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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기 시작한 ‘기회의 땅’
[세계는 지금] 시장친화적 정책 변화로 재기 노리는 브라질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이성훈 niceimp@kotra.com.br

 2010년 이후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은 브라질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경제팀을 이끄는 엔히크 메이렐리스 재무장관과 일랑 고우드파잉 중앙은행장은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경기회복세를 이끌며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브라질은 자유무역협정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샌드위치 견제’를 받는 한국 기업들은 개혁·개방 정책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브라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성훈 코트라 상파울루무역관 과장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왼쪽)이 한 행사장에서 엔히크 메이렐리스 재무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메이렐리스 장관은 테메르 정부의 경제팀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REUTERS
요즘 한국에선 브라질 채권이 엄청난 인기다. 2017년 1~8월 국내 투자자가 3조원 넘게 브라질 국채를 사들였고 이는 2016년 같은 기간보다 4배 큰 규모다. 2013년 이후 브라질 정부의 토빈세(단기성 외화거래에 부과하는 세금 -편집자) 폐지로 인한 비과세 혜택 때문이다. 2017년 16% 넘는 수익률을 보이며 인기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7년 9월6일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9.25%에서 8.25%로 낮추며 고정 이자수익이 줄고 채권 가치가 높아져 차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은 계속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실 높은 인기의 국채 투자를 제외하면 브라질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높은 편이 아니다. 유명 축구선수와 패션모델 등을 제외하면 한국에는 브라질의 부정적 소식이 더 많이 들린다. 브라질은 지난 몇 년 간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고 심각한 정경유착으로 2016년에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 당시 부통령이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도 지지도가 낮아 브라질 정치는 많이 불안하다. 치안 문제도 단골 이슈다.
 
지난 몇 년 간 브라질은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2010년 이후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 무역수지 악화, 과다한 연금과 복지 정책으로 인한 재정 부담 증가가 그 요인이었다. 2014년부터 시작된 브라질 반부패 수사 ‘라바자투’(Lava Jato)로 인해 브라질 정치권과 경제계의 주요 인사들이 구속됐다. 결국 2016년 9월 지우마 전 대통령이 탄핵될 때까지 브라질은 2015년 -3.8%, 2016년 -3.6%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준금리는 14.25%까지 급등했고, 헤알 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으며, 국가 신용은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브라질 경제팀 ‘투톱’
1년이 지난 지금, 브라질 경제는 오랜 침체 국면을 벗어났다고 평가받는다. 2016년 브라질 연간 무역 흑자는 477억달러(약 54조107억원)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목표는 600억달러(약 67조9500억원)인데 이미 1~8월 전년보다 높은 481억달러(약 54조47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생산은 2017년 7월까지 넉 달 연속 증가세다. 농작물 생산량도 증가해 농기계 수요가 늘고 있다. 1달러당 4헤알까지 치솟던 환율은 3.1~3.3헤알 수준으로 안정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과 2018년 경제성장률을 0.3%와 1.3%로 전망하며 2019~2022년에는 2%대 경제성장률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경기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7%대까지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2016년 10월 14.25%에서 8차례 인하해 현재 8.25%까지 내렸다. 물가상승률도 199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인 2.71%로 안정됐다. 물가 안정과 사회보장연금의 사용 기준 완화 덕분에 2017년 2분기에 실질소득과 민간소비가 증가했다.
 
국민은 대부분 지금의 경기회복세를 이끄는 브라질 경제팀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경제팀은 주로 엔히크 메이렐리스 재무장관과 일랑 고우드파잉 중앙은행장 두 명으로 대표된다.
 
메이렐리스 재무장관은 보스턴은행에서 근무하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브라질 중앙은행장을 했다. 2016년 5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직무정지되자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일랑 고우드파잉 중앙은행장은 이스라엘계 브라질인으로 2009년부터 이타우은행 경제연구소장으로 재직하다 2016년 6월 중앙은행장에 임명됐다. 국제통화기금과 브라질 중앙은행에서도 일했고 친시장적 성향이다.
 
