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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 발암’ 논란만 몇년째
[Environment] 유럽연합,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판매 금지 논란
[92호] 2017년 12월 01일 (금) 세드리크 발레 economyinsight@hani.co.kr
과학자들 “위험성 검증 과정 부실”… 농민단체 “제초제 대안 없다”
 
미국계 기업 몬샌토의 ‘라운드업’으로 널리 알려진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를 유럽연합(EU)이 금지할까? 임시 판매 허가 시한인 2017년 12월31일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유럽 각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기 어렵다. 유럽연합의 결정을 앞두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은 글리포세이트의 위험성을 제조업체들이 은폐했다고 폭로하며 규제 기관의 부실한 검증 절차를 비판한다. 농민들은 제초제로 쓸 대안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글리포세이트 평가가 연구기관마다 다른 점도 혼란을 부추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글리포세이트를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했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 등은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제초제에 의존하지 않는 대안농법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드리크 발레 Cédric Valle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독성 제초제 글리포세이트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린 시위에서 실험복을 입은 시위대원이 글리포세이트 추방을 촉구하는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다. REUTERS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연말까지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연장 여부(글리포세이트의 EU 내 판매 허용 기간은 2017년 12월31일 만료 -편집자)를 결정해야 한다. 글리포세이트는 미국 농화학 기업 몬샌토가 개발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제초제 ‘라운드업’의 주성분이다. 참고로 몬샌토는 2016년 독일 화학그룹 바이엘이 인수하기로 했다.
 
글리포세이트는 1970년대부터 생산된 농약으로,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관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했다. 2017년 8월30일 프랑스 정부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10년 연장 방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발표한 것은, IARC의 글리포세이트 유해성 인정에 기댄 바가 크다.
 
그러나 과연 유럽연합이 국민 건강을 고려해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연장 반대를 결정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세계 농업이 글리포세이트 함유 제초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몬샌토나 신젠타 등 여러 기업이 매년 80만t 이상 글리포세이트 함유 제초제를 생산·판매한다. 이는 40년 전 판매량보다 무려 300배나 늘어난 것이다. 라운드업은 그 매출액이 몬샌토 총매출액(160억달러)의 약 40%를 차지하는, 몬샌토의 대표 상품이다. 최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를 비롯한 몇몇 언론은 몬샌토가 글리포세이트 관련 검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은밀하게 사용했는지 폭로한 바 있다.
 
유럽연합 내에서 어떤 결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허가 절차 관련 권한을 회원국과 공유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집행위원회가 특정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면 이 안을 두고 회원국들이 투표로 가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절차를 예로 들면,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식물·동물 및 식품위원회’에서 집행위원회의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연장안을 두고 찬반 투표를 해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벌써 2년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어느 쪽 주장도 ‘가중다수결 확보’(회원국 55%가 찬성하거나 찬성국 인구가 유럽연합 인구의 65% 이상이면 가결 -편집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집행위원회는 2016년 글리포세이트의 판매 허용 기간을 2017년 12월31일까지 임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환경·에너지 장관이 파리 근교의 정원 용품 가게에서 글리포세이트를 주성분으로 한 몬샌토의 ‘라운드업’을 판매대에서 제거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REUTERS
 
EU의 비밀 결정 구조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연장안 투표는 2017년 10월25일로 예정됐다가 무기한 연기됐다. 투표가 예정대로 실시됐다고 해도 각국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유럽연합의 이른바 ‘커미톨로지’(Comitology·집행위원회와 회원국 정부가 공동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유럽연합 내 의사결정 절차로, 유럽공동체 출범 초기 집행위원회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회원국 정부의 기술관료가 집행위원회 결정에 개입하며 시작됐다. 회원국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식물·동물 및 식품위원회’가 집행위원회의 유럽연합 입법안을 두고 표결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편집자)가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정책에 대한 기업 로비의 영향을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 중인 벨기에 기반 국제시민운동단체 ‘유럽기업감시’(Corporate Europe Observatory)의 활동가 마르탱 피종은 회원국들이 입장 공개 없이 비밀리에 결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비테니스 안드리우카티스 유럽연합 보건식량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회원국의 승인 없이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중다수결확보 실패로 법안 가결이 계속 미뤄지면 집행위원회가 독자 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집행위원회는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 집행위원회는 산하 검사기관이 제출한 글리포세이트 검사 결과에 따라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기간을 적어도 5∼7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유럽 의회는 10월24일 판매 허용 3년 연장안을 제시했다. 글리포세이트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인 만큼 농민들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 3년의 유예 기간 뒤 글리포세이트를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하자는 것이다.
 
