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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 120만 명, “일자리 좀 주세요”
[국내 이슈] ‘고용보조지표’와 ‘니트’로 본 청년 실업 실태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신기섭 marishin@hani.co.kr
구직도 포기한 ‘유휴청년층’ 60만 명 더하면 전체의 20%... 더 방치하면 심각한 사회문제
 
2017년 5월1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청년(15~29살) 실업률은 11.2%다. 이 수치는 많은 사람, 특히 청년들이 체감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이런 괴리감을 풀어줄 지표를 통계청이 4월12일 조용히 공개했다. 청년층 ‘고용보조지표’다. 체감 실업률에 가장 가까운 고용보조지표3은 4월 기준 23.6%에 달한다. 여전히 괴리가 느껴진다면 ‘유휴청년층’(니트)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두 통계를 바탕으로 심각한 청년 고용 실태를 살펴본다.
 
신기섭 편집장
 
정부 공식 통계로 보면 한국의 실업률은 주요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은 편이다. 최근 10년 동안 대체로 3~4% 수준을 유지했다. 청년실업률(15~29살)도 7~11% 범위에서 오르내렸다. 노동계 등에선 이 공식 수치가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했다. 실질 실업률이 공식 통계보다 2~3배 높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고용보조 지표’를 보면 이 주장이 영 터무니없다고 치부하기 어렵다.
 
통계청은 2014년 11월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기준에 따른 ‘고용보조지표’ 를 처음 공개했다. 2014년 10월의 고용보조지표3은 10.1%로 공식 실업률 3.2%의 3배였다. 이후에도 두 수치의 격차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두 지표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으로 확인되자 청년층의 고용보조지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통계청은 그동안 지표를 발표하지 않다가 2017년 4월12일 국가통계포털 사이트에 2015년 1월부터 최근까지의 월별 자료를 공개했다. 2015년 1월 15~29살의 고용보조지표3은 21.8%로 당시 실업률 9.2%의 2.3배에 달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7년 4월은 23.6%로 실업률(11.2%)의 2.1배를 기록했다.
 
   
▲ 2016년 6월14일 광주 북구 오치동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광주·전남 지역 이전 공공기관 고졸 지역인재 채용콘서트를 찾은 고등학생들이 특강을 들으며 박수 치고 있다. 청년들이 희망을 품게 만드는 지름길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연합뉴스
 
고용보조지표는 무엇인가
고용보조지표는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노동자의 비중을 표시하는 걸로 보면 된다. 고용보조지표에는 세 가지가 있다.
 
지표1은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았고 자리가 있었으면 일을 시작했을 사람(실업자)과 현재 주당 노동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며 더 일하고 싶은 사람(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이 경제활동인구(취업자 +실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표2는 실업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지난 4주간 구직 활동을 했으나 조사 시점에는 일을 못할 상황에 처한 이, 곧 잠재취업가능자와 구직 활동을 안 했으나 지금은 취업을 원하는 이, 곧 잠재구직자)가 확장경제활동인구(경제활동인구+잠재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체감 실업률에 가장 가까운 수치는 고용보조지표3이다. 이는 실업자, 더 일하고 싶은 이, 취업할 여지가 있는 이(잠재취업가능자+잠재구직자) 모두가 확장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한마디로 ‘일할 기회만 주어지면 기꺼이 일할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를 보여준다. 2017년 4월 기준으로 청년의 고용보조지표3이 23.6%라는 건 일이 주어지기를 기다리는 청년이 15~29살 인구 중 군인·학생 등을 뺀 나머지의 4분의 1이라고 봐도 심한 과장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군인이나 학생 외에 취업 의지가 없는 청년들도 뺀 인구 규모를 ‘분모’로 잡아 계산한 것이다.)
 
여기에 포함되는 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교를 졸업하거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일자리를 알아보는 이들, 곧 실업자가 2017년 4월 50만5천명이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일주일에 36시간(하루 약 5시간) 미만 일하는 추가 취업 희망자는 8만2천 명이다. 그동안 일자리를 찾아봤으나 통계청의 조사 시점에는 어떤 형편 때문에 일을 못할 상황인 청년과 막 일자리를 찾아보려고 마음먹은 청년이 61만6천명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현재 한국의 15~29살 인구 가운데 120만3천 명이 일이 생기기만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일자리를 바라는 청년은 자료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초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1월 고용보조지표3은 21.8%, 일을 기다리는 청년 인구는 107만1천 명이었다. 이 지표는 실업률과 마찬가지로 계절에 따라 오르내렸지만, 대체로 상승세를 이어가다 2016년 3월 24.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숫자로는 120만9천 명이었다. 고용보조지표3은 2017년 2월 다시 24.1%를 기록한 뒤 조금씩 떨어졌다. 취업철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감소세다.
 
