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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놀음과 현미경 선거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빅데이터 선거 패러다임의 변화
[88호] 2017년 08월 01일 (화)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빅데이터의 등장은 선거 혁명을 불러왔다. 오프라인 선거운동은 막대한 조직력과 비용이 드는 반면 효율성은 떨어진다. 반면 저비용의 온라인 선거운동은 접근성과 전파성에서 장점이 있다. 후보들은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빅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유권자 성향과 여론 파악, 경쟁 후보 공박 등 다양한 선거운동을 펼친다. 더욱 정교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후보들은 이제 온라인 선거운동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반한 선거운동은 오프라인보다 중요성이 더 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공명선거 캠페인의 일환으로 휴대전화에 ‘비방 흑색선전 허위사실 NO!’라는 글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거론되는 빅데이터 열풍은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닌데 새삼 호들갑을 떠는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기업들이 고객의 심리를 알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려는 시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용 데이터의 적극적 사용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인식의 전환과 확산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과거 소극적 활용에 그쳤던 것과는 분명 다르다.
 
데이터 개념도 이전보다 확장됐다. 이는 통계와 분석 기술의 발전과 무관치 않다. 과거에는 숫자 중심으로 빅데이터 분석이 국한됐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의 문서, 음성 등 언어, 관련 영상, 사진 같은 비정형 데이터도 분석하게 됐다. 고객이 회사 홈페이지와 일반 온라인 사이트, 각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여러 비정형 데이터를 모아 최신 분석 기법을 적용해 고객의 마음에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온라인 웹문서와 소셜데이터 등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기업은 위기 때 고객의 반응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과거처럼 위기가 반영된 제품 판매 실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즉각 대응이 가능해졌다. 또 위기의 조짐을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함으로써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최근 공공기관에서도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가령 시민이 해당 지방정부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불만 글을 남기면, 해당 부서는 이를 전부 모아 어떤 사항에 시민 불만이 집중되는지, 세부 내용은 무엇인지 분류·정리할 수 있다. 전화로 민원을 얘기할 때도 이를 문서로 전환해 비정형 데이터 분석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심층 분석할 수 있다. 심지어 어느 사항의 불만을 얘기할 때 목소리의 흥분도가 높은지 분류할 수 있다.
 
정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인들의 생사가 갈리는 선거에서 온라인 빅데이터의 활용이 활발하다. 정치인들은 주로 온라인 소셜데이터에 관심이 많다. 대중이 해당 정치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가장 궁금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금과 조직이 선거의 핵심 도구였다. 하지만 엄격해진 선거법으로 자금을 잘못 사용하면 힘들게 얻은 당선이 무효가 된다. 조직을 지역별로 촘촘하게 갖추는 것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일반 대중은 조직력에 영향받기는 하지만, 과거보다 주체성과 자율성이 높아져 투입되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효과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민심 동향 파악의 창고
일반 대중을 선거 때 한자리에 모아 거리나 광장 유세를 펼치는 일도 쉽지 않다. 과거 서울 여의도공원과 장충단공원의 수십만 인파 속 유세는 신화가 됐다. 대선 주자에게 길거리 유세 1천 명 이상 모집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 후보와 자치단체장 후보가 현장 유세에서 300명만 모아도 대성공인 시대다. 그만큼 사람들을 직접 끌어모으기 힘들다. 하지만 온라인과 SNS의 확산, 비정형 데이터인 온라인 문서와 소셜데이터의 언어분석이 가능해짐에 따라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은 대중이 온라인에 남긴 글을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관심이 높다.
 
선거 후보자에게 데이터 활용은 지금까지 선거 기간 여론조사와 지역별 역대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정도에 그쳤다. 여론조사는 문항 수의 한계로 충분한 정보를 얻는 데 제한적이었다. 후보 지지율을 파악하는 정도에 효용이 집중됐다. 역대 선거 결과도 인구의 급격한 이동과 새로운 지역 현안의 대두 등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온라인에 남긴 소셜데이터는 지역과 후보에 대한 정보가 넘치도록 담겨 있다.
 
먼저 출마하려는 지역 유권자가 해당 지역에 어떤 인식을 갖는지 파악할 수 있다. 교통, 문화, 복지, 교육 등 각 분야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알 수 있다. 온라인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분류해 분석하면 지역민이 관심을 둔 현안이 무엇인지, 관련 쟁점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분야별 공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참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출마 희망자와 경쟁자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온라인 언어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현직 자치단체장의 경우 임기 초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대중의 인식이 변화해왔는지, 그 이유는 뭔지 정보를 캐기에 유용하다. 본인에 대한 비판의 핵심 논리가 뭔지도 알 수 있다. 경쟁자 데이터를 통해서도 공격 논리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온라인 빅데이터의 선거 활용은 실제 선거 과정에서 더 빛을 발한다. 선거란 ‘말의 전쟁’이다. 후보의 메시지가 대중에게 전달돼 지지의 근거로 인식되게 하는 것이다. 메시지가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언론에 후보의 정보가 충분히 노출되는지, 후보의 핵심 메시지가 언론에 눈에 띄게 드러나는지를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으로 확인한다. 일반 유권자는 미디어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언론 기사의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빅데이터 분석 기법으로 이것이 가능해진다. 후보 간 언론 보도 분량 비교뿐만 아니라 기사의 내용이 어떤 논리와 표현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유권자가 선거 과정에서 후보의 메시지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온라인 문서 분석으로 알 수 있다. 후보 관련 언론 기사 댓글을 분석해 호감도, 비판 이유, 호응 논리를 파악할 수 있다.
 
단순히 감에 의존하던 주먹구구식 선거가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점차 ‘현미경 선거’로 변하고 있다. 여덟번의 낙선 경험이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은 “나무를 자르는 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 데 4시간을 사용하겠다”며 철저한 준비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오늘날 유권자가 온라인에 쏟아놓은 생각을 분석해 정교한 선거 준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온라인 데이터의 증가와 이에 대한 분석 기법의 발전은 새로운 선거 캠페인 시대를 열고 있다.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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