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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 기로에 선 프랑스 비영리보험
[Issue] 프랑스 상호보험조합의 불안한 미래
[89호] 2017년 09월 01일 (금) 마티아스 테포 economyinsight@hani.co.kr
민간보험사와 경쟁 격화로 상호부조 가치 훼손... 차별성 강화에서 해법 찾아야
 
프랑스 상호보험조합이 존폐 기로에 섰다. 상호부조에 기반해 비영리를 추구하는 상호보험조합은 민주적 경영 방식을 내세우며 ‘사회적경제’의 첨병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민간보험사와 경쟁이 심해지면서 상호보험조합의 가치가 훼손되고 존립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건전성 규제 강화도 상호보험조합을 위태롭게 한다. 전문가들은 상호보험조합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상호부조의 가치를 더욱 전면에 내세워 차별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티아스 테포 Mathias Thépo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최근 10년 사이 프랑스 상호보험조합의 60% 가까이가 사라졌다.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의 상호보험조합 마프 지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REUTERS
 
프랑스의 상호보험조합은 결국 사라질 것인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이냐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상호보험조합은 프랑스 사회연대경제의 첨병으로 보충의료보험(국가보험 외 추가 의료 보험) 시장과 손해보험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오늘날 상호보험조합은 높은 수익률에 이끌려 보충의료보험과 손해보험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민간보험사와 은행들 때문에 굳건하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물론 상호보험조합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험시장의 변화는 상호보험조합의 근간을 이루는 상호부조 모델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상호보험과 일반보험을 구별하는 기준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상호보험은 고객을 선택하지 않는다. 고위험군이든 저위험군이든 모두 비슷한 조건의 보험 계약을 할 수 있다. 위험을 말 그대로 공동화(mutualization)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보험은 고객을 위험에 따라 구분하며, 고위험군 가입자는 그만큼 보험료를 많이 내야 한다. 일반보험의 계약 비용은 가입자의 잠재적 위험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둘째, 상호보험은 기본적으로 비영리보험이다. 회사의 목표는 가입자의 권익 보장이지 주주를 위한 이익 창출이 아니다. 셋째, 상호보험은 조직 운영이 민주적이다. 조합원은 조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언권을 갖는다. 이 상호부조 모델이 오늘날 존폐 위기에 몰렸다.
 
   
 
민간보험사와 경쟁 격화
하모니 뮤추얼, MGEN, Eovi MCD 뮤추얼을 비롯한 프랑스의 이른바 ‘45’ 상호보험조합들은 중대한 규제 환경의 변화에 직면했다. ‘45’ 숫자가 앞에 붙은 건, 프랑스 국가보험이 탄생한 1945년 상호보험조합(mutuelle)이란 명칭이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출범 연도의 뒤 두 자리를 붙여 부르는 것이다.
 
