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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키운 주범은 경제적 불안
[Analysis] 유럽 포퓰리즘 정당이 맹위를 떨치는 이유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루이지 귀소 등 economyinsight@hani.co.kr
개인의 경제 상황 어려워지면 포퓰리즘 지지 확률 14% 상승… 투표 의지는 더 크게 떨어져
 
좌파와 우파, 두 쪽의 포퓰리즘이 서양 정치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탈리아 학자들이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쓴 이 글은 정치적 태도에 대한 각종 자료를 활용해서,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요구(수요)와 정당의 실제 등장(공급)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경제문제라고 주장한다. 또 포퓰리즘 정당들이 일정한 기반을 갖추면 다른 정당들도 포퓰리즘 정책을 수용한다는 걸 자료 분석으로 보여준다. _VoxEU.org
 
루이지 귀소 Luigi Guiso 이탈리아 에이나우디 경제·금융연구소 교수
엘리오스 에레라 Helios Herrera 영국 워릭대학 경제학과 교수
마시모 모렐리 Massimo Morelli 이탈리아 보코니대학 정책분석 및 행정학과 교수
톰마소 손노 Tommaso Sonno 벨기에 루뱅가톨릭대학 및 영국 런던정경대 박사과정생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왼쪽)와 알리체 바이델 공동 원내대표가 2017년 9월24일 총선 당일 투표 마감 뒤 출구조사에서 의회 입성이 사실상 확정되자 서로 손을 잡아 올리며 자축하고 있다. REUTERS
 
최근 유럽에서 포퓰리즘이 예상외로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구글 트렌드로 본 2016년 영어 ‘populism’(포퓰리즘) 검색 건수는 2012~2015년 평균의 5배에 달한다.
 
지난 10년 서구의 상황은 전반적 위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국민은 사회안전망 없이 방치된 가운데 시장과 주권국가가 동시에 위기의 여파에 시달렸다. 과거에는 시장과 국가가 동시에 위기로 내몰리지 않았다. 1970년대는 주로 시장의 위기였고, 1990년대 여러 번의 위기는 주로 국가의 위기였다. 시장과 국가가 함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낸 최근의 상황은 전통적인 정당과 사회제도에 대한 신뢰를 깨뜨렸다. 공포가 확산됐고, 이민자 대량 발생 같은 다른 위협 요인도 나타났다.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는 이 이중의 위기가 포퓰리즘의 수요와 공급에 체계적으로 영향을 끼쳤음을 보였고, 이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은 경제적 불안이 유권자의 투표율에 끼친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몇몇 연구가 이 문제를 다뤘다. 프랑스 학자 얀 알강 등은 2017년 논문에서 2008년 이후 선거에서 실업률이 높으면 포퓰리즘 정당 지지도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경제위기 이후 유럽연합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포퓰리즘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이 연구들은 유권자가 투표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 연구가 기존 연구와 구별되는 또 다른 요소는, 포퓰리즘 요구(수요)에만 집중하지 않고 포퓰리즘 정당의 등장과 확산(공급) 문제도 검토했다는 점이다. 공급 문제를 건드린 유일한 연구는 2017년 미국 하버드대학 대니 로드릭 교수의 논문이다. 그는 오늘날 포퓰리즘의 기원을 세계화 충격에서 찾고, 경제이론은 물론 역사를 봐도 세계화 바람이 포퓰리즘이라는 역풍을 불렀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기 국면이 오면 세계화로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지역을 중심으로 포퓰리즘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화 충격이 포퓰리즘 정책을 요구하지만 이와 동시에 포퓰리즘 공급, 곧 포퓰리즘 정당들의 정책 방향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화 충격으로 촉발된 분열상이 포퓰리즘 정당의 행태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우리 연구는 다른 연구들이 간과한 ‘투표 기권과 환멸’에 주목했다. 경제 불안이 포퓰리즘 수요의 진짜 동력으로 자리잡는 데 기권과 환멸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실망과 기권 효과가 포퓰리즘 정치의 등장 시기와 확산 정도를 결정한다는 게 우리의 연구 결과다.
 
