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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섬웨어에 날개 달아준 인공지능
[Finance] 인공지능(AI) 악성 프로그램의 습격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세계 곳곳에서 악성 프로그램 ‘랜섬웨어’ 공격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세계가 동시에 사이버 테러 위협에 떨어야 했다. 특히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악성 프로그램은 더 진화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인류를 위협한다.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할수록 랜섬웨어 같은 악성 프로그램의 해킹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랜섬웨어의 습격은 기술 진보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세계가 떨고 있다. 물리적 테러가 아닌 사이버 테러 때문이다. 2017년 5월15일은 ‘공포의 월요일’이 됐다. 인류는 폭탄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 공격에 당황하고 있다. <한겨레> 기사는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5월12일 오후 발생한 랜섬웨어 공격은 영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150여 개국에서 정부 및 기업 컴퓨터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공격에 사용된 랜섬웨어는 윈도의 파일공유 기능상의 약점을 이용하는 ‘워나크라이’(WannaCry) 혹은 ‘워나크립트’(WannaCrypt)의 변종으로 알려졌다. 통상 공격은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 등을 클릭하면 진행되지만 이번 공격은 인터넷에 연결만 돼 있으면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 확산 속도가 빨랐고, 개인보다는 네트워크 공유 기능을 많이 사용하는 정부기관 등의 컴퓨터가 한꺼번에 감염되면서 급속도로 퍼졌다.”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하다. 러시아에선 1천 대 이상 컴퓨터가 공격받았고 영국 병원들은 환자기록 파일을 열지 못해 진료에 차질을 빚었다. 그뿐 아니다. 영국 최대 규모 자동차 공장인 닛산 선덜랜드가 생산을 멈췄다. 프랑스 자동차 공장, 독일 철도 시스템, 스페인 통신업체,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가 공격받았다. 남미 브라질, 한국도 예외일 수 없었다.
 
이번 사태가 예정돼 있었다고 말하는 건 과장일까. 물리학의 거장 스티브 호킹은 인공지능(AI)이 인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 했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우린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에서 그 전조를 봤다. 인간이 만든 기계가 그 창조자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는 충격 이상이었다. 기계는 이미 인간을 넘어섰다. 기계의 생산성은 인간의 팔다리를 초라하게 만든 지 오래다. 그런데 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결과에 충격받은 걸까. 그것은 바로 지능 대결에서 졌기 때문이다. 두뇌는 인간의 최후 보루였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류의 자부심은 상처를 받았다. 이는 분명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다. 감히 넘볼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지능마저 인공지능 탑재 기계가 인간을 앞서게 됐다. 인간이 기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급격히 흔들렸다.
 
   
최근 세계 곳곳을 혼란에 빠뜨린 랜섬웨어처럼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악성 프로그램은 점점 무섭게 인류를 위협할 것이다. 2017년 5월15일 서울 송파구 한국 인터넷진흥원(KISA) 종합상황실에서 직원이 랜섬웨어 활동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과 해킹
올 것 같지 않은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휴대전화는 물론 냉장고까지 인공지능 기능이 들어간다. 세상은 인공지능 시대로 급속히 접어들었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물에 인공지능 기능이 부가된 세상을 볼 것이다. 한데 우린 너무 한가하다. 인류의 인공지능 시대 담론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인공지능 시대는 분명 우리 삶에 전방위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대비해야 할 것은 너무 많다. 그 대부분은 인류 문명에 대한 도전이다. 오늘의 삶을 한꺼번에 망가뜨릴 파괴력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포의 월요일’을 낳은 악성 컴퓨터 프로그램 습격이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대부분 선한 목적으로 개발된다. 그러나 원자력이 핵 폭탄에 쓰이듯 그 역시 얼마든지 악하게 쓰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멀웨어(malware), 즉 악성 소프트웨어를 들 수 있다. 컴퓨터에 악영향을 끼치는 소프트웨어를 총칭한다.
 
오늘날 컴퓨터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컴퓨터는 네트워크, 즉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 멀웨어 역시 이젠 네트워크를 통해 전염된다. 전자우편이나 웹을 통해 전파된다. 그 때문에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무엇보다 동시다발적 속성으로 인해 방어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이제 멀웨어에 한층 향상된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멀웨어 역시 진화할 것은 명확하다. 물론 이는 해커가 목표로 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린 오늘 인공지능이 악한 일에 쓰이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공포의 월요일’ 사태로 랜섬웨어(ransomware)도 이제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컴퓨터 사용자의 파일을 인질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인데 몸값을 의미하는 랜섬(ransom)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다. 악성 프로그램, 즉 멀웨어의 일종으로 컴퓨터 주인의 동의 없이 설치된다. 문제는 이 파일이 컴퓨터 주인의 문서 등 중요 파일을 암호화해 컴퓨터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해커는 암호를 풀어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다.
 
