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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이슬람의 틈새시장 노려라
[세계는 지금] 이슬람 라마단 비즈니스 공략법
[86호] 2017년 06월 01일 (목) 이용호 ian@kotra.or.kr
이슬람은 정치·문화·경제적으로 한국과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과거 우리 아버지 세대가 중동의 공사 현장을 누볐다면, 현재 이슬람 노동자는 값싼 노동력으로 한국의 제조업 공장을 채우고 있다. 전세계 이슬람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중동 시장은 한국에 미래 먹거리를 안겨줄 노른자위 땅이다. 한국 기업이 중동에 진출하려면 이슬람 문화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그 핵심 중 하나는 해마다 한 달가량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라마단이다. 이슬람에서는 이 시간 동안 금식뿐 아니라 일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짜증 내거나 불평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 라마단 기간에 나타나는 무슬림의 소비 행태를 면밀히 분석하면 뜻밖에 ‘라마단 특수’를 누릴 수 있다.
 
이용호 KOTRA 카타르 도하무역관 과장
 
2017년 5월 말 라마단이 시작했다. 한국에선 이슬람 문화가 생소할 수 있다. 한국인이 체감하는 이슬람은 신문과 방송 뉴스로 다뤄지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이 알지 못하는 사이 이슬람, 그리고 이슬람 신자를 뜻하는 무슬림은 한결 한국인과 가까워졌다.
 
2016년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100만 명에 육박했다. 최근 급격히 느는 추세다. 더불어 국내에 체류 중인 무슬림 수도 늘어 약 15만 명으로 추산된다. 국내 체류 전체 외국인 10명 중 1명이 무슬림인 셈이다. 아직 낯선 이슬람 문화가 한국에 좀더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이슬람만 한국에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한국도 이슬람 문화에 다가가고 있다. 한국이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 규모를 비교해보면 단연 중동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과거 중동 붐을 탄 아버지 세대의 인력 진출이 대부분이던 중동 시장 진출은 오늘날 각종 프로젝트 수주와 수출로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은 늘었지만 아직 낯선 이슬람 문화, 특히 라마단은 중동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꽉 막힌 듯한 답답함과 혼란을 준다. 라마단이 일부에서 일컫는 개점휴업 시즌이기 때문이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 곧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이슬람 경전 코란을 전수받은 달에 실시된다. 시기적으로 라마단은 매년 약 10일씩 앞당겨지고 있다. 그래서 라마단이 여름에 있기도 하고 겨울에 있기도 하다. 2017년은 라마단이 초여름에 걸쳐 있지만, 카타르가 월드컵을 개최하는 2022년에는 겨울에 라마단을 맞는다. 약 한 달인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일체의 음식과 음료, 흡연, 폭력, 시기, 탐욕을 절제하고 대부분 메카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이런 현지 특성을 이해해야 중동 비즈니스에 수반되는 화병을 그나마 줄일 수 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무슬림 인구는 현재 18억명 규모로 기독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무슬림 인구는 빠르게 증가해 2075년에는 기독교를 추월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보유한 종교가 될 걸로 전망된다. 특히 자녀를 많이 두는 이슬람 문화가 영향을 끼쳐 중동 지역 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카타르도 근래 10년간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인구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점차 커져가는 중동, 그리고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려면 이슬람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걷어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라마단 금식이 끝난 뒤 이어진 축제 기간에 남성들이 중동의 전통 디저트 음식 ‘할바’를 나눠 먹고 있다. 무슬림은 라마단 이후 폭식을 하거나 소비를 많이 한다. REUTERS
 
라마단과 경제성장률의 관계
라마단 기간에는 무슬림이 낮 동안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의 부담을 줄여주려고 대체로 단축근무를 실시한다. 카타르는 라마단 기간에 하루 최대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한정해 노동법에 명시했다. 법정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하면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게 돼 있으나, 일반적으로 무슬림에게 낮 시간에 초과근무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카타르 정부기관의 경우 교통부와 이민성 등 일부 기관이 낮 시간대 업무가 끝나고 휴식을 취한 뒤 저녁 시간에 다시 문을 연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라마단 기간 하루 5시간만 문을 연다. 언뜻 생각하면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업무 시간에 맞춰 일을 처리하면 될 것 같지만, 중동 경험이 있는 외국인이 한결같이 성토하듯, 라마단 기간에 중동 정부와 민간기업은 문을 열고도 문을 열지 않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다. 비즈니스 진행이 매우 더디고 일처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무슬림 다수가 사우디아라비아 히자즈 지방에 있는 메카(무함마드 출생지로 이슬람권에서 성지로 추앙받는 장소 -편집자)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무슬림은 매일 다섯 차례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일생에 한 번은 이곳을 순례한다. 또 카타르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외국인 중 다수가 휴가를 떠나 거리에는 차가 확연히 준다. 라마단 기간 인구통계에 따르면, 매년 카타르 전체 인구의 10~20%가 라마단 기간에 국외로 유출됐다가 라마단이 끝난 뒤 이드(Eid·라마단 단식 뒤 사흘 동안 이어지는 축제 -편집자) 연휴가 끝나면 서서히 재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미국 하버드대학과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등 다양한 기관에서 라마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금식이 1시간 늘 때마다 해당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이 약 0.7%포인트 낮아졌다. 지리적 특성상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낮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그 영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참고로 2017년 중동 지역의 일광 시간은 하루 평균 14시간으로, 이 연구에 따르면 중동의 경제성장률에 비교적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 무슬림 순례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그랜드모스크에 있는 신전 주변에서 쉬고 있다. 라마단 기간 전후 무슬림의 성향을 파악하면 좋은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 REUTERS
 
