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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 성공의 조건
[세계는 지금] 디지털 문화산업의 중심, 미국 뉴욕 ‘실리콘앨리’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차성욱 wookycha@kotra.or.kr
미국 서부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동부에는 ‘실리콘앨리’가 있다. 뉴욕 맨해튼의 스타트업 밀집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이곳은 뉴욕 특유의 문화·예술이 디지털 산업과 융합돼 다양한 형태의 스타트업이 잉태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한국 인재들이 뛰어난 기술력과 아이템을 바탕으로 현지 진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규모 벤처투자를 받는 사례도 늘었다. 실리콘앨리의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뉴욕 문화를 우선 받아들이고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차성욱 KOTRA 북미지역본부 차장
 
세계의 중심 미국 뉴욕은 스타트업계에서는 ‘실리콘앨리’(Silicon Alley)라고 불린다. 실리콘밸리에 빗대, 뉴욕 맨해튼의 상징인 골목길이란 뜻의 앨리(Alley)를 붙인 신조어다. 기존 산업과 결합해 다양한 창업의 메카로 거듭난 뉴욕에 붙인 별명이다.
 
한국에선 창업·스타트업의 대표 지역으로 보통 실리콘밸리를 떠올리지만, 미국 동부 스타트업의 메카인 뉴욕도 있다. 뉴욕은 다양한 산업 분야, 지속적인 정부 지원을 통해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2015년 6월 영국의 기업혁신진흥재단 네스타(NESTA)와 혁신도시연구단체 퓨처시티즈캐터펄트(Future Cities Catapult)가 컨설팅업체 액센추어(Accenture)에 의뢰해 진행한 주요국 40개 대도시의 창업환경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앨리 뉴욕이 주요 40개 도시 중 실리콘밸리, 영국 런던 등을 제치고 전세계 창업 환경 1위 도시로 선정됐다.
 
1990년대 중반 뉴욕 경기가 침체되자,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맨해튼의 빈 사무실에 입주하면서 실리콘앨리가 형성됐다는 설이 있다. 실리콘밸리가 IT 위주 산업으로 이뤄진 복합 창업단지라면 실리콘앨리는 금융·문화·예술 등 뉴욕의 다양한 산업이 융합해 만들어진 핀테크 또는 애드테크(Ad-tech)가 주력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이미지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젊은 청년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라면, 실리콘앨리의 스타트업 이미지는 직장을 이미 경험한 중견 개발자나 비즈니스맨이 자기의 노하우를 살려 창업하는 모습이다.
 
실리콘밸리에 비해 숙련된 노하우로 무장한 창업자들이 사업 감각과 창의력의 균형감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는데다 그들의 업무 경험이 보조를 맞추기 때문에 실리콘앨리가 새로운 창업의 메카로 각광받는 것이다.
 
뉴욕시도 유수 대학들과 협업해 실리콘앨리를 활성화하려고 동분서주한다. 코넬대학 등이 대학원 과정이나 계절학기 등을 열어 스타트업을 측면 지원하고, 뉴욕시 역시 과학기술 캠퍼스 유치 프로젝트를 전개해 전폭적으로 이들 대학을 후원한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스타트업 구직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뉴욕 실리콘앨리에서 스타트업을 하려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UTERS
 
한국 스타트업의 도전
최고 인재들이 모여 치열하게 경쟁하는 뉴욕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스타트업으로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특히 미국 기업도 아닌 외국 스타트업이 성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최근 미국 유명 벤처투자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한국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적잖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전자상거래 온라인 플랫폼 쿠팡의 경우, 2014년 5월 미국의 대표 벤처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1억달러, 2014년 12월 미국 블랙록으로부터 3억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홍익대 졸업생으로 미국에 혈혈단신 진출해 온라인 헬스케어 앱 눔(Noom)을 개발한 정세주 대표는, 2016년 말 삼성벤처의 투자를 포함해 현재까지 약 10차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눔은 2010년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건강관리 앱으로, 2017년 5월 미국 비즈니스 미디어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가 발표하는 헬스케어 부문 1위 브랜드로 선정되는 등 뉴욕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대표적 토종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미국의 수학교육 시장을 선점하려 나선 노리(Knowre) 역시 한국과 한국계 미국인 청년들이 뉴욕과 서울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노리는 학생들이 문제 푸는 과정에서 생성된 학습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습득해 개인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노리는 북미 1위 교육업체인 실반러닝과 2016년 파트너십을 맺었고, 현재 미국 공립학교 80여 곳이 노리 제품을 수학 교재로 채택했다.
 
