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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국 농촌
[Special Report] 중국 농촌 지역 우울증 실태 보고서 ①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황수룬 외 economyinsight@hani.co.kr
영·유아 양육자 24.5% 우울증... 가난이 우울증 낳고 우울증이 가난 키우는 악순환
 
중국 농촌이 ‘집단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집에 홀로 남아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우울증이 심각하다. 울적할 때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 이들의 우울증은 개혁·개방 이후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가 심해진 탓이다. 의료·교육 등 핵심 공공서비스가 도시에 집중되면서 농촌의 생활 환경은 상대적으로 되레 열악해졌다. 가난에 허덕이는 양육자의 우울증은 아동 발달에도 악영향을 준다. 자신의 처지 한탄이 아동 학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개혁·개방의 과실을 도시민이 독차지할 때 중국 농촌 여성들은 홀로 집에 버려졌다. _편집자
 
중국 농촌 지역 영·유아 양육자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손자·손녀를 돌보는 할머니 3명 중 1명이 우울 증세를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자식에게 부담 주기 싫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경제적 빈곤과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심리적 압박, 돈벌이를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이 합쳐져 우울증이 깊어갔다. 무엇보다 농촌 지역의 가난이 큰 요인이다. 가난이 우울증을 낳고 우울증이 다시 가난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황수룬 黃姝倫 왕쑤 汪蘇 장진 張進 <차이신주간> 기자
 
   
중국 농촌 지역에서 손자·손녀를 돌보는 할머니들이 빈곤과 무력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허베이성 북서부 장자커우 충리현에서 할머니가 손자를 안고 있다. REUTERS
 
2017년 6월 중순 중국 산시성 남부와 쓰촨성 북부 산간지대인 친바산악지구(秦巴山區) 마을에 더위가 찾아왔다. 저우슈(54)는 잠투정하는 손녀를 안고 의자를 끌어와 대문 앞에 앉았다. 눈앞에 겹겹이 둘러싸인 높은 산이 있고 뒤쪽에 낡은 벽돌집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이 없다. 속상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저우슈는 2남1녀를 두었다. 54살인 남편은 시안의 건축 현장에서 일하고 큰아들과 큰며느리, 둘째아들도 타지에 나가 일한다. 혼자 남은 그는 이제 돌 지난 손녀를 돌보고 있다. 손녀와 함께 지내는 생활비는 남편이 준다. 아들은 손 하나 까딱 않은 채 자기가 번 돈을 혼자 다 쓴다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불면증으로 고생해 하루 3시간도 못 잔다. 요즘 부쩍 몸이 힘들다. 낮에 손녀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고 틈나는 대로 집안일도 해야 한다. 날이 저물어 손녀가 잠들어도 두통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뒤척이는 사이 온갖 걱정이 밀려든다. 혼기가 찬 둘째아들은 장가를 못 가고, 이웃집은 새로 집을 지어 이사했는데 이 낡은 벽돌집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한밤중이 돼야 억지로 눈을 붙이는데 손녀가 잠투정이라도 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 날이 밝으면 똑같은 생활이 반복된다.
 
이런 생활이 행복하냐고 질문하자 저우슈는 “행복하지 않다. 날 위해 사는 게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을 사람들을 통해 도시에는 우울증이라는 ‘귀족병’이 있단 얘기를 들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우울하고 의욕이 없고 비관적 생각만 들고 몸이 힘들어지면 혹시 우울증에 걸렸나 걱정한다.
 
하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다. 마을 위생원(한국의 보건소에 해당 -편집자)은 가봐야 소용없다. 혼자 큰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그는 이런 상태를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자식에게 부담 주긴 싫었다. 마을에 남아 집을 지키는 중년 여성은 대부분 처지가 비슷하고, 그들은 자신의 노후를 걱정한다. 객지로 돈벌이를 나간 아들과 며느리는 돈은 보태주지 않고 아이만 부모에게 맡겨놓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편안한 적이 없었다.” 빈손으로 결혼해 농사일을 하며 아이들을 키웠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저우슈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이 제일 힘들다. 새 집도 지을 수 없고, 혼자 집을 돌봐야 하니까.”
 
농촌 할머니 양육자 33.2%가 우울증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2016년 4월 중국 베이징대학과 미국 스탠퍼드대학 등 여러 기관이 공동 설립한 농촌교육행동계획(REAP·Rural Education Action Program)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우울증·불안감 스트레스 척도인 DASS-21를 이용해 친바산악지구 42개 촌(村)을 대상으로 농촌 지역 양육자의 우울증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팀은 6~24개월 영·유아를 양육하는 농촌가정을 방문해 양육자의 우울증에 대한 기초 자료 1062건을 수집했다.
 
