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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상인 ‘대책 없는 추방’ 줄어들까
[국내특집] 늪에 빠진 자영업 출구는 어디에- ② ‘상가법’ 개정 톺아보기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부편집장 
 
   
▲ 2018년 7월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시민단체와 정당 관계자들이 법 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영세 자영업자 보호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뒤 가장 주목받은 현안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법) 개정이다. 2018년 6월 일어난 ‘궁중족발 사건’(서울 서촌 궁중족발 사장이 가게를 비우라며 12차례나 강제집행을 진행한 건물주를 망치로 폭행한 사건) 충격은 무엇보다 컸다. 
 
임차인이 대책 없이 내쫓기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다.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자유한국당도 상가법 개정을 우선순위에 올려놓았다. 문제는 개정 법률안 내용이다. 
 
상가법은 2001년 제정 뒤 여러 차례 개정됐다. 그때마다 보완된 법률의 빈틈을 노린 건물주와 임대인의 편법이 횡행해 ‘임차인 보호’라는 근본 취지가 훼손되기 일쑤라는 지적이 많다. 어정쩡한 봉합 수준에 그치면 개정 요구가 또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고, 궁중족발 사건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 또 법 규정 정비와 함께 제도 운영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 적지 않다. 
 
2018년 7월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가법 개정을 위한 ‘임걱정본부’(‘임대료 걱정 없이 장사하는 그날까지’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는 각 정당과 정부 부처 관계자도 대거 참석했다. 임걱정본부가 요구한 법 개정 주요 내용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 연장(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권리금 회수 제도 보완 △철거·재건축 때 퇴거보상비 지급 또는 우선입주권 보장 △임대료 인상률 상한 하향 조정(5% 또는 전년도 소비자물가 변동률의 2배) △보호 대상에 제한을 가하는 ‘환산보증금’ 폐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법제화 등 여섯 가지다.
 
영업 보장 기간 ‘진통’
가장 관심을 끈 조항은, 현재 5년인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임차인이 원하면 적어도 10년은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가게가 자리잡는 데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5년은 너무 짧다는 문제의식이 널리 퍼져 있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 이내라도 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가 법에 명시돼,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려도 건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는 크지 않다. 
 
장기 임대차가 기본인 선진국 사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영국과 일본 등은 시한을 정하지 않고 임차인이 갱신을 원치 않을 때만 중단하는 자동갱신 방식이다. 프랑스에선 법정 갱신 기간이 9년이다. 자유한국당에서 이 기간을 10년이 아닌 8년으로 하고, 보상 차원에서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놓아 합의가 순조롭지 않았다. 
 
   
▲ 손님맞이에 한창인 서울 광장시장의 영세상인들. 전통시장 상가들은 현재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연합뉴스
권리금과 퇴거보상
권리금 회수와 철거·재건축 때 보상은 좀더 까다로운 사안이다. 둘 다 기존 임차인 권리를 어느 정도 인정할지에 관한 문제다. ‘억대’가 흔한 권리금은 임차인에게 중대한 영업자산이다. 임차인의 투자와 기여 등을 인정해 2015년 5월 상가법 개정에서 ‘권리금 회수 보호’ 규정을 반영했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와 맞물려 만족할 수준의 권리금을 낼 다음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임차인 사이의 권리금 거래가 부담스러운 건물주의 방해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자료에서도 권리금 분쟁이 전체 조정 신청의 50% 가까이 차지했다. 특히 법에 규정된 권리금 회수 기간이 ‘임대차 만료 3개월 전부터 종료까지’로 너무 짧아 권리금 회수가 녹록지 않다. 그래서 기간과 관계없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한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임걱정본부의 주장이다.
 
임대인이 권리금을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사유”가 너무 모호하거나 폭넓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대인의 악용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신속한 대처를 위해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 유형을 장관 고시로 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전통시장 영세상가나 복합쇼핑몰·대형마트 입점 상가에도 현실적으로 권리금이 있어 보호 대상에 포함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반면 권리금 회수 보호를 강화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기존 임차인이 대부분 높은 권리금을 원하고 잦은 임차인 교체로 권리금에 거품이 끼기 쉽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액의 권리금 거래는 새 임차인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다.
 
권리금은 철거와 재건축 때 보상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2013년 개정된 상가법은 임대인이 계약 체결 때 임차인에게 재건축 사전 고지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재건축을 내세운 무분별한 갱신 거부에 제동을 건 셈이다. 하지만 임차인 피해 대책은 빠져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개발 때도 보상 규정이 있긴 하지만 보상액이 비현실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임차인에게 권리금 규모에 준하는 퇴거보상비를 보장하거나 재건축 뒤 우선입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게를 비워야 하는 임차인이 비슷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적정 권리금 수준을 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권리금 회수나 퇴거보상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선 상가임대차 시장이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과 업종에 따라 적절한 권리금 수준과 평가 방식이 공개되면 권리금 규모를 둘러싼 승강이로 계약이 지연되는 일이 줄어들고, 퇴거보상비 계산도 쉽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선 영업권이나 임차권을 평가하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약국이라면 영업권 가치는 매출액의 90% 수준이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은 2017년 12월 시행령 개정으로 9%에서 5%로 줄었다. ‘전년도 소비자물가 변동률의 2배’라는 기준을 추가한 데는 낮은 쪽을 상한선으로 정해 임차인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가 담겼다. 환산보증금 폐지 또는 인상은 현실과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조처다. 환산보증금 조항은 고액 임대료를 내는 임차인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환산보증금(월 임대료에 100을 곱해 보증금과 합친 액수)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상가법 적용을 받지 않게 했다. 서울시에선 현재 6억1천만원이 기준이다. 주요 상권 상가들은 대부분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건물주가 보증금 대폭 인상으로 임차인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하는 부작용이 생겨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법 개정만으로 상가임대차를 둘러싼 갈등이 현저하게 줄어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임대차는 양쪽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쉬운 만큼 갈등 악화를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궁중족발 사건에서도 제삼자 중재나 조정 과정이 있었다면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에 감정의 골이 그렇게까지 깊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갈등 최소화 노력
법정 다툼 전 단계인 분쟁 조정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법제화는 자연스러운 조처다. 소비자·환경·주택 등 여러 분야에 분쟁조정위가 설치됐고, 서울시 등은 현재 조례를 통해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를 운영 중이다. 법으로 규정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는 2017년 전국 6개 도시에 설치됐다. 분쟁조정위는 법원처럼 강제적·확정적 판결을 내리는 기관이 아니어서 당사자 권리를 침해할 우려는 거의 없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조정 단계의 분쟁 해결이 효과적이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와 서울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 활동 내용을 보면, 조정 성공률이 각각 58%와 45%였다. 조정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느슨한 규정 탓에 실제 조정 절차에 들어가는 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당사자의 조정 거부는 언제든 가능한 만큼 되도록 조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 주택임대차보호분쟁조정위 박성진 사무국장(변호사)은 “조정으로 합의에 이르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며 “한쪽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조정 절차가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쟁 조정처럼 당사자 간 조정 합의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부여해 실효성을 더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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