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 Analysis
     
범죄 많은 지역, 실업이 살인 부추겨
[Analysis] 브라질 사례로 본 경제적 충격과 살인 범죄의 관계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하파에우 디스카르네이루 등 economyinsight@hani.co.kr

범죄율 낮은 서구와 완연히 다른 양상... 열악할지언정 일자리 제공하면 범죄 충동 억제

경제적 충격과 범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브라질의 무역자유화가 부른 브라질 국내 경제의 어려움이 살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질 출신 학자들이 쓴 이 글은 경제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그것을 차단할 방법을 논한다. 실업률 감소가 이 영향을 차단하는 데 가장 주요한 요소인 듯하다고 지적한다._VoxEU.org
 
하파에우 디스카르네이루 Rafael Dix-Carneiro 미국 듀크대학 경제학 교수
호드리구 소아리스 Rodrigo R. Soares 미국 컬럼비아대학 국제 및 공공 정책학 교수
가브리에우 울리세아 Gabriel Ulyssea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가톨릭대학 경제학 교수
 
   
브라질은 전세계에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로 꼽힌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슬럼가에서 축구선수가 그려진 벽 앞으로 마약거래상을 잡기 위해 총을 든 경찰의 손이 보인다. REUTERS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강력 범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곤 한다. 이런 현상은 그리 놀랍지 않다. 범죄 발생에 영향 끼치는 부정적 요인은 사회 전반이건,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건 주요 관심거리인 까닭이다. 실제 범죄는 복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경제적 비용 측면에서도 사회 전반에 큰 부담이 된다. 세수가 줄어들 때 이런 상황이 나타나면 정책 결정자들은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할지 고심하게 마련이다. 범죄 발생이 경제적 충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반응 강도가 얼마나 강한지는, 여러 분야에서 서로 다른 정책의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는 데 핵심이 되는 지점을 제시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용 관계를 추적하기란 몇 가지 이유로 간단하지 않다. 다양한 편향을 분석에서 빠뜨리거나 역의 인과관계, 곧 범죄로 징역 사는 일 때문에 거꾸로 고용이나 수입 등에 변화가 생기는지 검증하는 것이 이런 어려움을 유발한다. 그래서 경제 상황 변동의 외부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이 작용 관계를 측정하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과제다.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는 이 과제를 극복했다. 1990년대 브라질의 무역자유화를 국내 노동시장에 외부적 충격을 가하는 자연스러운 실험으로 간주하고 분석 작업을 했다. 브라질은 이런 분석에서 특히 적합한 지역이다. 범죄율이 아주 높은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적 조건이 범죄에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중요하고 드문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13년 브라질을 전세계에서 살인사건 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꼽았다. 2012년 브라질에서 살인사건이 5만 건 이상 발생했다. 살인사건 발생 비율 순위는 전세계에서 14위로,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이 25.2건에 이른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 전세계 인구 25만 명 이상 도시 가운데 가장 위험한 도시 50곳을 뽑았다. 이 가운데 32곳이 브라질에 있는 도시였다. 하지만 브라질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예외적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나라는 아니다. 주변 국가들도 브라질과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자료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폭력이 심한 20개 나라 가운데 14개국이 라틴아메리카 나라다. 이 나라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노동시장 조건이 열악하고, 교육이 비효율적이며, 불평등이 극심하다. 이런 상황에 처한 나라에선 경제적 충격이 범죄에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사회복지에도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브라질 무역자유화의 영향
브라질은 1990~94년 무역자유화 차원에서 수입품 관세를 단계적으로 대폭 줄였다. 이 기간에 평균 관세가 30.5%에서 12.8%로 떨어졌다. 일부 산업은 큰 폭의 관세 인하 여파에 직면했고, 다른 일부 산업은 관세 인하 폭이 훨씬 적어 타격이 덜했다. 규모가 큰 경제라면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브라질은 각 지역이 특정 제품 생산에 특화돼 있다. 관세 인하가 산업별로 달라 그 여파도 지역별로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리우데자네이루는 관세 인하 여파가 아주 컸다. 의류제조업과 식품 가공업의 비중이 아주 높은 도시로, 두 산업 모두 전체 평균치보다 더 큰 폭의 관세 인하가 적용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동부 알라고아스주 마타그란지 지역은 농산물을 주로 생산하는데, 농산물 관세는 도리어 약간 올랐다. 이 때문에 우리는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지역의 경제 상황이 마타그란지 같은 곳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빠졌으리라 예상한다. 이를 통해 지역별로 외부적 요인에 따라 발생한 변동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는 관세가 많이 인하된 산업에 특화된 지역들이 관세 인하가 마무리된 직후 몇 년 동안 살인 사건이 늘어났음을, 그리고 이 여파가 사라지는 데 꽤 긴 기간이 걸렸다는 것을 확인해 기록했다. 그것을 그래프로 표시했다. 그래프 오른쪽 파란색 부분(양수)은 무역자유화의 여파가 더 큰 지역의 살인사건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왼쪽 빨간색 부분은 무역자유화 이전에 이들 지역의 살인사건 증가율이 더 낮았음을 보여준다. -편집자)
 