2013년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프랑스 노사가 단체협약에 관행적으로 삽입하던 보충의료보험 및 공제보험의 유일 사업자 조항을 위헌 판결하고 해당 조항 삽입을 금지했다. 이는 보충의료보험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다. 게다가 보충의료보험 계약에 적용되는 ‘책임계약’ 개념이 2014년 1월1일 개정됐다. 이를 통해 정부는 보충의료보험으로 충당하는 특진료 상한선을 규정하고, 상한선 초과 금액의 환급을 금지했다. 의료비 지출 상승 억제가 목적이었다. 그 결과 직장인을 위한 선택형 ‘초과보충의료보험’의 문이 열렸다. 국가보험과 보충의료보험만으로 의료비가 전액 충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초과보충의료보험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민간보험사들이 너도나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2016년 1월1일부터 모든 기업은 직원에게 기업 단위 보충의료보험을 제공할 의무가 생겼다. 이 결정은 직장인들의 단체보험 가입을 촉진했다. 다시 말해, 그동안 개별적으로 보충의료보험에 가입했던 직장인들이 개인보험을 해지하고 기업보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개인의료보험의 경우 상호보험조합이 특별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일단 현재까지 새로운 의무 규정의 수혜자는 개인의료보험 시장의 공략에 적극 나서는 민간보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보험조합은 조합원의 고령화 문제에도 직면했다. 조합원, 즉 가입자가 고령화할수록 조합이 이들에게 환급해야 하는 의료비도 증가한다. 프랑스 보건복지부 산하 통계·변화·연구국(DREES)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 상호보험조합 가입자의 평균연령이 민간보험 가입자의 평균연령보다 훨씬 높다. 상호보험조합 가입자의 41%가 60살 이상인 반면, 민간보험 가입자 중 60살 이상은 28%에 불과했다. 상호보험조합은 손익 균형을 위해서라도 청장년층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민간보험사의 최우선 공략 대상이 청장년층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간보험사는 노년층보다 의료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장년층과 의료비 지출이 많은 노년층의 위험을 공동화하지 않기 때문에(상호보험조합은 상호부조 원리상 모든 가입자에게 비슷한 조건의 보험을 제공한다 -편집자) 위험에 따른 보험료 차등 정책으로 청장년층을 유인할 맞춤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상호보험조합은 필연적으로 민간보험사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 사실 보충의료보험 시장에서 민간보험사의 약진으로 상호보험조합의 시장점유율이 예전만 못하다. 2001년 19%인 민간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29%까지 상승했다. 2015년 보충의료보험 시장의 총매출액은 약 343억유로(약 46조원)다.
 
상호보험조합은 2015년 보충의료보험 전체 납입금의 53%를 차지했을 정도로 여전히 지배적 지위에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호보험조합의 생존은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상호보험조합은 민간보험사와의 경쟁에 적응해야 한다. 통계·변화·연구국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상호보험조합의 보험료 산정 방식이 민간보험사의 보험료 산정 방식과 비슷해졌다. 2006년만 해도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늘어나는 보험 계약이 전체 상호보험 가입자의 37%였지만 2013년 29%로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상호보험조합 모델의 핵심 가치 상부상조의 근간을 구성한 ‘고객 위험군 비분할 원칙’도 허물어졌다.
 
상호보험조합의 핵심 사업 부문인 손해보험에서 ‘탈상호보험화’는 일찍부터 시작됐다. 많은 상호보험조합은 자본주의 수익 모델보다 구성원의 연대의식을 강조하는 사회적경제 모델의 기치 아래 탄생했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연매출액이 580억유로(약 78조5천억원)에 이르는 손해보험 시장의 대표 주자 그루파마(Groupama), 마트뮈(Matmut), 마프(Maaf) 같은 상호보험조합의 보험료 산정 방식이 여타 보험사나 은행의 보험료 산정 방식과 차이가 없다.
 
   
 
흔들리는 상호보험 존립 기반
상호보험조합은 주식회사인 일반 보험사와 달리 주주가 없고, 상호부조 원칙상 위험군별로 고객을 세분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보험사보다 단기수익률 압박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저비용 추구 모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야 한다. 프랑스 소비자연맹(UFC)이 발간하는 <크슈아지르>(Que Choisir·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홈페이지에 오른 소비자 불편·불만 신고를 보면 상호보험조합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일반 보험사보다 결코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가입자 저위험군이 고위험군을 위해 위험 비용을 나눠 부담한다는 상호부조 모델도 보충의료보험 시장과 마찬가지로 손해보험 시장에서 일반 보험사 및 은행과의 경쟁 때문에 존립이 위태롭다. 보험 전문 컨설팅회사 팩츠앤드피겨스(Facts & Figures)의 설립자 시릴 샤르티에카스틀레르는 “일반 보험사가 회사 입장에서 수익성 높은 고객을 유치할 목적으로 보험 상품과 위험군을 최대한 세분화해 저위험군 대상의 보험료가 낮은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상호보험조합 마이프(Maif)의 전 최고경영자이자 프랑스 사회연대경제상공회의소 회장인 로제 블로도 “모두의 위험률이 동일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인정한다.
 
