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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실습 거쳐 경력 단절 극복
[집중 기획] 프랑스 직업교육의 현주소- ② 세 실업자의 새 일 찾기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교육과 현장의 유기적 결합 활용한 50대 퇴직자와 난민… 교육기관들 맞춤 지원 중요 

 
베로니크, 셰프케트, 세르주는 일자리를 잃은 뒤 각자 다른 방법으로 직업교육을 받았다. 프랑스에는 재취업으로 안내하는 다양한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거치든 직업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는 필수다. 또 고령자일수록, 미숙련 일자리일수록 몸으로 하는 실습의 필요성이 크다. 세 사람의 재취업 경로를 통해 그 현실을 들여다본다.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저소득층에게 음식과 식자재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랑스 파리의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직업교육과 함께 자원봉사는 새 일자리를 찾는데 좋은 디딤돌이 된다. REUTERS
자원봉사로 역량 키워 전직한 50대 여성 영업자 
베로니크(가명)처럼 50살에 실업자가 된다면 어떻게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다국적 농산물 가공 기업에서 20년을 일한 베로니크는 회사가 구조 조정에 들어가 경력을 계속 쌓을 가능성이 낮아지 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당시 회사의 국내영 업 팀장이던 베로니크는 단체협약에서 보장하는 노동계약 해지 절차를 밟았다. 회사 비용으로 주 1회씩 10개월 동안 민간 기관에서 코칭(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목표를 이루게 돕는 일 -편집자)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베로니크는 코칭 수업을 받으며 다른 직업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전직·역량강화협회의 문을 두드렸다. 협회는 자원봉사자 300여 명이 모인 단체다. 봉사자 들은 정보통신·홍보·인사관리 등 자신의 전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시민단체를 그때그때 돕거나 협회가 제안하는 지원팀에 들어간다. 베로니크가 선택한 건 후자였다. 약 1년 동안 베로니크는 일주일에 두 번씩 협회를 찾았다. 베로니크가 보기에 고용 당국은 이런 형태의 참여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베로니크는 이거야말로 일의 세계에 한 발 걸친 채 새 직업을 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확신한다. 모든 자원봉사자는 협회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베로니크도 코칭 수업을 병행할 수 있었다. 최근 그가 영업팀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것은 회사 동료 등 주변 인맥의 덕분이기도 하지만, 역량기부 자원봉사로 일의 세계와 연결된 끈을 놓지 않고 직업교육으로 역량을 기른 것도 큰 기여를 했다.
 
베로니크가 보유한 직업교육저축계좌(CPF)는 실제 그가 원하는 수업을 듣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15년부터 모든 노동자는 CPF를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베로니크는 2차 코칭 수업을 받으면서 CPF를 사용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이 과정은 CPF 사용 명단에 없었기 때문이다. 명단은 노사가 정부의 중재로 공동 결정한다. 120시간이 저축돼 있는데도 CPF를 사용할 수 없었던 베로니크는 결국 자비로 교육비를 내야 했다. CPF의 현금 전환이 가능하다면 명단에 없는 교육기관이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공방에서 일 배워 정착한 코소보 난민 
교육받고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편입한 관리자들과 달리, 일자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 들을 위한 지원 제도는 노동 실습을 중요하게 여긴다. ‘경제활동을 통한 사회 편입’을 추구하며 일자리 소개와 사회적·직업적 지원을 겸하는 앵세르파크 (Inserfac) 협회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단체는 프랑스 전역에 있는 2천여 개 ‘ 사회편입공방’(ACI)의 하나다. 2013년부터 프랑스 중남부 클레르몽페랑에 사는 코소보 출신의 전직 법률가 셰프케트 레제피(35) 는 이 공방 덕분에 일자리를 구했다. 셰프케트가 난민 인정을 받은 뒤 고용청 상담사는 그에게 4개월 동 안 프랑스어 수업을 들을 것을 권하며 이 단체를 소개했다.
 
셰프케트는 10명의 다른 직원들과 함께 주당 26시간씩 한 예술학교의 의상 3만 점을 복원하는 일을 했다. 이를 통해 그는 재봉의 기본을 배우고, 수학· 영어·컴퓨터·조직생활 등 여러 역량을 갖췄다. 앵세 르파크의 부대표 조엘 셸은 모든 게 교육의 매개가 될 수 있다며 “공방의 목적은 업계 종사자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셰프케트가 일자리를 찾은 것도 공방을 다니며 키운 여러 역량 덕분이다.
 
공방을 나온 뒤 셰프케트는 전기기술 교육을 받기 위해 시험을 봤지만 떨어졌다. 지역 민간 직업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상품 운송 관련 교육과정 시험엔 붙었다. 운송회사 ATR 채용을 약속받은 셰프케트 가 말했다. “대형 면허와 초대형 트레일러 면허를 따기 위해 운전 교습을 받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상품 운송 관련 최소의무교육 수료증을 따는 것이다.” 법률가였던 셰프케트는 거주 지역의 노동력 수요를 고려해 상품 운송이라는 전혀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
 
전문교육 통해 경력 살린 정보기술자 
교육과정의 성공은 단순한 기술적 지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수강생에게 얼마나 효과적인 맞춤 지원을 하느냐에 달렸다. 세르주 보나르는 리옹의 한 정보통신회사에서 일한 지 10년째 되는 해에 정리해고를 당했다. 51살 때의 일이다. 그는 직업안전성계약 (CSP) 덕분에 1년 동안 기존 임금의 80%와 고용청 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CSP 수혜자의 절반이 그러하듯, 그도 AFIP라는 민간 교육기관에서 고용청이 비용을 부담하는 6개월의 경영자 네트워크 교육과 정 이수를 제안받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AFIP는 일종의 ‘입시학원’이다.
 
