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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관료 ‘회전문 인사’ 못 끊나 안 끊나
[Analysis] 프랑스 고위 공무원 회전문 인사 논란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아녜스 루소 등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 40년간 재정감독청 출신 55%가 민간 기업 근무 경력... 이해상충 비판 거세
 
한국 금융계에 ‘낙하산 인사’가 있다면 프랑스엔 ‘회전문 인사’가 있다. 한국의 금융감독위원회에 해당하는 재정감독청 출신 중에 공직과 민간 기업의 요직을 번갈아 맡는 이가 많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가 최근 40년간 재정감독청 출신 333명의 경력을 조사했더니 55%가 민간 부문 근무 경력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감독청 출신 관료가 퇴임 후 대형 금융사에 둥지를 트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해상충을 지적하는 비판이 거세다. 회전문 인사가 금융당국과 금융업계 간 유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계에 재정감독청 출신 인사가 많아 회전문 인사 관행을 개혁하는 게 쉽지 않다.
 
아녜스 루소 Agnés Rousseaux
클레르 알레 Claire Ale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수아 페롤 BPCE 경영이사회 의장은 재정감독청 출신 회전문 인사 중 가장 상징적 인물이다. 페롤은 재정감독청을 나온 뒤 로스차일드은행, 대통령궁 경제담당 비서 등을 거쳐 프랑스 최대 금융그룹 BPCE 의장이 됐다. REUTERS
 
“몇 달 전까지도 민간 은행을 위해 일한 사람이 은행 감독을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한다는 건 완전히 어불성설이다.” 2015년 9월 경제학자와 교수 140여 명이 프랑수아 빌루아 드갈로 중앙은행 총재 지명자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일간지 <르몽드>에 발표했다. 드갈로 총재 후보자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은행의 공동 최고운영책임자였기 때문이다. 또한 드갈로 후보자가 BNP파리바은행에 들어가기 전 프랑스 재정감독청을 비롯한 여러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공직 생활을 한 인사라는 점도 문제였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는 프랑스 회계감사원, 국사원(Conseil d’Etat·프랑스 최고행정법원 -편집자)과 함께 3대 국가 행정기관 중 하나인 재정감독청(IGF) 감독관에게는 흔한 일이다. 드갈로는 재정감독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재정감독청의 신입 감독관들은 경력이 쌓이면서 이론적으로 프랑스 정부 부처, 그중에서도 재무부의 고위직까지 올라가는 일이 많아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대형 은행과 보험회사의 대표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공직과 민간 기업의 요직을 번갈아 거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이 회전문 인사인데 이 관행이야말로 수많은 잠재적 이해 상충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회전문 인사 관행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며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일도 아니다. 지금까지는 정보 부족으로 이런 인사관행이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는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1976년부터 2016년까지 40년 동안 재정감독청 출신 333명의 경력을 조사해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우선 333명 중 55%는 민간 기업에서 일했거나 현재 일하고, 34%인 115명이 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프랑스 진보성향 연구기관 테라노바(Terra Nova)의 이해상충 관련 보고서의 공동 집필자인 엘렌 뤼즈 파브리 공법학 교수가 비판했다. “재정감독청이 미래의 고연봉을 보장하는 직업, 그중에서도 은행 부문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또한 333명 중 130명이 정부 부처나 파리 시청, 엘리제궁 등 지자체나 기타 정부 기관 요직을 거쳤고, 정계에 입문해 선출직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은 16명이다. 선출직과 임명직을 모두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공직에 몸담았다가 은행으로 간 사람은 61명이었다. 현재 재무부 산하 재정 감독청 소속 고위 감독관은 38명, 일반 감독관은 45명이다.
 
   
 
40년간 재정감독청 출신 333명 경력 조사
프랑스 재정감독청은 2세기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관이다. 1801년 재무부 산하 엘리트 기관으로 설립돼 지금까지 정원이 1200명 정도로 적은 편이다. 여성은 10여 명으로 극히 적다. 대다수가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이며, 나머지는 공공부문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관리자급이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들어온 이들과 다른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재정감독청에 파견근무로 몇 년 일하다 원래 소속기관에 복귀하는 이들이다.
 
재정감독청은 ENA 졸업생이 가장 선호하는 상위 15개 기관 중 하나다. ENA를 졸업하면 최소 10년은 의무적으로 국가기관에서 일해야 한다. 이 학교 학생은 학비를 비롯한 일체 비용을 지원받는다. 학교 쪽, 즉 정부가 부담하는 재학생 1명당 교육비는 평균 연 8만3천유로(약 1억900만원)다. 따라서 ENA 졸업생은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낙하산 인사 혜택도 누릴 수 없고, 지원받은 학비의 일부도 반납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6년 말 사직서를 내고 재정감독청을 떠날 때 5만유로를 낸 것도 이 규정 때문이었다.
 
