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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패권에 도전하는 수소의 운명
[국내이슈] 수소전기차의 현재와 미래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권순우 progres9@naver.com
현대차, 3월 미래형 수소전기차 ‘넥쏘’ 출시… 정부 보조금 지원과 충전소 인프라 절실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한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해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은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려 한다. 화석연료 의존에서 탈피해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려는 ‘에너지혼합’ 시대에 수소가 새로운 활력소가 되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엔진 등 내부를 살펴볼 수 있도록 자체가 일부 잘린 상태로 전시됐다. REUTERS
 
영하의 한파가 몰아치던 2018년 1월2일 서울 만남의 광장. 문재인 대통령이 전용차에서 내려 낯선 차량으로 옮겨 탔다.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넥쏘’였다. 문 대통령은 “세계 정상 가운데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탄 사람은 제가 처음이고, 세계에서 수소차로 만든 자율주행차는 현대차가 최초”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태운 넥쏘는 아무도 운전대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시속 110km를 달려 목적지인 경기도 판교에 도착했다.
 
무사히 문 대통령을 목적지로 안내한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넥쏘는 그 길로 190km를 달려 강원도 평창에 도착했다. 완전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수소전기차 넥쏘는 평창겨울올림픽 기간에 평창군내에서 일반인에게 시범 운영됐다. 완전자율주행차는 아직 시범용이지만, 수소전기차 넥쏘는 2018년 3월부터 시판된다.
 
현대차가 2018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한 넥쏘는 1회 충전으로 609km를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수소전기차다. 항속거리가 세계에서 가장 길다. 수소전기차는 쉽게 말해 수소발전기를 탑재한 전기자동차다. 수소전기차는 탱크 속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생산하고 모터를 돌려 주행한다. 부산물은 순수한 물뿐이고 산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를 99% 걸러낸다. 수소전기차 1만 대가 돌아다니면 나무 60만 그루를 심은 효과가 있고, 디젤차 2만 대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그래서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한다.
 
대중적으로 수소전기차가 팔리려면 친환경성도 중요하지만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 매력도 필요하다. 넥쏘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첨단 기능, 친환경성으로 ‘2018 CES’에서 자동차로는 유일하게 ‘에디터스 초이스 어워드’를 수상했다.
 
관건은 수소 인프라
넥쏘는 안전성, 내구성에서도 일반 자동차 수준의 개선을 이뤘다. 수소차가 사고 나면 수소폭탄처럼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다. 수소는 천연가스에 비해 확산성이 4배나 높아 유출이 되더라도 폭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다만 높은 압력으로 수소를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수소탱크의 강도가 중요하다.
 
현대차는 여러 전·후방 충격 시험을 비롯해 총격시 안정성까지 검증하는 시험을 했다. 또 탄소섬유로 칭칭 감아 보호하고 있는 탱크 외에 추가로 수소밸브 부위에 직접 압력을 가하는 시험까지 진행해 안정성을 점검했다. 넥쏘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은 현대차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통해 99% 국산 제품으로 완성됐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인 ‘투싼’은 비싼 가격(8500만원) 때문에 상품성이 없었다. 넥쏘는 정부 보조금을 고려하면 4천만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은 “수소전기차는 단순히 상징적 제품이 아니라 실제 대중적으로 팔려는 차”라며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현재 나와 있는 중형 스포츠실용차(SUV)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2018년 수소전기차 판매 전망을 기초로 책정한 보조금은 130대분에 불과하다. 현대차가 밝힌 넥쏘 판매 목표는 2022년까지 1만 대로 판매 목표에 비해 배정된 보조금이 매우 적다. 정부가 넥쏘 판매가 저조할 것으로 전망한 근거는 수소충전소 개수다.
 
