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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유통·수익에 획기적 기여
[Culture & Biz] 블록체인 기술이 바꾸는 콘텐츠 산업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문동열 rabike0412@gmail.com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한다. 투기로 얼룩진 암호화폐 광풍으로 그 본질이 흐려지기는 했지만, 그 덕에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높아졌다. 최근 콘텐츠 산업계에서도 블록체인 기술로 인한 산업 생태계의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 스위스 취리히 부근 도시 주크의 ‘암호화폐 밸리에서 블록체인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콘텐츠업계의 유통과 수익 배분 등 생태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REUTERS
블록체인은 분산원장으로 대변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분산원장 기술은,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다른 사용자에게 전파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를 기록해 참여한 사용자 모두 가 공유하는 기술을 말한다. 장부를 암호화해 위· 변조를 할 수 없게 막은 것이 특징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인터넷에서 교환되는 모든 데이터는 참여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며, 거래 내역은 특정인 이 위·변조를 할 수 없다. 설령 하나의 데이터를 고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장부 데이터와 비교해 위· 변조 여부를 가리기 때문에 그 많은 장부를 모조리 바꾸지 않는 이상 이론적으로 완벽한 보안이 보장된다. 게다가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계속 변경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가치는 보안에 있다. 분산된 데이터를 검증하는 방식의 거의 완벽한 보안은 사용자들의 거래를 아주 단 순하면서도 정확하게 만들어주며 그것을 신뢰하게 한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만들면서 보안 강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개발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거래를 지배하는 기술’이라고 도 한다. 사용자 인증, 권한 부여, 수익 분배 등 계약과 거래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이 기술에 담을 수 있다. 거기에 몇 가지 원칙만 세우고 준수하면 산업 시스템부터 일상생활까지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경제활동의 대부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공연이나 연극과 같은 휘발성이 강한 실황 콘텐츠를 제외한 모든 콘텐츠는 디지털화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상품은 실물이 존재하거나 물리적 행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디지털화가 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콘텐츠는 디지털로 유통 가능한 무형의 자산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면 계약에서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해, 중개자나 유통 경로 없이 제작자가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직접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분산원장과 ‘ 스마트계약’이라는 기술이다. 분산원장 기술이 계약과 거래의 순수성을 보장한다면, 스마트계약 기술은 거래의 기본인 계약을 자동화한다. 그동안 콘텐츠를 직접 유통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수익 분배나 저작권 관리 등의 이유로 좌절됐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나와 이런 문제들을 쉽게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콘텐츠 유통의 혁명
현재 상업적 목적으로 제작되는 모든 콘텐츠는 배급, 편성, 출시, 출판, 발매 등 다양한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방송사, 영화 배급사,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같은 유통 경로를 이미 갖고 있는 제작자들은 콘텐츠를 거기에 탑재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립 콘텐츠 제작자는 콘텐츠를 제작하면 유통 경로부터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A가 웹예능 동영상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하자. 지금의 방식으로는 제작한 영상을 유통해줄 곳을 찾아야 한다. 영상 콘텐츠 시장의 구매자 대부분은 방송국이나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다. 이런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면 당연히 수수료가 발생한다. 수수료가 많게는 판매액의 50~80%나 된다. 창작자는 창작 대가의 대부분을 수수료라는 명목의 통행세로 내야 하고, 유통 길목을 장악한 일부 중개업체들이 그 수수료를 독점하다시피 한 것이 현재 시장 구조다. 유통 중개업체들은 이 통행세로 또 다른 저작권을 사들이며 이 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게 된다.
 
콘텐츠 산업의 ‘원천’인 창작자들이 소외된 현재의 콘텐츠 산업 생태계는 불공평한 시장 규칙을 만드는 가장 큰 요소였다.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많은 창작자들이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거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 웹툰이나 일부 디지털 콘텐츠에 한해 장벽이 많이 낮아지긴 했다. 그럼에도 창작자들이 받는 대가는 파생되는 수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유통 역시 자신의 창작물에 특정 코드를 삽입한 영상을 P2P(개인 컴퓨터 간 연결)로 공개하는 것으로 끝난다. 콘텐츠가 재미있다면 사람들이 공유할 것이고, 공유되는 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중개자가 필요 없으니 제작자는 가격, 배포 기간, 형식 등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분야가 포르노 산업일 것으로 본다. 수많은 불법 파일이 돌아다니는 ‘야동’들로 아무 힘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창작자에게 의미 있는 수익이 창출되기까지 적잖은 마케팅 비용과 시간이 들 수 있다.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중개자에게 저작권을 넘기는 방식이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 변화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일부에서만 시험적으로 시행되는 블록체인 방식의 콘텐츠 유통이 앞으로 확산될 것임은 명확하다.
 
