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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 돼지’가 바꾼 축산업 패러다임
[Trend] 지속 가능 축산업을 위한 새로운 모델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마리옹 페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친환경이면서 유기축산업보다 인증 덜 까다로워...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 안정적 수익 보장
 
최근 볏짚 깔린 사육장에서 키운 돼지가 프랑스에서 지속 가능 축산업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콘크리트 사육장에서 돼지를 키우는 기존 집약적 축산업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란 비판을 받는다. ‘볏짚 돼지’는 친환경 양돈 방식이자 유기축산업에 비해 인증 기준이 까다롭지 않아 축산 농가의 각광을 받는다. 특히 볏짚 양돈 농가는 중간 유통 단계 없이 직접 소비자에게 공급해 안정적 수익을 보장받는다. 아직은 전체 축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볏짚 돼지는 축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힘을 지녔다.
 
마리옹 페리에 Marion Perrier <라 푸르밀리에르> 기자
 
   
프랑스에선 볏짚 깔린 사육장에서 돼지를 키우는 친환경 양돈 방식이 지속 가능 축산업의 모델로 주목받는다. 프랑스 서부 부예메나르의 볏짚 돼지 축산 농가. REUTERS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 코트다르모르 생도낭의 파스칼 페로 양돈 농장. 축사에 들어서자 낯선 방문객 때문인지 낮잠에서 깬 돼지들이 기자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페로가 키우는 돼지들은 자기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모를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농장의 총면적은 54ha(헥타르)다. 축사는 외부로 개방된 구조이고 바닥에 볏짚이 두툼하게 깔려 있다. 덕분에 돼지 배설물이 볏짚과 섞여 쉽게 퇴비가 만들어진다.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기 싫었다. 원래 동물 복지에도 관심이 많았다.” 페로는 2000년부터 볏짚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프랑스 양돈 농장의 대부분은 페로의 농장과 전혀 다르다. 돼지의 95%가 콘크리트나 플라스틱 바닥의 축사에서 자란다. 그래야 돼지 배설물이 빠르게 분뇨로 전환돼 농지에 뿌려지기 때문이다. 브르타뉴 축산 모델이 오래전부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비판받아온 것은 바로 분뇨 때문이다. 브르타뉴에는 프랑스 가축의 57%가 몰려 있다. 그런데도 돼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사방이 꽉 막힌 축사에서 짐짝처럼 갇혀 자라기 때문이다. 공장식 집약 사육은 하천 오염과 녹조 현상의 주범으로 연안 생태계를 교란하는 등 많은 문제를 불러온다. 소·돼지·가금류 등 가축 분뇨에는 질소가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질산염으로 바뀌면서 하류와 지하수층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유전자조작 사료와 항생제 금지
공장식 집약 사육은 환경문제만 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모델은 축산 농가의 안정적 수입을 보장하지 못한다. 돼지고기 값이 폭락하면 양돈 농가는 생존마저 위협받는다. 이 때문에 브르타뉴의 양돈협회 코에랑스(Cohérence)가 공장식 집약 사육을 대체할 대안을 고민한 것이다. 코에랑스는 브르타뉴 하천보호협회 설립자 장클로드 피에르와 현재는 ‘농업·농촌 발전 이니셔티브센터’(CIVAM)로 이름을 바꾼 ‘지속가능농업네트워크’ 소속 농민들이 1997년 공동 설립한 단체다. 환경운동가와 농민뿐 아니라 노조와 기업, 개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모여 활발히 활동한다. 2000년대 초 코에랑스는 지속 가능 양돈업을 계속 고민했고 이때 탄생한 것이 ‘볏짚 돼지’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볏짚 돼지 농장주는 볏짚이 깔린 축사에서 돼지를 키워야 하며, 한 마리당 최소 1.5m2의 사육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무게 110kg 미만 돼지에 적용되는 법정 최저 기준의 두배다. 볏짚 돼지에게 유전자조작 사료를 먹이면 안 되고 예방 차원의 항생제 투입도 허용되지 않는다.
 
볏짚 돼지 사육자는 분뇨와 볏짚을 섞은 퇴비를 농지에 뿌릴 때도 퇴비의 질소 함유량이 법정 기준인 1ha당 170단위의 80%, 즉 1ha당 140단위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볏짚은 동물 복지 향상에도 유용하다. 돼지는 원래 바닥을 파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바닥에 볏짚을 깔아 놓으면 돼지는 이를 헤집으며 자연스럽게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다. 볏짚은 돼지 배설물과 섞여 퇴비가 되는 과정에서 배설물에 포함된 질소의 일부를 흡수하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고체 비료이므로 액체 분뇨보다 바닥을 타고 축사 밖으로 흐를 위험도 적다.
 
