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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를 잡아야 산다
[국내 이슈] 적자 늪에 빠진 ‘소셜커머스 3형제’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이현호 hhlee@sedaily.com
쿠팡·위메프·티몬 7년 연속 적자... 수익모델 변화 없이 적자 탈피 어려워
 
‘소셜커머스 3형제’로 불리는 쿠팡·위메프·티몬의 적자 행진이 심상치 않다.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면서 소셜커머스의 사업모델에 대한 회의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쿠팡은 2년 누적 손실만 1조원을 넘겼고, 자체 배송 인력 ‘쿠팡맨’과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속속 e커머스에 뛰어드는 것도 악재다. 수익모델의 대대적인 변화 없이는 소셜커머스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현호 <서울경제> 기자
 
   
강병준 쿠팡사태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017년 5월30일 서울 광화문 국민인수위원회의 국민제안 접수창구에 쿠팡의 비정규직 대량 해직 사태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쿠팡은 최근 2년간 누적 손실이 1조원을 넘으면서 자체 배송 인력 ‘쿠팡맨’과 갈등이 불거졌다. 연합뉴스
 
‘쿠팡은 로켓배송’ ‘쿠팡맨이 직접 배달합니다’. 소셜커머스 대표 업체인 쿠팡이 3년 전에 선언한 약속이다. 이를 위해 외주 택배 기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쿠팡맨’ 으로 이름 붙였다. 주문만 하면 24시간 내에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을 앞세워 쇼핑족들의 큰 인기를 얻었다. 덕분에 회사는 고속성장을 달렸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뒤 연매출 1464억원이 1년 만에 3485억원으로 뛰었다. 2015년에는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말 그대로 순항이었다.
 
그랬던 쿠팡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영업손실이 2년 연속 5천억원을 넘겼다. 2년 누적 손실이 1조1천억원에 달한다. 쿠팡이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로부터 받은 투자금액(10억달러)이 고스란히 날아간 셈이다. 영업손실도 문제지만 추락한 브랜드 신뢰도도 걸림돌이다. 도화선은 쿠팡이 자랑하던 자체 배송인력 쿠팡맨이다. 배송인력이 계약직이란 점을 악용해 ‘인력 물갈이’를 상습적으로 했다는 전·현직 쿠팡맨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쿠팡이 내세우던 ‘혁신’과 ‘정직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쿠팡맨 일부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2017년 5월30일 국민인수위원회가 운영 중인 국민제안 접수 창구 ‘광화문1번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2015년 김범석 대표가 내걸었던 쿠팡맨 1만5천 명 채용, 60% 정규직 전환 목표 달성이 더디다는 점도 쿠팡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현재 쿠팡맨은 3600여 명이고 정규직 비중은 37%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은 하루 12시간 근무하며 업무 부담이 많지만 정규직 전환 문턱은 높아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란에 대해 쿠팡쪽은 적극 부인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투자받은 금액만 1조4천억원이 넘기 때문에 그 정도의 적자는 회사 경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쿠팡맨의 고혈을 짜는 게 아니냐는 부분에서도 “업무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쿠팡맨들이 이유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소셜커머스 3사 2016년 영업손실 7873억원
이런 현실은 쿠팡만의 난관이 아니다. 7873억원. 소셜커머스 3형제 쿠팡·위메프·티몬의 2016년 영업손실 총액이다. 그나마 전년 영업손실(8313억원)보다 440억원가량 손실 폭이 줄었다. 매출만 놓고 보면 소셜커머스 업체의 미래는 밝다. 2017년 3사 전체 매출은 2조571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66%가량 급증했다. 문제는 이만큼이나 팔고도 남은 게 없다는 것이다. 7년 연속 적자가 지속되면서 소셜커머스의 사업모델에 대한 업계 안팎의 회의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누적 적자로 3사의 재무 상황은 역대 최악이다. 결손금이 늘고 자본총액이 줄어 부채비율은 2015년 58.5%에서 2016년 68.8%로 10%포인트 이상 뛰었다. 3사 모두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그래도 버티는 것은 거래액을 통해 확보한 현금유동성으로 영업손실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액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는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흑자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형 유통업체들도 속속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경쟁업체가 도산하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치열한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3사의 시장점유율 성장이 멈춰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연간 유통업체 매출 비중’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매출액의 8%를 차지한 소셜커머스 3사의 점유율은 2016년 8.2%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면 경쟁업체인 11번가, 지마켓, 인터파크 등 기존 오픈마켓 3사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8.7%에서 20.5%로 성장했다. 오픈마켓이 오히려 온라인 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사실 소셜커머스 업체와 오픈마켓 업체의 경계는 무너진 지 오래다. 소셜커머스 3사의 사업은 크게 오픈마켓 형태의 ‘중개사업’과 직접 물건을 구입해 다시 파는 ‘직매입’ 사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3사의 중개사업이든, 지마켓 등의 오픈마켓이든 물건을 파는 공급자는 대동소이하고 상품도 같다. 2016년부터는 11번가도 직매입 사업에 뛰어들어 소비자 처지에선 차별점을 찾기 더욱 어려워졌다. 이제 소설커머스 업체의 문제는 3사 간 경쟁이 아니라, 대형마트의 온라인몰과 오픈마켓 등 e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더욱 격화됐다는 점이다. 심지어 2016년 소셜커머스 3사의 합산 매출은 13.5%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오픈마켓 3사의 합산 매출 성장률은 21.5%를 기록했다.
 
