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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위한 제언
[세계의 창]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최장호 choi.j@keip.go.kr

최창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1953년생 소나무를 함께 심은 뒤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을 새긴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의 진행 방향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상황 분석이 끝나기도 전에 그 내용과 상반되는 발언과 조처가 이어진다. 최근 종전선언을 두고 벌인 설전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2018년 7월7일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을 마치자마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비난했다. 통상적인 믿음과 달리 미국이 아닌 북한이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출범과 함께 한반도에 신경제공동체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역사적인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2018년 4월27일, 5월26일)과 북-미 회담(6월12일)이 있었다. 하지만 판문점선언 때만 하더라도 무언가 이루어질 것 같았지만 최근까지 북한과 미국은 합의 과정에서 쉽사리 물러설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선제적 조처(미국인 억류자 송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 송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시설 해제)를 했으니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를 연계하겠다고 하고, 미국은 실질적인 비핵화 조처 이후에나 대북제재 해제를 논의하겠다고 한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이견이 큰 만큼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나 운신의 공간은 커 보이지 않는다.
 
최근 북한의 변화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북한은 2018년 4월 노동당전원회의에서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자”고 밝혔다. 이를 위해 ①나라의 인적·물적 자원 총동원 ②경제 건설에 유리한 국제 환경 조성 ③주변국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①은 전통적으로 추구하던 자력갱생과 같은 맥락이나, ②와 ③은 새로운 것이어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남북의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추진 목표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우리 기업과 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키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남북 경제통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경제적 혼란과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요약하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과 공동번영 추구’가 된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은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과 공동번영 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은 북한 인프라 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대북 인프라 개발 사업과 이를 통한 우리 기업의 북한 지역 진출로 신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남북한 경제를 통합하겠다는 것이 취지다.
 
그러나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는 아직 많은 문제가 잠재돼 있다. 첫째, 대북제재를 꼽을 수 있다. 한반도 신경제 구상 추진은 물론 제재 예외 분야인 대북 인도적 지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 주도로 제재를 해제하고 남북경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국제적 합의 없는 제재 해제와 경협 추진은 경협 자금의 핵무기 개발 유용 논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둘째, 대북제재가 해제되더라도 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수용할지 알 수 없다. 북한이 과거처럼 남한에 독점적 개발권을 부여할지, 아니면  독점권을 두고 주변국을 경쟁하게 할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이른바 ‘대북 퍼주기’ 논란은 불식되지 못하고 있다.
 
신경제 구상 추진 방향은
앞으로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추진 방향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남북경협은 개성공단·금강산 사업처럼 우리 경제에 이익을 줄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대북제재 때문에 경협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추진 방향을 경협에서 안정적인 경협 추진을 위한 제도 기반 확충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떤가.
 
남북 교류협력 제도 개선은 남북이 동의하면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북한이 비핵화 노선에 있지만 여러 이유로 대북제재 해제 논의가 장기화되고 남북경협 추진이 어려워진다면 우선적으로 남북기본합의서(1991년)와 4대 경협합의서(2000년) 개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남북 교류협력 제도의 개선은 우리 기업의 대북 투자를 보호하고 북한에 법치주의를 확산시켜 남북 교류가 국제통상 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다만 교류협력 제도 개선은 법·제도의 변화를 동반하는 만큼 북한이 이를 수용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논의를 마무리하자. 지금 한반도는 남북한 대화와 타협으로 비핵화라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하루빨리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주변국은 변화에 신중한 모습이다. 모두 같이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지만 평화 국면이 가져올 한반도 내 세력균형 변화 앞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기대보다 느리게 비핵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로 2018년이 지나기까지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한반도의 평화 국면 조성이 결실을 보기를 기대한다.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과 한반도 신경제 구상 추진에 지지를 보낸다. 
 
* 남·북·미 관계 개선, 점차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 갈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 등 세계경제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와 선제적 정책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 인력을 갖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세계의 창’을 통해 전세계 경제 이슈와 해법을 보여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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