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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뛰어내릴까
[Cover Story]환율전쟁
[7호] 2010년 11월 01일 (월) 알렉산더 융 외 economyinsight@hani.co.kr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아르민 말러 Armin Mahler·그레고르 페터 슈미츠
Gregor Peter Schmitz·비란트 바그너 Wieland Wagner <슈피겔> 기자

 문서의 제목은 아주 평화로웠다. 지난 9월29일 수요일 늦은 오후 미 하원에서는 ‘H. R. 2378-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안’을 표결에 부쳤다. 공정무역, 누가 그것에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의원들이 토론을 시작했을 때 분위기는 더 이상 평화롭지 않았다. 회의장 안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자비에르 베세라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우리가 손을 놓는 순간마다 이 나라에서는 일자리가 한 개씩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고,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공화당 소속 의원 티모시 머피는 “우리는 오늘날까지 지켜왔던 국제사회의 헤게모니를 잃어가고 있다. 중국은 단 한 번도 국제시장의 규칙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거들었다. 민주당 의원 린다 산체스는 “우리는 지금 실질적인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며 “다만 상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우리는 물총만 쏘고 있다”고 한탄했다.
 1시간여 동안 한 사람의 성토가 끝나면 다른 사람의 성토가 이어지며 낮은 통화가치를 유지해 자국 생산품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환율 조작꾼’ 중국에 대한 비난이 계속됐다. 그들은 모두 ‘H. R. 2378’이 한시라도 빨리 표결을 통과하기 바랐다. 문서의 작은 글씨를 읽어보면 이 법안이 절대로 평화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미 상무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허락 없이도 특정 국가의 상품에 징벌 관세를 부과하게 하자는 것이다. 대상은 통화가치가 근본적으로 저평가되고,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으며, 외환 보유고가 높은 나라였다.

   
▲ 세계경제 패권을 향한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한 중국 노동자가 지난 10월13일 산둥 지방의 리자오 항구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수출용 컨테이너를 쌓고 있다.

 이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결국 의원 348명이 법안에 찬성했고, 오직 78명만 반대했다. 패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니콜라스 라르디는 “이처럼 명확한 의사표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의 무역분쟁은 이로써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중요한 미 하원 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거의 10%에 육박한 실업률과 어두운 경제 전망에 자극받은 미 국회의원들은 ‘보호무역’이라는 개념을 재발견했다.
 
미국, 보호무역의 재발견

 그들의 공격은 오랜 숙적이자 경제 분야에서도 새로운 적수로 등장한 중국을 향했다. 중국 상품이 미국보다 더 이상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도록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분쟁에 언어적, 법적 그리고 정치적 무장이 진행되고 있다. ‘20세기의 경제대국’은 ‘21세기의 경제대국’에 분수를 알게 해주려 한다. 문제는 현재 미국의 힘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한지, 이런 갈등이 결국 모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은 아닌지이다.
 미국 경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의 값싼 상품과 달러 가치를 지탱하는 중국의 외환보유고에 의존해왔다. 이 시스템은 지금까지 양국에 이득이었다. 한쪽은 분수에 맞지 않는 과소비를 하면서 그 지출을 달러로 계산했고, 다른 쪽은 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들여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국제시장의 불균형이 점점 더 커지고, 국제통화 시스템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행동 뒤에는 상당한 위선이 감추어져 있다. 지난날 미국만큼 외환시장을 지배한 국가가 있었던가. 돌아오는 국채 상환을 감당하기 위해 미 연방준비은행은 여전히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어내고 있다. 미국인은 최소한 그들의 화폐가 가치를 잃어가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 어찌됐든 그로 인해 미국에 수입되는 상품의 가격은 비싸지고, 미국 수출 상품의 가격은 하락해 자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은 국가 사이의 관계를 반영하기 때문에 한 나라가 이득을 보면 다른 나라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불과 몇 달 전에 유로화 몰락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유로 국가의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이 때문에 갑자기 유로화 가치가 높아졌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화의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위험에 처한 유로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9월 말, 아일랜드 국채의 위험 가산치가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일랜드는 망해가는 은행을 구하기 위해 계속 엄청난 돈을 퍼부어야 한다. 또 다른 국가에서는 수만 명의 사람이 정부의 긴축재정 계획에 반대해 시위에 나섰다. 이는 해당 국가의 정부가 계획하는 국가재정 재활 프로그램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을 키운다. 보통 상황이라면 이 모든 요소는 유로화 가치를 바닥으로 추락시킬 것이다. 미국의 상황이 이토록 나쁘지만 않다면 말이다.
 일본 역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호경기는 오지 않고, 국가는 디플레이션과 엄청난 국가 채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요소도 일본의 화폐가치를 하락시켜야 하지만 엔화 역시 환율이 오르고 있다. 계속 가치가 하락하는 미국 화폐에 대한 공포로, 중국이 엔화 투자를 점점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외환시장은 지금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매우 위험하게 뒤집혀 있다. 화폐가치에는 한 국가의 흥망이 달려 있고, 그 때문에 외환시장의 불안은 세계경제 구조를 위협한다. 환율이 인위적으로 조작되면 불균형이 더욱 커지고 각종 문제가 더욱 깊어져 결국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이렇게 되면 한 나라의 경제를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ㆍ유럽연합 등으로 환율전쟁 확산 