낮에는 휴식, 밤에는 식사
라마단의 경제성장률 저하 문제는 노동자의 능률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생산성 저하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근무시간 단축과 의사결정 지연에 따른 악영향도 만만찮다. 실제 라마단 기간 중 기업 간 주요 결정이나 협의를 위한 면담은 라마단 이후로 미뤄지는 일이 빈번하 게 발생한다.
 
라마단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라마단 기간 전후로 제조업의 생산성은 저하되는 반면 서비스와 유통, 수요와 소비는 큰 폭으로 증가한다. 특히 식료품 소비가 가파르게 올라간다. 라마단 기간의 단식이 끝나면 무슬림이 폭식하는 경향이 있어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섭취하지만 그 양이 물가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크지는 않다.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음식 소비보다 구매 패턴이다. 우리가 공복에 장을 보면 평소보다 많은 식품을 사듯, 낮 시간대 단식을 한 무슬림은 필요 이상의 식료품을 사는 소비 성향을 보인다. 이것에 대한 정밀한 연구분석 자료나 통계는 없지만, 카타르 정부는 물가 상승을 우려해 매년 라마단 기간에 400여 개의 생필품 가격 규제에 나선다.
 
라마단 기간에는 생필품 외 다른 상품의 소비도 연중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서구의 크리스마스 뒤 박싱데이(Boxing Day·과거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26일을 휴일로 삼고 하인들에게 선물을 준 것에서 유래했는데, 파격적 할인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편집자)와 유사하게 라마단이 할인 시즌이기 때문이다. 라마단에 맞춰 항공권과 자동차, 전자제품, 의류 등 다양한 품목을 특별 할인 가격에 내놓는다. 배고픈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려는 고도의 심리마케팅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
 
상품 소비 외에 서비스 소비를 살펴보면, 무슬림은 단식하는 낮 시간에 잠을 자고 해가 진 뒤부터 새벽까지 주로 활동한다. 이에 따라 낮 시간에 문을 닫았던 식당과 카페는 저녁부터 영업을 개시해 새벽 늦게까지 연장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라마단 기간에 소비가 감소하기보다 소비 시간이 낮에서 밤으로 이동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2017년 라마단을 맞이한 6월, 이 기간에 전형적 비즈니스 패턴을 파악하는 것은 한국이 중동과 거래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이다. 정부의 주요 발주처는 라마단 기간을 피해 그 전후에 발주를 늘리는 경향이 있으며, 라마단 기간에는 프로젝트 발주가 크게 감소한다. 민간기업도 라마단 기간이 겹치면 구매 계약을 미루는 등 비즈니스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당연히 면담 일정도 잡기 힘들다. 현재 수출이 논의된다면 이 점을 감안해 반드시 라마단 전에 계약을 성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라마단 이후에 다시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부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에 이권 행위, 즉 비즈니스를 논하는 걸 성스럽지 못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긴급히 논의할 일이 있을 때만 연락을 취하는 것이 좋다. 다만 연락하더라도 현지 시각으로 일몰 후 단식을 끝낸 뒤 첫 만찬을 의미하는 이프타르(Iftar)를 마쳤을 때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중동에 출장 가도 면담 대상자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고 면담을 하더라도 단식 때문에 다소 날카로운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러니 라마단 기간 출장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텔도 일부를 제외하고 낮 시간에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 것에 유의해 부득이하게 라마단 기간에 떠나는 중동 출장에서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 프로젝트와 핵심 수출 시장으로 급부상할 무슬림 시장을 공략하려면 한국인이 가진 부정적 편견을 버리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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