교육 내용은 풍부했지만 수업의 질은 별로였다. 세 르주는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수강생 15명은 각자의 컴퓨터에 앉아 할당된 교육을 받았다. 혹시라도 질문이 나올 때를 대비해 강사 한 명이 강의실에 있 었지만, 해당 부문의 전문 강사는 거의 없었다.”
 
세르주는 고용청의 담당 상담사를 만나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상담사의 조언에 따라 지자체와 고용청 의 자금으로 ‘글로벌 지식’이라는 정보통신 교육기관 이 제공하는 인프라 기술자 교육을 받기로 했다. 내용과 학습 환경은 물론 수료 뒤 구직 지원도 만족스러웠다. 이 기관은 협력기업들과 정기 ‘잡데이팅’ 행사를 하고, 이력서 작성 수업도 했다. 그는 마침내 CSP 종료를 이틀 앞두고 시험관 진단 전문 대기업의 하청 업체에 정보기기 기술자로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세르주는 재취업 성공으로 걱정을 던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 이수 뒤 진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는 교육과정이 고요한 강물 같지 않고, 모든 제도가 수강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것도 아니며, 이 지난한 과정의 성공은 무엇보다 교육과 현장의 밀접한 연결에 달렸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교육받을 생각이며, 직업교육저축계좌를 활용해 사이버보안 교육과정을 신청해둔 상태다. 
 

스위스에선 실습이 취업의 왕도 
 
스위스 청년의 4분의 3은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실습교육을 받는다. 독일은 절반, 프랑스는 4분의 1이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스위스 교육 관련 책을 집필한 프랑수아 가르송은 “스위스에서 실습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취업을 위한 최고의 길”이라며 “연방정부 장관 7명 가운데 2명이 과거 실습 교육을 받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습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야말로 스위스가 프랑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프랑스에서 엘리트층은 대부분 소수 유명 국립학교 출신이며, 실습생은 그저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는다. 이런 차이가 나머지 모든 차이를 만든다.
 
핵심은 이중 직업교육 제도다. 스위스에서는 일반적으로 14~15살부터 실습을 시작하고, 기업도 이런 학생들에게 기회를 준다. 직업교육은 지자체, 교육센터, 기업이 공동으로 교육 내용을 결정하고 장기간 진행한다. 실습교육을 받는다고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중등학교에서 일반과정과 직업 교육 과정의 전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르송은 “이중 직업 교육 제도야말로 스위스 기업들이 가진 경쟁력의 비밀”이라고 단언한다. 스위스의 직업교육은, 교육·전수 역할을 하는 기업과 빠르게 역량을 갖추는 노동자 사이의 선순환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상드린 풀롱, 뱅상 그리모 기자 
 

인적자본과 내생적 성장 
‘인적자본’(Human Capital)은 1964년 미국의 경제학자 게리 베커가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인적자본론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일정 수준의 지성을 갖고 태어나며 살아가면서 지식을 얻고 계발한다. 여기에 교육이 큰 몫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인적자본’을 말할 수 있는데, 지식수준에 따라 노동자의 효율성과 혁신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적자본을 축적한 노동자는 보수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기업이 투자 결정 전에 수익성을 계산하듯, 각자는 암묵적으로 자신의 인적자본을 증진하는 교육과정 비용을 측정한다. 여기에는 노동 대신 학습에 투자하는 시간이 포함된다. 노동자는 교육 이수로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득과 비용을 비교해 교육을 계속 받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인적자본 개념은 큰 성공을 거뒀다. 물론 몇몇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는 시민정신·사회통합 등 사회 전체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을 교육의 목적에서 배제한 채 교육의 이유를 개인적 득실 계산으로 단순화하는 것을 주저했다. 경제학에 ‘신호’(Signal) 개념을 처음 도입 한 마이클 스펜스는 교육, 특히 학위야말로 노동시장에서 본질적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신호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학자 마리 뒤뤼벨라는 교육이 일종의 선별 절차를 구축하는 데 사용될 뿐이어서 사회 전체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한편, 내생적 성장(Endogenous Growth)은 1984년 미국 경제학자 폴 로머가 경제성장론에 도입한 개념으로, 경제성장이 본질적으 로 연구·개발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연구·개발이 혁신을 추동하고, 혁신이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많은 연구자가 최상의 지식수준을 확보해야 삶의 수준과 방식이 진보하는 것이다. 내생적 성장 이론의 취약점은 경제성장의 환경적 한계와 불평등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드니 클레르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설립자 
 
 
*2018년 4월호 종이 잡지 22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3월호(제377호) 
Mille et une façons de se former pour retrouver un empl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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