이준기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2017년 위메프 적자가 줄었지만 쿠팡·티몬 등의 대규모 적자 기조는 이어졌다”며 “올해는 이익관리 측면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울 것 같고 무엇보다 대형마트 온라인몰의 약진, 오픈마켓 업체들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경쟁 환경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공격적 서비스’도 소셜커머스 업체들만의 전유물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몰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히트작인 당일배송 체제를 강화했다. 2020년까지 6개 온라인몰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해 당일 배송 비중을 10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마트는 소셜커머스쪽이 자주 쓰던 ‘최저가 서비스’도 진행해 생필품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소셜커머스 3사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소셜커머스도 맞대응에 나섰다. 3사는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쿠팡은 2017년 2월 공동구매 등 전통적인 소셜커머스 사업 중단을 선언한 뒤 오픈마켓 방식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티몬은 여행상품에 특화하고, 신선식품 코너인 ‘슈퍼마트’ 강화로 매출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위메프는 이익 창출에 적합한 형태로 사업부서를 정리하고, 할인쿠폰 발행 축소 등을 통해 비용 줄이기 모드에 돌입했다.
 
   
국내 소셜커머스 3사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베이코리아를 따라잡아야 한다. 서울 강남구의 편의점에서 이베이코리아의 무인 안심택배함 ‘스마일박스’를 이용하는 시민. 연합뉴스
 
아마존·이베이가 최종 경쟁자 돼야
그러나 수익모델의 대대적인 변화 없이는 소셜커머스가 만성 적자에서 탈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 전략을 다르게 해야 한다”며 “전국 단위 경쟁이 아니라 일부 지역으로 배송을 한정, 특화해 지역 1위를 노리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전체적인 큰 그림 아래 특화 전략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전자상거래가 바람직한 소매 형태이긴 하지만 최종 경쟁자는 아마존이나 이베이가 될 것” 이라며 “바람직한 물류 산업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언더독’(상대적 약자)이나 사세가 비등한 경쟁업체가 아닌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영토를 넘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베이코리아의 입지가 너무 공고한 게 문제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꽉 쥐고 있다. 국내 e커머스 업체 대부분이 적자 늪에 빠진 가운데 이베이코리아는 2016년 매출 8633억원, 영업이익 67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쿠팡·티몬·위메프 세 업체의 적자 규모 총합은 7천억원이 넘는다. 소셜커머스 3사가 ‘제살깎아먹기’식 투자를 하는 사이, 이베이코리아는 방어도 공격도 가능한 ‘실탄’을 쌓은 것이다.
 
3사 모두 형편이 비슷해서 관전 포인트는 결국 ‘누가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에 달렸다. 쿠팡은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천억원을, 위메프는 같은 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로부터 1천억원을, 티몬은 2016년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480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수천억원의 적자가 지속되며 투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시장은 누가 먼저 가장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느냐를 놓고 투자 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다보니 비용 마련을 위한 투자자 유치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티몬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것도 투자금 마련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티몬은 최근 삼성증권과 상장 주관 계약을 맺고 상장 예비심사 사전 협의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티몬이 상장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업계에선 회의론이 적잖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티몬은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으면 상장이 가능한 ‘테슬라 요건’ 방식으로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흑자 전환이 계속 미뤄지는 가운데 상장에 성공할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계속되는 적자 탓에 소설커머스 업체의 기업공개 시도는 잇따르겠지만 결국 합종연횡으로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업체들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면서 경쟁 범위가 너무 넓어지고 ‘치킨게임’으로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다”면서 “머잖은 시기에 인수·합병(M&A)을 통해 소수 업체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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