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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가 부른 북극 얼음땅 개발 논란
[Environment] 그린란드에 부는 광산 개발 바람의 그림자
[93호] 2018년 01월 01일 (월) 알렉시안 르루주 economyinsight@hani.co.kr
광물에 눈독 들인 외국 기업들 앞다퉈 진출… 경제발전의 대가 만만치 않아
 
북극 부근 새하얀 동토 그린란드는 여름이 2~3주밖에 되지 않고, 경작지가 전체의 2%도 안 되는 척박한 땅이다. 어업마저 활기를 잃어 삶이 고단한 주민들에게 지구온난화는 뜻밖의 ‘호재’를 가져왔다. 값비싼 광물자원을 노린 외국자본들의 개발 투자가 그것이다. 덴마크로부터 독립이라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서도 광산 개발을 통한 경제 발전은 외면하기 어렵다. 하지만 외자 주도 대규모 개발은 독립의 대가로는 너무 비싼 부작용을 낳고, 다국적기업의 배만 불리고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알렉시안 르루주 Alexiane Leroug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빙하가 녹고 있는, 그린란드 세 번째 도시 일룰리사트의 작은 마을. 그린란드에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표면을 덮은 얼음층이 녹으면서 값비싼 광물자원을 개발하려는 외국자본의 투자가 활발하다. REUTERS
 
그린란드 남쪽 나르사크 마을은 1년 내내 파란색에서 흰색까지 다채로운 빛깔을 뽐내는 빙하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 해 변까지 밀려온 빙산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겨울엔 쌓이고,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엔 녹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그러나 나르사크 마을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10년 전과 전혀 다르다. 마을을 이루는 여러 모양의 오두막집 가운데 10여 채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다.
 
나르사크 마을은 어업으로 먹고살았고, 어업이 번창한 덕분에 활기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0년 국영 수산물 가공기업 로열그린란드가 운영하던 마을의 새우 가공 공장이 문을 닫은 뒤부터 마을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자리 100개가 사라졌고, ‘그린란드의 진주’이자 8번째 도시인 나르사크의 인구는 점점 줄었다. 오늘날 나르사크 마을의 실업률, 가정폭력, 자살률은 어떤 국제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한때 잘나가던 나르사크는 이제 우려스러운 마을 축에 든다. 마을 주민인 페테르 린드베르는 마을이 죽어가고 있다며 마을을 살리려면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면 10년 이내로 마을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그린란드 정부가 제안한 해법은 본격적인 광산자원 개발이다. 문제는 이 방안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린란드가 덴마크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문제보다 더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2009년 ‘강화된 자치권’ 획득에 성공함으로써 독립적인 사법권·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천연자원 개발을 덴마크 정부의 결정과 상관없이 관리한다. 그러나 국방과 외교는 여전히 덴마크 정부가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다.
 
그린란드 의회는 2013년 방사능광물 개발금지 해제안을 통과시켰다. 1980년대 이후 수십 년간 고수해온 방사능광물 개발에 대한 ‘무관용 원칙’(사소한 위법행위도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금지·처벌한다는 원칙 -편집자)을 포기한 것이다. 의회의 결정은 그린란드에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나르사크 마을은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원자론으로 유명한 닐스 보어가 1957년 엽서에나 나올 법한 나르사크 마을의 서정적 풍경에 끌려 이 마을을 방문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때부터 사람들은 마을 바로 위 크바네피엘 고원이 우라늄의 보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현재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중국의 투자자들이 마을을 찾는다. 크바네피엘은 우라늄뿐만 아니라 희토류에서도 중국에 이어 세계 제2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극지방의 광산 개발 갈등
“20여 년 전부터 그린란드는 풍부한 천연자원이 개발의 손길을 기다리며 묻혀 있는 새로운 엘도라도로 이미지를 만들어왔고, 당국자들도 이에 맞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투자자를 설득했다.” 크바네피엘 고원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광산기업 그린란드미네랄앤드에너지(GME)의 작업반장으로 일하는 이브 라우르센이 설명했다. “우리 회사가 이 마을에 흥미를 갖게 된 것도 그런 식이었다.” 중국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GME에 합작투자를 제안한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를 전세계에 독점 공급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린란드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자국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는 것을 우려했다.
 