여기서 말하는 양육자는 아동의 보호자 또는 실제 돌보는 사람을 말한다. 농촌에서 영·유아의 양육자는 대부분 엄마나 할머니다. REAP가 검사한 유효 표본의 90%는 여성이다. 그 가운데 60%는 남편이 타지에서 일해 혼자 고향을 지킨다. 40%는 남편이 같이 살거나 가까운 마을에서 일해 자주 집에 올 수 있다.
 
검사 결과, 농촌 지역 영·유아 양육자의 24.5%가 우울증 성향을 보였다. 전체 양육자의 10.7%는 경미, 11.1%는 중증, 1.8%는 심각한 수준, 0.9%는 기준치를 초과했다. 검사에 참여한 영·유아의 어머니 708명의 평균연령은 28살로 우울증 성향을 가진 응답자 비중이 21.8%였다. 외할머니를 포함한 할머니 268명의 평균연령은 54살로 그중 33.2%가 우울증 성향을 보였다. 할머니들이 어머니들보다 우울증 성향이 훨씬 심각했다.
 
REAP의 조사는 가파르게 진행되는 도시화에 가려진 농촌의 심리적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유엔아동기금(UNICEF)과 베이징대학 등 여러 기관이 2015년 산시성과 구이저우성에서 자가우울증평가(SDS)를 사용해 검사한 결과, 농촌 양육자 가운데 39.8%가 우울 증상을 보였다.
 
중국의 특수하고 왜곡된 도시화 과정에서 2대에 걸친 여성들이 이별을 감내하거나 직업을 포기한 채 농촌에 살면서 누적된 고단함과 갈등, 침묵과 좌절은 도시화의 그늘로 남았다. 힘들게 양육한 자녀가 그들과 농촌에 희망을 가져올까.
 
“검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구에 참여한 REAP 프로젝트 담당자가 말했다. REAP는 여러 해 동안 중국의 가난한 농촌 지역에서 아동 조기 발달 지원 사업을 추진했고 빈곤의 대물림을 막을 방법을 고심했다. 학자들은 ‘침울해 보이는’ 양육자가 키운 아동의 사회성 발달이 더딘 현상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낯가림이 심했다.
 
가설을 검증하고 우울증 인자와 아동 발달 상태의 관계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2016년 4월부터 가구조사 항목에서 ‘주관적 행복감’에 DASS-21을 추가했다. DASS-21은 31개 문항으로 구성돼 우울증·불안·스트레스 세 가지 부정적 정서의 체감 정도를 검사한다. 조사원이 응답자 집을 방문해 문항을 완성하는 데 15~20분이 소요됐다.
 
“DASS-21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척도로 확장형과 축약형으로 나뉜다. 우리는 21개 문항으로 구성된 축약형을 사용했다. 반드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을 사용해야 하기에 내용은 변경하지 않았다.” REAP 관계자가 설명했다. 최종 조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하지만 그는 DASS-21 척도는 임상 진단 기준이 아니며, 점수가 높으면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점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진료를 받거나 전문 심리상담을 받도록 권고한다.
 
   
농촌 지역의 가난은 영·유아 양육자의 우울증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이다. 2017년 6월 중국 장시성 진시현의 병원에서 자세 교정 치료를 받는 어린이. 연합뉴스
 
REAP의 검사 결과는 선행 연구에서 얻은 결과와 방향이 일치했다. 우울증은 복잡한 사회적·심리적·유전적 요인과 일상생활이 상호작용해 발생한다. 중국 농촌 주민들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는 도시보다 높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7년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우울증 환자가 3억22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4%를 차지한다. 중국의 우울증 환자는 약 5400만 명으로 발병률이 세계 평균 수준과 비슷한 4.2%다. 농촌 지역에서 우울증 발병률이 높은 것은 가난과 직접 관련이 있다. 가난이 우울증의 주요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 가난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고 우울증은 다시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어 악순환이 반복되며, 정신적 장애와 고립을 초래한다. 2011년 미국 ‘갤럽 헬스웨이 웰빙 지수’(Gallup-Healthways Well-Being Index)가 미국 전역에서 성인 29만 명을 조사한 결과 빈곤 인구의 30% 이상이 일정 수준의 우울 증상을 앓고 있었다. 빈곤인구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15.8%였다.
 
중증 정신질환자 절반이 빈곤층
2017년 4월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까지 전국에 등록된 중증 정신질환자는 540만 명이고 이들의 빈곤 비율은 57.2%였다. 같은 시기에 WHO가 인용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각 지역에 거주하는 남성과 여성 50만 명을 조사한 결과 우울증과 지역분포, 소득수준이 상관관계를 보였다.
 
