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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 때리며 ‘반한’ 여론몰이
[Culture & Biz] 중국은 왜 문화산업을 1차 제재 분야로 삼았을까
[85호] 2017년 05월 01일 (월)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중국 정부가 사드 체계 배치 결정의 보복 수위를 서서히 높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재는 문화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문화산업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타격을 입히려면 한국산 중간재 수입을 규제하는 게 훨씬 효과적인데도 왜 문화산업부터 때리는 걸까? 가시적 효과가 크고 국민의 반한 감정을 고조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경제제재 분위기를 조성하기 전에 철저히 계산된 조처라는 이야기다. 보복 강도를 어디까지 높일지 미지수지만, 문화산업이 단지 ‘산업’만은 아니라는 속성을 철저히 이용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결정 발표로 중국의 경제제재가 시작된 지 몇달이 지났다. 2016년 7월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뒤 중국 정부는 언론매체 등을 통한 여론전 형태로 제재를 시작해 최근 실질적 제재까지 수위를 조금씩 높여왔다. 초반에 보인 중국 정부의 대응만으로는 지금 같은 제재가 뒤따를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상대방에게 ‘경제적’ 타격을 주기 위해 처음부터 무역 보복을 들이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서히 여론을 움직여 자연스럽게 한국에 반감을 갖도록 하는 데 주력하는 형태였다. 어쩌면 그것이 한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행위 제소 등에 대비하는 방법이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결정한 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환구시보> <인민일보> 같은 중국 외교부, 공산당 기관지에 사드 배치 중단을 촉구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런 기사가 중국 국민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우리는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통을 통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국민 통제력이 매우 크다”는 조언이 간간이 흘러나왔지만 귀담아듣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러다 2016년 9월 한국 국방부가 사드 부지를 확정 발표하자 제재 수위는 한 단계 높아졌다. 이 조처는 한국인 비자 발급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 제재 효과를 언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비자 심사를 하면서 발급 날짜를 질질 끌거나,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신청자를 매우 애먹였으나 비자 발급을 아예 중단한 것은 아니어서 정식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마치 못된 상사가 부하 직원을 ‘길들이기’ 위해 결재를 해줄 듯 말 듯 속을 태우다가 마지못해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상사를 뒤에서 욕은 할지언정 신고할 수는 없다.
 
마침내 2016년 11월 국방부와 롯데가 사드 배치 부지인 경북 성주 골프장 교환에 합의하자 실질적 제재가 시작됐다. 이 역시 매우 선별적이었다. 한국 드라마 방영 제한, 한국 연예인의 중국 텔레비전 출연 규제, 전세기 운항 불허 등 콘텐츠와 관광 부문 중심으로 ‘한한령’이 시행된 것이다. 그리고 2017년 2월 말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 결정을 확정하자 한국 여행 상품이 사라졌고,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중국 텔레비전에선 한국 차를 부수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이때부터 한국 언론에서도 중국의 경제제재에 따른 피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도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처는 반한 감정을 고조하는 데 유용한 문화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2017년 3월4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서 한류 스타 전지현의 광고 사진 앞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경제적 효과’ 적은 분야부터 겨냥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으로 타격을 주려 했다면 핵심으로 삼을 분야는 콘텐츠나 관광 같은 문화산업이나 소비재 산업은 아니다. 이것은 중국과 한국의 무역 구성비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한국 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5%가 조금 넘는다. 2016년 총수출액 4954억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액은 1244억달러다. 이 가운데 불매운동 등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소비재 비중은 5.6%밖에 되지 않는다. 기계·생산설비 같은 자본재 비중이 20%이고 74%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부품·소재 같은 중간재다. 즉, 경제적 타격을 통해 한국 정부를 위협하려 했다면 수출 비중이 큰 품목이 주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중국이 제재 대상으로 삼은 영화, 방송, 음악 등 문화콘텐츠 산업은 중국에 수출하는 금액이 약 17억달러 수준이다. 2016년 콘텐츠 총수출액 63억1천만달러 가운데 약 27%에 해당한다. 콘텐츠 수출액은 집계 방식이 일반 상품과 조금 달라서 통관 기준으로 집계하는 총수출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국 콘텐츠 수출액은 상품 수출액과 비교하면 1%가 겨우 넘을 정도로 매우 적다. 하지만 중국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 콘텐츠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2013년 21.3%였는데 2014년엔 26.2%까지 올랐고, 2015년 다시 27%까지 늘었다.
 
