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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 털고 회복세 찾았으나 ‘먹구름’ 여전
[국내이슈] 내우외환 현대자동차그룹의 앞날
[99호] 2018년 07월 01일 (일) 홍대선 hongds@hani.co.kr

신차로 신흥시장 공략해 판매 10% 늘려… 지배구조 개편 무산, 미 고율 관세 걸림돌

세계 5위를 달리던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 순위는 인도에 밀려 한 단계 떨어진 지 오래다. 이젠 멕시코의 추격으로 6위 자리마저 위태로울 지경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이렇게 흔들리는 데는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의 부진 탓이 크다. 현대차는 최근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된 데 이어 미국의 수입차 고율 관세 방침까지 불거지면서 안팎으로 곤경에 처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에 휩싸인 모양새다.

홍대선 <한겨레> 기자
 
   
▲ 2018년 6월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모터쇼(BIMOS)를 찾은 사람들이 현대자동차 전시관에서 신차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이지만 3년째 수출이 줄어들 정도로 미국 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2018년 1분기 대미 수출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22%나 줄었다. 여기에 관세 폭탄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뜻대로 수입차에 최대 25% 관세가 현실화한다면 현대·기아차는 대미 수출을 사실상 접어야 할 상황에 놓인다.
 
2017년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253만 대 가운데 대미 수출 물량은 84만5천 대로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만 30만 대를 넘는다. 미국에 새로운 관세장벽이 쳐지면 수출 물량을 현지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 상무부가 현지 생산 물량 중 순수 자국 브랜드와 외국계 브랜드를 따로 제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수입 규제가 외국산뿐 아니라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외국계 업체의 물량까지 겨냥하면 현대·기아차의 타격은 훨씬 커질 수 있다.
 
역성장에 이익 급감
판매 부진 조짐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현대차는 2016년 18년 만에 역성장을 했다. 2017년에도 목표치에 미달했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매년 하락해 2017년 4.7%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2018년 1분기 매출은 22조4천억여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4.0% 줄었다. 영업이익은 6800억원으로 45.5%나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인 9천억원을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이다. 기아차 영업이익도 20% 급감했다. 수출 부진에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거침없이 질주하던 현대차에 제동이 걸린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트럼프 정부 출범 뒤 전세계적으로 통상 분야에서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시장 수요 정체와 함께 주요 제조사 경쟁 격화,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 연관 산업의 협력 부진 등이 겹쳐 현대차가 기로에 섰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수년 뒤 낙오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기아차에 드리워진 가장 큰 먹구름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고전이다. 특히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 이후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판매량이 거의 반토막 날 정도였다. 2018년 들어 중국의 사드 보복이 사그라들었지만 상황은 낙관할 수 없다. 사드가 판매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나 사드 탓만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급변하는 중국 시장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게 더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급성장한 중국 토종 업체들은 가성비를 앞세워 턱밑까지 바짝 쫓아왔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노후 모델로 제품 경쟁력이 약화되고 신차종 출시 시기를 놓치면서 판매 부진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 판매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2017년 미국에서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0% 넘게 줄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 3% 하락보다 훨씬 큰 감소폭이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6년 8.1%에서 2017년 7.4%로 떨어졌다. 2018년 1분기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6.3%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중국과 미국에서 현지 적합형 차종 개발과 신차 출시가 늦어지면서 타이밍을 빼앗긴 것도 원인”이라며 “신차종 개발 전략은 더 치밀하고 세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지금 상황에 이른 원인은 복합적이다. 고속 성장이 가져온 한계가 드러난 것일 수 있다. 경직된 조직 풍토와 함께 1·2·3차 밴드(협력업체)로 내려갈수록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이 품질 경쟁력 하락을 불렀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 핵심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7~8%에 이르지만, 3·4차 협력업체로 가면 수익률이 1~2%까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잦은 리콜과 품질 논란, 대립적 노사관계 등도 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양적 성장에 치중하다 자초한 문제라고 꼬집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한때 지엠(GM)이 파산하고 도요타도 대량 리콜로 위기에 몰린 적이 있었다. 양적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신기술과 미래차 개발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2018년 4월부터 판매 호조의 흐름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판매 회복 움직임의 동력은 신차다. 시장에선 현대차가 신차 효과를 앞세워 하반기에 우려했던 것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신흥시장을 돌파구로 2분기 판매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세계시장에서 2년 가까이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던 현대·기아차로선 대반전을 노리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5월 열린 주요 해외 법인별 업무보고에서 2분기 글로벌 판매 전망치를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난 194만 대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2018년 1분기 판매가 169만여 대로 전년 대비 1% 줄어든 것에 견주면 확연한 회복세다. 두 회사의 전망치대로 2분기 판매를 10% 이상 늘리면 현대·기아차는 2012년 1분기 이후 6년여 만에 두 자릿수 성장을 하게 된다.
 
현대·기아차 판매 회복세는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이 디딤돌이 되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2018년 4월 판매를 배 넘게 늘리며 판매 회복 신호탄을 올렸다.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에서도 판매량이 10%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2017년 인도에서 전년 대비 16% 늘어난 52만7천여 대를 판매하며 2년 연속 연간 5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3월 베이징모터쇼에서 실적 회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준비를 많이 했고 올해 신차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올해 중국 시장 판매 목표인 90만 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추세라면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하반기에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이브이(EV) 등 전기자동차를 포함해 신차 출시가 있기 때문이다. 국외에선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지역별 특성에 맞춘 전략형 신차 투입을 대거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요가 느는 스포츠실용차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런 흐름으로 가면 연초에 세운 목표치(글로벌 판매 755만 대)를 상향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모비스 본사.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에 반대하며 표 대결을 예고하자 현대차그룹은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하고 지배구조 개편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취약한 지배구조
그러나 판매 실적 개선만으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반기 낙관적 전망에도 환율 하락은 불안 요인이다. 현대차의 2018년 1분기 영업이익은 원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45%나 줄었다. 미국 시장의 수요 정체도 부담이다. 2018년 미국의 수요가 전년 대비 1.8% 줄어든 1693만 대 수준으로 예상되는데다, 현대·기아차의 주력 차종인 세단의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배구조 개편 추진이 중단됨에 따라 순환 출자구조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현대차그룹의 불확실성 해소 문제는 그만큼 늦어졌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개입 이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발목이 잡혔지만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취약한 소유지배 구조 개선과 더불어 계열사별로 미래 사업 전략을 강화하면 부진을 털고 재도약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총수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만큼 말솜씨가 서툰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눌한 말투로 자주 입길에 오르내렸지만 그룹이 위기에 처할 때는 경영 최일선에 나서 이른바 ‘현장경영’을 펼치곤 했다. 하지만 팔순 고령인 그를 현장에서 보기는 어렵다. 정 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뒤로 1년6개월이 지나도록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 자리를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대신하고 있다. 지배구조 재편이 무산되고 ‘3세 경영’ 승계 작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그의 행보가 가볍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 세계 자동차산업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스마트카와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려면 무엇보다 경영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거의 경직된 구조로는 급변하는 세계시장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정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필수 교수는 “내부 시스템의 실질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직적 조직구조를 혁신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현대차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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