소비자보호단체 소비주택생활(CLCV)의 법률자문 올리비에 게로는 상호보험조합과 민간보험사의 위험 선택 정책이 점점 더 비슷해진다고 분석한다. 이뿐만 아니다. 과거 상호보험조합은 수익이 나면 연말에 조합원에게 보험료 초과징수액을 환급했지만 이제 환급은 옛말이 됐다. 이른바 ‘솔벤시 II’(Solvency II·보험사 자기자본 규제 때문에 유럽 보험사들은 보유 주식의 부담금을 최대 40%까지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위험이 큰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저금리 환경에선 보장금리 상품을 줄이고 시장금리 연동 상품을 늘려야 한다. -편집자)라고 불리는 유럽연합(EU)의 재정건전성 규제 강화로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수익이 나더라도 사내 유보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상호보험조합의 세 번째 특징인 민주적 지배구조도 어느 정도 현실과 유리돼 이론으로만 남은 경우가 많다. 경쟁 격화로 민주적 조직 운영 원칙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실제 상호보험조합은 조합원의 참여를 점차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조합원의 경영 참여는 시간, 돈,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과 조합원의 격의 없는 소통을 추구하고 진정한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상호보험조합이 일반보험사나 다름없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시릴 샤르티에카스틀레르는 상호보험조합이 여전히 개인 손해보험 계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2014년 보험 해지 간편화 규정을 담은 ‘아몽법’(정식 명칭은 ‘소비에 관한 법’으로 소비자 권리 강화가 목적이다. 흔히 당시 프랑스 사회경제부 장관 브누아 아몽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 -편집자) 도입 이후에도 상호보험조합 고객은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 샤르티에카스틀레르는 상호보험조합이 생존법을 안다고 말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에 맞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회연대경제상공회의소 회장 로제 블로는 상호보험조합이 지금처럼 최소한의 이윤을 자기자본으로 적립하면서도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정당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기존 가입자가 계약을 해지할 이유는 없다고 단언한다. 블로는 나아가 상호보험조합이 ‘일반보험화’를 거부함으로써 상호부조의 가치를 더욱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호보험이 일반보험과 차별화할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반보험사는 주주를 위해 이윤을 극대화하지만, 상호보험조합은 민주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며 모두를 위한 해법을 찾으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새로운 위험이 상호부조 모델을 위협하고 있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구글 같은 인터넷 대기업들이 보험 계약을 목적으로 보유한 고객정보를 활용하면 상호부조 모델 원칙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알리안츠, 악사 등 대형 민간보험사들이 프랑스 보충의료보험과 손해보험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호보험조합의 입지가 더욱 줄었다. 파리 인근 쿠르브부아의 알리안츠 타워. REUTERS
 
커지는 몸집에 훼손되는 민주적 조직 운영
상호보험조합들은 경쟁에 저항하는 방법으로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수준까지 기업 규모를 늘리기 위해 인수·합병을 선택했다. 의료보충보험 부문의 양대 강자였던 하모니 뮤추얼과 MGEN의 최근 합병은 보험업계의 이 흐름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상호보험조합 간의 인수·합병은 2007~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도입된 유럽의 새로운 재정건전성 규제인 ‘솔벤시 II’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늘었다. 보험사나 상호보험조합이 이 기준을 준수하려면 ‘솔벤시 I’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소 규모의 상호보험조합이 이 기준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프랑스 금융보험감독청(ACPR) 조사에 따르면, 2006~2015년 상호보험조합의 58%가 사라졌다. 오늘날 상호보험 조합 수는 400개를 겨우 넘는다. 컨설팅회사 팩츠앤드피겨스의 설립자 시릴 샤르티에카스틀레르는 앞으로 보충의료보험 시장에서 많아야 12~13개의 상호보험조합만이 남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기업 집중으로 가입자와 상호보험조합 사이에 전통적으로 굳건했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상호보험조합 가입은 특정 직업이나 특정 부문에 근거해 이뤄지기 때문에 가입자와 조합의 관계가 굳건한 측면이 있었다. 상호보험조합의 인수·합병으로 조합의 몸집이 커지면 안 그래도 명목상 유지되던 민주적 조직 운영 원칙이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7·8월 합본호(제370호)
Les mutuelles vont-elles perdre leur âm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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