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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식 ‘노동연계’로 복지 모델 전환 가속도
[Issue] 프랑스 사회복지수당 삭감 배경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기욤 뒤발 economyinsight@hani.co.kr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의 사회복지제도 축소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사회복지는 죽었다, 모두 거리로”라는 구호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 옆에서 시위를 벌였다. REUTERS
“정부는 최저수당에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 그런데도 수급자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수급자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수급자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2018년 6월13일 공개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영상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그의 발언은 ‘웰페어’(사회보장)에서 ‘워크페어’(노동연계복지)로의 전환을 뜻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는 사회복지수당을 줄여 빈민들이 저임금 일자리라도 받아들이도록 강제하겠다는 의도다.
 
이 복지 모델은 이미 25년 전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적용해온 것이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다. 그런데도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이런 실패의 길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
 
‘막대한 예산’이라는 표현에도 문제가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모호함에 많이 기댄다. 프랑스가 사회보장 지출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 유럽연합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5년 프랑스의 사회보장 지출은 7020억유로(약 900조4천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32%에 이른다. 유로 지역 평균(28.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보장 지출의 대부분은 퇴직·실업·질병과 관련돼 소득재분배 효과는 거의 없다. 사회보험인 것이다. 수급자는 소득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사회보장급여를 받는다. 이것이 프랑스 사회복지 모델의 근간인 ‘비스마르크식 모델’(19세기 후반 독일의 비스마르크 총리가 도입한 사회보험 방식 -편집자) 또는 사회보험 모델이다. 사회보험은 개인보험과 달리 가입이 의무적이고, 개인은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낸다. 
 
반면 영국과 북유럽 국가의 ‘베버리지 모델’은 주로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복지급여 수준도 대체로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일정하다.
 
프랑스에서 빈곤 퇴치 효과가 가장 큰 사회복지수당은 가족수당이다. 빈곤 인구의 4분의 1이 한부모 가정에서 살고, 3분의 1이 20살 미만이다. 또 프랑스의 높은 임대료를 고려할 때 취약계층이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소득원이 주택수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의 사회복지수당 삭감 정책이 우려를 낳는 것이다. 
 
   
▲ 프랑스 정부의 사회복지수당 삭감 정책으로 노숙자와 이민자들이 타격 입을 것으로 보인다. REUTERS
빈곤 퇴치 효과
소득재분배는 전반적으로 빈곤 감소에 크게 기여한다. 이전지출(실업수당이나 재해보상금처럼 정부가 반대급부 없이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것 -편집자)이 없었다면 2016년 프랑스 빈곤율은 23.6%에 이르렀을 것이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이전지출로 프랑스의 빈곤율은 13.6%에 그쳤다. 이전지출에 따른 빈곤율 감소폭은 프랑스가 유럽 평균(8.6%포인트)을 조금 웃돈다. 이전지출에 따른 빈곤율 감소는 남유럽 국가에서 훨씬 뚜렷하다. 북유럽 국가와 오스트리아·벨기에, 심지어 아일랜드와 영국도 프랑스보다 높은 빈곤율 감소를 보인다. 이들 국가가 빈곤 감소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했다는 뜻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2017년 프랑스 극빈계층이 받은 수당은 총 430억유로로 GDP의 1.9%에 불과했다. 장애인수당(92억원), 퇴직연금 불입 기간이 기준 미달인 퇴직자를 위한 최저퇴직수당(56억원), 실업연대수당(30억원) 등을 합친 금액이다.
 
프랑스 정부는 2019년 예산안을 확정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세제개혁으로 부유층과 기업에 준 엄청난 선물을 고려하면, 의무징수액(세금과 4대 보험 등 사회보장징수액)은 2017년 GDP의 45.4%에서 2019년 44%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에는 고용·경쟁력강화세액공제(CICE)가 폐지되는 대신 기업의 사회보장부담금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시적으로 예산이 부족해지고, GDP 대비 공공적자 비중이 2018년 2.3%에서 2019년 2.4%로 늘어날 것이다.
 