   
▲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IMF 연차 총회. IMF의 최종 목표는 경제적 안정을 통한 세계평화다.


 어떤 나라도, 어떤 통화 구역도 이런 위기에서 단독으로 벗어날 수 없다. 모두가 서로 얽혀 있다. 이 때문에 한 나라가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화폐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한 국가가 이런 방식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면 자동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리고 상대 국가도 이에 평가절하로 대응하면 결국 승자 없이 최후의 패배자만 남게 되는 ‘치킨게임’이 시작된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경제사의 어두운 과거 시대에서 만들어져, 현재 갑작스레 재조명받고 있는 명칭인 ‘평가절하 경쟁’이라고 말한다.
 브라질의 재무장관 귀도 만테가는 국제 환율 전쟁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선진국은 자국의 화폐가치를 낮추려 한다. 이런 조치는 우리 같은 개도국의 경쟁력을 위협한다.” 국가는 자국 화폐의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일본은 이전에 외환시장에 대규모로 개입한 적이 있다. 스위스 역시 자국을 유로와 달러 약세의 희생자로 보고 있다. 너무 많은 자금이 스위스로 들어와 수출 국가로서의 경쟁력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몇 달간 스위스 준비은행은 유로화를 매입해 프랑켄화의 환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세계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 격동의 시기에 발생한 치명적인 통화 평가절하 경쟁을 이미 한 번 겪었다. 그때까지는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금본위제가 시행돼 누구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을 정해진 양의 금과 교환할 수 있었다. 물가와 환율은 비교적 오랫동안 안정적이었고 무역이 번성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발발과 동시에 이 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각국의 경제가 서로 너무 얽혀 있었던 것이다.
 대공황으로 인한 대규모 빈곤 때문에 각 나라는 결국 급진적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고, 1931년 9월20일 영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그 뒤 몇 달 사이에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대비해 가치가 3분의 1로 하락했다. 이는 원하던 효과를 나타내 영국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금본위제를 계속 유지해 비교적 화폐가치가 높은 이웃 나라에 손해를 입혀 영국 경제를 살린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을 ‘이웃 약탈’이라고 불렀다.
 이에 대한 반응이 돌아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1933년 봄 미국도 금본위제를 포기했고, 그로 인해 달러화는 약 40%의 가치를 상실했다. 이른바 ‘골드 블록’(Gold Blocks)에 속한 다른 나라들도 곧 뒤를 따랐고, 결국 25개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이 경쟁에서는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었고, 세계경제를 침체시켰다. 1929∼33년 세계경제 규모는 30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축소됐다.
 통화 혼란의 막을 내리기 위해 1944년 7월 연합국 44개국이 미국의 브레턴우즈에 모였다. 각국은 질서 있는 국제무역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통화 시스템에 합의했다. 앞으로 국제 경쟁시장에서 환율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달러화가 기축통화가 되고 다른 화폐들은 달러를 기준으로 가치가 측정됐다. 미국은 각국이 보유한 달러를 ‘1온스=35달러’의 일정한 비율에 따라 금으로 교환해줄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 미국이 이 의무를 더 이상 지키지 못하게 된 1971년에 이 시스템은 무너졌다.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너무 많은 돈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약육강식 법칙이 적용됐고, 그중 가장 강한 자는 미국이었다. 세계의 확고한 기축통화인 달러 덕분에 미국은 수십 년간 분수에 넘치는 소비를 하며 살 수 있었다. 언제나 돈을 지급할 누군가가 존재했기에 그들은 끝도 없이 빚을 만들 수 있었다.
 지난 몇십 년간 어느 정도 달러 가치가 낮아졌지만, 이는 경제학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수치보다 훨씬 적었다. 미국이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평가받는 동안 다른 나라들도 계속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그를 통해 달러를 지탱할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국가 채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면 계속 안전한 나라로 통할 수 있을까? 미국이 계속 달러 가치를 억제해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과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큰 손해를 자초하지 않으려면 달러 외환보유고를 그대로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달러를 버린다면 어디로 자금을 옮긴단 말인가? 유로화로?
 개인 투자자는 도망갈 수 있다. 그들은 모든 거대 통화에 대해 의심을 품고서 금을 산다. 금 가격은 매번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세기 초에 비하면 금의 가치가 4배 이상 올랐다. 경제위기의 뒤를 이어 국채(재정)위기가 일어나자 국제경제의 기반이 얼마나 약한지, 새로운 규칙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점점 더 확실해졌다.
 이 때문에 제2의 브레턴우즈 체제 같은 새로운 세계경제 시스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반복해서 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런 미래 시스템에서 예측이 불가능한 것은 중국의 역할이다. 위안화를 포함하지 않고서는 미래의 시스템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환율을 순차적으로 자율화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6월19일 중국의 수뇌부가 위안화의 고정환율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지금까지 통화 자율화를 도입하지 않았다. 미국이 원하는 위안화의 평가절상도 이행되지 않았다. 이후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한 가치가 약 2% 올랐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의 중앙은행은 ‘인민폐’에 아주 작은 범위의 탄력성만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워싱턴의 압력을 주권 침해로 느낀다. 중국 인민은행 소속 전문가들이 중국을 일방적인 수출 의존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환율 개혁이 가져오는 장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너무 많이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애국 대중의 항의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질서 찾아야 