라우르센은 마을 주민들에게 광산의 이로움을 알리는 데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쏟는다. “개발 초기에는 800개 일자리가 창출되고, 그중 300개는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광산에서 창출되는 일자리 1개당 1.5개의 마을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나르사크의 시민단체 ‘우라니나미크’(Urani Naamik: No Uranium)의 대표 마리안 파비아센에게 라우르센의 설명은 생각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다. “마을에 일자리 몇 개는 생기겠지만 기껏해야 옛날 식민지 시대처럼 잠수부나 가사도우미 정도일 뿐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다. 그린란드 주민의 교육 수준이나 숙련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라 숙련노동이 필요한 일자리에 적합하지 않다.” 환경단체 아바타크(Avataq) 대표 미켈 미룹도 파비아센과 비슷한 생각을 한다. “광산 개발은 그린란드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재촉할 것이다. 가난한 그린란드 주민들은 단순노동 일자리만 전전하고, 모든 이익은 외국 엘리트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다.”
 
그린란드의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들은 나르사크 마을에 강한 연대감을 표시하며 광산 개발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특히 그린란드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나르사크 광산 개발 반대 시위가 결정적이었다.
 
현재 지하자원 개발은 그린란드 독립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진다. 비록 그린란드가 덴마크로부터 많은 권한을 이양받은 자치국이지만, 재정적 독립은 아직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주민들도 전체적으로 광산 개발이 그린란드의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나르사크 마을의 문제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우라늄 개발은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다. 전 나르사크 시장 칼리스타트 룬드가 한탄했다. “우라늄은 100년이 지나도 계속 그 자리에 있을 테지만, 우라늄 개발로 인한 오염은 수십만 년간 계속될 것이다. GME는 나르사크호수에 댐을 세우고 저수지를 조성해 유독성 폐기물을 매장할 계획이라지만, 투자자들이 마을에 얼마나 머물겠는가? 때가 되면 그들은 벌어들인 돈을 싸들고 마을을 떠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폐기물이 매장된 저수지는 누가 관리하는가?”
 
   
 
우라늄 개발과 방사능 오염
2017년 3월 여러 환경단체가 나르사크 마을의 우라늄 광산 개발은 그 자체만으로 그린란드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나 늘릴 거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또 나르사크 주변 지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이는 지역 산업과 주민들의 건강에 직접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바타크 대표 미켈 미룹의 주장을 들어보자. “광산회사에서 나르사크 수산물, 농작물, 축산물이 우라늄 개발로 오염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고 뭘 하든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두려움 때문에라도 그린란드 남부에서 생산된 작물을 피할 것이고, 그리되면 경제 전체가 붕괴할 것이다.”
 
환경단체나 주민들의 우려는 그린란드 자치정부가 GME의 압력에 굴복해 광산 개발 관련 법을 어기면서까지 우라늄 개발 사업의 첫 번째 환경영향평가보고서 열람을 중단한 뒤 시작됐다. 이에 대해 미룹 대표는 GME 같은 신생 기업이 그린란드 자치정부를 이 정도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며, 지금도 이럴진대 앞으로 GME가 거대 다국적기업들과 합작이라도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반문한다. “과연 자치정부는 고작 한 줌의 일자리나 조세수입을 얻으려고 다국적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인가?”
 
미룹은 그린란드 정치 시스템이 광산 개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 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든 층에서 경험이 쌓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광산회사와 일하는 법을 전혀 모른다. 사실 배워야 할 게 천지다. 그래서 일단 소규모 사업부터 시작해 경험을 쌓은 뒤 대규모 프로젝트로 넘어가야 한다.” 미룹은 그린란드 남동부 아팔루토크(‘큰 루비’라는 뜻 -편집자) 루비 광산을 소규모 프로젝트의 모범 사례로 들었다. 아팔루토크 광산은 현재 그린란드의 유일한 상업 광산이다. 여기에서 일하는 40여 명 중 7명이 광산 주변 작은 어촌인 케케르타르수앗시아트 출신이다. 2018년 개발 예정인 나야트의 회장암 광산도 아팔루토크 광산과 유사한 규모다.
 
