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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불평등은 짝퉁 자본주의 탓”
[경제와 책] <거대한 불평등>
[87호] 2017년 07월 01일 (토) 이코노미 economyinsight@hani.co.kr
안성열 편집자 aisms@openbooks.co.kr
 
“불평등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변의 경제법칙이 초래한 결과가 아니라, 정책과 정치가 초래한 결과다.”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전작 <불평등의 대가>와 이 책 <거대한 불평등>에서 일관되게 펼치는 주장이다. 너무나 지당해서 싱거운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스티글리츠의 주장은 불평등 논의를 그 출발점에서 일신하는 측면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불평등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좌파와 우파의 의식 속에 생각 외로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불평등>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2만5천원
우파, 특히 일단의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은 경제적 불평등을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유로운 경쟁은 필연적으로 결과의 불평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개인의 능력과 운, 노력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불평등은 일부에게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개인과 집단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할 동기를 제공해 더 많은 발견과 발명, 혁신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좌파, 특히 공산주의자들에게 자본주의 체제가 불가피하게 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불평등은 자본주의 체제의 고유한 본질에서 나오기에 이 부당함을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자본주의의 몰락은 역사의 법칙에 따른 예정된 수순이었다.
 
20세기 역사는 불평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하나 그 해석에서는 정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두 관점의 충돌로 점철됐다. 그 대결의 역사는 20세기 말 공산주의 국가들의 갑작스러운 ‘연쇄 도산’으로 싱겁게 종결되고 만다. 이것은 자유주의적 우파가 거둔 완벽한 승리였을까?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자본주의가 최종 승리를 거둔 것은 자유주의자들 못지 않게 사민주의자들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컸다. 다시 말해 서유럽과 북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 복지국가를 건설함으로써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불평등이 불가피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 덕분이다. 그러나 공산국가의 몰락 속에 서구는 왜 복지국가가 등장했는지를 금세 잊었다.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들은 공산주의와 복지국가 이념을 함께 버리길 원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가 “사회 따위는 없다. 각각의 남자와 여자가 있고, 가족이 있을 뿐이다”라고 선언하면서부터, 잘살고 못사는 것은 각자의 팔자소관이 되었다.
 
스티글리츠에 따르면, 바로 이때부터 불평등은 미국과 전세계적 차원에서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모든 잘못의 근원은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정부 탓으로 돌려졌다. 정부는 경제에서 손을 떼는 게 최선이었다. 모든 문제는 시장이 해결할 거라는 인식이 전세계로 확산됐다. 민영화와 규제 완화, 부자 감세가 시행됐고 자유무역협정과 세계화를 통한 상품과 자본, 노동의 이동이 보장됐다. 부자들이 돈을 벌면, 그 돈이 아래로 흘러내려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삶이 나아질 거란 주장도 득세했다.
 
이 주장들의 타당성은 지금 심각한 의문에 직면해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기 때문이다. 상위 1%의 소득과 부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하는 동안, 나머지 사람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줄었다. 스티글리츠는 세계화가 불평등 심화에 기여하는 방식을 간명히 제시한다. “세계화가 국가에 ‘전반적으로’ 이득이 되는데 노동자들이 ‘전반적으로’ 곤궁해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세계화로 인한 혜택이 전부 부유층과 기업 소유자들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평등은 불가피한가? 스티글리츠는 그렇지 않다고, 오늘날의 불평등은 자본주의 탓이 아니라고 거듭 말한다. 자본주의가 정상 작동하면 불평등은 훨씬 완화되고, 불평등 완화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유층, 이른바 1%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짝퉁’ 자본주의다. 불평등 완화가 어떻게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스티글리츠의 논리는 간명하다. 경기 침체의 원인은 수요 부족에 있다. 그런데 수요를 늘리는 데 부유층의 소득보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는 편이 더 좋다. 저소득층의 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펼친 것과 정반대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법인세를 인상하고, 누진세를 강화해 세수를 늘리고, 이를 교육(기회 불평등은 부의 불평등 못지않게 중대한 문제다)과 기간시설,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지출을 늘리는 적극적 재정 확대 정책을 펼쳐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의 생각은 큰 틀에서 ‘소득 주도 성장론’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다르지 않다.
 
스티글리츠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자본주의란 정부가 최소한의 역할만 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아니다. 정부가 제 몫을 다하는 자본주의다. 국민 모두를 더 책임감 있게 대하는 정부, 국민 모두의 이익을 더 충실히 반영하도록 민주주의를 개혁하는 정부, 이런 정부만이 사회의 거대한 균열을 치유하고 번영을 공유하는 국가를 되살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정치가 중요해졌다.
 

● 인사이트 책꽂이
 
   
우아한 관찰주의자
에이미 허먼 지음 | 문희경 옮김 청림출판 펴냄 | 1만8500원
14년 동안 관찰 기법을 강의한 미술사가이자 변호사가 시각적 분석과 비판적 사고를 위해 썼다. 저자는 “세부 정보 하나를 놓치거나 한마디만 잘못 전달해도 카푸치노 주문이나 백만달러짜리 계약을 망칠 수 있다”며 정보를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결론을 끌어낸 뒤 소통하는 법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방법을 익히면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하던 곳에서 세세한 정보와 기회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아누 파르타넨 지음 | 노태복 옮김 원더박스 펴냄 | 1만6800원
핀란드 여성이 미국에 정착한 뒤 느낀 미국과 노르딕 국가(북유럽 5개국)의 차이를 비교했다. 가족, 교육, 의료, 정부 등이 주 비교 대상이다. 저자가 보기에 이제 미국은 자유와 독립과 기회의 땅이 아니라 개인에게 의존성을 강제하는 나라다. 저자는 노르딕 국가들이 “똑똑한 정부를 창조했고 부패를 일소했고 기회의 평등을 이루었으며, 개인과 기업을 아울러 모두에게 더 많은 자유와 기회를 누리게 해주었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슈퍼스타들
브누아 시마 지음 | 뱅상 코 그림 | 허보미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 1만7천원
프랑스의 경제 기자와 만화가가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비범한 자본가 39명의 삶을 들여다봤다. 19세기 투자은행가 제임스 드 로스차일드부터 20세기 미국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패션계의 여왕 가브리엘 코코 샤넬, 21세기 스티브 잡스와 마윈까지 다양한 기업가의 천재적 면모와 한심한 면모를 보여준다. 지은이는 이들의 비범함은 “자본주의에서 생존할 유일한 길은 성장뿐이란 사실”을 이해한 데 있다고 말한다.
 
 
 
 
 
   
AI 시대 인간과 일
토머스 대븐포트·줄리아 커비 지음 | 강미경 옮김 김영사 펴냄 | 1만7800원
미국의 유명 경영학 교수와 출판 편집자가 쓴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 지식노동자가 살길을 논한다. 저자들은 ‘기계와 경주’에서 인간이 이길 방법은 있다며 기계와 손잡고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본적 변화를 읽어낼 통찰력을 갖추거나, 컴퓨터가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찾거나, 기술과 비즈니스 조직을 연결해주는 능력을 갖추거나, 고도의 전문 영역에 집중하거나, ‘과학기술 솔루션’을 개발하라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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