재정감독관이 되면 처음 4년은 재정감독청 소속으로 일해야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다른 부처로 옮기라는 압박을 받는다. 재정감독청에서 수개월을 보낸 적이 있는 경영학 박사 로르 셀레리에의 설명에 따르면, 재정감독관은 의무 복무 기간 4년이 지나면 더 이상 청내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다른 기관에서 경력을 쌓아 청의 기대에 부응하는 고위직을 차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다양한 방식으로 느끼게 된다.
 
재정감독청은 ENA 출신 엘리트인 소속 직원이 떠나는 것을 바랄까? 셀레리에 박사는 재정감독청이 스스로를 헌법적 근거가 약한 국가기관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재정감독청은 프랑스 헌법 상 기관이 아니다. 프랑스 헌법 어디에도 ‘재정감독청’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재정감독청은 생존 수단으로 주요 공공기관의 요직에 재정감독청 출신 인사를 앉히고 싶어한다. 마치 바람에 꽃가루가 사방팔방 흩날리듯 재정감독청 인사를 여러 공공기관에 포진시키는 것이다. 공공기관들은 이렇게 받아들인 인사를 프랑스 경제의 각 부문에 보내라는 독촉을 받는다.
 
조사 결과, 민간 기업의 재정감독관 출신 회전문 인사들은 공직 생활을 시작하고 평균 9년 뒤 민간 기업에 진출했다. 경제학자 가엘 지로가 설명했다. “45살이 넘으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것을 아는 재무부 고위 공무원은 사무실에서 할 일 없이 빈둥대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공무원 연봉의 10∼50배 연봉을 약속하는 민간 은행의 고위직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재정감독관이 고위 공직자의 삶보다 기업 최고경영자의 삶을 꿈꾸는 이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7월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의 마크롱은 졸업 뒤 재정감독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REUTERS
 
회전문 인사의 상징적 인물 페롤
재정감독청 출신 회전문 인사 중 가장 상징적 인물은 프랑수아 페롤이다. 페롤은 재정감독청을 나와 여러 정부 부처를 거쳐 2005년 로스차일드은행의 이사가 됐다. 로스차일드은행 재직 때 프랑스 최대 상호저축은행 방크포퓰레르의 자회사 나틱시스(Natixis) 투자은행 설립을 주도했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페롤을 대통령궁 경제 담당 비서실 차장으로 임명했고, 페롤은 예금공사와 방크포퓰레르 합병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예금공사와 방크포퓰레르의 합병으로 탄생한 은행이 바로 BPCE(Banque Populaire et Caisses d’epargne)이다. 2009년 페롤은 BPCE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이후 2014년 불법 수뢰 혐의로 기소됐으나, 2015년 9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사실 페롤이 어떤 직위를 거쳤고, 어떻게 승진했으며, 어떻게 회전문 인사를 반복했는지는 잘 알려졌다. 하지만 다른 재정감독청 출신 낙하산 인사는 대중에게 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마리안 바르바레이아니는 재정감독청을 나와 프랑스은행 연합회 이사가 됐으며, 2007∼2010년 프랑스의 대형 은행 크레디아그리콜 중앙회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또 다른 예로, 피에르 마리아니는 벨기에 은행 덱시아의 대표이사를 했고 그전에는 BNP파리바은행에서 10년 동안 근무했다.
 
재정감독관 출신 은행 고위직을 거친 사람 가운데 어떤 이들은 금융규제 당국의 수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중앙은행 총재로 지명한 드갈로가 그랬다. 그가 처음은 아니었다. 2005년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프랑스 지사장이던 장피에르 주예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프랑스 금융시장청(AMF) 청장을 했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BNP파리바은행 최고경영자이던 위베르 레이니에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금융시장청 사무국 부총장으로 재직하다 크레디아그리콜은행의 리스크관리 총책임자가 됐다. 물론 이들이 전부는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회전문 인사로 다시 공직에 돌아올 때 민간 기업에서 담당했던 직무 유사성으로 인해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라노바 보고서의 공동 집필자이자 파리 낭테르대학 경제학 교수인 로랑스 시알롬에 따르면, 재정감독관들이 공직과 민간 기업의 요직을 번갈아 맡는 회전문 인사는 사회적으로 해로운 관행이다. 무엇보다 해당 분야의 개혁을 어렵게 만든다. 은행 부문을 예로 들면, 은행 규제개혁이 은행 경영진의 이익에 전혀 영향을 안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시알롬 교수는 이들이 ‘지적 포획’(Intellectual Capture)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지적 포획이란 정책 결정 주류 세력이 장래의 사회흐름을 결정하면서 범하는 오류로 국제통화기금(IMF)이 2011년 ‘금융 및 경제 위기 과정에서 IMF 행적 보고서’에서 인용하며 유명해진 개념이다. 시알롬 교수에 따르면 회전문 인사에서 작동하는 지적 포획은 어떤 주제의 기술적 복잡성을 제어하는 것 외에 사회적 동일시, 즉 특정 사회적 집단의 소속감으로 인한 포획이 결합돼 나타난다.
 
