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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문제의 경제 이슈화 대비해야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북한 미사일 실험과 국내 정치의 역학관계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북한이 연일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안보 이슈가 발생하면 진보 정권은 대화 옵션이 비판을 받으며 불리한 상황에 처하곤 한다. 이번에는 북한의 잦은 도발에도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안보 이슈가 지속돼 경제위기를 불러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북한 이슈가 경제 이슈로 전환되면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2017년 8월16일 오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니터에 북한의 괌 포격 위협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 정권에 북한 문제는 항상 부담이다. 전통적으로 진보세력은 대북 강경 기조 대신 대화와 협력을 강조해 군사적 긴장 완화 전략을 구사한다. 대화 제의에 북한이 응하고 남북협력의 성과가 즉각 나오면 문제없지만,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면 관계 개선을 위한 기본 구상은 흐트러진다. 보수 야당은 안보 문제를 쟁점화하며 국민과 정권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고 지지층의 관심을 얻으려 한다. 게다가 북한에 대한 접근 전략이 미국과 충돌하면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국민은 불만을 갖고, 야권의 또 다른 공세에 직면하게 된다. 이 경우 대개 진보 정권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다.
 
특히 한국 국민의 이념적 성향이 좌우로 갈리는 주요 기준이 다른 나라처럼 정부의 시장 개입 여부나 세금 문제 등이 아니라 대북 정책 노선이라는 점에서, 북한 문제의 부각은 많은 국민의 지지를 획득해야 하는 정권에 좌우 어느 한쪽의 선택으로 기울어지게 함으로써 지지 기반을 협소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북한 문제가 번지며 임기 초반보다 낮아졌다. 임기 시작 때는 80%에 달했지만 최근엔 70%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몇 차례 이어지고 6차 핵실험이 강행되는 등 도발 수위가 어느 때보다 최고조인 상황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권에 주는 정치적 타격이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정도로 북한의 위험성이 커지는 데 비하면 진보 정권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 아니냐는 평가도 가능한 상황이다.
 
안보 문제가 불거지면 보수 정치세력의 위상이 높아지고, 보수층 결집이 확장돼 진보 성향 정권에 강력한 정치적 타격을 입힌다는 전통적 메커니즘이 언제나 동일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정권의 정치적 성향이 무엇이든 외부 위협으로 나라가 위기 상황에 몰리면 정권을 흔들기보다 위기의 극복과 해결을 위해 정권을 일정 부분 믿고 따라줘야 한다는 인식도 함께 형성된다.
 
지금 북한 이슈가 뜨겁지만 과거보다 정권에 주는 정치적 손상이 적은 것은 북한의 반복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해 국가의 위기 수준이 높아졌다고 보는 시각이 크다. 정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북한의 도발보다 오히려 국내의 정치적 사안인 고위직 인사 논란이 더 큰 편이다.
 
이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된다. 미국의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2001년 9·11 테러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급등했다. 이라크와 대결을 감행했을 때도 지지율은 크게 올랐다. 국가의 위기 상황을 미국 국민이 인식하고 리더인 대통령에게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마찬가지다. 본인과 측근들의 각종 스캔들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었지만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일정 수준을 회복했다. 북한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본인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국가가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 불안정 고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과 미국의 대북 기조가 충돌할 경우 정권의 정치적 안정성이 약화되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의 대북 인식이 우리 정부와 달라 양국의 대북 결정이 엇박자를 낼 경우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보수 정당에선 이를 정치 쟁점화하려 하고, 한국 국민 상당수는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정권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가 지금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인 편이다. 현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수성이 반영돼 한국 국민이 양국 입장의 상이성에 대해 갖는 민감도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돌출 발언을 많이 하는 인물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발언에 대한 내성도 커진 상황이다.
 
현재 미국 대통령이 다소 예외적 인물이라는 시각 탓에 한국 정부의 대북 기조와 반대되는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하더라도,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더라도 왜 현 정부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느냐는 비판이 별로 확대되지 않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안보 위협이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되고 수위가 높아지면 국가의 위기로 인식된다. 이 경우에는 정권의 지지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하지만 안보 이슈가 경제 이슈로 전환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안보 이슈가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의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제지표는 악화한다. 주가 하락, 투자 감소, 환율 불안정 등이 발생한다. 대외 신인도도 낮아진다. 구직자, 주식보유자,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들의 불안감도 커진다. 국민적 불만의 표출은 단순 안보 이슈가 불거질 때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는 5·24 대북 강경책을 단행했다. 이른바 ‘천안함 정국’으로 대북 강경 대응에 대한 국민적 기류가 강했을 때다. 하지만 결과는 다음날 주가 대폭락으로 나타났다. 당시 야당은 ‘전쟁이냐 평화냐’의 프레임으로 선거에 나서 성과를 거뒀지만 실은 이면에 경제적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기존 야권층 외에 중산층과 중도층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전쟁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5·24 조처로 인해 경제 불안정이 고조되고 사람들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경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관광객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인해 숙박업과 음식업 등 서비스 분야의 사정도 좋지 않다. 업체들은 고용을 줄이는 선택을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최저임금 상승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은 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건설 경기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북한의 도발이 더 빈번해지고, 한반도 경제의 불안정성이 고조돼 주가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면 정권이 받는 정치적 타격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안보 이슈가 경제 이슈로 전환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은 막연한 두려움인 데 비해, 경제위기는 손실이 체감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훨씬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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