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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와 전담조직이 혁신 첫걸음
[프로스트앤설리반] 글로벌 은행들의 디지털 혁명
[98호] 2018년 06월 01일 (금) 신은경 eunkyung.shin@frost.com

이전 세 차례 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여러 산업에 강력한 충격을 줄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가 금융업이다. 금융서비스 혁신은 4차 산업혁명 핵심인 자동화와 연결을 주축으로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은행들 사례를 통해 금융 분야 디지털 혁신을 살펴본다.

신은경 프로스트앤드설리번 연구원 eunkyung.shin@frost.com

   
▲ 핀테크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부분의 은행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견한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장이 2016년 10월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글로벌 SW교육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인류는 세 차례 산업혁명을 경험했다. 혁명이라 할 만큼 산업구조와 사회구조 변화는 물론 지금까지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요구했다. 지난 혁명은 그것을 낳은 동인이 명확히 규정됐고, 어느 정도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1차는 농업, 2차는 산업(제조업), 3차는 정보화 혁명으로 명명됐다. 논쟁 여지가 있지만 큰 틀에서 그 시대와 당시 변화 양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합의된 상태다.
 
물론 4차 산업혁명 역시 정보기술(IT)이 촉매제 구실을 한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 디지털 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로봇, 3차원(3D) 프린터 등 신기술 등장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정의와 영향력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2015년 스위스 금융기업 UBS가 낸 다보스포럼 백서 <극도의 자동화와 연결성>(Extreme automation and connectivity)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동화와 연결성
제목에서 알수 있듯, 4차 산업혁명 열쇳말은 ‘자동화’와 ‘연결성’이다. 두 열쇳말은 기존 제조업 인프라에 디지털 기술을 적절히 결합해 대량생산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질적 성장을 실현한 시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언급한 '인터넷이 공기가 된 시대'를 뜻한다. 자동화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활용, 로봇기술 발전에서 기인한다. IT 인프라로 소비자 기호와 수요에 따라 즉각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제구조를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은 분명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만들어낸 혁명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모바일, 3D 프린터, 무인자동차, 드론, 나노·바이오 기술, 재료과학, 양자컴퓨팅 기술의 동시다발적 혁신이다. 이런 기술혁신을 이용한 플랫폼이라는 시장이 출현하고, 이들의 활용 범위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연결과 상호작용의 범위가 ‘사물과 사물’(IoT)에서 ‘사람·사물·공간’(IoE)을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진 ’지능화된 초연결사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난 세 혁명과 달리,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과 금융업 등 각종 산업에 강력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인력구조와 수익모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가 금융업이다. 4차 산업혁명 기반인 인터넷과 모바일이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즉 유통 플랫폼 형식을 띠고 있다. 유통 네트워크 가운데 핵심이 금융 서비스다.
 
영업 환경 변화로 은행 점포 수 축소와 통폐합(시티은행이 대표적 예)이 진행 중이다. 핀테크를 필두로 금융업 사업모델이 바뀌면서 새 금융전략을 수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15년 발표한 ‘은행업이 죽는 날’에서 2037년까지 대부분 미국 은행이 문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2020년에 모바일 기기로 신용카드, 대출, 송금, 주식 중개 등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가 제공된다. 대부분 사람은 은행 계좌가 아니라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계좌를 이용하게 된다. 2025년에 개인간(P2P) 대출 회사들이 미국 은행이 취급하는 대출액의 30% 이상을 대체할 전망이다.
 
금융과 기술이 융합한 핀테크는 금융산업 변화를 선도할 것이다. 이미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금융소비자는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자산관리를 받게 되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산관리가 대표적 예다. 인공지능은 자산관리를 넘어 판매 쪽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발전으로 개인 신용 위험을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은 시장 감시와 이상 금융거래 탐지, 모바일 재무비서 기능에도 쓰인다. 프레이 전망이 이미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 전사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완전한 디지털 은행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스페인 은행 BBVA의 본부 건물. REUTERS
디지털 혁신의 배경
미국과 유럽 대형 은행들은 이미 세계 금융위기를 경험했고, 핀테크 산업이 급부상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사업모델을 변화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새로운 수익과 가치를 주는 기회이며, 디지털 산업 전환 과정으로 정의한다. 대형 은행은 IT 인프라 확보와 은행 디지털화를 전담하는 컨트롤타워 구축과 운영을 이런 혁신의 주요 촉매제로 삼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금융회사가 경영난에 봉착했다. 이들 사이에선 정확한 정보가 없는 것에서 비롯된 잘못된 의사결정이 금융위기 발생 요인으로 꼽혔다. 글로벌 은행들은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정보 수집과 분석이 필요했고, 이는 IT 인프라 정비 필요성을 높이는 원인이 됐다. 더불어 정부 당국 규제가 강화되면서 위험과 고객 관리 고도화, 수익모델 재구축, 비용 축소, 디지털 상품·서비스 개발 요구가 커져 새 IT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 요소가 됐다.
 