2013년 일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분리를 핵심으로 한 은행법 개혁이 당시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음에도 애초 목표보다 크게 후퇴한 수준에서 결정된 것도 재정감독청과 은행 부문이 서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빌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재정 감독청을 나온 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은행의 최고 운영 책임자를 지냈다. 프랑스 파리 인근 이시레몰리노의 BNP파리바은행 로고 옆을 지나가는 여성. REUTERS
 
유명 무실한 공직투명성법
2013년 ‘카위자크 스캔들’(2012년 말 한 언론이 당시 재무부 예산담당 차관 제롬 카위자크가 스위스와 싱가포르 은행의 비밀 계좌에 불법 자금을 예치했다고 폭로한 사건 -편집자)이 터지자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 공직투명성법이 도입됐다. 이때 처음 이해상충 개념이 명시적으로 정의됐다. 공직투명성법에서 이해상충이란 “어떤 직능의 독립적이고 공정하며 객관적인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공익과 사익의 모든 상호 간섭 상황”을 의미한다. 이 법에 근거해 공공투명성기구(HATVP)가 설립됐다. 이제 각료 회의를 구성하는 정부 부처 장·차관 지명자와 공공기관장, 임원들은 이 기구에 자신의 재산 상태와 이해관계 상황을 신고해야 한다. 재정감독관의 상당수도 신고 의무자에 해당한다.
 
공공투명성기구는 1993년 설립된 공직윤리위원회와 공직자 감독 임무를 나눠 맡고 있다. 불법 사익 추구 여부를 감시하고 공직자의 민간 부문 혹은 경쟁 부처 이직과 공직자 겸직을 감독한다. 공직투명성법은 특히 공직자가 공직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 3년 동안 담당했던 직무와 관련 있는 기업으로 옮기는 것을 금지한다. 2015년 공직윤리위원회에 접수된 이직 신고는 3149건인데, 그중 가장 민감한 10%만 전체 합의 방식으로 조사됐다. 엘렌 뤼즈파브리 교수는 현 위원회에서 이직이 불허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공직에서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아닌, 그 반대의 경우, 예컨대 은행의 고위 간부가 재무부로 돌아올 때엔 어떤 법적 근거가 적용될까? 공직윤리위원회 전 위원장 롤랑 페이레는 민간 기업 종사자의 공직 이직은 공직윤리위원회 소관이 아니라고 했다.
 
재정감독청도 2009년 윤리강령을 도입했다. 이후 재정감독관 대상 윤리 교육을 했으며, 이 문제를 전담하는 내부감사관을 지명했다. 내부감사관은 감독관들의 경력 설계를 함께 고민하고 공직 윤리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지 조언한다. 재정감독청의 내부 정화 노력은 상당 부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특히 내부감사관으로 임명된 크리스토프 볼리네가 낙하산 인사의 당사자였다. 볼리네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재무부 에너지·원자재국 심의관으로 재직하다가 광산기업경영자연맹으로 옮겨 2007년까지 부총재 자리에 있었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는 볼리네를 취재하려 했지만 그는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재정감독청 서비스 국장 마리크리스틴 르프티 역시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테라노바의 이해상충 보고서에서 엘렌 뤼즈파브리 교수와 로랑스 시알롬 교수는 공직자가 공직을 떠난 뒤 민간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다시 공직에 복귀하는 것을 금지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뤼즈파브리 교수는 재정감독청 출신이 민간에서 공직으로 복귀할 경우, 민간 기업 이직 직전에 근무했던 기관으로 복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공익과 사익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안전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안전장치의 예로, 회전문 인사 관리강화와 이직 금지기간 연장 등이 있다.
 
고위 공무원들의 강력한 이해관계가 이 변화에 맞서고 있다. 재정감독청이 정계진출의 발판 역할을 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회전문 인사 관행을 개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정감독청 출신 대통령과 총리만 해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 알랭 쥐페 전 총리, 미셸 로카르 전 총리, 마크롱 현 대통령 등 여러명에 이른다. 마크롱 대통령 당선 이후 현 정부가 ‘민주 생활에 대한 신뢰 회복’을 내세우며 의회에 처음 제출한 두 법안에도 고위 공직자의 겸직이나 민간 기업 이직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 뤼즈파브리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국사원, 회계감사원, 재정감독청은 프랑스 정치 지도자에게 일종의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점에서 마크롱이 이끄는 정당 앙마르슈(en marche!·전진)는 전혀 전진하지 않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7·8월 합본호(제370호)
Ces hauts fonctionnaires qui préfèrent le privé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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