랜섬웨어는 이번 ‘공포의 월요일’의 주범이다. 인공지능이 첨부된 랜섬웨어는 위험을 배가한다. 인공지능 기능이 강화되면서 랜섬웨어는 자기조직화가 가능하다. 스스로 진화하는 것이다. 랜섬웨어는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까지 사용자 컴퓨터에 잠복해 최적의 조건이 될 때를 기다린다. 네트워크를 통해 충분히 확산될 때까지 활동을 멈춘 채 숨기도 한다.
 
신경 네트워크를 이용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우리의 ‘글쓰기 습관’을 흉내내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미래의 멀웨어는 타인의 통신을 들여다보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스스로 학습해 마치 ‘특정인’인 양 얼마든지 상대방을 속일 수 있다. 우린 매일 전자우편을 읽고 캘린더로 일정을 확인한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멀웨어는 이 행동을 지켜보면서 특정인의 행동 습관을 알아낸다. 가령 내 문체나 스케줄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 멀웨어는 이를 통해 지인에게 마치 내가 쓴 것처럼 전자우편을 보낼 수 있다. 메시지에는 유도탄이 탑재돼 있다. 바로 ‘신뢰 공격’이다. 상대방의 신뢰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려는 해킹 기술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멀웨어는 더욱 세련된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습격은 미래가 아닌 오늘의 현실이다. 사물인터넷(IoT)의 발달은 이런 공격이 컴퓨터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사물에 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장 설비, 병원 자기공명영상(MRI), 소매점의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등 네트워크에 연결된 것은 언제든 해커의 공격 대상이 된다. 이 장비들은 순식간에 해커의 공격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 이번에도 자동차 공장 등이 가동을 멈춰야 했다.
 
대응책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시스템이 멈춘다면 대부분 어쩔 수 없이 기기의 온라인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해커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는 게 피해가 적기 때문이다. 단순히 데이터만 사라지면 문제가 없다. 데이터는 얼마든지 안전한 곳에 백업해놓을 수 있다. 그러나 기계나 설비가 멈추면 선택할 길은 극히 제한된다. 해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비용을 아끼는 최선책이다.
 
문제는 심각하다.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면 세상의 그 누구도, 어떤 기관도 해커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랜섬웨어 역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갖고 있던 악성코드를 해커들이 훔쳐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혀냈다. 헛웃음이 나올 얘기지만 사실이다. 세계 최강의 보안을 자랑하는 미 국가안보국마저 해커 공격에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해커가 존재하는 한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술 진보의 두 얼굴
인공지능 혁명의 초창기라 하지만 그것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절대 멀리 있지 않다. 자동차는 물론 병원에서도 인공지능이 쓰인다. 그것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누구도 모른다. 다만 지수적 성장은 분명하다. 한데 우린 현재 그 겉모습에만 취해 갈채를 보낸다. 인공지능이 더욱 진보할수록, 일반인의 접근이 쉬워질수록 그것을 나쁜 곳에 쓸 가능성 역시 커진다는 사실은 애써 무시한다.
 
“미국에서만 2015년 3만5200명이 도로에서 사고로 숨졌으며 이 가운데 94%는 인간의 실수나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매년 수만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차의 위험성에 대한 언급은 없다. 자율주행차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한다. 이 또한 네트워크에 연결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해커가 컴퓨터망에 얼마든지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해커의 손아귀에 놓이면 얼마든지 흉기로 변한다. 실제 미 연방수사국(FBI)은 2014년 자율주행차의 위험성에 대해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자율주행차가 더 치명적인 살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기술 진보는 두 얼굴을 갖는다. 인류를 풍요롭게 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풍요보다 파괴의 속도와 파급력이 더 큰 법이다. 기술 진보로 인한 파괴를 과연 인간이 막아낼 수 있을까. 세계의 천재와 석학의 경고를 우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이번 ‘공포의 월요일’ 사태는 인공지능과 기술, 특히 그 부작용과 오용에 대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 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 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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