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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내몰린 연해지역 항만들
[Special Report] 중국 항만 대통합 바람- ① 개발에서 압축으로
[92호] 2017년 12월 01일 (금) 쑨리자오 economyinsight@hani.co.kr
전세계 상품 수출국 가운데 부동의 1위는 중국이다. 2017년은 중국의 비중이 17%에 이른다. 중국이 물건 만들기에 몰두하던 20세기만 해도 연해의 항만 시설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수출에 차질을 빚기 일쑤였다. 세계의 제조업을 중국이 사실상 평정한 지금은 과잉 설비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항만 시설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가 앞장서 독려한 항만 개발이 10년 남짓 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몸집을 키우는 것은 쉽지만 줄이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항만 당국은 ‘항만 대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군살 빼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_편집자
 
급속한 개발이 시설 과잉 불러… ‘정부 선도 + 시장 주도’의 저장성 모델 배우기 한창
 
2000년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시설 확충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후 10년이 지나 너무 많은 항만 시설이 골칫거리가 됐다. 이제 항만은 과잉·중복 투자와 제살깎기 경쟁의 대명사로 꼽힌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국의 항만 정책과 통합 움직임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쑨리자오 孫麗朝 <차이신주간> 기자
 
최근 중국 항만업계의 화두는 ‘통합’이다. 2015년 8월부터 저장성이 관할 지역에 있는 항만과 관련 자원의 통합을 추진했다. 2016년 12월에는 하이난성이 ‘항만자원 통합 방안’을 발표하고 정부 주도로 지역 항만 운영회사의 자원을 조정해 단일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5월 장쑤성항구그룹유한공사가 설립됐다. 장쑤성 소속 항만·해운 관련 기업과 난징, 롄윈강, 쑤저우, 난퉁, 전장, 창저우, 타이저우, 양저우 등 내륙 수송로와 연해지역 8개 도시의 국유항만관리회사가 통합됐다. 6월에는 북부 랴오닝성도 다롄항그룹과 잉커우항그룹을 주축으로 랴오닝항구그룹(遼寧港口集團)을 설립해 랴오닝성 연해지역 항만의 운영회사를 단일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항에 선적을 앞둔 수출용 자동차가 줄지어 서 있다. 다롄항은 랴오닝성 정부가 추진하는 항만 통합 대상에 포함됐다. REUTERS
 
지역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이미 정해진 목표를 향한 각 지역의 통합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광시와 저장, 장쑤, 랴오닝, 하이난에서 성 단위의 항만그룹을 설립했다. 후난과 푸젠, 광둥 그리고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지역도 항만자원을 통합하려는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와 시장 주도로 대형 항만 운영회사가 탄생했고 ‘1성 1항만그룹’ 구도가 윤곽을 드러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각 항만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행정구역이 분리된 항만의 운영을 단일화하며 민간자본이 투자한 부두도 통합해야 한다. 또한 양대 국유기업인 초상국그룹(招商局集團·China Merchants Group)과 COSCO(中國遠洋海運集團有限公司)의 역할도 찾아야 한다.
 
항만 개발 속도 못 따르는 물동량 증가
2017년 8월 항만자원을 보유한 18개 성 정부는 교통부에서 발송한 ‘저장성의 항만 단일화 개혁 학습 통지’를 받았다. 이 통지는 저장성 정부가 항만자원을 통합한 사례를 소개했다. 시장 주도로 자산을 통합해 성 단위 항만 운영회사를 설립하고, 산업기금을 조성해 투자와 운영 기반을 구축했다. 한편으로, 성 단위 전문 항만 운영기구를 설립해 제도적 장애를 제거하고 선도적 역할을 강화했으며 관련 개혁을 착실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장쑤와 랴오닝, 하이난성에서 발표한 항만 통합 계획도 저장성에서 추진한 ‘정부 선도+시장 주도’의 개혁 방식을 선택했다. 지역 내 주요 항만을 단일 항만 운영회사 산하로 통합해 개발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항구자원 이용의 상승효과를 발휘한다는 계획이다. 교통부와 각 성 정부의 움직임 뒤에 항만산업의 여러 문제점이 자리잡고 있다. 항만산업이 규모는 커졌지만 과잉 투자와 수익성 악화 등의 문제가 두드러진 것이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교통부와 지방정부가 항만을 이중으로 관리했다. 항만 개발 계획과 건설, 요금과 경영은 중앙정부의 권한이었다. 이로 인해 지방정부는 항만 투자와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항만 전문가는 “무역이 급속도로 늘던 당시, 항만 건설이 그 속도에 못 미쳐 시설 부족이 심각했다”며 “교통부는 항만 개발을 서두르기로 했고,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중앙정부는 항만의 관리 권한을 지방정부로 내려보냈다. 2001년 12월26일 국무원은 ‘중앙정부 직속 항만과 이중 관리 항만의 관리 체제 개혁 심화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2002년 3월 말까지 항만 관리권 이양을 마치도록 지시했다. 관리권을 넘긴 뒤에는 정부와 기업을 분리했다. 항만 운영회사는 행정 관리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한편, 독자적으로 경영하고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법인으로 전환했다.
 