세수의 대폭 감소는 정부 지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2017년 정부 지출은 2.5% 늘어났지만, 2019년 증가폭은 1.4%에 불과할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1.2%로 예상돼 1.4% 증가는 실질적으로 정부 지출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삭감의 배경
어디서 지출을 줄일지 결정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의료보험은 지금도 겨우 균형을 유지하는 수준인데 병원들은 인력과 재원 부족 등으로 폭발하기 직전이다. 다시 지출을 줄일 근거가 부족하다. 정부는 서민 거주 지역 학교의 직업교육반 수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안보와 국방 지출을 줄일 수도 없다. 사법개혁에도 돈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간단한 방법이 극빈층에 지급되는 사회복지수당을 삭감하는 것이다. 이들은 로비 능력이 없고 투표도 거의 하지 않는다. 정치적 이득도 얻을 수 있다. 부유층과 중산층은 언제나 정부가 빈민에게 너무 많은 돈을 쓴다고 생각하고, 서민층은 각종 수당을 받는 빈민보다 충분히 많이 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삭감하는 주요 사회복지수당은 2017년 109억유로였던 ‘적극적 연대소득’(RSA·최저임금이나 사회복지수당 수급자의 실질소득 제고를 위해 지급하는 소득보조금 -편집자)과 경제활동보조금(저소득층 노동자의 구매력 제고를 위한 소득보조금 -편집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둘을 개혁 대상으로 적시해 전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성과를 해체하려 한다. 2017년 세제개혁 당시 자본소득세를 대폭 내리고 부유세를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
 
저소득층 보조금 겨냥
2007년 도입한 RSA는 그보다 20년 앞서 미셸 로카르 총리가 도입한 최저소득보조금(RMI)을 대체한 것이다. 2011년까지 거의 인상되지 않아 지속해서 구매력이 떨어졌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12년 올랑드 대통령 당선 이후다. 당시 올랑드 대통령은 사회문제담당관으로 정부의 빈곤 퇴치 프로그램을 지켜본 프랑수아 세레크 전 민주노동동맹(CFDT) 위원장의 건의를 수용해 RSA의 구매력 하락 추세를 역전시켰다. 
 
RSA가 활성화하는 데는 국립가족수당기금(CNAF) 기여도 컸다. CNAF는 최근 몇 년간 수당 미신청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RSA 수급 자격이 있음에도 복잡한 절차 때문에 RSA를 신청하지 않는 사례가 흔했기 때문이다. CNAF의 적극적인 홍보로 2011~2015년 사이 RSA 수급자가 21%나 늘었다. RSA가 인상되고 수급자가 늘어난 결과, 2011~2016년 RSA 총지출은 37%나 증가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경기회복 영향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2017년 RSA 인상을 거부했고, 현재의 RSA 수준도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다. RSA를 삭감하고 수급자들이 추가 의무를 부담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려 한다. RSA의 대가로 수급자에게 노동 의무가 포함될 전망이다. 최근 오랭주 지역 소송에서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인 국사원은 이런 의무 부과가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월평균 551유로(약 70만원)에 불과한 RSA를 고용 증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551유로는 빈곤선의 절반, 시간제 노동자가 받는 최저임금(세금 제외)의 3분의 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마크롱 대통령의 두 번째 삭감 목표인 경제활동보조금은 올랑드 전 대통령이 2016년 저임금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취업장려보조금과 경제활동연대소득을 통합해 만든 보조금이다. 전자는 세액공제, 후자는 현금으로 지급 방식이 다르나 기능은 같았다. 두 가지가 동시에 있어 신청 절차나 자격 요건 등이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그로 인해 신청자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통합한 것이다. 통합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7년 경제활동보조금 수급자 수는 2016년보다 20만 명이 늘어난 267만 명이었다. 또 경제활동보조금 지출은 2015년보다 8억유로 늘어났다.
 
보조금 삭감은 저임금 일자리 취업이라도 늘리겠다는 정부의 노동정책과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내용을 어떻게 포장하든 예산 절감을 위해 취약계층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2018년 9월호 종이잡지 76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7월호(제381호)
Les aides sociales sur la sellett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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