볏짚 돼지 사육은 이 밖에 50여 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사료로 농장 재배 작물을 사용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농장 재배 작물을 사료로 사용하는 것은 유기축산업에서처럼 의무사항은 아니며 권고사항일 뿐이다. 코에랑스의 지속 가능 양돈업 팀장 장베르나르 프라불레가 말했다. “코에랑스가 유기농업의 엄격한 기준을 강제하지 않는 것은 지속 가능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모델을 제안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양돈업에서 공장식 집약 사육이 일반적이고 일반 농업에서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스테파니 파조 프랑스유기농연맹(FNAB) 대표의 설명이다. “유기축산 인증을 받으려면 농장 재배 작물을 사료로 먹이고 가축이 야외 공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축사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기존 공장식 농장은 축사가 지나치게 크고 사료도 대부분 외부에서 들어온다.” 따라서 유기농 전환보다 아예 처음부터 유기농으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 프랑스 유기농업진흥청(Agence Bio)에 따르면, 2016년 프랑스 전체 양돈 농가 중 유기농가는 0.94%에 불과했다. 또한 프랑스 양돈연구소(IFIP)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라벨 루주’(Label Rouge·프랑스 정부가 최고 품질 제품에 부여하는 품질 인증 마크 -편집자) 인증을 획득한 돼지고기는 전체 생산량의 3.3%였으며, 프랑스 돼지의 83%는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됐다.
 
브르타뉴 지방의 작은 마을 디낭 근처, 총면적 48ha의 농장에서 돼지 1100두를 키우는 실비 레르미트는 사료로 쓸 유채꽃과 곡물, 채소를 직접 재배한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자연농법을 이용한다. 레르미트는 장기적으로 돼지를 1500두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그 이상 확대할 생각은 없다. 가족경영을 장려하는 코에랑스는 농장의 노동력에 따라 생산량을 제한한다. 코에랑스 가입 농가들은 농장 개방일에 맞춰 진행되는 감사를 거쳐 2년마다 인증받는다.
 
현재 코트다르모르의 11개 농장이 코에랑스의 볏짚 돼지 인증을 받았다. 볏짚 돼지를 사육하려면 축사 바닥을 청소하고 볏짚으로 채우는 작업을 일상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노동력과 비용이 든다. 브르타뉴 농업회의소는 볏짚 돼지의 추가 비용을 돼지고기 1kg당 0.16유로(약 220원)로 산정하는데, 이는 일반 돼지의 사육 비용보다 10%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브르타뉴 농업회의소 축산팀장 브리지트 랑드랭이 말했다. “볏짚 돼지와 일반 돼지의 비용 차이는 주로 볏짚 구매 비용에 기인한다. 볏짚 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성장이 조금 느리고 에너지는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코에랑스 인증 농가의 돼지는 생후 평균 190∼210일에 도축된다. 반면 일반 양돈 농가의 돼지는 대부분 생후 180일에 도축된다. 충분히 성장해 건강한 돼지를 도축하면 최종 상품인 돼지고기의 품질도 향상된다.
 
유통망 혁신으로 안정적 수익 확보
   
볏짚 양돈 농가는 중간 유통 단계 없이 직접 소비자에게 고기를 공급해 안정적 수익을 보장받는다. 프랑스 파리에서 축산업자가 고기를 트럭에 싣고 있다. AP 연합뉴스
볏짚 돼지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양돈협회 코에랑스는 소속 양돈 농가를 위한 새로운 판로 찾기에 나섰다. 코에랑스 가입 양돈 농가의 다수는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고기를 판매한다. 코에랑스는 특히 지역 정육점을 대상으로 판로를 발굴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노력으로 2012년 ‘정통 볏짚 돼지’ 인증을 출원했다. 현재 양돈 농가 4곳에서 이 인증을 받은 돼지고기를 30여 곳의 정육점에 납품하며, 나머지 7곳은 직접 고기를 판매한다. 유통망을 단축하면 양돈 농가는 수요 예측이 훨씬 쉬워져, 농가가 감당할 만큼 수요를 창출한다. “팔고 싶은 만큼만 생산한다. 일반 농업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판로 확보와 상관없이 항상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구조다. 결과는 알다시피 돼지고기 값 폭락이다.” 볏짚 돼지 생산자 파스칼 페로의 주장이다.
 