IT 인프라 구축이 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행위라면, 디지털 혁신 전담조직 확보는 핵심 금융 기능을 핀테크 사업자에게 빼앗기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조처다. 일반적으로 최고경영자 직속 전담기구로 설립되는 디지털 혁신 조직은 IT 인프라 구축을 주도할 뿐만 아니라 혁신 기술 확보, 디지털 상품·서비스 개발과 출시, 애자일(Agile·개발 주기나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방식의 프로젝트 기반 혁신 활동 추진, 내부 인력의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을 추진한다.
 
많은 고객을 보유한 대형 은행은 시스템 안정성을 무엇보다 중시하기에,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즉시 도입하거나 대규모 시스템을 수시로 변경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새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의 딜레마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어, 디지털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이 조직을 통해 인터넷·모바일 기반의 보안 기술, 사용자 경험 등에서 우위를 지닌 핀테크 업체들과 적극적인 협업·제휴·인수로 디지털 상품·서비스를 확보하고 내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핀테크 투자는 물론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이나 지원개발센터 개설, 유망한 핀테크와 IT 벤처를 발굴하려는 이벤트 개최 등을 하는 주요 목적이 여기에 있다.
 
외국 대형 은행 사례들
스페인 은행인 BBVA는 2009년부터 10년 동안 꾸준히 IT 인프라 투자, 내부 조직 구조의 효율화, 디지털 전담조직 주도의 외부 기술 수용을 추진해왔다. 전사적으로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완전한 디지털 은행으로 전환하려 한다. 특히 외부 핀테크 기업의 기술 활용과 기술 내재화 목적의 유망 핀테크 투자 등으로 외부 디지털 역량을 적극 수용한다. 미국의 JP모건체이스는 은행 지점 디지털화에 적극적이다. 애플, 아마존과 협업해 IT 인프라를 확보하고 새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시티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은행 지점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 은행인 웰스파고는 이노베이션랩을 운영해 디지털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디지털 상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에 위험 요인을 식별하고 해결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미래 고객층인 유소년과 청년에게는 재미를 더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 영국 대형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전사적 디지털 혁신에 나서기보다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수익 중심 디지털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점 내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기존 고객 방문율을 높이고, 모든 입출금 기기에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하도록 해 고객을 유인한다. 대출과 사후관리, 고객응대 등 50여 개 업무에 로봇자동화시스템(RPA)을 도입해 효율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 이 밖에 많은 대형 은행들이 여러 핀테크·IT 기업과 제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글로벌 은행의 디지털 혁명 과정에 긍정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기술과 제품, 서비스(사용자 경험 구현, 편의성, 효율성 등) 품질이 향상됐다. 둘째, 개인 간 금융, 새 결제 서비스, 빅데이터 활용 신용정보시스템 등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셋째, 금융사로부터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고객이나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게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강화해 새 고객층 확보를 쉽도록 했다.
 
어느 산업보다 규제가 많은 금융 분야에 부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흐름에 맡겨둘 상황이 아니다. 기존 규제 체계의 와해로 혼란스러운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글로벌 선도 은행의 IT 인프라와 디지털 전담조직의 업무 방식에 있다. 고객 중심, 분석과 실행 연계, 관리 체계 확립으로 선진 은행 수준의 디지털 혁명을 이뤄야 한다. 특히 대형 은행들과 같이 핀테크 기술을 확보·적용하려면 IT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와 빅데이터 등을 즉각 금융업에 활용하려면 관련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핀테크를 새로운 금융 생태계에서 어떻게 연결할지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 & Sullivan)은 고객 성장의 가속화를 위해 협력하는 ‘성장 파트너’로서 팀리서치(TEAM Research), 그로스컨설팅(Growth Consulting), 그로스팀멤버십(Growth Team Membership)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효과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평가·실행할 수 있는 성장 위주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5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6대륙 40개 이상 사무소에서 1천여 개 글로벌 기업,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 및 투자계와 협력하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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