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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서 무덤까지 ‘복지 스웨덴’의 부활
[Issue] 스웨덴 사회복지국가 모델의 저력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보이테크 칼리노프스키 economyinsight@hani.co.kr
1990년대 이후 우파 집권으로 복지 모델 흔들… 사민당 재집권 뒤 빠르게 복원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알려진 스웨덴의 사회복지제도는 과거 ‘복지 천국’의 모델로 꼽혔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우파 집권 뒤 스웨덴 사회복지국가 모델이 흔들렸다. 특히 2006년 재집권한 우파가 부유세를 폐지하고 각종 사회복지수당을 축소하면서 불평등이 깊어졌다. 그렇다고 스웨덴의 사회복지 모델이 뿌리째 흔들린 것은 아니다. 2014년 사민당이 정권을 재창출한 뒤 스웨덴의 사회복지국가 모델도 빠르게 옛 모습을 되찾아 갔다. 다만 사민당 권력의 밑거름인 중산층·서민층과의 결속력 약화는 사회복지국가 모델 복원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보이테크 칼리노프스키 Wojtek Kalinowski ‘베블렌 연구소’ 공동 사무총장
 
   
스웨덴의 사회복지제도가 다소 훼손됐지만 공공부문 종사자 비율은 여전히 다른 유럽 나라들보다 크게 높다. 스톡홀름의 알란다공항에서 순찰하는 경찰들. REUTERS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스웨덴 모델’을 프랑스가 본받을 모델로 자주 언급한다. 스웨덴의 1990년대 공공지출 삭감과 스웨덴 노동시장에서 노사협상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스웨덴은 당시 사회복지국가 모델에 자유주의적 색채를 덧씌웠는데, 이것이 훗날 사회 전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 스웨덴은 상황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
 
스웨덴은 ‘사회적 투자’ 정책이 왜 필요한지 가장 확실한 논거를 제공한 나라였다. 물론 나중에 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이 정책에 동참하면서 ‘북유럽 모델’로 불렸지만 스웨덴이야말로 단체협상과 사회보험, 양질의 공공서비스가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이루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나라였다.
 
20세기 내내 스웨덴은 이 길을 걸었다. 21세기 초 스웨덴의 상황은 어떠한가? 이는 오늘날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과거보다 약화된 사회보장제도에 직면한 수많은 스웨덴 국민이 스스로 묻는 질문이다. 스웨덴 경제는 20~64살 인구의 고용률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높은 81%에 달하는 것이 보여주듯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실업률은 6.7%로 다른 회원국보다 매우 낮다. 그러나 1960~70년대 크게 줄었던 빈부 격차와 불평등이 다시 커졌다. 1991~2015년 소득 상위 10% 가계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127% 늘어난 반면, 하위 10%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고작 25% 증가에 그쳤다. 또한 같은 기간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소득 불평등을 판단하는 지표로, 0이면 분배가 완전 균등하고 1이면 소득이 1인에게 집중됐음을 뜻한다 -편집자)는 0.23에서 0.27까지 증가했다. 소득분배 상황이 프랑스와 비슷해진 것이다. 유럽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평균 지니계수는 0.31이고, 프랑스의 지니계수는 0.30이다.
 
복지수당 축소와 불평등 심화
1980년대 말 부동산 투기 거품이 꺼지면서 스웨덴은 1929년 대공황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국내총생산(GDP)이 줄었고, 공공부채가 폭증했으며, 고용률은 86%에서 75%까지 떨어졌다. 1991년 우파가 사상 두 번째로 정권을 잡은 건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다. 1932년부터 68년간 사회민주당이 장기 집권하며 구축한 사회복지 모델이 이때부터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스웨덴 국민의 사회복지국가 모델에 대한 애착은 우파의 집권욕을 빠르게 잠재웠다.
 
실제 우파의 집권은 오래가지 못했고, 1994년 사민당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후 사민당은 12년 동안 정권을 유지했다. 역설적이게도 사회복지와 반대의 길을 걸은 것은 사민당 정부였다. 사민당은 1994년 GDP의 75%에 달하던 공공부채를 2006년 43%로 줄였다. 흑자재정 정책을 실시하고 사회복지 지출을 크게 줄인 덕분이다.
 
2006년 다시 정권을 잡은 우파 정부는 1991년의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우파는 과거처럼 사회복지제도나 노동법을 정면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완전고용 회귀를 약속하며 자신들을 ‘새로운 노동당’으로 포장했다. 공공부채는 계속 줄여 2017년 GDP의 34%까지 떨어뜨렸다. 이 ‘새로운 노동당’ 우파 정부는 8년 동안 특히 고용 관련 세제 혜택을 크게 늘렸다. 약속한 완전고용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고용률은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증가세를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나 25년 전부터 시작된 불평등의 심화는 우선 자본소득 비중의 증가로 드러난다. 특히 2007년 우파 정부가 부유세를 폐지하면서 자본소득의 비중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불평등을 심화한 주범은 무엇보다 실업수당, 퇴직연금, 의료보험, 육아휴직, 학생수당 등 각종 사회복지수당의 축소였다. 이 기간에 스웨덴의 공공지출 감소는 정부의 이전지출(실업수당이나 사회보장기부금처럼 반대급부 없이 지급하는 것 -편집자) 감소로 설명된다. 스웨덴 정부의 이전지출은 1993년 GDP의 31%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19%까지 감소했다.
 