조사 결과에 대해 왕강 베이징안딩병원(北京安定醫院) 원장은 “농촌 지역 여성들의 심리적 문제가 우울한 정서로 표출되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촌 여성들은 불안감과 상실감이 크다. 타지에서 일하는 남편이 자리를 비운 불완전한 가정에서 심각한 불안을 느낀다. 외로움과 쓸쓸함,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을 느끼고 고민이 있어도 하소연할 대상이 없어 부정적 정서를 즉각 해소하기 어렵다. 적절한 개입 없이 우울한 기분이 장기간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REAP 관계자는 검사 결과가 농촌에 남은 남성의 상황이 여성보다 양호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보호자라고 강조했고 여성 보호자로 한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다수 양육자는 여성이었다.”
 
농촌에 남은 양육자의 정신 상태는 완전하게 가난에서 벗어나 현대 문명화하지 못하고 도시화 때문에 단절된 중서부 빈곤 농촌 지역의 아픔을 반영한다. 전국 14개 특수 빈곤 지역 중 하나인 친바산악지구는 중국 정부가 빈곤을 몰아내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곳이다. 산간벽지에 있는 이 마을들은 토사 유출이 심하고 경작지가 적고 그나마도 분산돼 있다.
 
동부 지역 농촌과 달리 친바산악지구는 산업이나 상업적 기반이 없어 농민들이 돈벌이를 하려면 객지로 나가야 한다. 중서부 지역 어떤 성의 경우 2016년 농민공 수가 710만7천 명이 었다. 타지에서 일하는 농민이 늘면서 농촌의 가계소득은 급증했다. 2006년 이 성의 농민 1인당 월평균 소득은 2260위안(약 38만8천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9396위안(약 161만2천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농민들의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병이 나면 다시 가난해질 확률이 높다. 저우슈가 사는 마을은 친바산맥이 지나는 산골로, 2016년 농민 1인당 월평균 소득이 8200위안으로 전국 농촌 주민 1인당 소득 1만2363위안보다 많이 낮다.
 
소득 격차가 전부는 아니다. 30년 넘게 도시화를 추진하는 동안 토지와 호적으로 대표되는 도시와 농촌의 이원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 정부가 독점적으로 토지를 공급하는 체계에서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교육·의료 등 공공서비스가 부족해 농민공은 자녀를 고향집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양육은 아내나 노인들 몫이 됐다.
 
도시화는 농촌과 농촌가정을 분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농촌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의료 등 공공서비스는 심각하게 부족하다. 도시화는 농촌마을의 질서를 무너뜨렸고 전통 경제는 와해됐다. 농민들은 체계를 갖추지 못한 시장으로 떠밀려 갔고 새로운 농촌 문화와 가치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촌 간부의 부인 리쥐안(50)이 상황을 전했다. “타지에서 일하면 힘은 들지만 춘절마다 고향에 돈을 갖고 오니 헛수고는 아니다. 가장 힘든 사람은 일도 못 나가고 고향집을 지키는 여성들이다. 몸은 고단한데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고 외로움까지 더해 심리적 부담이 너무 크다.”
 
REAP가 농촌 양육자를 조사한 결과에서 우울증 성향을 보이는 요인을 종합하면 질병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혼자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 일해서 돈을 벌 수 없는 무력감 등이 있다. 우울증 성향을 보이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2017년 3월 REAP는 DASS-21 척도 평가에서 점수가 가장 높았던 양육자와 가장 낮았던 양육자를 우울증성향군과 정상군으로 나눠 심층면담을 했다. 51개 양육자 표본은 4개 현 산하 14개 촌 소속으로 우울증 표본은 16건, 비우울증 표본은 35건이었다.
 
해당 연구는 빈곤과 우울증이 고도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우선 응답자의 47%가 ‘돈이 없어 걱정한다’고 했다. “우울증 성향이 있는 양육자들이 최근 갑작스러운 ‘소득 절벽’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가족 구성원이 중병을 앓은 경우다. 실제 가족 구성원의 발병률을 보면 우울증성향군(81%)이 정상군(40%)보다 두 배 높았다.” REAP의 공동설립자 스콧 로젤 미국 스탠퍼드대학 개발경제학과 교수가 말했다.
 
가난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한다. 우울증 성향이 있는 걸로 진단된 한 할머니는 인터뷰에서 REAP 조사원에게 집안 형편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돈벌이를 하는 식구는 없는데 빚이 많다. 늙은이들이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아 일도 하지 못하니 늘 불안하다.” 아이 양육 자체도 힘든데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 없이 집안일에 시달리다보면 무력감이 커진다. 저우슈의 말처럼 자신을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니다. REAP의 인터뷰 표본에 따르면 우울증 성향을 보이는 집단의 절반은 “아이 양육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 財新週刊 2017년 27호
她們為何抑鬱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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