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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강세 피로감에 곳곳 붕괴 조짐
[Finance] 미국 주식시장의 위협 요소
[97호] 2018년 05월 01일 (화) 윤석천 maporiver@gmail.com

미국 증시가 9년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장세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속에 곳곳에서 하락세 반전 조짐이 보인다. 암호화폐 광풍의 후유증으로 주식시장 대기자금이 상당히 줄고, 강세장을 이끌어온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증시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지만 잇단 시장 균열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연간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한 2018년 3월2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에 무역전쟁 공포로 주식 매각 소식을 알리는 자막이 나오고 있다. 미국 증시 강세장이9년째 이어지면서 주식시장 붕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REUTERS
이른바 ‘불마켓’, 강세장이 9년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언제까지 가능할까. 누구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급락할 수도 있다. 드문 일이 아니다. 강세장과 높은 변동성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2018년 3월22일,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약 7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연간 50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무역전쟁 공포가 시장을 압박했다. 이런 일은 강세장이던 지난 9년 동안 이따금 발생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급락이 아니다. 강세장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거대한 댐이 작은 틈새가 원인이 되어 무너지고, 꽃병이 가느다란 균열로 깨지듯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몇 가지 부정적인 이벤트가 쌓이면 어느새 강세장이 끝나고 약세장이 시작되는 게 일반적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전 강세장이 붕괴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가 스멀스멀 번질 때였지만 시장은 의외로 잘 버텨냈다. 같은 해 3월, 베어스턴스가 JP모건에 최종 인수되는 결정이 났을 때는 외려 시장이 역으로 반응했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올랐다. 투자자들은 이로써 시장을 짓누르던 악재가 사라졌다고 믿었다. 그러나 6개월 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이때부터 시장은 파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2009년 3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6개월 뒤 시장은 최저점에 이른다. 금융위기라는 엄청난 폭탄도 시장에 완전한 영향을 주기까지 자그마치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주식시장은 어디쯤 와 있을까. 2018년 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는 조정 국면이다. 강세장이 끝나간다는 암시일까, 아니면 새로운 강세장을 준비하는 단계일까.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강세장이 끝나간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주식시장 균열이 여러 곳에서 목격된다. 주식시장 균열이 뭔지 알아보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리스크란 그 정체를 아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 ‘유비무환’은 시장에서도 통하는 진리다.
 
암호화폐 열풍의 후유증
2017년 가을, 암호화폐 열풍이 전세계를 휩쓸었다.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에 열광했다.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고, 사람의 애를 태웠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매수를 부추겼다. 공황매수(Panic Buying)는 언제나 결과가 참혹했지만 이번에도 사람들은 그 광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암호화폐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12월께 정점을 찍은 뒤 현재 거의 3분의 1 토막이 났다. 암호화폐 열광자들은 여전히 가격이 과거의 정점을 회복할 거라 믿는다. 그럴 수도 있다. 다만 가격이 과거 최고점을 회복하느냐에 관계없이 암호화폐 시장의 광풍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공황매수로 암호화폐 시장은 상당한 액수의 위험 자본을 빨아들였다. 그만큼 주식 매수 대기자금이 줄었다는 뜻이다. 물론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된 돈 전부가 주식시장 매수 대기자금은 아니다. 하지만 그중 상당액은 암호화폐 시장에 투자되지 않았다면 주식시장에 눈을 돌릴 돈이었다.
 
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우 이론’에 따르면 분산 국면(Distribution Phase)은 약세장의 첫 번째 국면이다.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된 것을 감지한 전문가나 스마트 머니가 투자 수익을 확보한 뒤 시장을 떠나는 단계를 말한다. 마지막 매수자들이 시장에 진입해 전문 투자자의 매도를 받아내는 단계다. 이때부터 시장이 하락한다. 문제는 최종 매수자가 이미 현금을 다른 곳에 썼을 때다. 혹은 다른 곳에 투자해 손실을 봤을 때다. 암호화폐 같은 비주식성 자산에 투자해 심각한 손실을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 투자자의 매도를 받아줄 주체가 마땅치 않게 된다. 암호화폐 시장이 흡수한 위험 추구 자본은 상당하다. 다른 말로 하면, 주식시장의 잠재적인 최종 매수자의 여력이 과거보다 허약한 상태다. 이럴 때 분산 국면이 실제 시작된 거라면 시장 하락폭은 과거에 비해 더 커질 수 있다.
 