볏짚 돼지 생산자들은 시장 변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해마다 협력 정육점과 가격을 협상해 돼지고기를 납품하기 때문에, 납품 가격이 고정돼 있다. 고정가격 납품은 정육점 업주에게 좋다. 일단 볏짚 돼지의 품질이 워낙 높다. 브르타뉴 지방 생브리외 일리옹에서 정육·돈육 가공품점을 운영하는 기욤 코르뒤앙은 “볏짚 돼지가 육질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 요리해도 쉽게 흐물거리지 않고, 미각 측면에서도 손님들이 일반 돼지고기와 맛 차이를 확실히 느껴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파스칼 페로는 바로 이 정육점에 볏짚 돼지고기를 납품한다. 정육점은 페로의 볏짚 돼지고기를 일반 고기보다 15% 정도 비싸게 판다. 그런데도 소비자는 이 지역에서 생산된 볏짚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코르뒤앙의 정육점을 찾는다. 페로는 일반 농업을 고집했다면 2015년 돼지고기 값이 폭락했을 때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장가격과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에 납품했기 때문에 새 사업을 시작했고, 은행 대출로 냉동탑차와 가축운반차를 구입할 수 있었다.
 
레르미트의 농장은 생산량의 40%를 정육점에 납품하지만 나머지는 농장 방문 고객에게 직접 팔거나 인터넷 혹은 전화로 주문 판매한다. 레르미트의 세전 수익은 연간 3만유로(약 4천만원)다. 참고로 2015년 돼지고기 값이 폭락했을 때 프랑스 양돈 농가 취업자 1인당 평균수익은 1만3천유로였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양돈 농가의 수익은 해마다 들쭉날쭉한다.
 
코에랑스는 장차 볏짚 돼지를 브르타뉴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많은 양돈 농가가 볏짚 돼지에 관심 갖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지속 가능 양돈업 팀장 프라불레는 “모두가 기존 밀집 사육 방식을 포기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2016년 볏짚 돼지는 총 1700두 팔렸는데 이는 브르타뉴 전역에서 도축 돼지가 1300만 두임을 감안할 때 극히 미미한 수치다. 그러나 양돈 농가 처지에선 볏짚 돼지라는 대안 축산업을 실천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이룬 거다. 파스칼 페로도 “모든 양돈 농가가 볏짚 돼지 방식을 수용할 수 없겠지만 볏짚 돼지 생산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그 과정에서 양돈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동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기의 프랑스 양돈 산업
프랑스 양돈 농가는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2016년 6월부터 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kg당 1.4유로(약 1860원)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도매가격이 1.4유로는 넘어야 양돈 농가가 손해 보지 않는다. 2015년 말 도매가격이 1.2유로 아래까지 떨어졌다. 가격이 다시 오른 것은 중국 덕분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중국이 축산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유럽산 돼지고기 수입을 2015년보다 110%나 늘렸기 때문이다. 사실 돼지고기 시장은 세계화된 시장이다. 가격 형성은 세계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을 따른다. 예로 2015년 돼지고기 파동은 2014년 러시아의 유럽산 수입 금지가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양돈 농가의 어려움은 경기 상황보다 구조적 측면에 기인한다. 프랑스 양돈 농가는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양돈 농가와 경쟁해야 한다. 2016년 프랑스는 200만t의 돼지고기를 생산해 550만t을 생산한 독일과 400만t을 생산한 스페인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 규모다. 하지만 프랑스 양돈 산업은 1998년 EU가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려는 규제를 도입한 뒤 위기를 겪고 있다. 반면 독일의 축산·도축 시설은 현대화되고 규모가 커져서, 독일 양돈 농가는 생산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또한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 출신 파견노동자를 고용했다. 게다가 2014년까지 독일에 최저임금제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돈 농가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인건비는 프랑스보다 낮고, 양돈 농가는 시장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 스페인 양돈 농가는 대부분 식료품 대기업과 계약을 맺어 고정가격으로 돼지고기를 납품한다. 반면 프랑스에선 도매가격이 매주 브르타뉴 경매시장에서 결정된다. 프랑스 양돈연구소 경제학자 미셸 리유는 “오랫동안 프랑스 양돈 산업의 전략은 최저가격에 표준 품질의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비록 지금은 유통업자-도축·가공업자-양돈 농가의 삼자 계약 체결 같은 차별화 시도가 있지만, 프랑스 양돈 농가의 상황이 나아지느냐는 여전히 세계시장의 수요에 달렸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7·8월 합본호(제370호)
Le porc sur paille, l’autre modèle pour la Bretagn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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