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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과 ‘관한’을 대하는 자세
[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
[101호] 2018년 09월 01일 (토)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이미지투데이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땐 거의 안 쓰지만 글 쓸때는 많이 쓰는 말이 있다. ‘대한’과 ‘관한’이다. ‘인사에 관한 비밀’ ‘중국 경제에 관한 연구’처럼 이렇게 쓴다. 당신이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대한’과 ‘관한’을 얼마나 쓰는지 떠올려보라.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참 많이 쓴다.
 
말을 할 때는 이렇게 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설명하겠다”고 말한다. 글 쓸 때는 다르다. “저출산·고령화의 문제 원인과 해결책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쓴다.
 
이유는 무엇일까? 명사를 나열해 글을 쓰기 때문이다. ‘대한’이나 ‘관한’은 명사와 명사를 연결할 때 주로 쓴다. 연결고리인 셈이다. 우리가 글을 쓸 때 명사를 많이 쓰기 때문인데, 문제는 ‘대한’과 ‘관한’을 자주 쓰면 문장이 딱딱해진다.
 
‘대한’은 어간 ‘대(對)하다’에 관형어 어미 ‘ㄴ’이 붙은 말이다. ‘관한’도 어간 ‘관(關)하다’에 관형어 어미 'ㄴ’이 붙은 말이다.
 
빼거나 ‘을’로 바꿔라
‘나이가 들수록 취미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라는 문장을 보자. ‘취미생활’과 ‘관심’을 이어주기 위해 ‘대한’을 썼다. 명사와 명사를 연결하려고 넣은 것이다. ‘대한’을 살짝 빼보자. ‘나이가 들수록 취미생활에 관심이 높아졌다.’ 굳이 ‘대한’을 넣을 필요가 없는데 쓴 경우다. 빼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다.
 
‘식물에 대한 학명’ ‘책에 관한 욕심’처럼 쓰지 않아도 되는데 쓰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나온 ‘대한’과 ‘관한’은 생략하자. ‘식물 학명’ ‘책 욕심’처럼 훨씬 간결해진다.
 
‘대한’과 ‘관한’과 비슷하게 많이 쓰는 말이 있다. ‘대해’와 ‘관해’다. 이는 각각의 어간에 어미 ‘여’가 붙어 줄여진 말이다. 이 경우도 다른 말로 바꿔주면 훨씬 더 자연스럽다. ‘전략실장은 마케팅실장에 대해 자료를 요청했다.’라는 문장을 보자. 이 문장에서 ‘대해’를 없애주고, ‘에게’로 바꿔보자. ‘전략실장은 마케팅실장에게 자료를 요청했다.’ 우리말 조사 ‘에게’가 더 잘 어울린다.
 
‘K연구원은 미국 경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는 문장에도 ‘관한’이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명사+명사’로 된 단어를 이어주기 위해 썼다. 이 문장에는 동사를 넣어주면 ‘관한’을 안 써도 된다. ‘연구’라는 명사를 ‘연구하다’로 바꿔보자. 이렇게 동사로 바꾸면 앞에 목적어 ‘을/를’이 필요하다. 동사 앞에 목적어가 오는 건 다 안다. ‘먹었니?’라는 동사 앞에는 ‘밥을’ 같은 목적어가 오는 것처럼 말이다. '관한’을 없애고 '연구하다’에 맞는 목적어를 살려주자. 그러면 ‘미국 경제를’이 된다. 문장을 고쳐보자. ‘K연구원은 미국 경제를 연구한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대한’과 ‘대해’를 많이 쓰면 문장이 딱딱해지고 늘어진다. 리듬도 망가진다. ‘국민은 후보자의 공약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 이것보다 ‘국민은 후보자 공약을 신뢰하지 않는다’가 훨씬 간결하지 않은가.
 
동사를 넣어라
‘대한’이나 ‘관한’은 명사를 나열할 때 자주 쓴다고 했다. 명사와 명사 사이에 동사를 넣어 활용하면 ‘대한’이나 ‘관한’을 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성공에 대한 갈망’. 명사 두 개를 연결하기 위해 ‘대한’을 쓴 거다. 고쳐보자. 일단 ‘성공’과 잘 어울리는 동사를 찾자. ‘향하다’는 어떨까? ‘성공을 향해 노력하다’ 같은 문장처럼 말이다. 명사 ‘성공’에 맞는 동사를 생각해 문장을 바꾸면 된다. '성공을 향한 갈망’.
 
‘노력에 대한 보상’. 이 표현은 어떤가? 여기서도 ‘대한’이 들어갔다. 마찬가지로 고쳐보자. 노력과 보상을 연결할 때 어울리는 동사를 먼저 찾자. ‘맞다’ ‘걸맞다’가 될 거다. 이 단어를 변형해 두 단어 안에 넣어보자. ‘노력에 (걸)맞은 보상’. ‘대한’이 빠지면서 훨씬 우리말다운 표현이 됐다.
 
문장에 ‘대한’과 ‘대해’를 쓰면 정확한 의미를 알기 힘들다. ‘자유에 대한 열망’이라는 표현을 보자.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자유가 없는 독재국가에 사는 사람이 자유를 얻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바꿔주는게 좋다. 인간은 모두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면 ‘자유를 향한 열망’으로 쓰는 게 낫다. 이처럼 더 정확한 의미를 고민하지 않고 쓰는 경우 ‘대한’과 ‘관한’을 쓴다.
 
‘대한’과 ‘관한’을 없애거나 명사 사이에 어울리는 동사를 찾아보자. 명사와 명사 사이에 ‘향한’ ‘맞선’ ‘다룬’ 같은 동사를 활용해 넣어주면 더 자연스러운 문장이 될 수 있다. ‘대한’과 ‘관한’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 <한겨레> 사회부에서 1년 동안 같이 일한 기자이자 소설가인 김훈의 글을 보면서 글쓰기에 절망했다. 내 기사를 읽고 “일제강점기 때 많은 문인이 엄청난 비유로 당시의 시대를 말했던 그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아준 독자를 생각하며 지금도 글을 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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