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이슈
     
미세먼지 줄고 초미세먼지 늘어
[국내이슈]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연중 비상 상황’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김정수 jsk21@hani.co.kr
문재인 정부 대책 기조도 기존과 큰 차이 없지만 목표와 시행 방안 강도는 확연히 달라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해가 갈수록 오염도가 높아진다. 대도시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큰 차이가 없다. 주요인은 국외 유입이다. 환경부는 평상시 30~50%, 고농도 미세먼지는 60~80%가 국외에서 들어온 것으로 파악했다. 국내 미세먼지의 배출원 비중은 사업장이 41%로 가장 높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도 기본 방향에선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을 지시하면서 새 정부의 대응이 과거와 다를 거라는 기대감을 부른다.
 
김정수 <한겨레> 선임기자
 
   
 
미세먼지가 심상치 않다. 2017년 들어 4월까지 전국 PM10 평균농도는 m3당 54μg(마이크로그램·100만 분의 1g), PM2.5 평균농도는 m3당 31μg을 기록했다. PM10은 공기역학적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이하의 입자상 물질, PM2.5는 지름이 2.5μm 이하로 매우 작아 흔히 ‘초미세먼지’로 불리는 입자상 물질이다. 2017년 1~4월 PM2.5 전국 평균농도 31μg/m3는 국립환경과학원이 공식 측정 자료를 내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게다가 2015년 28μg/m3, 2016년 30μg/m3, 2017년 31μg/m3로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평균농도뿐 아니라 고농도 발생 횟수도 늘었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오염도 공개 누리집 ‘에어코리아’를 보면, 대기 중 PM2.5 시간 평균농도가 90μg/m3 이상인 고농도 상태가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지는 초미세먼지주의보는 2017년 들어 5월20일까지 92회 발령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64회 발령된 2016년보다 44% 증가한 것이다.
 
PM10의 1~4월 전국 평균농도는 반대로 2015년 60μg/m3, 2016년 56μg/m3, 2017년 54μg/m3로 내려갔으나,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PM2.5다. PM2.5는 공장·발전소의 보일러, 차량·선박의 엔진 등에서 연료가 탈 때 배출되거나, 그때 배출된 가스 오염물질의 대기 중 화학반응으로 주로 생성된다. 따라서 황사나 공사장의 날림먼지 등 토양 성분이 많이 포함된 PM10보다 더 유독하고 크기가 작아 폐 속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 건강을 해친다. PM10 농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PM2.5 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미세먼지에 의한 건강 위협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해진다는 의미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원인은 뭘까.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국외 유입과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지목된다. 2017년 4월 서울시는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등 국외 영향이 2011년 49%에서 2016년 55%로 늘었다는 내용의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6년 대기모델 전문가인 아주대 김순태 교수는 2013년부터 초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한 것은 2012년 이후 동북아에서 점차 약해지는 풍속의 영향이라는 모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5일 30년 이상 된 석탄 화력발전소 8곳의 가동을 일시 중단하도록 지시하면서, 새 정부의 강력한 미세먼지 감축 의지를 보여줬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충남 보령의 화력발전소. 연합뉴스
 
미세먼지는 사람이 많이 모여 살고 교통량이 많은 수도권에서 심각한 것으로 인식돼왔다. 실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려는 정부 대책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하지만 PM2.5를 기준으로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기환경연보 2015>에 집계된 2015년 PM2.5 연평균 농도는 수도권이 25μg/m3로 전국 평균 26μg/m3보다 낮다. 서울은 제주도와 함께 평균 23μg/m3로 전국에서 가장 양호했다. 가장 나쁜 곳은 평균 35μg/m3를 기록한 전북, 다음은 충북과 인천(30μg/m3)이었다. 미세먼지는 수도권만이 아닌 전국 문제인 것이다.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유해물질로, 사람의 호흡기뿐 아니라 심혈관계에 이상을 일으켜 조기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건강한 어른은 물론 엄마 자궁 속 태아까지도 미세먼지 피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지금까지 연구 결과다. 2015년 한국의 PM2.5 전국 평균농도는 선진국 대도시인 도쿄(13.8μg/m3)와 파리(14μg/m3)의 1.9배, 로스앤젤레스(12.9μg/m3)의 2배, 런던(11μg/m3)의 2.4배에 이른다. 2017년 1~4월 PM2.5 평균농도는 세계보건기구의 연간 권장기준치(10μg/m3)를 3배 초과한 것이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려면 미세먼지나 미세먼지 생성 물질이 어디서 얼마나 나오는지, 즉 배출원과 배출량을 알아야 한다. 미세먼지 대책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2016년 6월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한국 미세먼지의 30~50%는 국외 영향이며, 이 비율이 고농도 미세먼지의 경우 60~80%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국내 미세먼지의 배출원 비중은 사업장 41%, 건설기계 등 17%, 발전소 14%, 경유차 11%, 비산먼지 6%, 냉난방과 생물성 연소 등 기타 배출원 11% 정도로 잡았다. 문제는 이런 평가의 기초가 되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가 아직 매우 불완전하다는 점이다.
 