   
▲ 서울 마포구 아현동 지하보도를 개조해 만든 독립음악인 창작공간 ‘뮤지스땅스’의 작업실을 관객이 둘러보고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 창작자가 거대배급업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콘텐츠를 유통해 수익을얻을 수 있다. 연합뉴스
콘텐츠 생태계의 재편
외국에서는 우조뮤직(Ujo Music), 디 슨트(Decent)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P2P 콘텐츠 유통 서비스가 하나둘 생기고 있다.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창작자들은 불필요한 통행세를 내지 않는 이 새로운 서 비스를 환영한다. 이를 활용한 창작자가 많아지고 수익을 제대로 가져갈 수 있다면,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 중개자들에게 유통을 맡길 필요가 없다. 사용자 또한 수수료가 없어진 만큼 싸게 콘텐츠를 사용할 길이 열린다.
 
콘텐츠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일으키는 변혁은 유통구조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합리적 유통구조가 정립되면 개인의 창작과 유통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제작자 A의 웹예능 프로그램을 맘에 들어한 인도네시아의 한 대학생이 전자우편을 보내,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 유통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고 하자. 지금으로선 회 사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 유통 능력이 있는지 의문부터 들 것이다. 계약이나 수익 배분 협상 등 선결 과제도 많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면 만 날 필요 없이 전자우편 한두 통에 간단한 시스템 작업만으로 끝난다. 스마트계약으로 수익 배분 권한을 나누고, 인도네시아어 버전 영상을 P2P로 유통하면 된다. 심지어 원저작자가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저작권을 푼다면 맘대로 배포해도 된다. 그렇게 해도 모든 거래는 기록되며, 그 기록에 의해 발생된 수익은 별다른 협상이나 계약서, 복잡한 은행 송금 같은 절차 없이도 원저작자에게 귀속된다. 카피레프트를 통한 2차 저작물 활성화처럼 저작권자는 몇 가지 조건을 붙여 자신의 저작물을 오픈마켓에 내놓으면 전세계 사용자들의 공유만으로 유통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유는 ‘ 불법 복제’의 의미가 강했지만, 블록체인 기술 기반에서 공유는 엄연한 ‘유통’이다. 특히 이런 구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결합할 때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블록체인으로 유통하면 팔로어가 많은 개인은 대기업 못지않은 힘을 갖게 된다. 이는 콘텐츠 마케팅과 맞물려 전자상거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파워블로거와 BJ 등 인터넷 스타 ‘왕훙’이나 1인 미디어의 전자상거래 파급력을 고려할 때, 블록체인 기술은 대기업 위주인 콘텐츠 사업을 개인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얼마든지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제작 분야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최근 나온 소프트웨어 형태의 오픈형 블록체인 플랫폼이 그것이다.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편집 영상을 바로 유통하거나, 블록체인 웹툰 제작 소프트웨어로 웹툰을 그리는 즉시 전세계로 내보낼 수 있다. 창작에 따른 수익은 곧바로 창작자에게 귀속된다. 중개자에게 많은 수수료를 낼 필요 없이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 산업에 참여할 수 있다.
 
본인이 능력만 있다면 자본 없이 프리 랜서로 스마트계약에 의해 안정적으로 제 작에 참여할 수 있다. 혼자 힘으로 버겁다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오픈형 콘텐츠 제작 플랫폼을 통해 공동 제작 형태의 참여도 가능하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만큼 수익을 나눠 받고, 콘텐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구적으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직장인들은 일과 후 부업으로, 가정주부는 집안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 오 픈콘텐츠 제작 플랫폼에 참여해 수익을 얻는, 그야말로 ‘창작자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AI) 시대가 되면 수많은 직업이 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AI도 따라올 수 없는 것이 인간의 감성이나 창의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 산업은 AI 시대에 더욱 빛날 수 있다. 미래 콘텐츠 산업을 견인하는 원동력의 한가운데 블록체인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 문동열은 영상콘텐츠 스타트업 레드브로스 대표로 저비용·고효율의 한국형 영상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게이오대학에서 미디어마케팅을 전공했고 SBS 콘텐츠허브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다. 또한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콘텐츠 금융과 콘텐츠 기업 컨설팅을 맡았다. 방송 제작과 금융에 모두 정통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문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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