   
 
이 변화와 관련해 주목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과거의 연구 결과를 보면 부정적 경제 여파가 재산 관련 범죄를 증가시키지만 살인에는 대체로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의 연구들은 사실 우리의 연구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진행됐다. 대부분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진국을 대상으로 했다. (미국 조지아대학 데이비드 머스터드 교수가 2010년 발표한 논문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이 논문은 10여 년 동안 발표된 논문 수백 개를 검토한 뒤 노동시장 상황이 재산 관련 범죄에 특히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지었다. 살인과 관련해 논문이 언급한 대표적 연구로는 1987~94년 미국의 5대 대도시 연구와 1964~2001년 오스트레일리아 청년실업자 대상 연구가 있다. 앞의 연구는 살인사건 발생률이 늘면 그 지역의 기업 수가 줄고 고용도 늘어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두 번째 연구는 살인 등 7가지 강력범죄와 청년실업, 남성의 실질 주당 평균수입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사기·살인·자동차 절도가 청년실업, 남성의 수입과 장기적으로 일정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집자) 둘째, 무역자유화가 각 지역의 범죄 발생에 끼친 영향의 변화 추세는 무역 관련 충격이 어떤 경로로 범죄에까지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우리 논문은 특히 무역으로 촉발된 경제 충격이 범죄에 영향을 주는 잠재적 경로를 집중 분석했다. 무역 충격이 범죄를 유발할 잠재력이 있는 여러 요소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것을 보였다. 영향받은 요소는 노동시장 조건, (공공 안전과 정부 관련 예산 지출 같은) 공공재 공급 상황, 소득 불평등 등이다. 각 요소별 영향은 다르게 나타났다. 무역 충격이 범죄에 끼친 영향의 변화 양상은 무역이 (고용률을 기준으로 한) 노동시장 조건에 끼친 영향의 변화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 변화는 공공재 공급 상황이나 소득 불평등에 무역 충격이 끼친 여파의 변화상과 아주 달랐다. 이 차이는 각 지역의 범죄율이 무역 충격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설명하는 데 핵심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고용률이라고 암시한다. 우리는 노동시장 상황이 범죄에 끼친 영향의 최저 한계와 최고 한계를 확인하기 위해 변수가 되는 것들의 변화를 추적할 계량경제 구상(프레임워크)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는, 무역자유화 충격이 범죄에 끼친 영향 중 75~93%가 고용률 변화를 통해 반영됐음을 보여준다.
 
   
실업자들이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의 한 자선단체 앞에 길게 줄 서 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면 불경기에 범죄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REUTERS
 
고용률 높이면 범죄 줄어
우리의 분석 결과는 무역 충격에 적응하는 데 드는 비용의 또 다른 차원을 조명한다. 수입품이 늘어 경쟁이 심해지면 노동자는 다른 업종이나 지역으로 이직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실업이 유발되고 실업 유발 강도만큼 또 다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가는 일시적으로 범죄율이 늘어나는 데 따른 피해다.
 
고용률을 핵심 요소로 보지 않는 한 무역자유화가 범죄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명백해졌다. 이와 동시에 하파에우 디스카르네이루가 미국 경제학자 브라이언 코백과 함께 연구한 결과를 보면, 무역자유화 이후 브라질의 장기적 고용 상황 회복세는 공식 부문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비공식 부문으로 빠져나간 덕분이다. 그러므로 비공식 부문 일자리가 비록 공식 부문보다 조건이 나쁠지언정 적어도 범죄에 빠져드는 걸 막는 효과는 충분해 보인다.
 
이런 결론은 두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우리가 연구한 맥락에서 보면 범죄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은 일 없이 빈둥거리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둘째, 노동 규제를 더 엄격히 적용하면 비공식 부문 일자리 공급이 줄면서 노동시장 전체의 회복이 느려질 수 있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적어도 브라질에선 노동 규제를 완화하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빨리 일을 찾도록 지원하면 불경기에 범죄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VoxEU.org
번역 신기섭 편집장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파에우 디스카르네이루 등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