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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불완전 노동’ 임금 인상 발목
[Issue] 경제성장의 마지막 수수께끼
[98호] 2018년 06월 01일 (금) 자크 아다 economyinsight@hani.co.kr

경기회복과 실업률 하락에도 실질임금 제자리… 2008년 위기 뒤 유로존 신규 일자리 3분의 1이 비정규직

세계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실업률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임금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답은 만연한 비공식 실업에서 찾을 수 있다. 공식 실업자에 부분실업자와 구직포기자를 합하면 실업률이 10%(독일), 29%(스페인)까지 치솟는다. 경기가 회복되면 실업자도 일터로 돌아오지만 그들 임금은 비활동 또는 불완전고용 기간만큼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자크 아다 Jacques Adda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마지막 쇼핑을 위해 거리로 나선 영국 런던 시민들. 유럽 나라들에서 경기회복세가 지속돼 시민들의 소비활동이 활발하다. REUTERS
경제성장률 전망이 발표될 때마다 세계 경기의 회복세가 견고함을 알 수 있다. 2017년부터는 민간 투자와 교역량 증가에 힘입어 경기 회복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노동시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지표인 실업률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 등 더 많은 선진국에서 최근 20년 동안 최저 수준에 가깝게 하락했다. 이들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선 이른바 2008~2009년 대침체기 동안 크게 악화한 고용률도 이제는 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어디를 봐도 완벽한 그림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임금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좀더 정확히 말해 명목임금은 미국·영국·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 눈에 띄게 늘어나지만, 대부분 물가 인상으로 상쇄돼 실질임금 증가율이 연 1% 미만 수준에서 요지부동이라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
뉴질랜드 출신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는 실증 연구로 임금 인상과 실업률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성립함을 밝혀냈다. 이것이 유명한 ‘필립스 곡선’이다. 필립스 곡선은 노동시장 분석의 바탕이다. 완전고용 상태에 근접할수록 기업 신규 채용이 어려워지고 임금 인상 유인이 발생한다. 동시에 노동자 협상력도 강화된다.
 
필립스 곡선을 설명하려면 완전고용 개념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진입과 퇴출이라는 자연스러운 이동, 수요·공급의 불완전한 정보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한쪽에선 일자리가 넘쳐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수요가 넘쳐나는 듯한 지리적·직능적 차원의 노동 수요·공급의 불일치에 따른 조정도 필요하다.
 
각각 ‘마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이라고 하는 두 요소는 단기적으론 더 이상 내려가기 어려운 실업률을 구성한다. 때로는 부정확하지만 ‘자연실업률’이라고도 한다. 이런 실업을 해결하려면 지리적 이동 촉진, 기본 인프라 구축, 정보 투명성 증진 등 장기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직업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이 실업률을 추정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실증적 방법을 동원했다. 과거 자료에 근거해 어떤 선 아래로 떨어졌을 때 임금 상승이 가속화하는 실업률을 추정한 것이다. 따라서 실업률이 이 선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임금이 가속적으로 오르는 일은 없다. 이것이 임금안정실업률(NAWRU)이다. 실업의 마찰적 요소와 구조적 요소를 사전에 측정할 수 없어 단기완전고용에 해당하는 실업률은 사후에 임금 변화에 따라 정의될 수밖에 없다. 이때 임금 상승의 가속화는 초과 노동 공급이 소진됐다는 신호가 된다. 다시 말해, 본질적으로 경제의 총수요에 따라 달라지는 실업의 경기적 요소를 제로로 가정하는 것이다.
 
임금안정실업률은 노동시장 유연성과 유동성, 생산시스템이 요구하는 기술의 적합 정도에 따라 나라별로 달라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단기완전고용지수인 임금안정실업률은 2017년 미국에서 4.9%를 기록한 반면 유로존에서는 8.7%였다. 유로존 내부에서도 독일 4.7%, 프랑스 9.1%, 그리스 17.3%까지 나라별로 차이가 크다.
 