청년 실업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사회적 관심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또 숨어 있다. 이른바 ‘유휴청년층’(니트, NEET)이라는 생소한 용어로 불리는 이들이다. 유휴청년층은 1999년 영국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16~18살 청년 대책 마련 차원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이후 유럽 각국과 일본 등으로 확산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00년부터 각국 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자들이 2002년부터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일 자체를 포기한 청년들
유휴청년층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구체적인 조건은, (1)학생이나 취업자가 아니고 (2)정규 교육기관이나 입시·취업을 위한 학원에도 다니지 않고 (3)가사나 육아를 맡지도 않으며 (4)결혼도 하지 않은 청년이다. (이는 전업주부 등도 통계에 포함하는 OECD 기준과 조금 다른 것이다.)
 
김종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이 <월간 노동리뷰> 2017년 4월호에 발표한 논문 ‘최근 청년층 니트의 특징과 변화’를 보면, 한국의 유휴청년층은 2008년 전체 청년의 7.8%(76만2천 명)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5년 뒤인 2013년에는 8.8%(84만 명)로 1%포인트 상승했고, 2015년 처음으로 9%를 넘어섰다. 2016년에는 9.9%(93만4천 명)까지 껑충 뛰었다.
 
이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보조지표3에 속하는 이들인 셈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일자리 찾기마저 포기한 이들이다. ‘비구직 니트’로 불리는 이 청년들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이 2008년 전체 청년 인구의 5.5%인 53만9천 명으로 추산됐다. 2013년에는 60만 명을 넘어섰고 2014~2015년 하락세를 기록하다 2016년에는 전체 15~29살 인구의 6.4%인 60만6천 명으로 다시 늘었다.
 
고용보조지표3에 속하는 120만 명과 비구직 니트 60만 명을 합하면, 한국에서 현재 ‘일 없는 청년’은 최대 180만 명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비구직니트의 일부가 고용보조지표3과 겹칠 여지는 있다.) 이는 전체 15~29살 청년 인구의 20%에 가까운 규모다. 한국 사회가 하루속히 일과 희망을 찾아줘야 할 젊은이가 대전광역시 전체 인구(151만여 명)보다 훨씬 많은 셈이다.
 
아무 일도 안 하는 이유
일자리조차 찾지 않는 60만 명은 대체 어떤 이들일까? 김종욱 연구원은 “연령별로는 20대 초반(38.5%)보다 20대 후반(45.6%)이 더 많고, 이들 중 상대적으로 고학력에 해당하는 대졸 이상 비구직 니트도 23만7천 명에 이른다”며 “전체 대졸 인구의 12.1%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김연구원은 또 “최근 들어 고졸 이하 청년층에서 비구직 니트 비중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8년에는 고졸 이하 비구직 니트의 53.5%가 특성화고 졸업자였으나, 2016년에는 인문계고 졸업자가 59.7%를 차지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유휴청년층이 전체적으로 장기화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경향이다. 비구직 니트 생활이 6개월을 넘은 청년이 2016년 46만8천 명으로 전체의 77.2%에 달했다. 이런 장기화 추세는 결혼과 출산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해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렇게 많은 젊은이가 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일까? 실마리는 한국고용정보원 정연순 연구위원 팀이 2014년에 내놓은 연구보고서 ‘취업지원을 위한 청년 니트 실태조사’에서 찾을 수 있다. 보고서는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하고 22~34살 청년 42명을 면담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면담 참여자 대부분은 대학 때부터 노동했고, 사회 진출 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불안정 고용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때부터 힘든 일을 하다 지쳐 떨어져나온 청년들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닥치는 대로 일하다 20대를 다 보낸 이, 대학 전공이나 직업 동향에 대한 정보 없이 진학했다가 졸업 뒤 길을 못 찾은 이, 한 달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힘들게 일하다 때려친 이,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 삶이 피폐해진 이들이다. 열악한 청년 고용 현실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김종욱 연구원은 “외국의 경우 비구직 니트의 대부분이 고교 수준의 교육조차 이수하지 않은 이들이기 때문에 해결책을 재교육에서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하지만 한국의 경우 충분히 교육받은 집단이 다수”라고 밝혔다. 외국처럼 재교육을 통해 유휴청년층을 해소하기 어렵고 적정한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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