포퓰리즘 확산 우려는 불평등과 자본주의 제도에 대한 항의에 직면한 나라는 물론이고 세계화와 이민의 여파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보호주의가 세를 얻는 나라에서도 동시에 제기되는 게 현실이다. 불만의 목소리와 보호 강화 요구는 전통적인 좌우 정치 지형과 다른 양상을 띠지만, 세 가지 공통점을 지닌 운동으로 표현된다. 첫째, 엘리트 계층에 맞서 평범한 시민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둘째, 사람들의 공포와 열정에 영합한다. 셋째, 장기적 결과는 신경 쓰지 않고 단기적 대책만을 제기한다.
 
우리는 이 세 요소를 포퓰리즘을 규정하는 특성으로 분류한다. 이 요소들은 서로 얽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이 미래에 직면할 비용을 거론하며 포퓰리즘 정책에 맞서면, 포퓰리즘 운동가는 이 우려가 엘리트층의 이익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서는 식이다. 엘리트층에 대한 대중의 실망은 이런 반박에 힘을 실어 준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쪽에서 이런 전략이 동시에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 등장한 정치 지도자들이 유권자의 성향 변화를 포착해 밀어붙인 결과일까? 포퓰리즘 정책이 늘어난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이런 문제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유럽의 포퓰리즘 확산을 고찰했다.
 
   
경제적 불안 정도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와 포퓰리즘 정당 지지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다. 영국 런던의 실업센터 앞을 지나가는 여성. REUTERS
 
포퓰리즘 수요 측면
포퓰리즘 정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투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리고 투표한다면 어느 정당을 찍을 것인가. 투표 의사는 실제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에게만 문제가 된다. 만약 지지 정당 선택에 영향을 끼친 요소들 가운데 일부가 선거 참여 여부에도 영향을 준다면, 이런 요소의 영향을 정확하게 추론하려면 특정 정당 지지 결정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투표 참가나 불참 결정을 고려해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소득이 높고 나이가 많으며, 정치체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고학력일수록 투표에 많이 참여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새로 제시된 정책 공약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인식은 투표 참여를 꺼리게 한다. 이 요소들은 포퓰리즘 정당 투표에 영향을 끼친다.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하면 기권 가능성도 높다. 이는 포퓰리즘 정당의 득표 잠재력을 약화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리가 분석을 위해 사용한 주요 자료는 유럽사회조사(ESS)다. 이 조사는 유럽 시민들의 태도, 신념, 투표 성향을 담고 있다. 포퓰리즘의 공급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세계은행 정치제도 데이터베이스 등 몇 가지 자료를 추가로 활용했다. 또한 포퓰리즘이 다른 정당에도 영향을 끼치는지 보기 위해 ‘채플힐 전문가 조사’(CHES)를 활용했다. (채플힐 조사는 1999년 14개 서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해, 2006년엔 24개 유럽연합 회원국, 2014년에는 31개 회원국으로 대상을 확대해 이뤄졌다. -편집자)
 