그 뒤 지방정부들은 ‘항만을 통한 지역 개발, 지역을 위한 항만 개발’이라는 공통의 이념을 바탕으로 모든 역량을 투입해 항만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종합계획이 없어 중복 개발과 경쟁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졌다.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항만 관리권이 지방으로 완전히 넘어간 다음해인 2003년 전국 연해지역에 240억5600만위안이 투자돼 항만 건설은 전년 대비 73.8% 늘었다. ‘10차 5개년 계획’ 기간의 항만 개발 투자는 1323억위안으로, ‘9차 5개년 계획’ 기간보다 2.7배 늘었다. 컨테이너와 원유, 광물, 석탄 등 여러 전용 부두가 잇따라 건설돼 정박 규모가 673선석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1만t급 이상이 312선석이다. 신규 항만의 물류 처리 능력은 10억6700만t을 기록한 데 이어 11차 기간 19억6700만t, 12차 기간 23억2천만t으로 늘었다.
 
항만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연해지역 항만의 물동량 증가율은 둔화되기 시작했다. 교통부가 2016년 5월 발표한 ‘수운 13차 5개년 발전 계획’을 보면 12차 기간에 연해지역 항만 물동량의 연평균 증가율이 7.5%에 그쳤다. 11차 기간보다 6.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13차 기간에는 수출과 투자의 견인 효과가 줄어 수상운송 수요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연해지역 항만의 화물 처리량이 115억t으로, 연평균 4.1%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12차 기간보다 떨어진 증가율이다.
 
   
중국 저장성 닝보항에 정박한 컨테이너 화물선. 저장성은 정부가 선도하고 시장이 주도하는 항만 통합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 REUTERS
 
쉬젠화 상하이해사대학 교수는 2008년을 전후해 항만의 물동량 증가율이 둔화된 반면, 항만 개발은 여전히 늘어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항만의 처리 능력이 부족해 선박이 묶여 있던 환발해지역과 동남연해지역에선 항만의 설비 과잉이 심각해졌고 항만 운영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러 압박 속에 항만의 가격경쟁이 끊이지 않았다. “2015년 환발해지역 6개 항만에서 석탄화물 처리 능력이 7억4300만t에 달했지만 실제 처리 물량은 5억6천만t에 그쳤다.” 허베이항구그룹 관계자가 말했다.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화물을 차지하기 위해 황화항과 친황다오항, 징탕항, 차오페이뎬항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렸다고 그는 전했다. 항만의 작업비용도 ‘상대방이 1위안 내리면 나는 2위안 내리는’ 악순환이 이어져 결국 모두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석탄 1t을 처리하려면 17위안(약 2900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한다. 2016년 상황이 최악이었을 때 차오페이뎬항의 석탄화물 작업비가 13.5위안까지 떨어졌다. 주변의 다른 항만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10년 만의 방향 전환
랴오닝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10년 동안 지방정부 주도로 다롄항과 잉커우항이 지역 중심 항만 자리를 놓고 경쟁적으로 개발과 투자를 늘렸다. 결국 기반시설의 중복 건설과 약탈적인 가격 인하, 자원 확보 경쟁이 악화됐다고 다롄항 관계자는 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랴오닝성은 2006년 항만의 자원 통합을 제안하며 4가지 방안을 내놓았지만 사업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2010년 말 즈광루 교통부 수운국 부국장은 ‘12차 5개년 계획’ 기간에 항만자원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구조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이 주체가 되고 자본을 매개체 삼아 공동운영과 지분 투자, 합병 등 시장경제 방식으로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2011년 11월 교통부는 ‘연해 항만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발전 촉진에 대한 의견’을 발표해 항만 통합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항만의 과도한 개발과 중복 개발 방지, 항만자원 통합의 안정적 추진, 우수 항만 운영회사를 중심으로 합자나 합작, 합병, 구조조정 등 다양한 형식의 기업 간 자원 통합, 항만자원의 배분 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이후 국무원과 교통부는 각 지역에 항만의 종합적인 배치를 개선하고 자원을 통합하도록 여러 차례 지시했다. 허베이와 푸젠 등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 통합 사례가 나왔고, 2015년이 지나자 대규모 항만 통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방정부와 교통부에서 항만 통합 제안이 나온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지금에야 실질적인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성 정부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고 최근 중앙정부에서 밀어붙이자 가시적 움직임이 생겼다.” 쉬빈 UBS증권 교통운수 기반시설산업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정책 결정자들은 비용을 줄이고 과잉설비를 통제하기 위해 항만 통합을 추진하며, 통합으로 지역 내 각 항만이 함께 발전하기를 바란다.”
 
판융강 물류연합회 창립자는 최근 항만 통합을 적극 추진하는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국유기업의 개혁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항만 운영회사는 대부분 지방 국유자산관리위원회가 대주주인데 이들이 이번 개혁에서 선봉에 섰다. 둘째, 최근 항만업계의 과잉설비 문제가 심각해 지역마다 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장성에서 통합을 마치자 다른 지역들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 財新週刊 2017년 제39호
港口大整合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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