테메르 대통령은 많이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1940년생인 그는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상파울루연방대학 법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 교수를 하다 41살에 브라질민주운동당에 가입하며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정치적 수완이 대단해 검찰총장, 하원의장, 브라질민주운동당 대표를 30년 간 두루 거치며 정치권에서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2010년 71살의 나이로 호세프 대통령과 함께 대선에 출마해 부통령이 됐다. ‘개혁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겠다’고 언급하며 2018년 불출마를 선언한 테메르는 신정부 출범과 함께 각종 개혁 법안을 밀어붙이며 이전 좌파 정부와 선긋기에 나섰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경기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다. 최근 물가도 안정세를 보인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환전소를 나서는 남성. REUTERS
 
국제사회 진출 ‘노크’
브라질은 세계 5위의 넓은 영토와 2억명의 인구, 풍부한 천연자원 등 높은 성장 잠재력으로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2003년에는 브릭스 4개국 중 하나로 잠재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높은 관세 등 자국 산업 보호주의로 인한 낮은 제조업 경쟁력, 열악한 인프라 등으로 기대 이상의 성장을 하지 못했다. 지난 13년간 노동자 중심의 반기업적 경제정책과 과다한 연금 등 복지정책으로 계속 늘어나는 재정 적자는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최근 브라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선 ‘개혁 대통령’으로 평가받겠다는 테메르는 지난 13년간 노동자 중심 정당 처지에선 난제였던 노동·연금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6년 말 고강도 재정 긴축안을 통과시켜 20년간 예산 지출을 실질적으로 동결했다. 쉬운 해고, 노동조합 권한 축소, 노동소송 심사 기준 강화 등 친기업 성향의 노동법 개정안을 최종 통과시켜 2017년 11월부터 발효할 예정이다. 가장 어려울 것으로 평가되는 연금개혁안은 연방하원에 제출된 상태다.
 
회복세로 접어든 세계경제도 브라질 개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4년 시작된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락이 일단락되며 회복 기미를 보이고, 브라질 철광석은 최근 저점 대비 37% 뛰며 무역 흑자를 견인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눈에 띄게 개선되는 각종 경제지표에 힘입어 브라질 경제팀은 더욱 강하게 노동·연금 개혁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외 경제 개방 수준이 낮던 브라질이 국가 간 무역협정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로 이뤄진 남미공동시장(MERCOSUR)은 멕시코와 2017년 안에 협상을 완료하기로 합의했고 유럽연합(EU)과도 협상을 추진 중이다. 2017년 5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 또한 인프라 투자 확대와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대대적인 국유자산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 테메르 대통령은 중국 방문 직전 고속도로와 공항, 항만 터미널 등 57개 국유자산을 매물로 내놓는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여전히 높은 관세, 자국 산업 보호정책 등으로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지만 국제사회의 링 위로 올라오려는 유례없던 움직임이 차츰 브라질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혁을 통한 재정 균형과 개방을 통한 투자 확대로 브라질 경제 회복을 이끌겠다는 방향성은 국내외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애초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던 테메르 대통령은 탄핵 위기를 넘기며 개혁 추진에 더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정치권이 더 이상 정치적 혼란이 아닌 안정과 경제 성장을 원한다고 분석되면서 테메르 대통령의 탄핵 위기는 조금씩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브라질에는 약 12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절반가량이 자동차·차량·기계부품 제조업이며 금융과 보험, 물류 같은 서비스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브라질의 경기 불황에도 꾸준히 마케팅·서비스 투자를 지속한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2016년 미국 포드를 제치고 브라질 자동차 시장점유율 4위를 기록했고 2017년도 연속 ‘톱4’에 도전하고 있다. 2011년 진출 당시 시장점유율이 30%이던 효성의 스판덱스는 현재 70% 수준으로 올랐다.
 
자유무역협정 협상, 100대 국정과제
한국 정부도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남미공동시장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100대 국정과제로 넣고 추진 중이다. 남미공동시장은 중남미 이외 지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사례가 없기에 2조7천억달러(약 3056조원) 규모의 거대 신흥시장과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해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문화 교류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2017년 브라질 상파울루시는 광복절(8월15일)을 ‘한국 문화의 날’로 공식 지정해 현지에서 재정 지원을 가능토록 했다. 약 5만명으로 집계되는 브라질의 한국 교민 사회도 현지 진출을 생각하는 한국 기업에 든든한 밑바탕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지속 중인 한국에 대한 수입 규제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선 한국 자동차가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 자동차의 향상된 기술력도 원인이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보복으로 인한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국은 경기회복세로 접어든 브라질의 유례없는 개혁과 개방 움직임을 참고해 대안시장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브라질이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기회의 땅’이 돼야 할 것이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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