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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개정해 토지 몰수 정당화 ‘꼼수’
[Issue] 건설 열풍 우간다, 토지 보상 둘러싼 내홍
[85호] 2017년 05월 01일 (월) 가엘 그리오 economyinsight@hani.co.kr
보상금 더 타려는 주민과 강제 수용 하려는 정부... 개정안 통과 땐 갈등 폭발 우려
 
우간다 정부가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토지 보상을 둘러싼 사회 갈등에 휩싸일 조짐이 보인다. 건설 현장 주변 주민들은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기획성 오두막집’을 짓고, 정부는 토지수용을 촉진하기 위해 헌법 개정에 나섰다. 헌법이 개정되면 토지 소유주가 보상금 수령을 거부해도 정부가 공사를 밀어붙일 길이 열린다. 헌법 개정을 강행하면 주민들이 인프라 시설을 파괴하는 등 ‘땅 전쟁’이 불거질 수도 있다. 땅 문제는 최근 경제개발에 적극 나서는 아프리카가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가엘 그리오 Gaël Grilho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건설 붐이 이는 우간다에선 토지 보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주민 사이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의 철로 건설 현장. REUTERS
우간다 나일강 발원지에서 몇백m쯤 떨어진 곳에는 여러 채의 작은 오두막집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중인 오두막집 근처에서 어부들이 모여 정부의 토지수용 정책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반대편 강기슭에 관광객용 방갈로와 오두막집 여러 채를 소유한 어부 잉그리드는 이곳에 공사 중인 오두막집만 봐도 웃음이 난다. 이렇게 집 형태만 꾸며놓으면 나중에 정부가 토지를 수용할 때 더 많은 보상금을 탈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자본을 댄 표준궤철도(Standard Gauge Railway·두 레일 사이 간격, 곧 궤간이 1.435m인 철도 -편집자) 사업과 관련 있다.
 
이 프로젝트는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남수단, 부룬디를 잇는 총연장 2600km, 250억달러(약 28조5천억원) 규모의 철도 건설 사업으로 현재 우간다 구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 철도가 이 작은 마을을 통과할 예정이다. 우간다 정부는 선로 건설을 위해 강을 건너는 다리도 세워야 한다. 나일강 어부들이 선로 통과 예정지의 경제적 가치를 증명할수록 정부로부터 더 많은 보상금을 타낼 수 있다.
 
현재 우간다에는 건설 열풍이 불고 있다. 경제 발전과 투자자 유치를 위해 철도와 댐,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이 필요하다. 30년 넘게 집권하는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나라를 중진국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전략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정부가 이 모든 건설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땅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토지 문제는 우간다처럼 인구의 80% 이상이 농촌에 사는 국가에선 민감한 주제다. 더구나 우간다의 복잡한 토지제도는 토지수용 담당 부처인 토지부의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간다에는 등기부에 공식 기록되고 정부가 인정하는 법적 소유권 제도 외에 관습적 소유권 제도가 존재한다. 관습적 소유권은 개인에게 귀속할 수 있지만 가족, 부족, 마을 단위에 귀속되기도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우간다 토지의 75%가 바로 이 관습적 소유권 증명서를 신청할 수 있는 토지다. 게다가 영국 식민통치기(1900~61년)의 잔재인 ‘마일로’(mailo)라는 독특한 토지소유권도 있다. 마일로란 명칭은 영어의 거리 단위 ‘마일’(mile)에서 유래했다.
 
   
▲ 일부 주민들은 보상금을 더 타려고 건설 현장 주변에 날림으로 오두막집을 짓는다. 우간다 북부 굴루의 도로 건설 현장에 오두막집이 들어서 있다. REUTERS
 
토지 75%가 관습적 소유권 논란
20세기 초 영국 국왕은 우간다 왕족과 촌장을 비롯한 수천 명에게 많게는 수백 평방마일에서 적게는 1~2평방마일까지 토지소유권을 부여했다. 이것이 대를 이어 내려와 오늘날 또 하나의 소유권으로 고착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일로는 복잡한 권리승계 제도를 낳았다. 마일로 보유자는 다른 사람 소유의 토지를 점유한 다음 소유주에게 지대를 지급하고 해당 토지를 또 다른 사람에게 소작을 줄 수 있다.
 
