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이슈
     
남북 이슈 ‘시큰둥’... 지방선거 악재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정치권 평창겨울올림픽 손익계산서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삼수 끝에 어렵게 유치한 평창겨울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다. 흔히 대형 스포츠대회 유치는 정부와 여당에 호재지만, 평창겨울올림픽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남북 단일팀이 짧은 시간에 성급하게 논의되다보니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2018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스포츠 보도가 온갖 정치 이슈를 덮을 가능성이 높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평창겨울올림픽 성화가 전세기 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2017년 11월1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기장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김연아(오른쪽) 평창올림픽홍보대사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성화 램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큰 국제행사 개최는 정권에 도움이 된다. 국가대표의 땀과 노력이 우수한 성적이라는 결실을 맺어주면 정치적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일시적이라도 국민 통합이 이뤄진다. 이념·지역·정치적 논쟁이 사라지고 국민이 일치단결해 대한민국의 일원임을 자랑스러워한다. 선수들을 응원하며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야당이 정부를 정치적으로 공격할 공간이 줄어든다. 대중은 보통 미디어로 정부 비판 정보를 만남으로써 인식이 변하는데, 대형 스포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신문과 방송 뉴스 대부분이 참가 선수들의 근황, 경기 내용과 결과, 뒷얘기를 반복적이고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정부·여당에는 야당의 정치적 공격이 없고 국민 통합이 이뤄져 나쁠 게 없다. 자국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대통령이 직접 경기장에서 보거나 텔레비전으로 시청하며 응원하는 모습이 전달되면 국민과 지도자의 일체감이 형성되는 효과까지 더해진다.
 
과거 올림픽이 열려 한국 선수의 성적이 괜찮게 나오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덩달아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전 대통령들은 스포츠 행사를 적절히 활용해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긍정적 인식을 높이기도 했다.
 
2018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도 비슷한 효과를 줄 것이다. 한국이 개최해 언론 보도량과 국민적 관심도는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이번에는 남북 선수 공동 입장과 북한 응원단 참가 등으로 기본적 흥행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남북 긴장 국면이 몇 해간 이어져온 상황에서 남북 화해·협력을 높이는 한마당이 될 수도 있어, 정부에 미치는 긍정적 정치 효과가 제법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평창겨울올림픽이 정치적 호재임에도 정부에 곤혹스러운 장애물이 생겼다. 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한이 동시 입장할 때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드는 점,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민심이 전폭적 지지를 보내지 않은 점이다. 남북 단일팀이 처음 구성된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논란은 별로 없었다. ‘코리아’란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한 선수 한 명씩 구성돼 복식경기에 나섰다. 시상식에서는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전세계적으로 냉전이 종식되고, 노태우 정부가 북방외교를 강화하던 상황이라 남북 단일팀 구성에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
 
지금 환경은 약간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남북이 극한의 대결 구도를 지속해왔고, 한국 국민의 북한에 대한 불신의 골이 더없이 깊어졌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김정은 3대 세습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져 있다. 이렇게 남북 교류·협력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박하게 단일팀 구성이 결정된 탓에 국민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내는 데 제약이 있다.
 
남북 단일팀의 조바심
젊은층은 유독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현 정부의 주된 지지층이 정부가 결정하는 사안을 정작 뒷받침해주지 않는 모양새다.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적폐 청산과 각종 정책에는 강력한 지지를 보내지만, 북한과 연결된 문제만은 시큰둥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인식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평창겨울올림픽 개·폐회식 때 남북 선수단이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0.5%인 데 반해,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9.4%였다(2018년 1월17일 리얼미터). 40대에서는 한반도기를 모두 들어야 한다는 응답이 더 높았지만, 20대와 30대에서는 고령층의 반응과 동일하게 한반도기 대신 태극기와 인공기를 각각 드는 것을 선호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냉랭했다. 단일팀을 무리해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72.2%로 매우 높았다. 20대와 30대에서는 82.2%와 82.6%로 더 높았다(2018년 1월11일 국회의장실/SBS). 이런 흐름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로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여전히 젊은층에서 긍정적 평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지만 이전보다는 다소 약화됐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10년 전보다 악화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정교하게 선행될 필요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해 아쉬움을 준다. 젊은층은 남북 단일팀 구성이 한국 선수들의 공정한 출전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고 문제 삼는데도, 정작 정부 인사가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메달 획득 가능성이 없어 단일팀을 만들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해 대중의 인식을 섬세하게 읽지 못하고 화를 키웠다.
 
평창겨울올림픽이 정말 야속한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6·13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이다. 각 정당의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이 이르면 3월 말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월 거의 한 달간 유권자의 관심은 평창겨울올림픽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한창 출마 선언을 하고, 2월 설 명절을 맞아 지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후보들로서는 대중의 관심이 다른 곳에 가 있으니 초반 선거 캠페인에서 제약이 생긴다. 과거 같으면 2월은 각종 행사로 세몰이를 하고, 본인을 부각하는 행보를 하며, 언론에 이를 최대한 알리는 중대한 시기다. 정치적 이슈를 놓고 후보 간 공방을 본격화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론은 출마 후보들 기사보다는 평창겨울올림픽 기사를 쏟아낼 가능성이 높아 언론을 통한 대중 접근이 어려워진다. 시간이 별로 없는 후보들 마음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평창겨울올림픽은 2018년 2월9~25일 열리는데, 출마 준비자는 이 기간을 피해 출마 선언을 하거나 사무실 개소식 등 주요 이벤트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행사를 피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서다. 2018년 1월 말 주요 후보의 출마 선언이 집중된 이유기도 하다.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2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