이전지출 감소는 사회보험에 영향을 미쳤다. 수당을 받는 소득 기준이 낮아졌고, 소득대체율(개인의 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편집자)은 떨어졌다. 사회복지수당의 감소는 1999년 연금개혁과 관련이 깊다. 이 개혁으로 ‘점수별 연금제’(수급자가 경제활동 기간 일종의 가상계좌에 사회보장점수를 적립하고, 퇴직 뒤 이 점수를 금액으로 환산해 연금액이 결정되는 제도 -편집자)가 도입됐다. 스웨덴식 점수별 연금제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 방안에도 등장한다. 이 제도가 연금제를 더욱 투명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연금 지급도 더욱 엄격해졌다. 게다가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부담도 이제는 전적으로 연금 수급자가 지게 됐다. 왜냐하면 수급자가 받는 연금이 GDP 증가율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는 스웨덴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서민층과 사민당의 결속력 약화
 
  2014년 정권을 재창출한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사회복지 모델 복원에 힘쓰고 있다. “출산일은 여성의 삶에서 가장 위험한 날이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여성들이 스톡홀름에서 유모차를 끌며 행진하고 있다. REUTERS
스웨덴 사회복지국가 모델의 자유주의적 방향 전환이 전면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 종사자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들보다 공공부문 종사자 비율이 훨씬 높다. (스웨덴 사회복지국가모델에선 완전고용이 목표이기 때문에 민간이 수용하지 못하는 노동력을 정부가 수용한다. 따라서 공공부문 종사자 비율이 매우 높다. -편집자) 스웨덴의 공공부문 고용은 전체 고용의 28%를 차지한다. 반면 프랑스는 20.5%다. 공공서비스도 민영화 바람이 불었지만 서비스의 재원은 여전히 공적 자금이다. 예컨대 사립 초등학교·어린이집은 학부모에게 국공립 초등학교·어린이집 등록금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남성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것도 성역할 변화에 기여했다. 스웨덴 사회는 여러 기준에서 진정한 양성평등에 가장 근접한 사회다.
 
스웨덴 모델은 1990년대에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스웨덴 모델의 근간은 상당 부분 건재하다. 2014년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사민당도 이번만큼은 약화된 스웨덴 사회복지 모델을 복구하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질병수당, 육아수당, 주택수당, 실업수당을 비롯한 사회복지수당 수급액을 인상하고 공공서비스 재원으로 사용될 세금을 인상한 것만 봐도 그러하다. 그 결과 2014년 GDP의 43.5%이던 의무부담금 비율이 2016년 44.9%로 1.4%포인트 증가했다. 2015년부터 모처럼 공공지출이 가계소비보다 더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17년 예산 목표는 소득 기준 하위 20%의 가처분소득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 모델을 진정으로 복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고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현재 사민당의 지지율은 30% 부근에서 지지부진한 편이다. 30%대 지지율은 20세기 내내 사민당이 45% 넘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쥐던 시기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비록 사민당이 전국 단위 단일노조인 노동자연맹(LO)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사민당과 중산층·서민층 연합의 결속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과거 사민당의 권력을 떠받친 것은 이들과의 단단한 연계였다. 더욱이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일부 서민층이 정치 무대 전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극우 정당에 치우쳐진 상황에서 스웨덴 사회복지국가 모델이 온전히 복구될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법 테두리 밖에 있는 스웨덴식 노사협상
노조가입률이야말로 스웨덴 사회복지 모델의 가장 안정적인 요소일 것이다. 1970~80년대 90%에 달하던 노조가입률이 오늘날 7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봤을 때, 노조의 힘이 과거보다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스웨덴에선 아직 저임금 부문이나 불안정 고용이 확대되지 않고 있다. 물론 단체협약에서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여느 나라에서처럼 사 쪽의 비판 대상이지만 전반적으로 최저임금 규정은 여전히 효과적이다. 노동 관련 협약은 단체협상에 기초를 두는데, 스웨덴의 단체협상은 현재 프랑스 정부가 제시하는 방안과는 반대로 기업 수준이 아닌 산업 부문 수준에서 이뤄진다. 스웨덴에서 기업 단위 노사협약은 결코 상위 수준에서 타결된 단체협약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스웨덴의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유일한 요인은 외부에서 비롯됐다. 1986년 단일유럽협약으로 사람, 상품, 서비스의 자유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2004년 발생한 공공건설부문 노동자연맹과 라트비아 건설회사인 라발(Laval) 사이의 노사분쟁이 유명하다. 당시 라발은 스웨덴 공공건설부문 단체협약의 몇몇 사항을 거부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라발의 손을 들어줬는데, 단체협약이 스웨덴의 법체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므로 외국 기업에 구속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웨덴은 노사협상의 전통이 강한 나라다. 노동법의 범위도 매우 제한적인 편이다. 예로 스웨덴은 아직도 법정 최저임금제가 도입되지 않은 유럽 국가 가운데 하나다. 라발 판결 뒤, 2010년 우파는 노조가 외국 고용주에게 단체협상을 요구하고 고용주가 이를 거부하면 점거농성에 돌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2017년 사민당 정부는 외국인 고용주에 대한 노조의 파업권을 부활시켰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10월호(제372호)
Le modèle suédois fait de la résistanc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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