이제 필립스 곡선이 상징하는 실업률과 임금의 반비례 관계를 더욱 정확히 나타내려면 실제 실업률이 아니라, 실제 실업률과 임금안정실업률 차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임금안정실업률은 각국 정부가 노동시장 작동을 제고하고 기술 수준과 구조를 일치시키기 위해 도입한 구조조정 정책 결과에 따라 매년 달라질 수 있다. 이 차이는 2016년 이후 미국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실제 실업률<임금안정실업률), 2017년 유로존에서는 0.4%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론상 실제 실업률이 임금안정실업률보다 아래로 떨어졌으니 임금 인상이 가속화해야 한다. 그런데도 실질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는 현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질문에는 두 종류의 답을 제시해볼 수 있다. 첫째, 불완전고용 측정을 문제 삼는 것이다. 실업률 한계는 잘 알려져 있다. 공식 집계되는 실업자에 더 많이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부분실업자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꺾인 실업자까지 더하면, 2016년 말 유로존 경제활동인구의 18%가 불완전고용, 즉 실업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공식 실업률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면 유럽에서 필립스 곡선이 수평에 가까울 정도로 완만한 형태를 이루는 것도, 따라서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선 2018년 3월에야 불완전고용이 경제위기 이전인 8% 수준으로 복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까운 미래에 임금 상승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레스토랑 바깥에서 쉬고 있는 노동자들. 실업 상태로 지낸 기간이 길수록 낮은 임금의 일자리 외에는 찾기가 어려워 경기가 회복돼도 임금인상이 쉽지 않다. REUTERS
비정규직의 급증
첫 번째 답이 유효하려면 다른 요소의 변동이 없어야 한다. 여기서 낮은 실질임금 증가율을 설명하는 두 번째 답이 나온다. 두 번째 유형은 노동 공급량과 수요량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화를 강조한다. 구조적 변화는 고용구조에 영향을 준다. 높은 임금을 받고 전일제로 일했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같은 인구학적 변화, 여성 노동자 증가 같은 사회학적 변화,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 같은 기술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고용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뀐다. 어떤 변화든 고용구조 변화로 창출된 새 일자리는 과거 일자리보다 보수가 낮고 이는 임금의 추세적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이런 고용의 구성 효과에 조용하지만 점점 더 눈에 띄는 변화가 중첩된다. 바로 노사관계 변화다. 국제기구들이 신중하게 ‘대체노동계약’이라고 규정하지만, 미국인들은 ‘긱 경제’(기업들이 정규직 고용보다 필요에 따른 계약직이나 임시직 고용을 선호하는 경제 -편집자)’라고 부르는 비정규직 경제의 일반화다. 이는 광범위한 사회보험이 제공되는 전일제 정규직 고용으로 특징되는 전후 임금 규준의 점진적 해체를 뜻한다. 이제 노동자는 불안정한 계약을 단기에, 그때그때 수요에 따라 간헐적으로 맺게 된다. 노동자는 최대 수준의 노동유연화와 최저 수준의 사회보장이라는 환경에서 기업에 종속된 서비스 제공자로 전락한다. 고용의 플랫폼화(우버, 테이크잇이지 등)와 디지털경제의 발전으로 더욱 촉진된 이런 변화는 통계 자료가 부족해 불완전하게 이해되고 있을 뿐이다.
 
유로존에서 전일제 정규직을 뜻하는 ‘표준 일자리’ 비중은 2003년 72%에서 2015년 67%로 줄었다. 더 의미 있는 수치는 새 일자리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이다. 세계경제 위기 이후 창출된 일자리의 3분의 1은 계약직, 4분의 1은 시간제 일자리였다. 영국을 예로 들면, 이른바 ‘독립’ 고용과 시간제 일자리가 2008년 이후 창출된 일자리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매우 불완전한 자료임에도 세계화와 자동화라는 양날의 칼로 더 날카로워진, 명백한 추세를 보인다. 이는 선진국에서 실질임금 인상이 요원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완전고용의 환상
모든 것이 단순명료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자리 1개가 생긴다는 것은 실업자가 한 명 줄어든다는 것을 뜻했다. 시간제 노동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기보다 삶의 선택의 문제였고, 실업자들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했다. 간단히 말해, 실업률은 불완전고용을 측정하는 기준이었다. 그런데 위기가 발생해 활동과 비활동, 고용과 실업 사이의 전통적 경계를 뒤흔들었다. 오늘날 실업의 전통적 정의가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는, 낡은 개념으로 느껴질 정도로 큰 변화였다.
 
실제 국제노동기구(ILO)는 일자리를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벌이며 즉시 고용이 가능한 사람만을 실업자로 인정한다. 국제노동기구의 실업자 정의는 장차 기회가 주어지면 일하는 것을 수용하겠지만 현재는 사기 저하로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과 일주일에 단 1시간을 일하더라도 어쨌든 시간제로 일하지만 더 긴 시간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배제한다.
 
유럽중앙은행 연구에 따르면, 2016년 말 유로존 생산가능인구의 3.5%는 사기 저하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거나 즉각 고용이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약 3%는 시간제로 일하지만 더 긴 시간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다. 두 범주의 실업자를 공식 실업자에 추가한다면 생산가능인구 대비 불완전고용인구 비율이 급증한다. 독일 10%, 프랑스 18%, 이탈리아 24%, 스페인 29%에 이른다. 경기가 나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사기 저하 실업자들은 노동시장에 복귀하고 시간제 노동 실업자들은 전일제 노동으로 전환할 것이다. 문제는 비활동 혹은 불완전고용 기간이 길었던 만큼 낮은 임금수준에서 이런 복귀와 전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임금 인상을 막는 요인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5월호(제379호)
Les salaires, chaînon manquant de la repris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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