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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과 '빈 일자리'의 공존을 해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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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2010년 11월 01일 (월) 조계완 kyewan@hani.co.kr

조계완 국내편집장
 
2010년 노벨경제학상은 미국의 피터 다이아몬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데일 모텐슨 노스웨스턴대 교수,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LSE) 교수가 공동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이들의 업적과 관련해 “(수상자들은) 정부 정책과 규제가 실업, 채워지지 않은 빈 일자리, 그리고 임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일자리 탐색마찰’(Job Search Friction) 모델을 체계적으로 이론화해, 현실 노동시장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탐색 마찰이 있는 불완전 노동시장
전통적 경제이론은 노동시장 참여와 여가를 둘러싼 개별 노동자의 노동 공급 선택, 또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노동시장에서는 임금수준)과의 상충관계(이른바 필립스 곡선)를 통해 노동시장의 미시적·거시적 동학을 분석하고, ‘고용은 생산물시장에서 파생되는 수요로 기업의 투자가 일자리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수상자들의 연구는 실업률이나 노동시장참여율을 넘어 ‘일자리의 동태적 흐름’에 주목한다. 빈 일자리가 많은데 왜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지, 바꿔 말하면 경제의 한쪽에는 채워지지 못한 빈 일자리가, 다른 쪽에는 실업자가 왜 ‘동시에’ 대규모로 존재하는지를 정교한 수리경제 모형에 기초해 설명하고 있다.
수상자들의 ‘잡 서치’(Job Search) 모델은 주택 구입이나 결혼 상대를 구하는 것과 유사한 ‘궁합 과정’을 탐색한다. 즉 시장에서 끊임없이 일자리가 창출되고 또 소멸되는 흐름(flow)에 기반해, 노동시장에서 구직자와 구인자가 서로 만나 일자리 궁합을 이루는 ‘매칭 과정’(Matching Process)을 도입했다. 여기서 잡 서치 시장은 다른 상품 시장과 달리, 아무런 거래비용 없이 수요자와 공급자가 즉각적으로 한자리에서 만나 거래가 되는 시장이 아니다. 즉 ‘탐색 마찰’이 존재하는 불완전시장인데, 구인과 구직 모두 시간과 자원이라는 비용이 든다. 그동안 표준적 시장경쟁 모델에서는 거래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지연되는 시간이나 거래조건을 결정하는 비용(마찰)이 무시돼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구직자는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발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고, 기업 역시 임금수준이 명시된 빈 일자리를 게시(Job or Wage Posting)할 때 비용이 수반된다. 더 좋은 임금 조건의 일자리를 구하려는 쪽과 기업 사이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 탐색 게임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구직자는 기업이 게시한 임금 오퍼(offer)를 받아들이거나 이를 거절하고 일자리 탐색을 계속할 수도 있다. 일자리 매칭이 빨리 이뤄지지 못할수록 구인자나 구직자 모두 시간과 자원이란 비용을 허비하게 된다. 반면, 매칭 과정에서 일자리가 채워지면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에게 ‘지대’(렌트)가 발생하는데, 두 당사자는 정해진 임금 크기에 따라 렌트를 나눠 갖게 된다. 그러면 이제 잡 서치 모델을 통해 상대방의 모든 전략에 대해 서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어떤 해(임금수준)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풀어야 할 방정식은 일자리 탐색을 과연 언제 중지하는 것이 ‘최적’인가(optimal stopping time)의 문제가 된다.
궁합 함수(Matching Function)는, 고용주들은 이번 기에 임금을 포스팅하고 노동자들은 다음 기에 더 높은 임금 오퍼가 자신에게 주어질 수 있다는 확률적 기대를 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실업자는 자신의 기대 임금수준과 기업이 게시한 임금 오퍼를 비교하면서 일자리 탐색을 이제 그만두고, 해당 일자리에 취업할 것인지(accept) 아니면 거부(reject)하고 탐색을 계속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해당 일자리를 받아들였을 때의 ‘고용 가치’(이 일자리에서 평생 얻을 기대임금)와 실업 상태에 있을 때 누리는 ‘실업 가치’(실업급여와 여가의 가치 등 금전적·비금전적 가치)를 비교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물론 제시된 임금 오퍼를 거절할 경우 다음 기에 새로운 임금 오퍼가 제시될지, 또 그 오퍼의 임금수준이 이번 기보다 높을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실업자 자신이 머릿속에 지닌 기대 임금(Reservation Wage), 주어진 임금 오퍼 수준, 고용 가치, 실업 가치, 잡 서치 비용 등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일자리의 창출과 소멸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노동인구가 새로 유입되고 빠져나가는 흐름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거시적인 노동시장의 동학을 개별 노동자와 기업의 행동(미시적 기초)을 통해 설명하는 셈이다. 채워지지 않은 빈 일자리가 영원히 게시되는 건 아니다. 즉, 기업이 채용을 포기하면서 일자리가 점차 소멸하게 된다. 구직자와 구인자가 잡 서치 시장에서 서로 궁합을 맺는 과정에서 ‘실업과 빈 일자리의 동시적 존재’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9월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서울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다.