국내에 설치된 수소전기차 충전소는 12개. 연구용을 제외하고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6개에 불과하다. 충전소가 위치한 지역은 현대차 본사가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공장이 있는 울산, 기아차 공장이 있는 광주 등이다.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아예 없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2017년 초 수소 충전이 가능한 복합휴게소 200개 건설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수소차도 없는데 정부 예산을 들여 충전소를 만들어야 하냐는 반론과 기존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자의 반발, 대기업 특혜 시비 등으로 무산됐다. 현대차는 2018년 내에 30여 개의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개당 30억원에 달하는 설치비를 누가 낼지는 불확실하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고도 충전소가 없어서 탈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2일 자율주행자동차 시승을 마치고 경기도 성남시 판교 창조경제밸리 기업지원허브에 도착해 참석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계적인 친환경 기조로 내연기관 자동차는 사망 선고를 받았다. 전세계 195개 국가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서명했다. 노르웨이·네덜란드·독일·인도 등 6개 국가는 2020~2030년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금지한다고 밝혔고, 중국 등도 곧 내연기관 이탈 행렬에 동참할 전망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안은 전기자동차(BEV)와 수소전기자동차(FCEV)가 될 수밖에 없다. 누가 미래 자동차 패권을 쥐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치열하게 대립하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논쟁은 미국 테슬라의 출현으로 전기차 쪽으로 기울었다. 전기 인프라는 이미 사회 곳곳에 설치돼 있어 작은 투자로 변형이 가능하다.
 
수소전기차는 여러 단점이 있다. 수소전기차 자체는 친환경적이지만 수소 추출부터 운송, 보관, 사용 등 모든 과정에서 환경 부하가 크다.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천연가스를 개질해 추출한다.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방식은 추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물을 전기분해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기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채취할 바에야 그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해 전기자동차를 굴리는 편이 낫다. 천연가스도 액화천연가스(LNG) 차량을 타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수소,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규모 정유화학 기업들이 있는 한국은 연간 190만t의 부생수소가 만들어진다. 이광국 현대차 부사장은 “국내 각종 산업에서 부가적으로 생성되는 수소만으로도 수소전기차 200만 대가 주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 전남 광양 등 석유화학단지에서 수소를 내륙으로 운송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집집마다 배송되는 천연가스를 이용하거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수소를 만드는 기술도 있지만, 생산 속도가 느려 채산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수소연료 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백금·불소 같은 물질의 가격이 비싸고, 부품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수소 업계의 반론
여러 한계가 있음에도 수소의 전망을 낙관하는 쪽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되는 과정은 단순히 환경에 미치는 영향만을 고려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전세계 정부가 규제를 통해 강제로 전환시키는 만큼 막대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수력·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는 화석연료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전기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원자력을 배제하려는 탈원전 정책도 전기 부족을 부추긴다. 설사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더라도 자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계절적으로 급변하는 에너지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할 수 없다. 수소 진영은 수소가 다소 비효율적이더라도 최소한 신재생에너지의 보완재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최소 30분 이상 걸리지만 수소 충전에는 5분도 안 걸린다는 것도 수소의 압도적인 강점이다.
 
수소의 필요성을 확신한 국가들의 움직임은 매우 빠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소 산업을 미래 일본을 먹여 살릴 에너지로 규정하고 ‘수소 기본 전략’을 채택했다. 일본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대규모 태양광 설비를 지어 수소를 만들어 수입하는가 하면, 동남아시아 브루나이에서 LNG로 생산한 수소를 수입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80만 대, 버스 1200대를 보급하는 계획도 세웠다. 수소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민관 합동 작업도 활발하다. 도요타를 비롯한 자동차, 에너지, 국책은행 등 11개 회사는 2022년 3월까지 연료전지차용 수소충전소를 두 배로 늘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 역시 국가 주도로 ‘클린 에너지 파트너십’(Clean Energy Partnership) 프로젝트로 약 50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주요 정책은 교통부, 경제부, 환경부가 함께하는 국립수소연료전지기구(NOW)가 맡고 있다. 이들은 2023년까지 수소충전소를 40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과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수소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은 해당 국가 정부의 정책과 무관치 않다.
 
수소 논쟁은 어느 한쪽도 완벽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각국의 상황에 맞게 방점을 어디에 두고 투자할 것인지에 달렸다. 산이 많은 노르웨이는 수력으로 전체 전기의 96%를 생산한다. 그러니 수소보다는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탈원전을 가속화한 일본은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없으니 수소에 집중한다.
 
전세계가 각국 사정에 맞는 에너지혼합 정책을 세우고 ‘탈화석연료’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에 비해 수소차가 먼저냐 충전소가 먼저냐는 순환 논쟁, 현대차의 넥쏘를 팔아주기 위해 정부가 수소충전소를 만들어줘야 하냐는 재벌 특혜 논란은 지극히 근시안적이다. 한국은 어떤 에너지가 만드는 미래에 살 것인가. 작은 이해관계에 발목만 잡혀 있기에는 새로운 에너지 패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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