그린란드 북동부에선 전혀 다른 규모의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린란드 북동국립공원 한복판에서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 기업의 합작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아연 광산이 개발될 예정이다. 그리고 수도인 누크 근처 이수아에선 대규모 철광석 채굴 사업이 시작된다. 애초 프로젝트를 시작한 영국 기업이 도산하자 채굴권을 홍콩에 본사를 둔 다른 광산 기업이 인수했다. 채굴이 본격 시작되면 3천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창출된 일자리는 모두 외국인의 차지가 될 것이다.
 
‘대립’ 대신 ‘봉합’ 택한 연립정부
환경단체 대표 미켈 미룹도 인정했듯이,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어떤 프로젝트도 착수된 것 같지 않다. “세계 원자재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아직 논의할 시간이 조금 남아 있다. 특히 철광석 가격은 당분간 과거 수준을 회복할 정도로 오르지 못할 것 같아서, 이수아 주민에게는 잘된 일이다.”
 
많은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재정·기술적 이유로 중단되거나 연기됐다. 2017년 프레이저연구소의 세계 광산 투자 매력도 순위에서, 그린란드는 전년도 26위에서 29계단이나 내려간 55위를 기록했다.
 
나르사크 우라늄 광산 개발 문제는 답보 상태다. 최근 그린란드 총선에서 우라늄 개발 찬반 진영을 대표하는 두 정당의 연합정권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총선 뒤 우라늄 개발을 찬성하는 사민주의 성향의 진보당(Siumut)과 반대하는 좌파 민족주의 성향의 인민공동체당(Inuit Ataqatigit)은 연정 구성을 위해 다음 총선까지 우라늄 개발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합의했다. 시민단체 대표 파비아센의 표현을 빌리면, 포장이야 어떻게 하든, 두 정당은 결국 합의하지 않기로 한 셈이다.
 
전세계가 그린란드의 해빙이 지구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는 가운데, 그린란드 주민들은 지구온난화로 개발이 가능해진 천연자원을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자원을 개발하되, 그 과정에서 정치적 위기나 환경오염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도국 중에는 마구잡이식 천연자원 개발로 나라가 피폐해진 경우가 많다. 그린란드는 대부분의 개발 프로젝트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정경유착과 공론화 부재는 유례 없는 상황을 낳고 있으니, 바로 일종의 ‘채굴 없는 채굴 행위’다.
 
2018년 총선에서 만약 진보당이 승리한다면, 크바네피엘 우라늄 광산 개발 프로젝트도 다시 시작돼, 그린란드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기다려온 ‘대광산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국적 광산 기업의 사적 이익만 보장될 뿐 주민들은 피해를 보고, 이누이트(에스키모) 문화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비교적 잘 보존된 토지도 개발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덴마크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 위해 광산을 개발해야 한다지만, 독립의 대가가 너무 비싼 셈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백지 중 한 장이 넘어가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영구동토층 아래 묻힌 보물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의 주민 수는 대략 5만6천 명이다. 축구장 한 곳에 다 들어갈 정도의 인구다. 그린란드의 현지어 명칭은 ‘칼랄리트 누나트’(Kalaallit Nunaat)로 ‘이누이트족의 땅’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 그대로 그린란드의 땅은 모든 그린란드 주민의 공동 소유다. 그린란드에서는 집을 소유할 수는 있으나 집이 있는 토지의 소유주가 될 수는 없다.
 
이론적으로 그린란드 주민들은 금, 다이아몬드, 희토류, 우라늄, 납, 아연, 철광석, 티타늄, 회장암 등이 깔린 방석 위에 앉아 있는 셈이다.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귀중한 광물자원에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2002년만 해도 당국이 허가한 탐사·시추 신청은 23건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104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광산 개발로 이익을 보는 이는 외국 기업과 해당 기업의 주주다. 구체적으로 나르사크와 시트로넨 피오르의 오스트레일리아 기업들과 중국 투자자, 아팔루토크의 노르웨이 기업, 이수아의 홍콩 기업, 나야트에 진출한 캐나다 기업이 그러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12월호(제374호)
Le Groenland attend la ruée vers le Nord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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