국가 미세먼지 배출량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전국 미세먼지 배출 행위를 파악해, 각 배출 행위별로 정해놓은 평균 배출량인 배출계수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미세먼지는 발전소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구뿐 아니라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쓰레기나 농업 잔재물을 태울 때, 캠핑 가서 모닥불을 피울 때 등 무언가를 태울 때 꼭 나온다. 전국 방방곡곡 미세먼지 배출을 전부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어디서 배출되는지 뻔히 알지만 배출계수를 미처 만들지 못해도 배출량 집계는 어렵다. 가솔린직분사식(GDI) 휘발유승용차에서 미세먼지가 배출되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배출량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이 그 때문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사용해온 국가 미세먼지 배출량 자료에는 전국 가정의 개별 난방, 소규모 사업장 가동,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는 불법 노천 소각, 최근 교외에서 늘고 있는 화목과 펠릿 연료 사용, 군용 차량과 장비 운용, 직화구이 등을 통해 나오는 미세먼지가 빠져 있다. 이처럼 국가 배출량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2016년 12월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정부의 미세먼지 비상 조처 비판 기자회견에서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추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미세먼지 문제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추진 과정은 기대에 못 미쳤다. 연합뉴스
 
미세먼지는 사실 오래된 문제다. 서울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00년 65μg/m3, 2001년 71μg/m3, 2002년 76μg/m3로 계속 늘자 정부는 2003년 말 제정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2005년부터 10년 단위의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세워 시행해오고 있다. 이 계획에는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총량제,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와 매연저감장치(DPF) 부착, 친환경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보급, 산업시설과 자동차의 배출 허용 기준 강화 등 국내 배출원 미세먼지를 줄이는 다양한 방안이 백화점식으로 담겨 있다.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가 “국민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각오로 관계 부처 합동으로 총력 대응하겠다”며 내놓은 미세먼지 특별대책은 한발 더 나아갔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방침 등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발전 부문 미세먼지 저감 방안까지 처음 포함됐다. 하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 여전히 경제적 고려를 환경과 국민 건강보다 앞세웠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바 없다.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극히 떨어지는 친환경차 보급 예산을 2017년 환경부 미세먼지 집중 감축 예산의 70%까지 늘리면서, 투입 비용 대비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100배 이상 높은 노후 경유차나 건설기계 등의 미세먼지 감축 사업비는 오히려 줄인 것이다.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는 발암 위해도가 높아 시급히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오랜 지적이었다. 친환경차 보급 관련 예산을 빼고 남은 2017년 환경부의 미세먼지 집중 감축 예산은 1316억원으로 2016년 말 개통한 상주~영덕 고속도로 약 5km 건설비와 비슷하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막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건강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발생 가능성이 있거나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알려 최대한 노출을 피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를 위해 미세먼지 예·경보제를 시행하지만, 최근 외국의 미세먼지 정보 사이트와 앱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미세먼지 자가측정기를 찾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정밀한 측정 자료가 정확한 예·경보의 기초라는 점에서 이런 불신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집계된 전국 미세먼지 측정 현황을 보면, 미세먼지를 대량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27기나 밀집한 충남도에서도 PM2.5 측정은 15개 시·군 가운데 천안, 당진, 아산, 서산 등 4개 시에서만 이뤄진다. 석탄화력발전소가 8기씩 가동되며 미세먼지를 뿜어대는 보령시와 태안군에도 PM2.5 측정소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국내 배출원 감축과 국외 요인을 줄이기 위한 외교 협력을 강화하면서 당장 미세먼지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기본 방향에서는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구체적 목표와 시행 방안의 강도가 확연히 다르다. 임기 중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목표를 내걸고, 달성 방안으로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전면 중단, 가동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조기 폐쇄,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가운데 공정률 10% 미만인 9기의 원점 재검토, 미세먼지가 특히 심각한 봄철 일부 석탄화력발전기의 일시적 셧다운(가동 중단) 등을 약속했다.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 승용차 퇴출을 위한 중·장기 계획 추진도 약속했다.
 
이 가운데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의 원점 재검토, 경유 승용차 퇴출 등은 전례 없이 강력한 방안이다. 환경단체들이 약속을 반기면서도 시행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졌던 이유다. 하지만 5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이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일시 가동 중단을 지시하면서 새 정부의 대응이 과거와 다를 거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