토지부 장관 베티 아몽기에 따르면 우간다 정부는 개인 소유 토지와 관습 토지 등록을 권장하기 위한 대대적인 국민 홍보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마일로 제도가 깊이 뿌리박혀 있는 부간다 및 분요로 지구에서 정부는 토지 소유자가 토지 점유자와 임대·임차인 관계를 법적으로 확인하거나, 점유자가 소유자로부터 토지를 인수하도록 권장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유럽연합(EU)도 참여했다. 그 결과 2002~2016년 440명의 대규모 마일로 보유자가 정부 보상을 받고 권리를 포기했는데, 이들의 토지에는 수천 명의 점유자가 정착해 있다. 그런데 권리를 포기한 440명 중 136명은 최근 2년 동안 권리를 포기한 이들이다. 이는 정부의 토지제도 정비 절차가 최근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간다 정부의 또 다른 고민은 정부가 토지를 수용할 경우, 주민 보상이 완료되기 전에 공사를 시작할 수 없게 한 헌법 조항이다. 1995년 무세베니 대통령은 근대적 토지등기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강력한 토지제도 개혁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의회는 토지가 국민에게 속한 것이며, 누구도 사적 사업을 달성한다는 명분 아래 타인의 토지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헌법을 제정했다. 관습적 소유권을 명문화한 것이다. 오랫동안 우간다 토지제도를 연구해온 로리안 가이 박사는 당시 무세베니 대통령이 북부와 동부 의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두 의회는 헌법에 관습적 소유권을 명문화함으로써 토지국유화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려 했다. 밀턴 오보테 정권(1966~71년, 1980~85년)과 이디 아민 정권(1971~79년)이 토지국유화를 추진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1995년 두 의회의 신중한 태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토지부 장관에 따르면 현행법상 토지수용 및 보상 절차는 이렇다. 우선 사업 시행 기업은 토지부 수석 평가사에게 토지수용 비용을 평가한 보고서를 보낸다. 토지부는 보고서 분석 뒤 토지기금에 보상서류를 제출한다. 그러면 토지기금이 토지수용 대상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 대부분의 수용 대상자는 평가액을 받아들이지만 일부는 거부한다. 헌법이 보상금이 지급될 때만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평가액에 대한 이견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고 이는 공사 진행을 더욱 늦추는 요인이 된다.
 
강제수용 땐 주민-정부 갈등 폭발
정부는 토지수용을 빠르게 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베티 아몽기 토지부 장관은 정부가 바꾸려는 조항은 단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평가액에 동의하지 않는 수용 대상자는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바로 국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개정 헌법안은 평가액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단 평가액을 수령한 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소를 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 개정안은 의회에 제출된 상태이며, 토지부 장관은 2017년 6월까지 개정안이 통과돼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개정 조항은 강제이행과 유사한 측면이 있고, 법이 마련한 최후의 보호 장치를 없애는 문제를 안고 있다. 로리안 가이 박사는 “지금도 정부 평가액에 불복해 소를 제기한 수용 대상자 중에는 재판이 끝나지 않아 보상받지 못한 이가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사법절차가 워낙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서도 제대로 보상받는 게 쉽지 않은데 헌법마저 개정되면 정부의 권한 남용이 빈번할 것으로 우려된다. 원유 개발이 예정된 우간다 서부 앨버트 호수 근처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단체 ‘트웨와네호 리스너 클럽’(Twerwaneho Listeners Club)의 제럴드 칸키아는 정부의 개헌 시도에 대해 “현행법에서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토지를 수용할 수 없으니 법을 개정해 토지 몰수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구나 개정안이 의회에 제출됐을 뿐 공개되지 않아 공론화가 봉쇄된 것만 봐도 정부의 숨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우간다 정부는 토지수용 주민의 보상 조건을 까다롭게 바꾸기로 결정했다. 주민 보상에 필요한 정부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몽기 장관은 국제 철도가 통과할 예정인 캄팔라 근처 습지와 나만베 산림보호구역 주민들은 보상받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헌법상 어떤 개인이나 기관에도 속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되는 토지는 공적 영역에 속한 걸로 간주한다. 습지와 산림보호구역 같은 자연보호 지역은 사람이 사는 지역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 소규모 마일로 토지 소유자인 로버트는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그는 붉은 벽돌집을 짓는 데 20년 넘는 세월을 투자했다. 몇 주 전 철도회사 기술자들이 로버트의 토지를 감정하기 위해 다녀갔다. 그러나 과연 로버트가 보상받을지 확실하지 않다.
 
이 지역의 일부 토지는 무세베니 정권을 탄생시킨 1986년 쿠데타의 주역들에게 분배됐다. 따라서 이들도 보상받지 못하고 토지를 내놓아야 할 처지다. 과거 쿠데타 주역들이 정부의 토지수용에 대항하기 위해 방어 단체를 조직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아직 소문에 불과하고 지방언론이 이를 퍼뜨리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간다 서부에서 많은 사람이 갈등의 폭발을 우려한다. 칸키아는 “정당한 보상 절차 없이 토지수용을 강행하면 주민들이 방어막을 치고 농성하거나 파이프라인 같은 인프라 시설을 파괴하는 등 지역사회 갈등이 폭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4월호(제367호)
La fièvre foncière atteint l’Ouganda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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