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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자본·제조 인프라·혁신의 열정
[Cover Story] ‘디지털 차이나’ 알고리즘 대해부- ② 민간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베른하르트 찬트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 5800조원대 육박… 창업가, 휴가 반납하고 디지털 혁신에 올인 

디지털 강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힘은 정부의 지원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민간 영역에서 일군 유·무형의 자산도 큰 구실을 한다. 13억 소비시장에서 쌓인 기업의 막대한 돈과 정보 수집 능력, 못 만드는 게 없는 제조업 기반, 성공 하나만 보고 달려가는 정보기술(IT) 분야 젊은 인재들의 열정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다.

베른하르트 찬트 Bernhard Zand <슈피겔> 기자
 
   
▲ 텐센트의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위챗’ 마스코트들이 중국 광저우의 텐센트 사무실 탁자 위에 놓여 있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약 532조원에 육박한다. REUTERS
2018년 1월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Tencent)의 시가총액이 5천억달러(약 532조9천억원)를 돌파하며 페이스북을 추월했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해 중국 최대 게임업체로 성장한 텐센트는 범용 앱 위챗(WeChat)으로 소비자에게 채팅과 게임, 내비게이션, 주문, 결제 등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위챗 사용자는 10억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모바일결제 서비스는 텐센트와 시가총액 4600억달러(약 490조5900억원)인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Alibaba)의 가 치를 지금 수준으로 올린 원동력이다. 두 기업은 이 서비스를 기 반으로 장기적으로 구글과 페이스북(사용자 약 20억 명)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도 있다. 2016년 중국 소비자들은 모바일결제로 5조5천억달러(약 5867조9500억원)를 냈다. 같은 기간 미국인들의 모바일결제 규모보다 50배 많은 금액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결제 시스템으로 중국인들은 일상적인 쇼핑만 하는 게 아 니라 저축하거나 대출을 받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끌어모은 돈으로 중국 인터넷 회사들이 무엇을 하느냐다. 이들은 초기 사업 분야를 뛰어넘어 교통, 관광, 소매업, 부동산, 건강 등 점점 더 많은 삶의 영역을 파고드는 가치 사슬을 구축한다.
 
다음은 텐센트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어떻게 진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2017년 11월 홍콩 증시에 텐센트의 온라인 출판 사인 중국문학그룹(China Literature Group)이 상장됐다. 이 출판사는 600만 명 이상의 저자와 계약을 맺고 있다. 중국인들은 인터넷 소설을 쓰고 읽는 걸 즐긴다. 특히 과학소설이 인기다. 첫 거래일 저녁에 중국문학그룹 주식 가격은 두 배가 됐다.
 
텐센트는 온라인 출판으로 잠재력이 큰 콘텐츠사업 소재의 원천을 보유하고, 온라인 출판 콘텐츠 소재를 텔레비전 시리즈(텐 센트 비디오), 장편영화(텐센트 픽처스), 가장 수익성이 높은 비디오게임(QQ게임즈) 등 그룹의 다른 영역 콘텐츠로 변형시킬 수 있다.
 
텐센트는 2014년 전자책으로 나온 인기 판타지 소설 <운명의 전사>로 이런 가치 창출 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원작은 애니메이션과 인터넷 드라마로 제작됐고, 곧 영화가 개봉되며 모바일게임으로도 나온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텐센트는 중국의 디 즈니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는 텐 센트가 투자하는 많은 분야 중 하나일 뿐이다. 텐센트는 중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려 한다.
 
지금까지 중국 거대 IT 기업의 국외 활동은 협력과 전략적 투자에 국한돼 있었다. 알리바바는 알디(Aldi)와 자라(Zara) 같은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고, 최근 독일 잠베어 형제가 설립한 온라인쇼핑몰 라차다(Lazada)를 인수했다. 텐센트는 미국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스웨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의 지분이 있고, 핀란드 게임개발 업체 슈퍼셀 (Supercell)을 인수했다.
 