 
일자리 변동을 통해 고용과 실업을 설명
다이아몬드는 경제에 존재하는 일자리와 관련해 어떤 수많은 일자리는 수익가치를 창출(profitable)하지만, 또 다른 수많은 일자리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non-profitable) 상태가 되면서 일자리가 끊임없이 변동(reallocation·노동이동 및 재배치)하게 된다고 본다. 이를 통해 빈 일자리와 실업의 관계를 나타내는 ‘베버리지 곡선’(Beveridge Curve)과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의 통합을 시도했다. 수상자들의 연구 모델에서는 실업자 수, 일자리 수, 구직탐색 의지, 구인탐색 의지, 그리고 일자리 변동의 강도가 상호작용하면서 일자리의 창출과 소멸이 결정된다.
이와 달리, 마찰이 없다고 가정한 표준적 시장경쟁이론은 자유시장에서는 자발적 실업이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성과는 항상 균형이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노동시장에서의 선택은 일을 할 것인지(노동시장 참여) 아니면 그냥 쉴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뿐이고, (빈 일자리는 존재하지 않고) 실업만이 존재하거나 아니면 (실업자는 없고)채워지지 않는 빈 일자리만 경제에 존재한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런 전통적 모델은 “현실 경제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많은데 동시에 빈 일자리 역시 많은 이상한(?) 불일치”를 적절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반면, 잡 서치 모델은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계속 참여하고 있으면서’ 일자리를 선택하는 행동에 주목한다. 즉 실업 또는 노동시장 참가 여부라는 기존의 정태적인 설명을 넘어 ‘일자리 변동’과 잡 매칭을 통해 고용과 실업을 설명한다. 현재의 단순한 시장임금 수준만이 아니라, 일자리 변동과 잡 서치 비용, 그리고 일자리의 가치 등이 함께 작동하면서 안정적인 균형실업 수준과 일정한 ‘빈 일자리’ 수, 임금 차이 등이 결정된다는 것으로, 노동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셈이다.
수상자들의 모델은 어느 대표적인 노동자 또는 기업의 행동을 통해 전체 노동시장의 동학을 설명하는 데서 벗어나 이제 구직자와 구인자가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복잡하고 동태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이때 일정한 실업의 존재는 경제에 플러스(+) 외부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실업이 존재하면 기업은 빈 일자리를 더욱 쉽게 채울 수 있게 되고, 구직자도 빈 일자리가 많을수록 취업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업급여’라는 대표적인 노동시장 정책의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일반적으로 실업급여는 노동시장의 위험에 대한 보험 성격이 있다. 전통적 모델은, 실업급여는 노동자의 기대 임금수준을 높여 시장임금을 끌어올리고 노동시장 참여 선택을 감소시켜 ‘더 낮은 고용’을 가져온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일자리 탐색 모델에 따르면, 실업급여는 노동시장 참여를 늘리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높고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은 잡 서치 노력을 줄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 모델은 “실업급여 수급 자격과 기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실업급여 금액을 조정하고, 실업급여 재원 충당을 위한 근로소득세를 조정하는 등 정책을 변화시키면 이것이 구직자와 구인자의 일자리 탐색 의지와 강도, 임금교섭, 노동시장 참여 여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고 있다.


201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인의 노동시장 분석 주요 논문
   
피터 다이아몬드
   
데일 모텐슨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Peter Diamond(1982), “Wage Determination and Efficiency in Search Equilibrium,” Review of Economic Studies
Blanchard and Diamond(1989), “The Beveridge Curve”, 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Dale Mortensen and Christopher Pissarides(1994), ‘Job creation and job destruction in the theory of unemployment.’ Review of Economic Studies
Mortensen and Pissarides(1999), “New developments in models of search in the labor market”, Handbook of Labor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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