 중국의 처지에서 보면, 위안화는 조심스럽게 절상돼야 한다. 중국은 일본 같은 일을 겪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국의 압력에 따라 1985년에 아시아 최대의 경제대국인 일본은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을 약 60% 상승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일본 은행은 수출 부문에서 평가절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금리를 거의 0에 가까울 정도로 내렸다. 이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 거대한 거품이 형성됐다. 일본은 아직도 거품 붕괴 뒤 닥친 장기 불황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이런 조치는 미국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미국의 산업, 특히 자동자 업체들은 도요타나 혼다 같은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위안화의 평가절상도 미국에 많은 도움이 될지 확실치 않다. 2005~2008년 중국 화폐는 약 21% 평가절상됐지만, 미국의 무역 적자는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은 절약하는 데 익숙지 않고 상품을 수출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마저 미국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2002년 이후 달러 가치는 유로화 대비 30% 이상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수출이 활성돼야 해결된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 세계 90개국 이상에 무역 적자를 내고 있다. 미국은 단지 경제적 실패의 원인으로 내세울 희생양을 찾고 있을 뿐일까?
 중국을 제재하려면 상원에서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미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는 “무역전쟁도, 통화전쟁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그의 예상이 적중한다면 이것은 좋은 소식이다. 나쁜 소식은 국제통화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위안화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여전히 확실치 않다. 그래서 불안정한 외환시장은 앞으로도 세계경제를 계속 위협하게 될 것이다.
ⓒ Der Spiegel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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