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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자체 개량·공유로 토종 살리기 한창
[Issue] 유전자조작 거부하는 프랑스 카올코츠
[100호] 2018년 08월 01일 (수) 마리옹 페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마리옹 페리에 Marion Perr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카르푸 재단이 개최한 카올코츠 지원 행사에서 재단 관계자와 카올코츠 조합원들이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종자로 기른 채소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카르푸 재단 홈페이지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도 가장 서쪽에 있는 피니스테르주 플루스카에는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르네 레아의 밭이 있다. 밭에 가까이 가니 언뜻 잡초처럼 보이는 꽃이 한 줌 피어 있었다. 로리앙산 배추, 캅에서 나는 자색 브로콜리, 아르모리크산 자색 양파 등 르네 레아가 앞으로 재배할 채소의 종자를 얻기 위해 선택한 식물이다. 르네 레아와 말루 레아는 14헥타르(ha) 규모의 농장에서 채소 20여 종을 기르고 있다. 생산량은 연간 약 150톤(t)에이른다. 이들이 기른 채소는 브르타뉴 지방의 유기농 과일·채소 농가 생산자 조합인 바이오브레츠(BioBreizh)를 통해 판매된다.
 
르네가 기르는 작물의 종자는 모두 농장에서 생산됐다. 농가의 종자 직접 생산은 매우 예외다. 대부분 농가가 채소 종자를 종자 회사로부터 사기 때문이다. 채소 종자 시장은 옥수수 종자시장에 이어 프랑스 종자 산업에서 두번째로 크다. 종자 회사들은 이 시장에서만 2017년 7억7300만유로(약 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르네는 종자를 사지 않는다. 개체군 품종에서 유래한 종자를 쓰기 때문에 특허법에 저촉되지 않고 자유롭게 원하는 종자를 선별, 증식, 사용한다는 뜻이다. 개체군 품종이란 유전적으로 공통된 특징을 보이면서도 특정 변이가 나타나는 식물을 말한다. 농민들이 개량할 수도 있다. 개체군 품종을 다변화하면 경작 환경에 맞는 개체군 종자를 얻을 수 있다.
 
유전자조작 종자 거부
르네의 선택은 유전자조작과 상관없이 생명공학기술로 생산한 종자는 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오늘날 종자 산업은 생명공학기술을 빼놓고는 존재하기 어려울 만큼 생명공학 의존도가 아주 높다. 몇몇 품종에선 유기농 종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바이오브레츠 조합원들은 생명공학기술로 탄생한 종자를 일종의 ‘은폐된 유전자 조작 종자’로 본다. 유기농 직업윤리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재배하는 모든 작물은 유전자조작은 물론 생명공학기술을 전혀 쓰지 않았다.
 
브르타뉴 지방 말로 ‘옛날 배추’를 뜻하는 카올코츠(Kaol Kozh)는 2007년 바이오브레츠 조합원 16명 정도가 주축이 돼 만든 단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브르타뉴 지방의 토양과 유기농업에 적합한 채소 품종을 보존하는 것이 목적이다. 카올코츠 설립에는 과학자, 아마추어 원예사, 직거래 농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 50명 가운데 30명이 채소 재배 농민이다.
 
연구원·원예사와 협력
카올코츠는 맛으로 보나 작물 자체로 보나 품질이 우수함에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교잡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브르타뉴 지역의 채소 품종을 되살리려 애쓰고 있다. 교잡종이란 이종·순종 간 교배나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종자 회사의 연구로 탄생한 품종을 뜻한다. 교잡종 1세대는 모든 개체가 마치 복제품처럼 동일하며, 부모 품종보다 우수한 특징을 보인다.
 
브르타뉴 지방에 맞는 품종을 찾기 위해 카올코츠는 국립작물연구소(INRA)의 종자은행을 활용했다. 이 연구소의 연구원 베로니크 샤블은 “1970~80년대에 유럽연합(EU)의 연구 프로그램에 따라 냉동 보관한 몇몇 종자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카올코츠는 아마추어 원예사들이 찾아낸 품종으로 필요한 종자를 얻기도 한다. 모르레 지역이 원산지인 플루장 배추는 바로 이들의 도움으로 찾아낸 품종이다.
 
종자은행이나 아마추어 원예사들을 통해 품종이 확보되면 카올코츠 조합원들이 시험재배를 한다. 이 과정에서 재배 수익이 가장 높은 품종이 선별돼 개량된다. 카올코츠의 코디네이터 마르크 시르에 따르면,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개체군 종자는 △사용된 원래 작물 △파종된 토지 △종자를 선별한 농민이라는 세 요소가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다. 예를 들어 르네는 양파 종자를 아무런 차단막이 없는 밭에 직접 뿌린 뒤, 양파가 자연 상태에서 어느 정도 자라면 비닐하우스로 옮겨 심는 방식으로 재배한다. 생장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병충해에 더 강한 품종을 얻을 수 있다. 카올코츠 조합원은 이런 식으로 50여 품종을 연구했다. 조합원들이 품종을 직접 재배, 관찰, 개량했다는 뜻이다.
 