관광산업은 소비재나 콘텐츠보다 문제가 조금 더 심각하다. 2016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총 1724만 명인데, 중국 관광객은 46.8%인 807만 명이었다. 서울 명동에서 보는 관광객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중국인이었던 셈이다. 한국 방문 관광객은 2016년 기준 1인당 약 991달러를 쓰므로 총관광수입은 171억달러 정도였고, 이 가운데 중국 관광객이 쓴 금액은 80억달러 수준이다.
 
최근 제재와 관련된 소비재·콘텐츠 수출액, 관광수입 등만 한정한다면 이는 한국과 중국의 거래액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물론 해당 산업 종사자야 갑자기 중국과의 모든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빠졌으니 비중이 작다고 무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규모로 볼 때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분야가 왜 제재 대상이 되었을까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이 분야의 제재가 규모는 작아도 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늘 텔레비전에서 보던 한국 연예인, 한국 드라마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연휴 기간 떠나려 했던 여행지 후보에서 한국이 사라진다. 중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한국이 뭔가 중국에 큰 잘못을 했나보다, 그게 뭘까’라는 인식이 쉽게 자리잡을 수 있다.
 
국민에게 문제점을 부각하기에도 쉽다. 중국산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한국 중간재 수입을 제한하더라도 한국산 중간재가 수입된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중국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한국에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주겠지만 자국민에게 문제점을 인식시키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디어 등을 통해 늘 접하는 콘텐츠와 연예인을 제한하면 부각하려는 문제를 순식간에 전파할 수 있다. 빠르게 전파될 뿐 아니라 중국인들 스스로 반한 감정을 키우게 할 수도 있다. 불매운동이나 자동차 파손 같은 일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콘텐츠나 관광, 소비재 산업 쪽에 국한되니 이 짧은 시기만 잘 버티면 되는 것일까?
 
   
▲ 2016년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달한다. 사드 도입으로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관광산업도 타격을 입었다. 평소 중국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문화산업, 확산 빠르고 여론몰이에 유리
역사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사드 배치 결정처럼 정치적 문제로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면 무역 등에도 악영향을 끼친 사례를 찾아보았다. 2012년 전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가장 유사한 경우다. 2010년 9월 센카쿠열도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부를 일본 정부가 체포하자, 중국 내 반일 감정이 확대되면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2011년 12월 일본이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하자 반일 감정은 최고조가 되었고, 폭력시위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크게 확산됐다.
 
일본의 중국 수출액은 2011년 1차 분쟁 이후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국민 감정 격화에 힘입어 2012년 중국 정부가 비관세 장벽 조처 등을 취하자 수출액은 더 떨어져, 약 22개월 동안 일본의 중국 수출액 증감률은 총수출액 증감률보다 평균 7%포인트 낮았다. 아무 문제 없었을 때와 비교해 중국 수출액이 7% 정도 적었다는 이야기다.
 
이 때 나타난 중국의 제재 형태가 현재 한국에 하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처음부터 다짜고짜 무역제재부터 한 것이 아니었다. 불매운동 등으로 국민 감정이 서서히 악화되기를 기다리다 모든 국민이 문제를 인지할 수준이 되었을 때 비관세 장벽으로 실질적 보복을 단행했다. 일본은 중국 수출액 가운데 소비재 수출 비중이 20% 안팎으로 한국(5%)보다 높아 반일 정서에 더 영향받았을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재뿐 아니라 수출 전반에 피해가 확대됐다는 게 중요하다.
 
일본 사례에 비춰 한국의 피해액을 추정해본 결과, 연간 7조3천억원에서 16조2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사례와 같이 중국 수출과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매출이 3~7% 하락하고, 관광객이 30~60% 줄어든 경우를 가정한 결과다. 아직 관광과 콘텐츠 산업, 소비재 일부에만 피해가 발생하지만, 국민적 반한 감정이 확산되면 중국 정부가 다른 분야에도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한 추산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 피해가 실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하지 않으면 중국이 수출용 완제품을 만드는 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이 쉽게 느끼는 분야 외에 한국에 경제적으로 타격을 줄 분야에선 실제 수입 제한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콘텐츠 산업과 관광산업에 남을 피해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류 콘텐츠가 일본 콘텐츠에 비해 강점을 갖는 요인으로 반일 정서는 깊은 반면 반한 정서는 없다는 점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류 전문가들은 그동안 콘텐츠 산업이 ‘한류’라는 명칭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국의 콘텐츠 상품이 너무 ‘한국’의 상징이 되는 것이 산업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그런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는 때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상대국에 위협을 가할 때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 잘 아는 듯 하다. 힘을 덜 들이고도 가시적 효과가 큰 분야, 국민 파급력을 높여 향후 제재 강도를 높이기 좋은 시작점이 될 분야를 택한 것이다. 그래서 문화는 단지 ‘산업’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 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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