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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심폐소생? 무의미한 연명치료?
[국내 이슈] ‘난파 위기’ 대우조선해양의 험난한 회생 항로
[85호] 2017년 05월 01일 (월) 조계완 kyewan@hani.co.kr
자본잠식·유동성위기 ‘총체적 난국’... 감사보고서, 대우조선 영업활동 및 손익 관련 항목 ‘위험’
 
대우조선해양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정부의 긴급 처방과 금융권의 지원이 뒷받침되더라도 과연 정상화의 길로 안착할지 시장은 의문을 품고 있다. 대우조선 재무제표는 추가 손실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전세계 해운업황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제대로 공사 대금을 받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공사 기한 초과에 따른 지연배상금,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 등 리스크 요인도 점점 커지고 있다.
 
조계완 <한겨레> 기자
 
“선수금 더 줄테니 선박 인도를 당겨달라”고 전세계 선주들이 아우성치던 2007년 초호황기, 조선업계는 너도나도 독(dock·선박 건조대)을 새로 팠다. 2008년 새해 첫날 어느 지상파방송은 뉴스 스튜디오를 울산 현대중공업 야드에 차렸다. 거대한 조선소 독과 여기저기 한창 건조 중인 선박들을 앵커 뒤편 배경으로 생중계했다. 세계 조선업체 1~5위가 모두 국내 기업이고, 10위 안에 든 회사 중 8개가 한국 회사였다.
 
그러나 호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번에 꺾였다. 발주 선박은 제로가 돼 일감이 끊겼다. 한 해 새로 수주하는 배가 서너 척에 불과할 정도로 가뭄이 지속됐고, 이런 수주 절벽에 엎치고 덮친 격으로 다 건조된 선박조차 발주사가 인도를 포기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했다.
 
2013년을 앞뒤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를 웃돌면서 조선업황은 원유시추선(드릴십)과 해양플랜트 설비를 중심으로 회복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오히려 ‘독’이 돼 돌아왔다. 해양플랜트에서 공기 지연과 잦은 설계 변경 등으로 수조원대의 영업 적자를 내고 말았다. 게다가 국제 유가까지 2014년 하반기부터 다시 깊은 하락세로 돌아서 2016년 초에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전세계에서 원유 신규 채굴은 전부 중단됐고, 드릴십도 유조선도 발주가 멈췄다. 대우조선을 비롯해 조선소마다 그간 벌어놓은, 그나마 남은 돈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자금은 고갈되고 버티는 것도 한계점에 이르렀다. 연간 매출액 12조원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 남은 일감 114척(컨테이너선·초대형 유조선·LNG선·잠수함 등으로 공사 계약 잔액 총 20조9천억원)이 있는 대우조선은 2018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 1조3500억원을 갚을 길이 당장 막막하다. 회사채 갚을 돈조차 말라버린, 한국 경제를 위기론에 빠뜨리는 조선사로 바뀌었다.
 
   
▲ 국민연금공단이 2017년 4월16일 금융 당국과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기로 밝혔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을 배경으로 한 노동자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청구공사 금액 4조4천억원
자산 15조원, 부채 14조5천억원, 영업손실 1조6천억원, 당기순손실 2조7천억원, 단기차입금 2조8천억원, 장기차입금 1조7천억원, 2016년 12월31일 현재 대우조선의 연결재무제표·손익계산서의 주요 항목이다. 2017년 3월23일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에 긴급 유동성 4조2천억원을 지원한 지 1년6개월 만에 또 다시 2조9천억원의 신규 자금을 집어넣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당장 부족한 현금만 메우는 영양제 주사가 아니라 향후 수년간 필요한 돈을 뭉텅이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신규 자금 지원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회사채 1조3500억원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우정사업본부·개인투자자 등 채권자들이 채무조정안(회사채의 50% 출자전환, 나머지 50%는 만기상환 3년 유예)에 동의해야 한다. 2017년 4월17~18일 이틀간 다섯 차례에 걸쳐 찬반을 결정하는 사채권자 집회를 연 결과, 압도적인 동의로 채무 재조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한동안 유동성 위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대우조선은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유동성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대우조선은 과연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 2017년 3월 말 삼일회계법인이 감사의견 ‘한정’으로 낸 대우조선 재무제표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이를 둘러싼 판단에 필요한 몇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방대한 분량의 이 감사보고서는 장래 영업활동 및 손익과 관련된 각종 항목에 걸친 추정의 불확실성을 곳곳에서 ‘유의적 위험’으로 식별하고 있다.
 