종자 직접 생산의 참뜻
종자 생산 지식이 전수될 수 있도록 카올코츠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종자를 채종하고, 품종을 선별하며, 의도하지 않은 잡종 교배를 피하는 방법을 배운다. 교육에 필요한 부자재는 공유된다. 하지만 개량한 종자를 전파하는 일은 쉽지 않다. 상업화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기본적으로 채소 종자를 사고팔려면 <경작식물품종공식도감>에 500~2500유로(약 65만~330만원)를 내고 종자 등록을 해야 한다. 개체군(자가채종) 품종은 등록 기준에 맞지 않아 유료 판매가 아닌 물물교환만 가능하다. 카올코츠 조합원 사이에서도 종자가 교환된다. 단, 종자를 선별하고 번식시키는 조합원의 수고는 보상받는다. “배추를 예로 들면, 종자를 개량한 조합원은 생산된 종자 1g당 1유로의 보상비를 받는다. 그러나 조합원은 경제적 이유로 종자 개량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종자를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종자 개량은 결국 대의를 위한 우리만의 활동 방식이다.” 르네의 설명이다.
 
종자를 직접 선별하고 개량하고 생산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르네가 오늘날 일반적으로 재배되는 배추보다 맛이 좋은 옛날 품종 로리앙 배추를 대형 마트 유통 기준에 맞게 작은 형태로 개량하는 데 걸린 기간은 7년이다. 개체군 종자를 활용한 농민 개량 품종은 종자 회사의 교잡종보다 개체의 특징이 일관적이지 못하다. 개체별로 맛·형태·크기가 달라 재배, 수확, 판매가 쉽지 않다.
 
유통체인의 지원
르네도 “더 많은 농가가 개체군 품종재배에 뛰어들려면 최소한의 전망과 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이오브레츠와 카올코츠는 ‘농민 개량 품종’으로 인정되는 채소를 판매해 소비자 인식과 품종 개량의 가치 제고를 모색하고 있다. 두 단체는 2017년 가을 유통기업 카르푸와 협력 계약을 맺고 ‘농장종자’ 로고가 붙은 채소를 공급해 상업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카르푸와의 협력은 쉽게 얻은 결과가 아니다. 품종 개량 활동가들에 따르면, 카르푸 같은 대형 유통업체야말로 경작 품종 획일화에 일부 책임이 있다. 대형 마트는 농민에게 농산물의 규격화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르푸는 앞으로 5년 동안 카올코츠 조합원들이 직접 종자를 개량해 기른 채소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구매량이 2017~2018년 40여t, 2018~2019년 200t으로 예정됐다.
 
카르푸는 채소 판매 가격의 15~20%를 생산자 이윤으로 책정했다. 뤼크 칼브 바이오브레츠 회장에 따르면, 생산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편이다. 현재 바이로브레츠의 연간 채소 생산량은 1만5천t, 매출액은 2천만유로(약 260억원)다. 이 가운데 500t이 농민 개량 종자로 생산한 채소다.
 
카르푸 재단은 100만유로를 출연해 일종의 ‘생물다양성’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도 카올코츠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생물다양성 기금에서 이미 18만6천유로를 받았다. 프랑스의 대표적 유기농 단체인 비오쿱도 지원금 4만유로를 약속한 상태다.
 
기부금과 지원금은 개체군 종자의 실험·개량·보관과 교육·홍보센터의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유기농처럼 ‘농민 개량 종자’로 공식 인정하는 표지나 증명서는 아직 없지만, 카올코츠는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용어의 사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상품 특징 명세표를 개발했고, 관련 감사도 벌일 계획이다. 이 활동은 종자 공유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농민들의 종자 개량 움직임을 더욱 활발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농민들의 제한된 권리
프랑스에서는 농업부 소관 <경작식물공식품종도감>에 등록된 품종만 상업적 목적의 종자 보급이 허용된다. 물론 비등록 품종 종자도 보급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판매가 아닌 자가소비나 텃밭 가꾸기 취미를 위해 비등록 종자를 받을 수 있고, 농민끼리 비등록 종자를 교환하는 정도는 할 수 있다. 프랑스 도감에 등록하려면 해당 품종이 기존 품종과 구별되고 동질적·안정적 특징을 갖춘 품종임을 증명하는 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런 기준 때문에 본질적으로 동질성이 담보되지 않는 옛날 품종이나 농민 개량 품종의 도감 등록이 어렵다.
 
프랑스농민총연맹의 가이 카스틀레는 도감의 등록 기준이 ‘식물생산증명서’(COV)의 발급 기준과 동일하다고 설명한다. COV 제도에서는 특허권 보호 대상인 종자를 활용해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자가 채종은 금지다. 프랑스 도감에 등록된 약 7천 종 대부분이 특허 등록이 돼 있고, 400종 정도만 특허가 없다.
 
2018년 4월 유럽의회를 통과해 2021년부터 효력이 발생할, 유기농업에 관한 새 규정으로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도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농민 개량 종자의 상업화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각국 적용 과정에서 이 규정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더구나 유전자조작 기술로 탄생한 종자에 대한 언급이 없어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판매를 허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2018년 8월호 종이잡지 108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7월호(제381호)
Kaol Kozh cultive la biodiversit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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