이외에 한류 콘텐츠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욕 기반 스타트업 드라마피버(DramaFever)는 소프트뱅크벤처투자사에 약 1천억원에 매각됐다. 2016년 말에는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의 한국계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는 모바일광고 테크기업 ‘버즈빌’이 미국 시장 1위 기업 슬라이드조이(Slide Joy)를 인수한 건으로, 버즈빌은 더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고, 슬라이드조이는 자본력을 얻는 이상적인 전략적 인수 사례가 됐다.
 
한류를 활용한 스타트업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최근 뉴욕의 가장 큰 화장품 매장 세포라에선 ‘K뷰티’라는 용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 뷰티 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대형 매장들도 K뷰티를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글로우레시피, 소코글램, 피치앤릴리 등 한인 여성이 설립한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내 제품의 수출을 이끌어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기업도 계속 생겨나는 추세다.
 
이런 사례가 늘면서 <뉴욕타임스>와 창업전문지 <Inc.> 등도 한국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에 소재한 <Inc.>는 2015년 1월22일 ‘2015년 눈여겨봐야 할 22개 한국 스타트업’ 기사를 실어 유망 한국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2015년 6월7일 ‘실리콘밸리가 서울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 기사에서 실리콘밸리보다 발전한 한국 디지털화 수준과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집중 조명해 뉴욕 현지 창업 생태계에 한국 스타트업의 세계적 수준을 널리 알렸다.
 
성공 신화를 쓰는 한국 스타트업들도 있지만, 대부분 뉴욕 시장에 노크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애로 사항은 투자 유치 및 원활한 자금조달 방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본 유치는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이지만, 미국 시장은 특히 창업 생태계에 외부인 접근이 쉽지 않다. 그들만의 네트워크로 움직이다보니, 미국 스타트업들도 상당 시간 스타트업 데모 행사 또는 투자가들과의 네트워킹 행사에 참석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적합한 투자자를 찾는다.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팬들이 2016년 11월2일 뉴욕 맨해튼의 한 바에서 월드시리즈 경기를 시청하며 응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실리콘앨리 창업가들에게 우선 미국 문화에 녹아들라고 조언한다. REUTERS
 
현지 전문가의 조언
한국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적은 자본으로 활동해, 제품 인지도 제고와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전문적 마케팅 경험이 적어 사업모델이나 기술력이 좋아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 위주의 회사 운영으로 다양하고 전문적인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거나, 글로벌한 네트워크 및 커뮤니티 활동을 별로 해본 적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미국, 특히 뉴욕에선 다양한 창업 생태계 관계자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한국 스타트업 행사를 주관하고 행사 주빈으로 초청했던 한국 스타트업을 잘 아는 현지 유명 액셀러레이터 최고경영자(CEO)에게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영어”였다. 내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이자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스타트업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기업이 많다. 그들의 뛰어난 기술, 창업자의 열정과 노력은 무엇에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미국 시장을 정확히 꿰뚫어보려는 노력과 현지 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용하는 능력, 영어를 잘 못해도 자신감을 갖고 관성에서 벗어나 외부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현지 문화를 습득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기본 수단이 영어이다. 그래서 영어가 중요하다.”
 
뉴욕 사업가들처럼 미국의 바에서 밤 늦도록 그와 이야기하면서 그의 충고가 무슨 의미인지 비로소 이해했다. 동양적 겸손의 미덕에서 벗어나 자신을 알리는 현지 문화를 적극 수용하라는 것이다.
 
완벽한 영어를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활달하고 적극적인 남미 사람들처럼 현지 문화에 녹아들 준비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부인이 일본인이고, 한국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그이기에 그의 조언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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