중국인들은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이미 자체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중국 기업의 사업모델이 아주 잘 통한다. 이 모델이 유럽과 미국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가장 유망한 사업 분야인 결제 서비스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공항은 물론 로스만(Rossmann)이나 디 엠(dm) 같은 독일 편의점 매장에서도 중국 관광객은 휴대전화로 결제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얼마 전부터 외국인들이 신용카드와 위챗페이(WeChat Pay)를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결제 서비스 모델이 전세계적으로 신용카드를 대체하기 전에 근본적인 의문에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데이터로 중국인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데이터
인공지능 응용프로그램 개발 스타트업 와트릭스의 소프트웨어가 걸음걸이로 사람을 식별하면 그 후에는 2초짜리 영상만 있으면 현대의 모든 감시카메라에서 그를 다시 알아볼 수 있다. “대상이 충분히 보이기만 하면 된다.” 예능프로 <기지과인>에 나와 자기 회사를 소개했던 황융전이 말했다. 군중 속에서 대상을 가려내려면 신체의 약 60%가 보여야 한다.
 
황융전은 늦어도 10년 안에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로 교차로와 지하철역이 감시되고, 범죄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보행 인식 시스템이 중국 전역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기술적·법적 문제가 남았지만, 중국은 두 문제 모두를 잘 준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렇게 빨리 진행되지 못할 것이다.
 
안면 인식부터 음성 인식, 보행 인식, 교통 흐름, 개별 소비자 프로필까지 중국 기업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로 데이터를 수집해 처리한다. 이런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의 덩어리를 읽고 이해하는 데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 주자로 우뚝 서기 위해 수천억달러라도 투자할 용의가 있다.
 
중국 IT 기업의 데이터 수집 욕구는 중국 정부마저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 같다. 2018년 초에 중국 정부는 검색엔진 바이두(Baidu)와 뉴스앱 터우탸오(Toutiao)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은 회사에서 수집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누구와 정보를 공유하는지 등의 조사에 응했고,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를 공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알리바바의 금융서비스 자회사 개미금융은 협력사들이 아무 통보 없이 소비자의 모바일 지갑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질책은 기껏해야 겉치레일 뿐이다. 국가 스스로 어떤 중국 회사보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데이터를 수집 하고, 심지어 외국 회사들에도 이를 독려하고 있다. 2017년 6월 통과된 중국 사이버보안법에 따르면, 네트워크 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모든 회사가 중국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최소 6개월 동안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식 데이터 보존이다.
 
국제앰네스티가 11개 메시지 서비스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 의무 준수 정도를 분석한 결과, 텐센트는 100점 만점에 0점을 받아 최하위에 머물렀다. 데이터 판독 부문에서 거둔 중국의 성과는 의문이 있는 업적이다. 중국에선 장점이 될 수 있어도, 세계로 진출하려면 단점이 된다. 아무도 그들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 중국 데이터 업체 구팔의 공동창업자가 점심시간에 사무실 의자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중국 디지털 경제 부흥에는 스타트업 직원들의 열정이 토대가 됐다. REUTERS
제작자
판하오(34)의 작업장은 발명가의 꿈을 실현시키는 무대처럼 보인다. 3차원(3D) 입체 프린터, 컴프레서, 갓 납땜한 회로기판, 중국 기업에 인수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첨단기술회사 쿠카 (Kuka)의 로봇 등 최신 설비가 곳곳에 놓여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여기에 온다”고 선전에 위치한 스타트업 ‘시드스 튜디오’(Seeed Studio)의 창립자 판하오가 말했다. “우리는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판하오는 젊은 컴퓨터광과 엔지니어의 독창성에, 지난 40년 동안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 제조산업의 자원을 융합하는 일을 한다. 이 조합은 중국 디지털경제의 ‘킬러 앱’이 될 수도 있다. 시 드스튜디오는 새로운 기계와 혁신적 디지털 기계, 특별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장비를 제공한다. 프로젝트가 구체화하면 소규모로 생산할 업체와 연결해주고, 제품이 성공을 거두면 기계를 대량 양산할 공장을 소개한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독일과 일본을 모방하기만 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판하오는 말했다. 다양한 규모와 기술을 보유한 수많은 기업이 중국에 역사적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여기는 제조업체의 열대우림이다.” 중국에서 양산이 불가능한 제품은 거의 없다. 특히 중국의 산업 발전이 시작된 이곳 주장강 삼각주에서는 더욱 그렇다.
 