2015년 11월 유럽화학물질관리청(ECHA)은 글리포세이트가 안전하다고 평가했으며, 2017년 3월 유럽식품안전청(EFSA)도 글리포세이트의 발암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국제암연구소는 2015년 7월19일 발간한 <모노그라프 112권>(Monograph·단행본 형태의 논문집. 암연구소는 1971년부터 980개가 넘는 물질을 조사해 발암 여부를 평가한 뒤 이를 토대로 <모노그라프>를 발간하고 있다. -편집자)에서 글리포세이트를 ‘인체 발암 추정 물질’(probable carcinogen)로 분류했다(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 분류는 1군-발암물질, 2군A-발암 추정 물질, 2군B-발암 잠재 물질, 3군-비분류, 4군-발암 비위험 등 5등급으로 나뉜다. 글리포세이트는 2군A 등급이다. -편집자). 문제는 기관별로 글리포세이트의 유해성에 대한 결론이 다르다는 것이다. 마르탱 피종은 공공기관의 의견이 이 정도로 분분한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보호단체들은 몬샌토나 신젠타 같은 기업이 이들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한다. 유럽 검사기관들은 피검 물질 생산 기업이 제공한 정보를 기준으로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의 식물약학물질 관련 법령에 따르면, 판매 허가를 요청한 기업이 해당 제품의 무해성을 증명해야 한다. 유럽식품안전청 규제물질국장 길렘 드 세즈도 무해성 증명 책임과 조사비용 부담은 기업이 진다고 강조한다.
 
유럽의 관련 법령상 기업이 제출한 판매 허가 요청 서류를 분석하는 임무는 ‘보고 담당 회원국’의 전문가들이 하는데, 기업들이 선택한 국가는 다름 아닌 독일이다. 참고로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은 2002년에도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가 건을 담당했다. 당시 분석 결과와 뒤이은 유럽식품안전청의 분석 결과가 글리포세이트의 유해성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의 시발점이었다.
 
다시 한번 지난 몇 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이켜보자. 우선 40여 개 농화학 기업들이 ‘글리포세이트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1천 쪽 넘는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요청 자료집을 만들었다. 자료집 제작 목적은 글리포세이트의 적절한 연구를 수집·분석해, 관계 당국이 기업의 비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사실 기업들은 자사 제품과 관련해 민간 연구소에 대가를 치르고 조사를 의뢰하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얻은 조사 결과는 영업 비밀 명목으로 보호된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서 독일 제약업체 바이엘이 미국 몬샌토를 66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REUTERS
 
조사 방식의 차이
이 자료집은 2012년 독일연방위해평가원에 제출됐다. 원칙적으로 보고 담당 회원국은 기업이 제공한 자료와 연구 결과를 면밀히 확인하고 이를 여타 자료와 대조해 1차 분석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1차 분석 결과를 놓고 유럽식품안전청이 논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7년 9월1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독일연방위해평가원 보고서의 10여 쪽이 글리포세이트 태스크포스 자료집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놓은 수준이라고 폭로했다. 더구나 복사·붙이기로 작성된 10여 쪽은 사실 나열 같은 사소한 부분이 아니라, 몇몇 연구에서 밝혀진 종양 수 증가 같은 중요한 결과의 해석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을 통한 유럽식품안전청의 조사 방식과 국제암연구소의 조사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암연구소는 세간에 공개된 연구 문헌만, 그중에서도 열람할 수 있고 ‘동료 평가’를 마친 연구 문헌을 수집·분석한다. 그러다보니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 논문이 대부분이다. 국제암연구소가 분석한 연구의 상당수는 글리포세이트 인체 노출에 대한 것이며, 암과 글리포세이트 노출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들이다.
 