채권수익률이란 경쟁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한술 더 떠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연준은 보유 채권 규모를 계속 줄여가고 있다. 이런 조처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중앙은행에 포진한 전문가들이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완벽할 수는 없다. 금리 인상과 보유 채권 축소는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의회는 대규모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는 예상보다 한층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 적자를 메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성장률을 높여 세수를 더 확보하든지,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미국 성장률은 이미 잠재성장률을 넘어섰거나 근접한 상황이다. 추가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재정 확보 수단은 단 하나, 국채 발행뿐이다. 채권 발행이 늘어나면 수익률은 오를 수밖에 없다. 돈을 더 빌리려면 과거보다 높은 금리를 줘야 한다.
 
연준의 긴축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재정 적자로 인한 채권 발행 증가는 장기금리를 상승시킨다. 이는 분명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채권수익률, 즉 이자가 높아지면 주식배당은 덜 매력적인 소득원이 된다. 2018년 3월 말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배당률은 1.85% 정도였다. 그런데 미 국채 1년물 금리는 2.08%였다. 주식의 자본이득, 즉 주가가 올라 얻는 수익을 배제한다면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채권을 사는 게 훨씬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주식에는 자본 수익 가능성이 있는 반면 국채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강세장이 9년째 이어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강세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지만, 역으로 얼마든지 약세장으로 바뀔 수 있다. 주식 투자는 채권 투자 수익률보다 배당이 낮고 자본 손실 우려가 있다. 현시점에서 주식을 산다는 것은 과거보다 더 높은 원금 손실 리스크를 지는 것과 동시에 더 낮은 수익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행위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원인은 투자자 모두가 매도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단지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주식시장은 하락할 수 있다.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리하이밸리 국제공항에서 노동자들이 아마존 화물비행기의 배송 물품을 내리고 있다.아마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난을 받은 뒤 주가가 급락하는 등 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거대 기술기업들은 여러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REUTERS
대장주들의 위기
모든 강세장에는 그것을 끌어가는 대장주들이 있다. 이번 미국의 강세장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주도해왔다.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등이다. 이들 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한테 비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트럼프는 “세금을 납부하는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다. 평평한 경기장이 아니다”라며 아마존을 질타했다. 3월30일에는 아마존이 과도하게 싼 가격에 배송을 맡겨 미국 우편 시스템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엔 정부 규제가 뒤따를 거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X’가 기대만큼 팔리지 않아 고전 중이다. 페이스북은 그 사업모델이 의문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고객 정보 유출 파문으로 위기에 놓였다. 구글의 광고 판매와 정보 수집도 부정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규제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기술기업 대장주들의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4차 산업 관련주들도 영향을 받아 기술기업 전반으로 하락세가 번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파문을 딛고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현재와 같은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다. 이들의 성장에 기댄 강세장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 깊어진다.
 
이 밖에도 시장 균열은 많다. 이들 틈새가 시장의 즉각적인 붕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시장은 언제든 상승할 수 있다. 세상엔 어떤 일이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년 1분기 실적 발표 시기(어닝 시즌) 분위기는 양호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여력이 생겼고 부채를 줄이는 길이 열렸다. 기업들은 자본투자보다 외양을 치장하는 일에 열중할 것이다. 이른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단기적 기업가치 띄우기에 열을 올릴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화장을 한 얼굴’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단기적으로 집중시킴으로써 주가가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기억할 것이 있다. 틈새는 절대 스스로 봉합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벌어질 뿐 아물지 않는다. 미국에서 시작된 주식시장 강세장은 이미 9년차다. 저금리를 동력으로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그사이 여기저기 균열이 생겼다. 투자자라면 경각심을 갖고 이들 균열을 면밀히 주목해야 한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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