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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른미래 “경제 살리겠다” 한목소리, 승부수 던졌지만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경제는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까
[98호] 2018년 06월 01일 (금) 윤휘웅 waymaker@opinionlive.co.kr

경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대체로 경제 상황이 좋거나 낙관적 기대가 형성되면 여당이, 반대로 경제 상황이 나쁘고 이후에도 비관적 전망이 팽배하면 야당이 승리한다고 본다.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 다섯 번째)가 2018년 5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장 수여식에서 참석자들과‘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란 후보나 정당이 유권자에게 지지의 근거를 제공하는 경쟁이다. 상대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의 근거를 주기도 한다. 한국 공직선거법에 선거운동을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규정하는데, 바로 당선에 도움이 되는 근거와 당선에 방해되는 근거를 서로 내놓는 싸움이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당과 후보들은 자신을 찍어야 하는 이유와 상대방을 찍지 말아야 하는 메시지를 선거 기간 내내 유권자에게 더 많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사력을 다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유권자의 인식을 유리하게 변화시키려 한다. 선거전을 자세히 보면 주요 정당이나 후보 간 맞싸움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거는 복싱이나 씨름과는 전혀 다르다. 관객이 단순히 응원만 하는 객체가 아니다. 비교평가를 통해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는 선거 과정의 최종적 주체가 된다. 선거가 전쟁과 스포츠와 비슷한 속성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려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전쟁과 스포츠경기는 군대나 팀이 상대를 무력화하면 승리이지만, 선거는 상대를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 인식을 변화시켜야 승리할 수 있다. 선거운동에 아무리 훌륭한 인력을 투입하고, 세련된 홍보를 하고, 충분한 선거자금으로 뒷받침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유권자의 생각에 변화를 주지 못하면 선거운동 모습은 상대적으로 ‘승리’일 수 있겠지만 선거 결과는 패배일 수밖에 없다.

 

야권, 일제히 ‘경제’ 슬로건 내걸어
그래서 각 정당이나 후보들은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줄 소재를 찾아내려 하고, 슬로건도 만들어낸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줄곧 남북관계의 급진전에 대한 견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에서 보듯 안보 보수의 시각에서 현 정부·여당을 비판하며 대중의 생각을 부정적으로 바꾸려 했다. 그러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반대로 전쟁 위협이 줄어들고 평화 기대가 고조되는 데 우리 국민은 열광적 호응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새로운 슬로건을 들고나왔다. “경제를 통째로 포기하시겠습니까”이다. 그리고 “경제는 자유한국당입니다”라는 보조 메시지도 함께 쓰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자유한국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모두 합심해서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실생활에 밀접한 민생 문제로 선거를 해보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좋아진 것은 세금 증가와 일자리 없어진 것뿐”이라며 “그래서 민생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선거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간의 북한 비핵화를 믿을 수 없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비판하던 것에서 선회했다. 대중이 북한 문제보다는 먹고사는 경제와 민생 문제에 더 반응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른미래당도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집중했으나 별 효과가 없자 ‘경제’를 들고나왔다. 주요 슬로건으로 “망가진 경제, 먼저 살리겠습니다. 경제정당 바른미래당”을 내세웠다. 그리고 “망가진 경제, 내 지갑은? 내 일자리는? 경제정당 바른미래당”을 보조 슬로건으로 정했다. 결국 야당은 효과적인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소재를 이것저것 시험해보다 마땅치 않자, 결국 유권자는 실질적 경제문제에 반응해 그에 따라 투표한다는 전통적 선거캠페인의 기본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경제지표는 좋은 편이 아니다. 2017년에는 3%대 경제성장률을 회복했고, 1인당 국민소득(GNI)도 2011년(9.6%) 이후 가장 높은 7.5% 증가율을 보여 곧 3만달러 진입을 앞둔 듯 개선된 부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경기회복세가 불안하다. 2018년 4월 우리나라 수출은 500억6천만달러였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든 것이다. 2016년 11월 이후 1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특히 반도체 수출이 계속 부진해 우리나라 전체 경기회복세가 더딜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고용지표 악화가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7년 3월 취업자 증가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46만3천 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18년 3월 취업자는 11만2천 명으로 후퇴했다. 세계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3월(-19만5천 명)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2017년 15~29살 청년 취업자는 전년 대비 1천 명 줄어 2013년 이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청년실업률은 2018년 3월 11.6%로 치솟았다. 현 정부가 기업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경제 운용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실시한 최저임금 인상이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고용지표의 단기적 악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야당 의원의 질문에 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최근 계속 부정적 경제지표가 발표된 것도 야당이 북한이나 드루킹 문제 대신 경제를 집어들게 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과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의 경제 실정이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유권자의 표심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대체로 경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라는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선거가 실시될 즈음 경제적 상황이 좋다면, 혹은 이후 낙관적 기대가 형성됐다면 집권 여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반면 경제 상황이 나쁘고 이후에도 개선되지 못하고 비관적 전망이 팽배하면 여당이 패배하고 야당이 승리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는 미국 선거에선 거의 공식화돼 있다. 1997년 대선에서 외환위기 뒤 진보정권으로 넘어간 것에서 보듯,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경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야당의 의도대로 경제선거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경제선거가 되려면 현재의 경제지표가 현 정부의 무능과 실정으로 야기된 것으로 일반 대중이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 1년밖에 되지 않아 전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는 인식이 대중에게 형성됐다면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낮아야 한다. 여당의 지지율도 낮아야 한다. 그러나 역대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현 정부에 돌리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선거가 아니라 지방선거다. 지방선거는 유권자가 사는 지역의 시장·군수·구청장과 시도지사를 뽑는다. 우리나라 전체적 경제를 생각해 투표하기보다는 유권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경제를 살릴 인물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투표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국가경제 문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지기보다 지역 현안을 더 잘 해결하고, 지역 경제를 더 발전시키고, 나아가 정부 예산을 해당 지역에 대거 끌어올 인물이 누구인지가 지방선거에선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연 야당의 시도는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 연구를 하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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