우리는 먼저 경제적 불안을 측정했다. 구체적으로 첫째, 유권자가 지난 5년 동안 실업을 당해 새 일자리를 찾으려 한 적 있는지 따졌다. 둘째, 재정적 압박을 측정하기 위해 현재 수입으로 생활하기 어려운지를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유권자의 고용 상태와 종사하는 업종, 기술 숙련도를 확인해 세계화에 노출된 정도를 파악했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해 경제적 불안 정도를 0(가장 안전한 상태)에서 1(가장 불안한 상태)까지 분류했다. 이 분석으로는 어떤 요소가 구체적으로 경제적 불안을 유발했는지 알 수 없다. 세계화 여파가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게 파악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집약적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노동문제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금융위기로 저축이 줄거나 소득이 영향을 받아서 경제적 불안을 유발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한 가지 요소만으로 유권자의 경제적 불안 상태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실업률만으로는 독일에서 포퓰리즘 정당의 득표율 상승을 설명할 수 없다. 독일의 실업률은 2010년 이후 꾸준히 떨어졌고 2017년 9월에는 4% 미만의 아주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적 불안은 우리 연구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요소다. 경제적 불안이 커지면 투표에 기권할 확률이 높아지는 동시에, 투표할 경우 포퓰리즘 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커진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제적으로 불안하지 않은 상태에 있던 유권자가 불안한 상태로 변하면, 포퓰리즘 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표본집단 평균보다 14.5%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표율은 21%포인트(표본집단 평균 기준으로 27% 하락) 낮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투표할 가능성과 포퓰리즘 정당에 표를 줄 가능성은 두 가지 ‘문화적’ 요소의 영향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적 요소 두 가지는, 정당들에 대한 신뢰 정도와 이민자에 대한 반감 정도다. 정당을 신뢰하는 이는 투표에 더 적극적이고, 포퓰리즘 정당을 지지할 확률도 낮다. 정당에 대한 신뢰도를 0~10으로 표시했을 때 5포인트 떨어지면 포퓰리즘 정당을 찍을 확률이 평균보다 7.7% 높아졌다. 동시에 투표율은 5%포인트 떨어진다.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이들은 투표에 참가할 확률이 낮고 포퓰리즘 정당을 찍을 확률은 높지만, 이민자 적대감을 유발하는 요소를 좌우하는 것도 경제적 불안감이다.
 
유럽사회조사 통계로 일종의 패널 자료를 구성해서 보면, 경제적 불안감을 느낄 때 기존 정당을 덜 신뢰하고 이민자에게는 더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경제적 불안 정도가 투표 참여와 포퓰리즘 정당 지지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 정당에 투표한 유권자와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 사이에 ‘문화적 통로’가 존재하지만 두 집단이 공유하는 ‘문화적 명분’은 없다. 핵심은 신념과 태도에 영향을 끼치는 경제적 불안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민자 문제는 표면적 원인일 뿐 밑바닥에 있는 원인은 아닌 셈이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 대표(오른쪽)가 2017년 10월3일 의회에서 테러 방지 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퓰리즘 정당들은 테러 위험을 내세워 이민자 규제를 주장하지만, 유권자는 경제적 불안감 때문에 이민자를 싫어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REUTERS
 
포퓰리즘 공급 측면
포퓰리즘 정당이 항상 존재한 것은 아니다. 2000년에는 포퓰리즘 정당이 활동한 나라가 유럽 전체 가운데 70%에 못 미쳤다. 하지만 2009년에는 모든 국가에 하나 이상의 포퓰리즘 정당이 존재했다. 우리가 설정한 틀은, 포퓰리즘 정당이 등장하느냐는 포퓰리즘 정당의 잠재적 수요가 얼마나 크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대중의 잠재적 지지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포퓰리즘 정당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앞에서 경제적 불안이 커지면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도 커진다고 했듯이, 포퓰리즘 정당의 출현을 설명하는 데도 경제적 불안이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경제적으로 불안하다고 느끼는 유권자의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정당을 새로 만드는 비용보다 더 커지는 시점에 포퓰리즘 정당이 등장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실제 경제적 불안이 커지면 포퓰리즘 정당이 등장할 여지가 크지만, 정부에 참여하지 않는 독립 군소 정당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선 포퓰리즘 정당이 나타날 여지가 준다는 걸 확인했다. 포퓰리즘 정당이 좌파적 색채를 띨지 우파적 색채를 띨지는 기존 정치 지형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확인했다. 포퓰리즘 정당이 성공적으로 정치권에 자리잡은 뒤에는, 선거 게임의 규칙이 바뀌면서 기존 정당들이 포퓰리즘 정당의 정책을 수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채플힐 전문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통적 정당과 포퓰리즘 정당의 정책이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포퓰리즘 정당이 지지를 얻을수록 정책적 차이가 축소됐다. 포퓰리즘 정당의 득표율이 표준편차만큼(16%포인트) 높아지면, 포퓰리즘 정당과 다른 정당의 전반적인 정책적 차이는 표본집단 평균의 33%만큼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의 모든 포퓰리즘 정당은 엘리트 집단에 반대하는 성향을 보이고, 단기적인 보호 대책을 강조한다. 그들의 대중 선동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파악하는 건 앞으로의 연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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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신기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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