유럽식품안전청의 길렘 드 세즈는 이렇게 설명한다. “대학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소수의 동물을 대상으로 여러 가설을 실험하는데, 실험에 사용된 동물 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론을 유도하기에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통계적 가치가 부족한 가설에 기초해 규제를 도입할 수는 없다.” 규제 관련 연구는 명확히 정의되고 엄격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대학보다 훨씬 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엄격한 절차에 따른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이 작성한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연장 평가 보고서는 2013년 유럽식품안전청 내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제출됐는데, 당시 이 보고서는 ‘동료 평가’도 거치지 않았다. 바로 이 전문가들이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보고서가 근거로 사용한 비공개 연구들은 투명성이 결여돼 있을 뿐 아니라, 결과 해석도 수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실제 2015년 11월 연구자 100여 명은 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이자 독물 학자인 크리스토퍼 포티어 박사와 함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탄원서를 내고, 유럽식품안전청의 글리포세이트 무해성 결론은 신뢰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2016년 9월 유럽의회 환경운동가 출신 의원들과 ‘유럽기업감시’ 활동가들이 글리포세이트 관련 기업들의 연구 자료를 대부분 확보해 포티어 박사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포티어 박사는 이 중에서 설치류 연구 자료를 분석했고, 8건의 ‘의미 있는’ 종양 증가 사례를 발견했다. 이 8건은 독일연방위해평가원, 유럽식품안전청, 유럽화학물질관리청의 결론에는 나타나지 않은 사례다.
 
놀라운 일은 또 있다. 국제암연구소가 글리포세이트의 유해성을 경고한 <모노그라프>를 출간하자, 독일연방위해평가원도 마침내 몇몇 글리포세이트 연구의 설치류 실험군에서 종양 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자신들은 종양의 증가가 글리포세이트에 기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간주했다고 주장했다. 독일 과학자들은 자료의 통계적 편향, 이전 실험에 비춰볼 때 자료의 시간적 일관성 결여, 글리포세이트 과다 주입에 기인한 부작용 등을 종양 증가와 글리포세이트를 연관짓지 않은 근거로 내세웠다. 시민단체 ‘살충제 행동 네트워크’ 회원이자 독물 학자이며 규제 당국의 태만을 고발한 보고서의 저자이기도 한 피터 클로징의 표현대로, 이는 “마치 유럽 규제 당국이 글리포세이트가 발암 추정 물질임을 증명하는 모든 증거를 보지 않으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영국의 한 농부가 브렌트우드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발암 추정 물질’로 지목돼 사용 허가 연장 논란 중인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사용법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REUTERS
 
까다롭지만 대안은 있다
글리포세이트를 둘러싼 논쟁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관계 당국, 학계, 시민단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논쟁에 뛰어들었다. 이미 시민 130만 명이 ‘스톱 글리포세이트’라는 유럽 시민청원운동에 서명했다. 이들은 농약 판매 허가 절차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계 당국이 비공개 연구가 아닌 오직 공개된 연구만을 근거로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나아가 국민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해 글리포세이트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농민들, 특히 프랑스 전국농민연맹(FNSEA)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글리포세이트 퇴출시 농민들이 겪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수확량을 보장해주는 제초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민이야말로 글리포세이트에 가장 많이 노출됨에 따라 암 발생 확률도 최고인 집단이다. 사실 글리포세이트를 대체할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윤작을 하거나 기계로 선별적 제초 작업을 하거나, 잡초의 생장을 막을 다른 식물을 재배하면 글리포세이트를 쓰지 않고도 잡초를 제거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대안들이 적용하기 쉽지 않고 무엇보다 농업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몬샌토 페이퍼’의 수수께끼
현재 미국에선 ‘비(非)호지킨 림프종’ 환자들이 농화학 기업 몬샌토를 상대로 250건 이상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법원은 몬샌토에 전자우편, 문자메시지(SMS), 비공개 메모를 포함해 수백만 건의 내부 자료 공개를 명령했는데, 이를 통해 몬샌토가 유명 연구자들을 매수해 연구 자료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르몽드>가 보도한 것처럼, 이 과정에서 이른바 ‘고스트라이팅’(ghostwriting) 방식이 사용됐을 것이라는 가정에 힘이 실린다. 고스트라이팅이란 실제 저자와 명목상의 저자가 다른 것을 말하는데, 보통 자기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명성을 이용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빌려 글을 쓰는 것이다. 몇몇 연구 논문집은 유명 과학자들이 쓴 것으로 돼 있지만, 아마 몬샌토 연구팀이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이 논문집들은 유럽연합의 글리포세이트 판매 허용 연장 논의에 포함된 자료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이 연구들을 고려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연구의 결론에 영향받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유럽 당국의 조사 절차 전반에서 이 연구들이 차지한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연구들이 전부 글리포세이트가 무해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11월호(제373호)
Glyphosate: l’ombre de Monsanto sur l’Europ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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