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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질 닮은 사진, 그 ‘찍기’의 공격성
[곽윤섭 기자의 포토 인]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곽윤섭 kwak1027@hani.co.kr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군인 복장의 배우가 연극 홍보를 위해 모형 총으로 ‘총격’(shooting)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실탄이 없음을 아는 관광객들은 겁내지 않고 오히려 반색하며 휴대전화 ‘촬영’(shooting)으로 맞서고 있다. 관광객의 관심을 받으니 배우에게도 좋은 일이고, 재미있는 장면을 찍은 관광객도 운수 좋은 날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카메라는 총만큼 위협적이며 현실은 가볍지 않다. ‘shoot’은 ‘쏘다’로 ‘사진을 찍다’라는 뜻도 있다. 사진 찍는 행위와 총 쏘는 행위는 여러모로 닮았다. 셔터를 눌러 ‘슛’ 하면 공간과 대상이 포획돼 카메라에 빨려든다. 방아쇠를 당겨 ‘슛’ 하면 상대는 총을 쏜 사람에게 포획된다. 방아쇠를 당겨 표적에 치명상을 입히듯, 셔터도 배려 없이 폭압적으로 누르면 그 대상에 큰 상처를 준다.
 
수전 손태그는 저서 <사진에 관하여>에서 카메라와 사진의 공격성에 대해 신랄하게 썼다. “카메라를 남자들의 발기된 성기에 비유하는 것은 사람들이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피할 수 없는 은유의 세련되지 않은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카메라에 필름을) ‘넣는다’. (카메라를 들고) ‘겨냥한다’. (사진을) ‘박는다’라고 말하곤 한다. (중략) 따라서 이처럼 상서롭지 못한 은유는 자신의 두 다리 사이에 권총이나 칼 같은 도구가 있다는 남자들의 환상만큼 허세일 뿐이다. 물론 사진을 찍는 행위는 뭔가 약탈하는 듯한 요소가 있다. 누군가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사람을 범하는 것이다. 사진은 피사체가 된 사람을 상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사물로 만들어버린다. 카메라가 총의 승화이듯이 누군가를 찍는다는 것은 살인의 승화다. 그것도 슬프면서 무서운 이 시대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부드러운 살인.”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미투’(#me too) 운동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문화예술계뿐이겠나. 권력으로서의 총과 카메라는 곳곳에서 음습해 인격을 노린다. 성추행·성폭행의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남성들은 아무 데서나 불쑥 총을 꺼내지 말지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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