수주산업인 조선업 회계장부에 대한 핵심 감사 사항은 공사진행률과 이에 따른 투입원가다. 감사보고서는 “회사가 선박 발주자에게 보고하는 공정진행률과 내부적으로 회계수익 계산시 적용하는 투입법상 진행률에 큰 차이가 있고, 이에 대한 증빙서류 일부를 충분히 제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 한 척당 건조 기간은 대략 3년이다. 재무제표 회계는 분기·반기·연간으로 작성·결산해야 하므로 건설공사 진행 도중 단계별로 공사 손익을 그 시점에서 인식해야 한다. 이른바 ‘미청구공사’(선수금·중도금·잔금 등 수주 계약자로부터 받은 돈보다 선박 건조 공정 단계가 더 많이 진행된 상태)와 ‘초과청구공사’(미청구공사와 반대 경우) 개념이 그것이다. 감사보고서는 각 공사 시점에서 대우조선이 인식한 손익 자료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2016년 말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계약의 총계약원가(투입공사비)가 애초 예상보다 2조54억원이나 변동(증가)된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 이에 따른 손실 7500억원이 발생했고, 미래 손익도 7500억원가량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플랜트 및 특수선(군함 등)의 경우 발주처에서 받아야 할 돈보다 공사투입원가가 훨씬 더 늘어 2016년 2조5900억원의 누적손실이 발생했다. 보고서는 총계약원가가 5% 증가하면 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이 283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미청구공사의 손상(회수 가능성 의문) 가능성도 큰 불확실성이다. 발주 선사의 재정 악화, 공사 지연, 선박 가격 하락으로 인한 계약 취소·해지와 인도 일정 지연이 증가하면서 2016년 말 미청구공사 금액은 4조4천억원(총자산의 33.1%)에 이른다. 건조가 이미 끝났는데도 인도 일정을 계속 미루면서 잔금을 주지 않는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척(잔금 약 1조원)이 대표적이다. 요즘 파산 위기에 처한 노르웨이 해양시추업체 시드릴이 발주한 드릴십 2척도 인도 날짜가 지연되고, 시드릴의 형편에 따라 수천억원의 잔금을 못 받을 우려도 있다. 건조를 완료했으나 아직 선박 대금을 못 받은 ‘상환유예 채권’의 원리금도 1조1300억원이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가운데)이 휴일인 2017년 4월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에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연합뉴스
 
해운업황 비관적 전망
지연배상금도 불확실성이 크다. 2016년 말 현재 계약상의 공사 종료 기한이 이미 지나 대우조선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은 지연배상금은 최대 1조1천억원(최소 5567억원)으로 추정된다. 환율 등 시장가격 변동이 초래하는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대다수 선박 계약은 달러·유로화로 돼 있는데 환율이 10% 하락(원화 강세)하면 회사가 보유한 외화표시 자산의 장부 금액에서 1698억원의 당기손실이 발생한다. 조선용 후판(철강재) 가격도 위험 요인 중 하나다. 국내산 후판의 평균단가는 2016년 t당 52만원이었는데, 2017년 3월 현재 65만원으로 급등했다. 2016년 대우조선의 원재료(후판 등) 매입액은 5조3600억원에 이른다. 투입비가 크게 올라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요컨대, 재무제표상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마다 추가 손실 위험이 널리 퍼져 있다는 뜻이다. 물론 선박 건조와 해양플랜트 설비라는 건설공사 업종의 특성상 사업의 불확실성이 본래 높긴 하다. 국제 유가와 글로벌 해운산업 동향, 설계 변경과 공사 지연, 나아가 조선용 후판을 비롯한 투입재 가격 변동까지 안팎의 각종 변수가 재무제표에 큰 변동을 일으킨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대목은 향후 세계경제와 글로벌 조선·해운 업황의 시장 환경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는 “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은 저임금을 활용한 중국 등 후발업체의 추격과 물량 확보를 위한 국내 조선소 간 경쟁, 선박 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 등으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다”며 “선수금 비중이 적고 선박을 최종 인도할 때 주는 잔금이 많은 헤비테일 대금결제 방식이 확산되면서 조선소의 운전자본 부족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주량이 늘어도 선수금이 말라버리면 선박 짓는 데 쓸 운영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금융비용도 불어난다.
 
그나마 발주되는 선박이 있어도 건조계약 가격은 그야말로 최저점으로 떨어져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 집계를 보면, 초대형유조선(VLCC)은 2016년 말 1척당 8450만달러에서 2017년 3월 말 8천만달러로 떨어졌다. 가격이 가장 비쌌던 2008년 9월(1억6200만달러)에 견줘 반토막이다. 수주를 해도 공사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렵다. 저가 수주라도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면 조선소마다 고정 인건비가 계속 빠져나간다.
 
만성적 저가 수주는 5조원대 분식회계, 경영 실패와 함께 대우조선을 거대한 부실에 빠뜨린 또 다른 주범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가격이 대폭 떨어지니 투기적 발주를 하는 선주들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배를 빌려 쓸 용선처(해운사)를 미리 구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아주 싸게 살 수 있으니 일단 발주하고 보는 식이다. 용선처를 못 구해 위험을 안은 채 발주된 선박은 나중에 업황이 나빠지면 선주가 인도를 지연·포기해버릴 가능성도 있다.
 
감사보고서는 국내 조선소들이 건조에 집중하는 대형컨테이너선·LNG선·초대형원유운반선 업황에 대해서도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채무조정안이 어렵사리 통과되고 신규 자금이 지원돼 급한 불은 끄게 되더라도 대우조선이 경영 정상화에 들어서는 건 당분간 매우 험난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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