판하오가 중국인과만 손잡고 일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작업 장과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회의실에는 중국인과 함께 유럽인, 오스트레일리아인, 미국인이 스크린 앞에 서 있다. 새로운 와이파이 측정기, 블루투스로 제어되는 조각 기계와 같은 장치를 설계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메이커’, 즉 제작자라고 칭한다. 이 용어에는 디지털 색채가 짙게 묻어 있다.
 
“중국에서는 오랫동안 장인 계급이 천대받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끝났다. 독일 경제를 오늘날의 위치로 끌어올린 사람들이 장인 아닌가?” 판하오는 2019년 자신의 회사를 선전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할 생각이다.
 
정신
베이징의 동서축을 이루는 도로인 창안제는 중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다. 류청청(29)은 최근 중국 국영 텔레비전 건물 맞은편에 있는 초고층 빌딩의 4층을 임대했다. 이곳은 베이징에서 8번째, 중국에서 30번째 지사다. 이름을 줄여 ‘시시’(CC)라고 하는 류청청은 미국의 IT 전문 뉴스 포털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중국판이라 할 수 있는 회사를 운영한다. 그는 더 이상 이런 비교를 좋아하지 않지만.
 
4년 전 <슈피겔>과 처음 만났을 때 대학생 블로거였던 류청청 은 중국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회사를 주제로 운용하던 자신의 블로그 ‘36Kr’를 창업자와 투자자가 만나는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당시 그는 직원 50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지금은 직원이 700명으로 늘었고, 회사는 세 부문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부문에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신생기업을 보도한다. 두 번째 부문에서는, 투자자들이 60만 중국 IT 회 사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모바일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한다. “나는 중국에서 <블룸버그통신> 같은 경제 전문 서비스 업체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대형 터미널에서 주가를 추적하는 기존 증권사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가 지켜보는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반응하는 앱을 만들고 싶다”고 류청청은 말했다.
 
세 번째 부문 ‘케이아르 스페이스’(Kr Space)는 사무실과 작업 공간을 임대한다. 미국의 소기업을 위한 단기 임대업체 ‘위워크’(WeWork)와 비슷하다. 류청청은 이 비교를 좋아한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의 중소기업을 갖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개인 주택에 머물고 있다. 중국에서 차고를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수요는 충분하다. 알리바바와 중국의 택시 서비스 디디추싱이 류청청의 ‘케이아르 스페이스’에 투자했다. 2019년에는 회사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류청청은 중국 IT 분야의 규모와 성장이 여전히 서구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중국의 인터넷이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서방세계의 많은 국가 경제는 근본적으로 여전히 전자우편을 바탕으로 한다. 중국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우리 세대는 모든 일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나는 심지어 내 주식 포트폴리오도 스마트폰으로 관리한다.”
 
낮 12시가 되자 류청청의 비서가 앱으로 도시락을 주문했다. 음식이 도착하기 전에 비서는 류청청에게 닭고기수프가 든 보온병을 갖다 줬다. 류청청의 아내가 챙겨준 것이다.
 
류청청은 2년 전 그의 고향 출신 젊은 여성과 결혼했다. 둘 사이에 6개월 된 아기가 있다. “상장을 준비하면서 사생활이 거의 없다. 아내가 나를 위해 대부분의 일을 관리한다. 심지어 매일 아침 무엇을 입을지도 결정해준다.”
 
4년 전에는 그래도 운전면허를 취득할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당시 어떤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류청청은 ‘파란색 자동차’라고 대답했다. 지금 그는 파란색 테슬라 자동차를 갖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타본 적이 없다.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려면 휴가를 내야 하는데 중국에 있으면 휴가가 없다.”
 
*2018년 4월호 종이 잡지 39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7호
Der China-Algorithmus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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