금액(140유로, 약 18만원)을 보여주는 팝업 화면이 나타난다. 길거리에서 술 마시는 것이 적발되기만 해도 벌금 90유로가 부과된다.   
 
‘한트하버’라고 부르는 시 소속 청원경찰이 이를 집행한다. 2018년 8월 초, 암스테르담 시장은 청원경찰이 위법행위를 적발하는 즉시 현장에서 신용카드 결제기를 이용해 벌금을 징수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 암스테르담은 수많은 관광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1100만 명 남짓이던 연간 방문객 수가 지금은 1800만여 명까지 늘면서 엄격한 관광객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REUTERS
금요일 밤이면 암스테르담 홍등가에선 ‘Crowd Manager’(군중 관리관)와 ‘Traffic Controller’(교통 통제관), ‘Host’(손님을 맞이하는 주인)라 적힌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과 마주친다. 이들은 운하 위 다리와 좁은 골목에서 왜 홍등가가 붉은색인지를 설명하고(암스테르담은 녹색·오렌지색·붉은색으로 코드를 정해 관광객 수를 제한한다. 과도하게 관광객이 몰리면 코드가 붉은색으로 변하고 ‘호스트’가 배치된다. 필요시 거리를 폐쇄하기도 한다. -편집자), 휴식이 필요한 주민 3천여 명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런 조처는 좁은 골목길을 누비며, 엉덩이를 흔드는 여자들과 어울리며 고함을 지르면서 남의 집 창문 앞을 지나가는 관광객 무리를 보고 있자면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슈퍼마리오 의상을 입은 남자들이 지나간다. ‘총각파티’(결혼식 전날 신랑과 남성 친구들이 모여서 파티하는 것)를 즐기는 영국 남성들이다. 이들은 만취해 길거리에서 자다가,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영국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암스테르담에서 비어바이크 이용이 금지됐지만, 물 위의 비어바이크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칵테일보트’는 아직 금지되지 않았다. 관광객 그룹과 술이 담긴 상자를 가득 실은 보트가 전자음악을 울리며 차례로 암스테르담 운하를 지나간다.  
 
과거 자신이 암스테르담으로 불러온 유령과 싸우는 관광 전문가 호데스는 시정부의 조처가 더 과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옴부즈맨 아르 주르몬트는 암스테르담 홍등가의 실태를 파악하고, 도시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3개월 동안 그곳에서 살았다. 그가 ‘통제에서 벗어난 도시 정글’에서 보내온 충격적인 트위터 메시지와 사진은 암스테르담 시민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시정부에 경보를 울렸다. “도시가 완전히 놀이공원화돼 마지막 남은 주민마저 떠날까 두렵다”고 호데스는 말했다.  
 
호데스는 이미 오래전 그 단계를 밟았다. 그는 암스테르담의 아름다운 아우데스한스운하에 있는 오래된 운하주택에서 나와 교외로 이사했다. 집 앞하우스보트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에 밤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항상 너무 취해서 조용히 하겠다고 약속해도 몇 분만 지나면 그 약속을 잊어버렸다.” 현재 그는 양떼와 풍차가 보이는 마위던 지역의 정원이 딸린 평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최근 암스테르담은 마위던에 있는 고성을 ‘암스테르담 성’으로 선전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관광홍보부에서 일하는 호데스의 후배들이 생각해낸 것이다. 이곳과 ‘암스테르담 해변’이라고 이름 붙인 잔트보르트의 북해 해안으로 관광객을 분산시키려는 것이다. 
 
“잘되고 있다”고 말하는 호데스의 표정에 수심이 가득하다. “이제 우리 집 문 앞에 관광버스가 주차한다. 암스테르담 여행이 예전보다 더 매력적인 경험이 될 정도로 아주 잘되고 있다.” 

*2018년 10월호 종이잡지 33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33호
Die Geister, die er rief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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