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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보다 더 두려운 것
[Editor’s Letter]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신기섭 marishin@hani.co.kr
신기섭 편집장
 
요즘 경제문제 중 가장 논란이 큰 것은 아무래도 비트코인입니다. 2017년 하반기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폭발적으로 뛰면서 많은 돈이 비트코인 거래소로 몰렸습니다. 투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따라서 커졌습니다. 한국 정부가 규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2018년 들어 비트코인 값은 오를 때 못지않은 속도로 빠르게 떨어졌습니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겁이 날 정도의 하락세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최근엔 하락세가 진정됐지만 ‘화폐’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변동폭이 큽니다. 화폐의 값어치가 시시각각 변하면 결제 수단으로는 자격 미달입니다. 물건값을 치르고 돌아서자마자 가치가 달라지는 화폐를 누구도 믿고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비트코인의 용도는 재산을 묻어두는 ‘디지털 자산’ 기능이 고작인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품 논란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거품과 투기는 새로울 것 없는 현상입니다. 자본주의 역사는 곧 거품과 투기의 역사라고 해도 심하지 않습니다. 거품은 결국 꺼지기 마련이고 그 끝이 참담하다는 것도 명백합니다. 그럼에도 광풍 한가운데서는 이 명백한 사실이 힘을 얻지 못합니다. “나는 거품이 꺼지기 전에 이익을 얻고 빠져나올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많은 사람이 도취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트코인에 투자한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면 거품 경고는 별 소득이 없을 겁니다. 그들의 관심은 거품이 꺼질 때가 언제냐지 거품 자체가 아닙니다. 물론 경제를 책임지고 투기 피해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거품을 경고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만.
 
제가 정작 걱정하는 것은 비트코인 시스템 운용에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점입니다. 한 금융회사가 따져보니, 비트코인 거래 한 건에 1인 가구의 한 달 전기사용량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거래 기록을 담는 ‘블록’을 만들 때 까다로운 암호 풀이를 해야 하기에 전기가 많이 듭니다. 이 작업은 고난도의 수학 문제 풀이가 아닙니다. 답을 맞힐 때까지 답의 후보를 일일이 넣어보는 단순한 작업입니다. 자물쇠 암호를 잊었을 때, 숫자를 하나씩 넣어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답을 빨리 찾는 방법은 계산에 더 많은 장비(주로 컴퓨터 그래픽카드용 칩을 사용한 전용 장비를 씁니다)를 투입하는 것뿐입니다. 답을 찾은 이는 비트코인을 대가로 얻지만,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생각하면 이런 낭비도 없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비트코인은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비트코인을 편하고 안전한 디지털 거래용으로 쓴다면, 이런 낭비가 조금은 정당화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재산을 디지털 형태로 보관하거나 시세 차익을 노린 거래에만 쓰이는 현재 상황에서는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고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미래의 화폐라고 주장하지만, 에너지 소비를 생각하면 과거형 코인이고 ‘지구의 적’이라 불러야 마땅합니다. 비트코인을 멀리하는 게 작지만 소중한 환경보호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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